"나만의 공간이 생겼고, 엄마나 가족이 보고 싶을 땐 언제든 볼 수 있어요." 9년간 장애인 시설에서 생활하다가 '탈시설'을 결정한 30대 중증 지적 장애인 A씨는 현재 서울시 장애인 지원주택에서 머무르고 있다. 시설 퇴소 당시에는 심각한 저체중 상태였지만, 자신만의 공간에서 생활하면서 체중도 10kg가량 늘고 꾸준한 운동으로 자세도 교정됐다. 보건복지부는 2일 김부겸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제23차 장애인정책조정위원회에서 이 같은 탈시설 장애인의 지역사회 정착을 돕기 위해 향후 20년간 단계적으로 자립 생활을 지원하는 '탈시설 장애인 지역사회 자립지원 로드맵'(이하 로드맵)이 확정됐다고 밝혔다. 로드맵에 따르면 정부는 2022년부터 2024년까지 3년간 시범사업을 통해 장애인의 자립을 지원할 수 있는 제도와 인프라를 구축한다.

















탈시설 지원 사업이 본격화하는 2025년부터는 시설 거주 장애인 등을 대상으로 매년 750여명씩 선정해 지역사회 정착을 지원하고 2041년께는 시설 전환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대다수의 장애인은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살고 있는데 이를 '공동형 주거지원'으로 전환하고, 일부에는 '개별형 주거지원'도 제공할 예정이다. 정충현 복지부 장애인정책국장은 "공동형주거지원은 하나의 아파트에 장애인 3∼4명과 배치된 전담직원이 함께 사는 형태이며, 개별형은 장애인이 단독으로 거주하면서 방문서비스가 이뤄지는 형태"라고 소개했다. 이를 위한 첫 단계로 시설에 거주하는 장애인을 대상으로 자립지원 희망 여부를 묻는 조사를 연 1회 시행한다. 기존에는 권고 사항으로만 돼 있었으나, 의무 시행으로 바꿔 정기적으로 지원대상을 발굴한다. 특히 시설 장애아동에 대해서는 지역사회 자립을 우선 지원하도록 하는 지침도 마련하기로 했다.














아울러 자립 전 중간 단계 거주 공간인 '체험홈'과 자립지원 시범사업을 통해 사전 준비부터 초기 정착까지 체계적인 자립 경로를 구축할 방침이다. 구체적으로는 시범사업을 통해 자립지원사를 배치하고, 주거환경을 장애인의 생활에 맞게 개선하며, 건강검진비도 지원한다. 정 국장은 거주시설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 지역사회 거주 경험이 없는 장애인에 대해선 "자립지원전담조직을 사전에 운용해 자립을 원하는 장애인이 준비해야 할 내용과 진행 순서를 체계적으로 지원하도록 하고 있다"며 "이 단계가 끝나면 체험 형태로 '자립 연습'을 해볼 수 있는 시간도 갖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활동지원 서비스를 포함한 모든 프로그램이 초기 정착 단계에 집중적으로 지원되도록 할 예정"이라면서 "기존 지역사회 통합 돌봄 체계와도 연계해 종합적인 지원이 가능하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