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랑 오랫만에 살짝 땀빼고 술이나 한잔 할 생각으로

근처 산으로 등산을 가는데 초입에 매번 열어있던 조그마한 슈퍼가 문을 닫았더군요

이후에는 물 살곳이 없어서 친구랑 어쩌냐 하고 다시 내려갈까 망설이고 있는데

한 아주머니가 와서 닫힌 셔터를 쾅쾅 쳐댑니다

사장님이랑 아는 사람인가 싶어서 혹시라도 사장님 나오시면 물만 좀 파시면 안되냐고 부탁드려볼까 하고

건너편에 있는 바위에 앉아 기다렸습니다

1분정도 지나고 할아버지가 셔터문을 반쯤 여니

"저기 돌나물(정확한건 아닌데 나물은 확실함) 따가도 되요?"

가르키는 방향을 보니 가게 앞에 위치한 밭

할아버지가 짜증섞인 말투로

"왜 남의 밭에 있는걸 따갈라고 해요? 됐어요"

"아니 딸 시기가 지났는데 노랗게 새면 못먹는데 어차피 안먹으실거잖아요?"

"됐어요 따지 마세요"

하고 할아버지가 돌아서는데

"저 따갈게요. 그런줄 아세요"

여기서부터 친구랑 저랑 웃기 시작했음 ㅋㅋㅋ


검은 봉투 꺼내더니 진짜 밭에 가서 따기 시작하더군요.

할아버지가 방에 들어가 얘기하셨는지 할머니 나오심

"거 막 헤집어 놓으면 심어놓은 다른것도 다쳐요 하지 마요"

"네 조심히 딸거에요"

"왜 남의 밭을 망쳐놔요!"

"조심히 딴다고요"

얘기하는 도중에도 할머니 쳐다도 안보고 계속 땀

할머니 포기하고 들어가시고

한봉지 가득 딴 아줌마가 오더니 저희한테 시비 걸더군요

"뭔데 웃어요?"

"남의 밭 나물을 따간다고 통보하는게 웃겨서요"

"이게 심는걸줄 아세요? 그냥 자라는거에요"

"남의 밭에 자란거 허락 안해도 따가는게 정상이에요?"

이후 비슷한 패턴으로 대화 한 1분 반복하고 친구가 말리고

아줌마 가면서 작게 "미친새끼" 하는걸 들음 ㅋㅋㅋㅋㅋ

저도 기침인척 미친x 작게 말하고

들었는지 뒤돌아서 한참 째려보더니 내려가더군요


뭔가 씁쓸한 하루였슴다

물도 못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