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세계에서 가장 긴 봉쇄를 겪은 호주 멜버른이 22일(현지시간) 드디어 '해방의 날'을 맞이했다. 멜버른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만 해도 7년 연속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꼽히기도 했고 호주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도시로 꼽혔다. 팬데믹이 시작된 작년 3월 16일 멜버른이 있는 호주 빅토리아주에 코로나 긴급 조치가 선언됐을 때만 해도 4주간 시행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상황은 좋아지지 않았고 멜버른시는 6번에 걸쳐 필수 목적이 아니면 외출을 금지하는 수준으로 완전 봉쇄를 하는 등 강력한 이동 제한 조처를 실행했다. 로이터통신은 멜버른에서 외출이 완전히 금지된 기간을 합하면 262일로,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234일)를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길다고 전했다. 간헐적으로 봉쇄를 일부 풀기도 했지만 오후 9시부터 시작되는 통행금지령은 계속 유지됐다.


















멜버른 당국은 백신 접종 완료율이 목표치인 70%(16세 이상 기준)에 도달하자 22일 0시부터 드디어 이 통행금지령을 폐지했고, 시민들은 허가를 받지 않고도 24시간 외출할 수 있게 됐다. 학교 대면 수업도 이날부터 재개됐다. 샐리 캡 멜버른 시장은 "코로나 이전 도시가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도시가 지닌 일자리와 라이프스타일 덕분이었다"라며 "도시의 이런 매력은 결국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도시는 사람들과 음악으로 다시 살아나게 될 것"이라며 "초기에는 리듬을 새로 찾는 데 혼선도 있을 수 있겠지만 조속히 제 리듬을 찾아 나가길 희망한다"라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은 "술집과 식당, 카페가 돌아올 손님을 맞이하려고 21일 식자재를 분주히 다시 채웠다"라고 전했다. CNN은 "260일 넘게 집에 갇혔던 멜버른 시민에게 완전 봉쇄가 끝나는 것은 큰 안도가 된다"라며 "이제 어떤 이유라도 자유롭게 집에서 나갈 수 있다"라고 보도했다. 멜버른 시민 제임스 기어먼은 가디언에 "팬데믹 이후 24시간의 자유를 처음 만끽하기 위해 온종일 술을 마시는 게 내 계획이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다른 시민은 "커피 마시러 카페에 갔는데 이제 자리에 앉아서 마실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라며 "앞으로 많은 놀라움이 있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방역 조처가 모두 없어진 것은 아니다. 실내외에서 마스크를 써야 하고, 식당과 술집은 백신 접종 증명서가 있는 손님만 실내에서 20명까지. 실외에서 50명까지 받을 수 있다. 비필수적인 물건을 파는 상점은 접종 완료율이 80% 이상이 돼야 영업이 재개될 예정이다. 게다가 최근 2030대를 중심으로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다. 8월까지 두 자릿수였던 빅토리아주의 하루 신규 확진자는 지난달 세 자릿수로 증가했고 이번달 들어선 다시 네자릿수가 됐다. 21일 기준 하루 신규 확진자는 2천159명으로 팬데믹 이후 이달 13일 다음으로 두번째로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