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2 군사쿠데타'와 '5·18 민주화운동 강제 진압', '첫 직선제 대통령', '88서울올림픽 성공 개최' 등으로 압축되는 영욕의 삶을 살다 타계한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례를 정부가 27일 '국가장'(國家葬)으로 확정하자 대구 경북지역은 대체로 환영했다. 특히 노 전 대통령이 나고 자란 대구 동구 신용동 팔공산 자락 '용진마을' 생가를 찾은 관광객들과 시민들은 정부의 국가장 결정 소식이 들리자 크게 기뻐했다. 영천에서 온 김모씨(68)는 "처음 시작이 좋지 않아서 그렇지 잘 하신 것도 얼마나 많냐. 일국의 대통령을 지내신 분인데 당연히 국가장을 해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친구들과 팔공산 자전거 라이딩하다 잠시 들렀다는 하모씨(45)는 "처음에는 정치 군인으로 시작했다는 이미지가 강하고 퇴임 이후 비자금 조성 등 과오도 많지만 어찌됐든 국민이 처음으로 선출한 첫 직선제 대통령"이라며 "과는 과대로 비판하되 공은 공대로 존중해 주는 게 맞다고 본다. 진영을 떠나 국가장 결정은 정부의 대승적 결단"이라고 했다.


















생가가 있는 용진마을 주민들도 국가장 결정을 크게 반겼다. 주민들은 '용진마을 주민 일동' 명의로 '노태우 전 대통령의 서거를 애도합니다'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마을 초입과 생가 입구에 내걸었다. 오후 들어 분향소 설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자 생가를 찾는 발길은 크게 늘었다. 불로동에서 온 권모씨(74)는 "어찌 보면 좀 답답하고 사람 좋은 이미지가 강해 '물태우'라는 별칭이 있지 않았겠냐. 특히 올림픽을 대단히 성공적으로 치러 대한민국을 세계에 알린 대통령"이라며 "재임 당시 인권을 탄압했다는 말도 있지만, 개인적으론 그래도 그때가 지금보다는 살기 좋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시민 발길이 이어지자 동구청이 상주를 자처해 직원들이 교대로 '상복'을 입고 시민들을 맞았다. 오후 5시쯤 분향소 설치가 완료되자 늦은 시간에도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손녀와 함께 북구 노원동에서 온 김모씨(60)는 "낮에 왔을 때 분향소가 설치되지 않아 섭섭했는데, 국가장으로 모실 수 있게 돼 너무 기쁘다"며 눈물을 보였다. 그는 "어제 뉴스에서 국가장으로 할지, 말지를 놓고 말이 오가는 것을 보고 너무 마음이 아팠다"며 "국가장으로 결정된 만큼 부디 좋은 곳에 가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배기철 동구청장은 "대구 동구에서 태어나 국가적으로 많은 성과를 내신 대통령"이라며 "동구에서는 이곳(생가) 분향소 외에 시민 교통 편의 등 접근성이 좋은 율하동 율하체육공원에 추가로 설치할 운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동구는 11월 5일까지 10일 동안을 노 전 대통령 추모주간으로 정해 추모 분위기를 조성하고, 생전 사진 등 영상 자료를 준비해 전시도 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