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례절차를 두고 국가장으로 예우를 다하되, 빈소를 직접 조문을 하지는 않기로 했다. 국민통합을 위해서라도 전직 대통령 별세에 대한 충분한 애도를 표해야 한다는 의견과 역사적 과오를 둘러싼 진보진영의 비판 여론 사이에서 일종의 '절충안'을 찾았다는 것이 대체적 평가다. 앞서 26일 노 전 대통령의 별세 소식이 전해지자 정치권에서는 문 대통령의 조문 여부가 큰 관심거리로 떠올랐다. 역대 대통령들은 임기 중 전직 대통령의 별세 시 특별한 사정이 있지 않은 한 조문을 하거나 영결식에 참석해 조의를 표했다. 청와대는 하루가 지나도록 조의 메시지나 문 대통령의 조문 여부를 밝히지 않았다. 그만큼 다각도로 고심했다는 점을 방증하는 대목으로 읽힌다. 무엇보다 12·12군사쿠데타를 주도했고,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무력으로 진압한 노 전 대통령의 과오가 고민의 지점이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과거 행적으로 전직 대통령의 예우가 박탈된 상태에서 조문한다면 진보진영을 중심으로 한 여권 전통적 지지층 사이에서 역풍이 거세게 일 것이 예상됐기 때문이다.
















특히 이날 오전 노 전 대통령의 장례를 국가장으로 치르기로 하면서 청와대로서는 이같은 여론에 더욱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게 됐다. 실제로 5·18 단체를 비롯한 광주 진보 단체들은 27일 노 전 대통령의 장례를 국가장으로 치른다는 정부 발표에 잇따라 유감을 표했다. 광주를 지역구로 둔 조오섭(북구갑)·윤영덕(동구남구갑) 의원은 이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광주와 국민 앞에 진심 어린 사죄와 참회가 없는 찬탈자이자 학살의 책임자를 국립묘지에 안장한다면 후손에게 민주주의와 정의를 얘기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으로서는 전직 대통령을 향한 예우를 소홀히 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노 전 대통령의 과오만을 생각해 그의 별세를 외면한다면 '국민통합이라는 가치와 배치된다'는 지적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나 노 전 대통령은 현 정부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도 기여한 북방정책을 추진한 공도 있다는 게 사후의 평가다. 문 대통령이 이날 발표한 메시지를 통해 노 전 대통령의 공과를 모두 언급한 점, 빈소에 조화를 보내고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대신 빈소를 조문하기로 하도록 한 점 등도 같은 맥락이다.
















문 대통령은 "5·18 민주화운동 강제 진압과 12·12 군사쿠데타 등 역사적 과오가 적지 않지만 88올림픽의 성공적 개최와 북방정책 추진, 남북기본합의서 채택 등 성과도 있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고인의 명복을 비는 한편, 유가족에게도 위로의 말을 전했다고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밝혔다. 유 실장 역시 "(고인은) 적지 않은 과도, 공도 있다"며 "여러 가지 국민의 의견을 고려해 국가장으로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의 이날 메시지가 국민통합의 차원인지를 묻자 "해석은 국민의 몫"이라는 원론적인 답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