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오후 1시 반경 원곡초 정문을 나온 아이 50여 명 중 대부분은 원곡동 빌라촌으로 향했다. 주원이를 비롯한 5명가량만 빌라촌 반대편인 신축 아파트 단지로 향했다. 신축 아파트 단지는 원곡초에서 걸어서 10분도 안 되는 거리에 있다. 하지만 원곡동이 아닌 백운동에 속한다. 인도가 좁은 빌라촌과 달리 인도도 도로도 넓은 아파트 단지. 원곡초에 다니는 대다수 아이들에겐 낯선 곳이다.

주원이 가족은 지난해 8월 백운동 신축 아파트로 이사했다.

“아파트에 원곡초 다니는 애가 한 명도 없어요. 원래 6학년 형 한 명이 원곡초 다녔는데 관산초로 전학 갔어요.”

주원이가 다니는 아파트 근처 태권도 학원이나 논술 학원에도 원곡초 친구는 없다. 학교와 달리 학원엔 친구들이 전부 한국인이다. 주원이에겐 외국인이 대다수인 학교와 한국인이 전부인 학원이 너무도 다르다.

“엄마, 우리 반에 한국인이 나랑 선생님밖에 없어.”

주원이 어머니 최지윤 씨(가명·46)는 어느 날 이런 말을 들었다.

‘한국 아이가 별로 없으니 괜히 주원이만 소외되는 거 아닌가.’

지윤 씨는 불안감에 주원이를 전학 보낼까 고민도 했다. 주변에서도 걱정을 키웠다.

“주원 엄마, 왜 그 학교엘 보내?”

“다른 학교에 안 보내?”

하지만 주원이는 싫다고 했다. 주원이는 원곡초가 좋다. 좋은 친구, 좋은 선생님이 있는 우리 학교니까. 지윤 씨도 주원이가 5년째 잘 다니는 모습을 보며 생각을 바꿨다.

“학교에서 중국어나 러시아어를 자연스럽게 배울 수도 있고, 앞으로 외국인이 더 많은 세상에서 살 테니 미리 적응하면 좋다고 생각하기로 했어요.”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사는 김지민 씨(가명·39)는 6학년인 딸을 관산초에 보낸다. 원곡초보다 조금 더 멀다. 이렇게 하기까지 얼마나 애를 썼는지 모른다. 2016년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딸의 주소지를 친정으로 옮겼다.

“원곡초 교육과정이 너무 다문화 아이들 위주로 돌아간다고 들었어요. 다문화 아이들이 오히려 한국 애들을 왕따시킨다는 얘기도 있었죠….”

주변 한국인 학부모들도 마찬가지였다. 관산초 배정을 받을 수 있는 곳을 찾았다. 아이 주소지만 옮기거나, 아예 가족이 다 같이 잠깐 그쪽으로 이사 다녀오기도 했다. ‘위장전입’이지만 어쩔 수 없었다. 부모 마음은 대개 그랬다.

‘한국 애라서 소외되면 어쩌지?’ ‘이러다 국어 성적 떨어지면 안 되는데….’

지역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원곡초 배정을 피하는 ‘꿀팁’이 공유됐다.

“원곡초 배정인데 어떡해요.”

“빨리 주소를 옮기세요. 입학하고 난 뒤 전학시키긴 어려워요.”

한국인 학부모들은 아이들에게 일러두곤 한다.

“원곡초 쪽으로는 가지도 말아야 해.”

어른들도 마찬가지다. 지민 씨가 원곡동에 간 건 2년 전 지인 식당을 방문한 게 마지막이었다.

“식당가는 것도 무서워요. 외국인이랑 눈 마주치면 괜히 해코지 할 것 같고…. 혼자는 절대 못 가요.”


저긴 진짜 근처만 가도 다른나라 온거같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