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와 줄곧 외교적 마찰을 일으켰던 블라디미르 마케이 벨라루스 외무장관이 갑자기 사망하면서 러시아측에서 독살을 시도했을 것이란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러시아 정부는 우크라이나와 서방국가들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는 독살설을 일축하고, 마케이 장관의 죽음에 애도를 표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27일(현지시간) 벨라루스 국영통신사 벨타에 따르면 전날 마케이 장관은 64세의 나이로 갑자기 집에서 사망했다. 정확한 사인이 아직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마케이 장관은 평소 특별히 건강이 나빴던 징후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벨라루스 독립매체인 나샤니바는 소식통을 인용해 "마케이 장관은 집에서 심장마비로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며 "그의 급사에 관해 의심스러운 의혹들이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마케이 장관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28일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에서 그와 회담하기로 했던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도 벨라루스 방문 일정을 연기한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측은 러시아가 마케이장관을 독살했을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안톤 게라센코 러시아 내무부장관 보좌관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마케이 장관이 독살됐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고 게재했다. 생전에 벨라루스의 지나친 친러행보를 경고해오던 마케이 장관을 러시아가 제거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bbc에 따르면 마케이 장관은 친러정책으로 일관해 온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과 달리 러시아를 비판하고 서방국가들과 벨라루스 내에서 유일하게 소통하던 정치인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에도 그는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친러반군세력인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한스크인민공화국(lpr)의 독립을 인정하지 않는 등 반러행보를 보여왔다고 평가받고 있다.


우크라이나측은 러시아가 벨라루스의 참전을 이끌어내기 위한 위협수단으로 그를 독살했을 것이라 주장하고 있다. 앞서 지난 25일 우크라이나 국영통신사인 우크라인폼은 미국 싱크탱크인 로버트랜싱연구소의 보고서를 인용해 "러시아군 정보부가 루카셴코 대통령을 겨냥한 암살시도를 포함한 시나리오 제작을 지시했다"며 "러시아는 루카셴코 대통령을 제거한 후, 러시아에 완전히 충성할 인물에게 정권을 넘길 시나리오를 구상 중"이라고 보도했다.


러시아 정부는 이러한 독살설을 일축하고 있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통해 "마케이장관의 사망소식에 충격을 받았다"며 "공식적으로 애도를 표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