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 ‘빌 앤 멀린다 게이츠 재단’ 공동이사장이 “20년 이내 다음 감염병에 의한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발생할 가능성이 50% 내외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게이츠 이사장은 전 세계 인구가 늘고, 동물의 서식지 등 생태계 파괴가 벌어지며, 국가 간 이동이 자유로워진 환경 때문에 감염병의 창궐 위험이 커졌다고 진단했다.

게이츠 이사장은 17일 서울 여의도 한 호텔에서 경향신문을 비롯한 국내 6개 언론사를 대상으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그는 “다음 팬데믹에 대비해 국제사회가 3000명 규모의 감염병 즉시 대응팀을 꾸려야 한다”면서, 세계 10대 경제대국인 한국이 국제 공중보건체계를 강화하는 데 더 많은 기금을 내고, 혁신 기술을 통해 결핵 백신 개발 등에도 협력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간담회 내용을 문답식으로 정리했다.

-2015년 테드 강연을 통해 감염병의 창궐을 예측한 바 있다. 게이츠 재단은 백신 개발 등 코로나19 대응에도 힘썼다. 다음 팬데믹의 발생 가능성을 어떻게 보나.

“팬데믹은 두 가지 경로로 일어날 수 있다. 첫 번째는 코로나19와 같은 인수공통감염병 등의 자연적 발생이다. 인구가 늘고 인간이 동물들의 서식지를 침범함에 따라서, 또 특정 동물들이 식재료로 쓰이거나, 육류를 파는 공간과 인간의 거주지가 가까울 때 인수공통감염병이 일어나는 것 같다. 실제 100년 전에 비해 이런 질환의 발병 가능성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 동물에서 인간으로, 인간 사이에서 전염이 일어나면 해외여행이 자유롭게 이뤄지는 시대에서 세계적 확산은 시간문제다. 한 20년 이내에 다음 팬데믹이 발생할 확률을 50% 내외로 보고 있다. 두 번째는 바이오 테러에 의한 팬데믹 가능성도 있다. 예측은 어렵지만 분명한 것은 대응과 대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신간 <빌 게이츠 넥스트 팬데믹을 대비하는 법>에선 국제사회가 감염병 대응·동원팀(GERM·Global Epidemic Response and Mobilization)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많은 사람이 세계보건기구(WHO)에 이미 팬데믹 대응팀이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 WHO 예산으로는 매우 부족하다. 이번(코로나19)에도 봤다시피 (국제사회는) 적절한 데이터 시스템이나 여기에 맞는 훈련이 되어 있지 않은 상태였다. 소방관들이 주기적으로 소방 훈련을 하고 불을 조기에 진화하기 위해 많은 투자를 하고, 이에 따라 화재로 인한 사망률이나 경제 손실은 급감한다. 이런 전담팀을 꾸리는 데는 예산(연간 10억달러)이 필요한데 다음 팬데믹이 발생했을 때 그 팀을 통해 조기에 대응하고 국제적 확산을 막을 수 있다면 그만큼의 투자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다. 최근에 책을 낸 이유도 이 논의에 초석을 다지기 위해서였다. 추후 상세한 논의가 필요하지만 한 3000명 정도의 인원으로 구성해서 본부는 제네바에 두고 주요 거점지역에 팀을 뽑는 것을 구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