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중구 경북대병원 인근에서 직원 1명을 두고 한식당을 운영하는 60대 후반 A씨는 이날 점심시간 내내 식당 안을 분주히 움직였다. 낮 1230분쯤 식사를 마친 손님들이 식대를 계산하려고 할 때 손님 5명이 출입문을 열고 잇따라 들어서자 계산하랴, 방역패스 안내하랴, 다른 손님의 주문을 받으랴 정신 없는 시간을 보내야 했다. A씨 가게가 영세해 QR코드 전자출입명부 대신 수기명부만 갖춘 상태다. A씨는 손님마다 일일이 "백신 접종을 완료하셨느냐"고 묻고 명부 작성을 요청했다. 그는 "오전 1130분부터 오후 1시20분까지 손님이 가장 많은데 전날부터 방역패스가 식당까지 확대돼 점심시간대에는 정신이 하나도 없을 정도"라며 "일손이 달려 큐알(QR)인가 뭔가 그 기계를 사야 할까 고민"이라고 했다. A씨처럼 방역패스 추가 적용 대상이 된 자영업자들은 어느 때보다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특히 영세하거나 직원이 많지 않은 식당은 조리 준비에 식대 계산, 손님 응대에다 방역패스까지 확인해야 해 "불편이 많다"고 호소했다. 정부는 전날부터 수도권 6명, 대구를 비롯한 비수도권 8명으로 사적모임 기준 인원을 줄이고, 식당·카페·학원·PC방 등 16개 업종에도 방역패스 적용을 확대했다.















이 조치는 7일간 계도기간을 거쳐 4주간 적용되며 이후 확진자 발생 추이에 따라 조정이 가능하다는 게 정부 방침이지만, 자영업자와 시민 등 현장의 반응은 싸늘하다. 대구 중구 삼덕동에서 칼국숫집을 운영하는 업주 B씨(56)는 손님이 들어올 때마다 "다음주부터는 백신 접종완료를 증명하지 못하거나 PCR음성확인서가 없으면 가게에 들어오지 못하니 유념해 달라"고 당부했다. B씨는 "계도 기간이 끝나는 오는 13일부터는 방역패스를 확인하지 않으면 과태료가 부과되기 때문에 계도 기간이지만 지금부터 몸에 익히려고 방역패스를 일일이 확인하고 있다"며 "손님들도, 업주도 번거롭기는 마찬가지인 것 같다"고 말했다. 삼덕동에 있는 갈비탕집 업주 C씨(43·여)는 "그렇지 않아도 코로나로 장사가 안돼 힘든데 백신패스까지 확대되면 어떡하란 말이냐. 말하기도 싫다"고 손사래를 쳤다. 공평동에서 한식당을 운영하는 60대 업주는 "우리 같은 영세 자영업자들은 방역패스를 관리할 인력을 따로 고용할 수 없고 미접종자 구분 시스템도 없다"며 "정부가 무책임하게 방역패스를 선택적으로 확대 적용하고 있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방역패스 확대가 실효성이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경북대병원 인근 커피숍에서 일하는 20대 아르바이트생은 "방역패스가 적용된다고 해도 어르신들이 QR코드 인증을 하지 않거나 PCR음성확인서를 보여주지 않고 막무가내로 '접종을 완료했다'고 하면 어떡하겠느냐. '나가라'고 할 수는 없지 않느냐. 결국 손님 말만 믿을 수 밖에 없는데,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내년 2월1일부터 적용되는 청소년 방역패스와 관련한 불신감도 보였다. 중2 아들을 둔 학부모 박민주씨(45·여)는 "정부가 전 국민 75%가 백신을 맞으면 집단면역이 생긴다고 했는데 최근 확진자 수를 보면 백신이 변이 바이러스에 효과가 있는지 의문이 든다"며 "아이들에게 백신 접종을 사실상 강요하는 방역패스는 말이 안된다. 자유권을 보장해 주고 백신 미접종자에 대해 차별하지 않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내년에 중학교에 입학하는 아들을 둔 정모씨(48·여)는 "아이가 심장이 약해 백신을 맞히고 싶지 않다"며 "최근 청소년 백신패스 소식을 듣고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정부는 방역패스 확대 조치와 관련한 현장의 혼란을 없애고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1주일간 계도 기간을 두기로 했다. 이에따라 방역패스 위반 시 과태료 등 벌칙 부과는 오는 13일부터 이뤄진다. 방역 지침을 위반한 이용자에게는 위반 차수별로 1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되며, 관리자나 운영자에게는 1차 150만원, 2차 위반 이상부터는 300만원이 부과된다. 행정적 조치로는 방역지침 위반 시 1차 10일, 2차 20일, 3차 3개월 운영중단, 4차 위반 시에는 시설 폐쇄 명령을 내릴 수 있다. 일부 시민은 방역패스가 확대된 사실조차 모르고 있어 한동안 현장의 혼란과 반발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