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아프리카 수단에서 쿠데타 이후 구금됐던 압달라 함독 총리가 수단 군부에 대한 국제 사회의 전방위적인 압박에 힘입어 이틀 만에 풀려났다고 AFP통신·로이터 등 외신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함독 총리의 석방을 반기며 그와 통화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단 총리실은 함독 총리가 이날 늦게 석방됐으며 밀착 감시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과도정부 각료들과 군부·민간 공동통치기구인 주권위원회의 민간인 위원들은 아직 구금 상태라고 덧붙였다. 함독 총리 석방 소식에 미국 국무부는 성명을 내 환영한다고 밝혔다. 네드 프라이스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블링컨 국무장관과 함독 총리의 통화 사실을 전하며 "(블링컨 장관은)수단 군부에 구금 중인 모든 인사를 풀어주고 그들의 안전을 보장하라고 재차 촉구했다"고 말했다.


















군부는 지난 25일 쿠데타를 일으키고 과도 정부를 해산, 함독 총리를 포함한 인사들을 체포해 구금해왔다. 그러나 국제사회에서 원조 중단 등 압박이 이어지자 이틀 만에 총리를 석방했다. 앞서 미국은 군부 쿠데타를 비판하고 인사 석방을 요구하면서 수억 달러에 달하는 원조를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유럽연합(EU)도 수단에 대한 재정 지원 중단을 시사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함독 총리를 비롯한 인사들을 즉각 석방하라고 촉구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이날 비공개 긴급회의를 열고 수단 사태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기도 했다. 드미트리 폴리안스키 유엔주재 러시아 차석대사는 회의에 앞서 "안보리가 군부와 시위대 모두 폭력을 중단할 것을 호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단이 속한 아프리카연합과 아랍연맹도 일제히 성명을 내고 이번 사태에 우려를 나타냈다. 국제사회의 전방위적 압력에 직면한 수단 군부는 내전을 피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며 쿠데타를 정당화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쿠데타를 주도한 압델 파타 알-부르한 장군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군부에 대한 증오를 조장하는 정치인들을 배제하기 위해 쿠데타를 감행했다고 강변했다. 그는 "지난주 우리가 목격한 위험은 이 나라를 내전으로 이끌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최근 쿠데타를 조장하는 친군부 시위와 민정 지지 반군부 맞불 시위가 격화한 것을 두고 쿠데타 실행을 합리화한 것이다. 또 군부의 행동이 정치적인 전환의 방향을 바로잡기 위한 것이므로 쿠데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궤변도 늘어놓았다. 로이터는 목격자를 인용해 신원 미상 인사들이 함독 총리에 언론자문을 담당했던 인사를 체포해갔다고 전했다. 국가 비상사태가 선포된 수단에서는 군인과 시위대를 제외하고는 거리에서 사람을 찾아보기 어렵다고 로이터는 밝혔다. 수도 하르툼으로 향하는 주요 도로와 교량은 차단됐고 전화도 인터넷도 불통인 상황이다. 가게와 은행은 문을 닫았고 현금인출기도 작동하지 않는다.
















시위대는 쿠데타 발생 이튿날에도 저항을 이어갔고, 군부는 진압으로 맞섰다. 수단 시민들은 거리를 바리케이드로 막고 타이어 등을 태우며 반쿠데타 시위를 계속하고 있는 가운데, 시위가 전국적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소셜미디어(SNS)에는 북부 중심으로 아트바라, 동골라, 엘오베이드, 포트수단 등지에서 벌어지는 시위 사진이 속속 올라왔다. 한 시위 주도 단체는 향후 바리케이드 설치와 시위 확산을 예고하면서 오는 주말에 수백만명이 참여하는 가두 시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군부는 하르툼에서 시위대를 향해 최루탄을 발사했다. 수단 보건부 관계자에 따르면 쿠데타 발생 첫날에는 군부가 시위대를 향해 실탄을 발포해 7명이 숨졌다. 수단직업협회(SPA)는 이날 성명에서 군부가 하르툼과 기타 도시에서 시위대 집결지에 총을 사용하거나 바리케이드를 뚫으려고 하는 등 보복 공격을 가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고 발표했다. 수단은 2019년 4월 군부 쿠데타로 30년 독재자 오마르 알-바시르 전 대통령을 축출했다. 이후 군부와 야권이 연합해 주권위원회를 구성했으나 혼란이 이어져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