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인의협), 행동하는간호사회, 코로나19인권대응네트워크 등 보건의료·인권단체들이 9일 공동주최한 '코로나19 위기 현장 증언 기자간담회'에서 정부를 향한 의료진의 성토가 쏟아졌다. 참석자들은 코로나19 사태 2년간 심화한 병상포화 사태가 임계치에 다다랐다며 즉각적인 병상 확대와 의료인력 확충을 정부에 호소했다. 장기적으로는 공공병원 확대안을 요구했다. 정형준 인의협 공공의료위원장은 이날 회원들의 현장 사례를 전하며 "사실상 의료공백 전초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 위원장에 따르면 일부 병상대기 환자들은 병원에 간다는 이유로 재택치료 환자에게 지급되는 체온계나 산소포화도 측정기 등 키트조차 제공받지 못한 채 대기상태에 놓이며, 일부 재택치료 환자들도 이를 지급받지 못하고 있다.


















또 재택치료 환자들을 모니터링하는 의료인력이 부족하며, 충원되더라도 경험이 부족해 환자분류에 난항을 겪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발열환자들이 입원하지 못하는 상황을 우려해 코로나19 검사를 받기도 전에 응급실을 찾는 사례도 소개됐다. 정 위원장은 "경기 남부의 코로나19전담병원에 근무하는 선생님은 사망자가 최대 하루 70명이 나온 적도 있다더라"며 "사망자가 늘면 중환자실이 늘어서 (병상이) 돌아가는 끔찍한 사태를 보면서 '죽음의 사이클'에 대한 실망이 현장에 만연했다"고 전했다. 















행동하는 간호사회 소속으로 서울대병원에 근무하는 간호사 최은영씨는 서울대병원과 서울의료원, 보라매병원의 만성적인 간호사 인력부족 사례를 설명하며 훈련된 인력충원을 호소했다. 최씨에 따르면 12월 신규 간호사 인력이 투입된 보라매병원의 한 병동은 경력 3개월 미만 인력이 전체 간호사 30명 중 12명에 달해 기존 인력의 업무가 과중, 사직면담이 이어지는 상황에 놓였다. 서울의료원에서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높은 업무강도으로 간호사 인력의 21.3%가 사직했다. 최씨는 민간병원에서 진료를 받지 못한 코로나19 환자들이 전국에서 몰리는 서울대병원의 상황도 전하며 공공병원 확대를 촉구했다.


















우석균 인의협 공동대표는 이날 "정부가 상황을 안일하게 바라보고 있다"며 "정부가 방역강화조치를 강력하게 그리고 지금 즉시 내려줄 것을 촉구한다"고 호소했다. 우 공동대표는 "이로 인한 자영업자나 비정규직의 피해는 사회적 정책으로 해결해야 한다"며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피해나 생활의 어려움은 경제적 보상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 발표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한국의 입원치료 비율이 생활치료센터를 포함해 50% 수준으로 해외에 비해 높다는 정부 발표와 관련한 취재진 질문에 정 위원장은 "주치의제도가 있는 영국과 달리 우리는 재택치료의 개념이 기본적으로 성립돼 있지 않다"며 "다른 상황에서 (의료기관이 아닌) 생활치료센터까지 넣은 건 상식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 제안된 '체육관 중환자 병상' 확보에 대해 최씨는 "중환자들은 시술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며 "체육관에서 그게 어떻게 가능할지, 이게 어떻게 정책 대안으로 나왔는지 상상조차 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