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글 죄송합니다>


가을입니다.
구질구질했던 가을 장마가 끝나고 러시아산 공기가 내려오자 연일 맑게 개인 날씨가 이어지고 있네요.
사실 가을이라기보다는 그냥 초겨울로 바로 넘어간 느낌이 강하긴 해도 말이죠.

원래 가을은 식물이 월동에 들어가기 위해 몸을 추스르는 계절입니다.
1년생 식물이라면 여름내 모아뒀던 양분으로 결실을 맺어 다음 대를 위해 씨를 뿌리고
다년생이라면 스스로 잎을 떨구고 겨울을 나기 위한 준비에 들어갑니다.

하지만 여기에 인간의 간섭이 들어가면 이러한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게 됩니다.



얼마 전에 시험적으로 심었던 분꽃입니다. 
세개의 씨앗 가운데 성공적으로 발아한 두개의 씨앗을 각각 포트와 종이컵에 담았습니다.
잘 자라서 본잎이 나오기 시작했네요.

얼마 전 기온이 영하권으로 떨어지는 일이 있어서 제대로 클까 걱정했습니다.
새로 이사 온 곳이라 베란다 환경을 정확히 알기가 어려웠거든요.
하지만 실제 영하로 떨어진 날 베란다의 기온을 재보니 15도 정도로 나오더라고요.
이 정도면 충분한 온도지만, 그래도 본잎이 3~4장 나오기 전까지는 조심해야 하기에 종이백으로 주위를 감싸주었습니다.

보통 열대 식물이 월동할 때 필요한 최저 온도는 5도 정도입니다.
그건 바꿔 말하면, 베란다 온도가 영하로 떨어지지 않는 이상 식물을 키우는데 큰 지장이 없다는 얘기죠.
실제로 15~20도 정도의 온도는 대부분의 식물이 좋아하는 환경이기도 합니다.
오히려 지금처럼 연일 맑게 개인 날씨가 지속된다면
충분한 일조량으로 인해 식물이 자라기엔 오히려 좋은 상황이란 거죠.
가을이라 해가 낮아서 여름 때보다 베란다 깊숙한 곳까지 햇빛이 닿는다는 것도 장점입니다.
그외에 유의할 건 습도 조절과 환기 정도가 되겠네요.

그런 이유로, 조금 늦었지만 가을 파종을 했습니다.



새로운 환경에서 파종하는 것이니 만큼,
어느 정도 강인한 생명력을 지닌 종자를 선택했습니다.

이건 다이소에서 천원에 파는 허브 3종 씨앗입니다.
허브딜, 레몬밤, 페퍼민트의 세갸지 씨앗을 담고 있죠.
발아만 성공적으로 이루어진다면, 초보자들도 큰 문제 없이 키울 수 있는 녀석들입니다.



긴 화분을 세 구획으로 나누어 파종했습니다.
왼쪽으로부터 허브딜, 레몬밤, 페퍼민트 순입니다.

분무기로 적당히 흙을 적셔준 다음, 지퍼백을 반으로 갈라서 위에 덮어줬습니다.

비닐을 위에 덮은 것은 세가지 이유 때문입니다.
수분이 증발되어 흙이 마르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 첫번째 이유이며,
충분한 햇빛을 쬐어 발아에 필요한 온도를 유지하는 것이 두번째 이유입니다.
세번째 이유는 뿌리파리나 배추벼룩처럼 발아 초기에 치명적인 해충의 접근을 차단하는 것입니다.

페퍼민트처럼 미세한 크기를 가진 종자가 아니라면, 보통 5일 정도면 발아가 시작됩니다.



가장 종자가 큰 허브딜 씨앗이 먼저 발아를 시작했고,
드문드문 레몬밤 씨앗도 발아를 시작한 모습이 보입니다.
잘 보이지는 않으시겠지만, 페퍼민트 씨앗도 하나가 싹을 틔웠네요.

베란다 텃밭을 꿈꾸는 분이라면,
상추나 적겨자 같은 걸 파종하는 것도 좋겠죠.
근데 사실 채소가 난이도는 더 높습니다.
아무래도 사람이 좋아하는 채소의 대부분은 해충들도 무지 좋아하기 때문이죠.
밀폐된 공간의 특성상, 
해충이 창궐하게 되면 이전에 키우던 다른 식물에도 영향이 가니까 아무래도 조심스러워질 수밖에 없습니다.

예상보다 식물들 상태가 좋아서 비료를 줘야 하나 고민 중입니다.
창밖의 나무들은 잎을 떨굴 준비를 하고 있는데,
산초나무나 홍콩야자는 새잎을 마구 틔우고 있으니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