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채 없는 추경' 고집에 한은서 '마통' 쓰는 정부


일시 부족자금 조달을 위해 정부가 발행하는 채권인 재정증권(통상 63일물)은 상대적으로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 민간의 자금이 정부로 이전됐다가 다시 민간으로 돌아가는 방식이라 시중통화량이 늘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기재부는 “재정증권을 너무 많이 발행하면 채권이 소화되지 않고 금리가 올라가는 등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한은 차입금을 쓰게 된 이유를 밝히고 있지만, 전문가들 생각은 다르다. 우석진 명지대 교수(경제학)는 “요즘 같은 인플레이션 국면에서 금리가 조금 올라가더라도, 물가 자극이 덜 한 재정증권을 쓰는 편이 낫다”며 “실제로 정부가 한은 차입에 앞서 재정증권 발행을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최후의 수단인 ‘마이너스 통장’까지 끌어다 쓰는 배경에는 ‘국채 발행은 없다’던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이 있다. 애초 지키기 어려운 경직적인 약속을 해놓고 이를 위해 국채 발행이라는 중요한 정책 수단을 정부 스스로 포기한 셈이다. 우 교수는 “윤 대통령의 약속 자체가 국고금 관리법 위반을 부르고 있다. 지금은 재정증권을 발행하는 것이 자연스러운데 정부가 국채 발행을 하지 않겠다고 스스로 한쪽 손을 묶어버리면서 정책적 자유도가 무척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아직 들어오지 않은 초과세수를 기반으로 대규모 추경을 편성한 것부터 국채 발행을 피하려는 강박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