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들은 매 학기 수백만 원의 등록금을 내고 학교에 다닙니다. 비싼 수업료에는 수준 높은 강의라는 전제가 깔려있죠. 하지만 어떤 대학생들은 등록금도 내고, 사교육비 수백만 원을 더 쓰기도 합니다. 수업의 질이 부실해서 그렇습니다. 이는 대구대학교 학생들 얘기입니다.

■대학 다니는데…임용시험 위해 사교육 수백만 원

11월 초, 대구대학교 사범대학 건물 내에 대자보가 붙었습니다.

교수들의 무능과 무책임은 지난 10여 년간 계속됐습니다. (…) 교육자를 양성하는 학과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미래 세대에게 돌아갑니다. 미래의 제자들을 위해서라도 저희와 한목소리를 내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영어교육과 학생들이 쓴 대자보는 학과 수업의 질과 학사 관리, 이 두 가지를 문제 삼았습니다.

학생들은, 올해 코로나19로 비대면 수업이 이뤄지던 시기, 이 학과 교수들이 지난해 녹화 강의를 그대로 사용하거나, 교과서를 그대로 읽는 식으로 수업을 진행하곤 했다고 말합니다. 해외 지식거래 사이트에서 그대로 가져온 내용을 시험 문제로 출제하기도 했습니다. 어떤 교수는 주 2회인 강의를 출장 등을 이유로 두 달 가까이 휴강했지만, 보강 횟수는 손꼽을 정도로 적었습니다.

이처럼 부실한 학과 운영의 결과는 학생들이 고스란히 떠안았습니다. 한 학생은 “임용시험을 준비하는 대부분 학생들은 인터넷 강의나 학원 등 사교육에 기댈 수밖에 없었어요. 대학 등록금 이외에도 1년에 수백만 원이 시험 준비를 위해 들어가야만 했습니다”라고 토로했습니다.

■알고도 손 놓았던 대학 본부

더 큰 문제는 대학 본부 측이 학생들의 불만을 대략이나마 알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대학 측은 지난 7월부터 8월까지 3주간 영어교육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진행했는데요.이 조사에는 재학생 223명 중 과반수인 114명이 응답했습니다.

①‘학과 전공교육의 질에 전반적으로 만족하는가?’
‘전혀 아니다’, ‘아니다’ : 72.8%

②‘학과 교육과정이 임용시험 및 교육 관련 진로 진출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가?’
‘전혀 아니다’, ‘아니다’ : 74.6%

③‘교수들은 학생들의 전공역량 강화를 위해 노력하는가?’
‘전혀 아니다’, ‘아니다’ : 73.7%

이러한 결과를 확인하고도 대학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고, 결국 학생들은 대자보 게시, 익명 시위 등으로 실력 행사에 나서게 됐습니다.

사태가 시끄러워지자 학과 소속 교수들은 부랴부랴 간담회를 제안했고, 학생들의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또 학생들의 비판을 수용하며 언급된 부분을 개선해나가겠다고 약속했는데, 학생들은 재발 방지를 위해 대학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 외우내환 대구대…교육 개선 의지는 어디에?

지난해 말부터 대구대는 내적, 외적으로 꽤나 혼란한 상황을 지속해오고 있습니다.

2021학년도 대구대의 신입생 최종 등록률은 80.8%로 전년 대비 20%포인트 가량 떨어진 게 화근이 되었는데요. 대구대 총장은 신입생 정원의 20%를 채우지 못하자 자진 사퇴 의사를 밝혔습니다.

총장이 법인과의 협의 과정을 생략한 채 사퇴 의사를 밝히자, 학교법인은 중징계 처분에 해당하는 해임안을 확정했는데요. 하지만 총장이 해임 처분에 대해 불복하면서 총장과 법인 간 법정 다툼이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높은 사람들의 권력 다툼이 반복되는 가운데, 대학 구성의 한 축을 맡는 학생들은 소외되고 있는 인상마저 들게 합니다.

“도대체 이게 왜 기사감인지 모르겠는데요?”

대구대학교 영어교육과의 부실 수업에 대한 취재를 마쳤을 무렵, 학과장은 취재진에게 이렇게 따져 물었습니다. 학과장의 태도는 이 학과의 고질적인 문제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습니다.

많은 이들이 지방대의 위기를 얘기하고 또 우려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방대 스스로가 위기를 자초하고 있는 건 아닌지, 위기라 얘기하며 외부의 지원만 바라고 있는 건 아닌지 진지한 성찰이 필요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