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과 전력요금 인상은 무관
재생에너지 비중 낮추는 나라
선진국 중에선 한국이 유일

.

.


■전기요금 인상과 탈원전 큰 상관 없어

.

.

탄소중립을 위한 에너지 전환 비용은 한국만이 아니라 모든 국가가 감내하고 있다. 특히 연료비는 탈원전 정책과 무관하게 국제적인 수급 상황과 지정학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산업부는 원전 이용률이 낮아지고, 원전 건설 지연 등으로 최근 5년간 원전 발전량이 줄었다고 설명했지만 실제로 전체 발전량에서 원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7년 26.8%에서 2021년 27.4%로 큰 변화가 없거나 오히려 증가했다.

.

.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원전의 안전 기준은 더 강화되는 게 세계적 추세인데, 원전 안전을 희생해가면서까지 이용률을 높이는 게 과연 합리적인지 되묻고 싶다”고 말했다.

.

.

에너지 정책 분야의 전문가들은 탈원전과 전력요금 인상 간의 연관이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배정환 전남대 경제학부 교수는 “원전 비중을 그간 대폭 줄였다면 관계가 있겠지만 사실상 발전량을 기준으로 하면 차이가 없다”면서 “탈원전 때문에 전기요금이 올랐다기보다는 석탄과 천연가스, 유류 발전 분야에서의 연료비 상승분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게 가장 큰 원인이었다”고 설명했다. 과거 정부의 잘못을 짚는다면 에너지 가격을 제때 올리지 않은 부분이 크다는 설명이다.

문재인 정부의 정책은 말과 달리 탈원전과는 거리가 멀었다는 비판도 나온다. 문재인 정부는 신규 원전 건설 중단, 수명이 다한 노후 원전의 수명연장 금지 등을 통해 2084년까지 장기에 걸쳐 단계적으로 탈원전을 추진한다는 방침이었다. 홍종호 교수는 “독일, 대만처럼 가동할 수 있음에도 인위적으로 셧다운하는 게 탈원전이지, 원전 4기를 새로 짓고, 현재 있는 원전도 수명대로 다 돌리는 걸 탈원전이라고 부른다면 전 세계 전문가 누구도 이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

.

■경쟁력·안보 측면도 재생에너지가 우위

.

.

.

재생에너지는 무료라고 할 수 있는 햇빛과 바람을 ‘원료’로 하기 때문에 에너지 자립에 유리하다. 발전·송전설비 확충에 초기 투자비가 크게 들겠지만, 발전단가가 빠르게 떨어지면서 장기적으로는 전력요금을 낮추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미 대규모로 재생에너지를 갖춘 독일은 2017년부터 유럽에서 전기요금이 가장 낮은 국가의 하나가 됐다. 유럽의 전기요금은 2020년에 비해 2021년 3배 정도로 올랐다. 독일도 상황은 비슷하지만 다른 나라에 비해 전기요금(96.85유로/㎿h)이 상대적으로 낮다. 프랑스의 전력 송배전망을 담당하는 RTE는 “독일은 전력생산에서 석탄에 비해 가스 사용량이 적고, 풍력발전 단지의 규모가 커 시장 가격 상승폭이 더 적었다”고 평가했다.

원전이 저탄소 발전원인 건 맞지만 친환경이라고 하기엔 어폐가 있다. 사용후핵연료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후쿠시마 원전 사고 같은 중대 사고가 발생하면 인근 토지는 거의 활용이 불가능한 죽음의 땅이 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때처럼 원전이 공격 대상이 될 가능성도 있다.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지난 6월 15일 “전체 라이프사이클을 봤을 때 (원전을)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분류하는 것이 국제사회 추세”라고 강조했지만, 유럽연합은 원전을 그린투자 목록에 포함시킬지 아직 결론을 내지 않았다. 오히려 최근엔 그린워싱(위장 환경주의) 논란이 더 부각되는 상황이다.

유럽의회 경제위원회·환경위원회는 지난 6월 14일 원자력·천연가스 발전이 포함된 녹색분류체계(EU 택소노미) 안을 표결에 부쳐 76 대 62로 반대의견을 채택했는데 원전과 LNG 발전을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경제활동이라고 볼 수 없다고 이유를 밝혔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당초 원자력을 포함시키는 안을 내면서 사고저항성 핵연료 확보와 사용후핵연료 영구 처분장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프랑스는 그 조건을 맞추려 핵연료 처분장을 마련하는 중인데, 그 비용만 프랑스가 새로 짓거나 지을 6기의 신규 원전 건설 비용(약 460억유로·62조2600억원)과 맞먹는다.

원전은 해체 비용도 만만찮다. 영국 가디언의 지난 5월 20일 보도를 보면 영국은 노후 원전 7개를 해체하는 비용으로 235억파운드(약 37조원)를 예상하고 있다. 1호기당 해체 비용을 8700억원으로 책정한 한국과 6배 정도 차이가 난다. 프랑스 전력회사 EDF가 영국에 짓는 힝클리 포인트 C 원전의 비용은 건설이 지연되면서 최대 260억파운드(약 41조원)까지 올랐다. 영국 감사원이 신규 대형 원전 사업을 “위험하고 비싼 불확실한 프로젝트”라고 평가한 이유이다.


■재생에너지 비중 축소, 국제 흐름 역행

.

.

탄소중립의 핵심은 화석연료 중심의 에너지원을 전력화하는 것이다. IEA는 2021년 펴낸 ‘2050 넷제로’ 보고서에서 2050년까지 전체 에너지 소비의 절반을 전력화해야 하며, 이때 전력생산의 90% 정도가 재생에너지에서 나올 것이라 전망했다. 나머지 10%의 대부분은 중국을 중심으로 한 원자력발전이 차지하리라고 했다. 전력화로 전력 수요가 늘면서 원전의 전력 생산량은 현재보다 2배 이상 늘어나지만, 재생에너지의 역할에 비하면 미미하다고 할 수 있다. 원자력은 탄소중립을 위한 과도기의 발전원으로서, 재생에너지의 변동성을 보완하는 기저전원으로서의 의미는 있지만, 결코 재생에너지보다 우선할 수는 없다는 뜻이다.

윤석열 정부의 한국은 반대로 가고 있다. 재생에너지 비중을 낮추고, 원전 비중을 확대한다는 나라는 적어도 선진국 중에서는 한국이 유일하다. .

.

.

대형 원전은 1기 건설에 최소 7년에서 15년이 걸린다. 그나마 지을 땅을 확보한 후의 일이다. 대형 원전은 물론 SMR에 탄소중립의 주역을 맡기기엔 너무 오래 걸리고, 불확실하고 위험하다. 홍종호 교수는 “RE100(공급망의 전력사용을 재생에너지 100%로 충당한다는 기업의 캠페인)과 (수입품에 탄소 비용을 부과하는) 탄소국경조정제도에 대응하고, 에너지 안보를 확보할 최선의 정책은 재생에너지를 늘리는 것”이라면서 “원전 확대가 아니라 재생에너지 확대가 에너지 정책의 근간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https://news.v.daum.net/v/202207021027210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