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세종수목원에서 포획(사살)된 고라니는 12마리였다.

도심에 있는 수목원에서 고라니가 사살됐다는 소식은 빠르게 퍼졌다. 세종환경운동연합과 장남들보전시민모임, 대전환경운동연합은 며칠 뒤 기자회견을 열어 “생명을 경시하는 행태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수목원을 성토했다. 수목원 쪽 요청으로 10여명의 엽사를 보낸 세종시청도 비판을 피해갈 수 없었다. 당황한 수목원 쪽은 “고라니로 인한 피해가 심각한 건 사실이고, 그동안 여러 노력을 했다”며 하소연했다.

대규모 도시 개발로 갈 곳을 잃은 고라니들이 수목원으로 들어와 심어놓은 식물들을 닥치는 대로 먹어치웠다.

수목원은 고라니로 인한 재산 피해를 1억2480만원 규모로 추산한다. 무엇보다 수목을 심고 키우는 직원들의 스트레스가 극심했다. 풀숲에 숨어 있던 고라니가 인기척에 놀라 사람을 향해 돌진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오죽했으면 ‘고라니 좀 잡아달라’고 시청에 민원을 넣었겠습니까?” 수목원 관계자의 목소리엔 억울함이 가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