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원은 쥐뿔도 안나면서 감히 에너지는 펑펑 써야 하는 한국과 일본 같은 나라는 석유, 가스를 수입에 의존. 사실 이게 문제의 본질이라 생각한다. 글 읽기 싫으면 맨 밑에 3줄요약

- 우리나라는 주로 카타르, 호주에서 가스를 수입함. 그러니까 네이버에 천연가스 치면 나오는 미국 천연가스 선물 차트갖고 왜 가스 가격 내려갔는데 요금 처올리냐는 얘기 좀 하지 말자. 한국과 일본이 봐야하는 가격은 JKM이다. 이름부터 재팬 코리아 마커로 이른바 호구들한테 웃돈 얹어서 비싸게 파는 가격이다. 해당 가격은 러시아의 침략전쟁이 일어나지도 않은 21년 8월 이후로 지난달까지 줄곧 폭등세였고 (대략 3~5배) 이번달에야 꺾였으나 5년 전쯤과 비교하면 아직도 2배이상 높다.

- 당연히 수입해 오는 천연가스 가격이 올라갔으니 난방과 발전 비용도 올라간다. 그 요금은 정부가 정하고 가스공사는 우리도 쪼들리니 부디 올려 주십시오 라는 요청만 할 수 있다. 그런데 지난 정권 때 가스요금, 전기요금을 얼마나 올렸지? 끽해야 대선 이후로 정권 바뀌는 거 확정되니까 막판에 좀 올린 정도다. 이 얘기를 왜 하냐면 "진작 가스 수입 가격에 연동 시켜 조금씩 올려왔어야 할 공공요금을 그냥 산업부에서 아몰랑 올리지마" 하는 바람에 한전 적자 수십조, 가스공사 미수금 10조 같은 이야기가 이제야 터지기 시작하는 거다. 윤석열 욕 먹는 거 보면 지난 정부가 왜 요금인상 안 했는지 알 수 있다.

- 가스공사 흑자 아니냔 얘기 있는데 미수금을 이익으로 반영해서 그렇다. 미수금 개념은 정부가 가스 원가 오른다고 요금을 그대로 팍팍 올릴 수 없으니 지금 손해봤다가 나중에 가스 원가 내려가도 요금 안 낮출테니 돈은 그때 챙기라는 개념이다. 영업이익 흑자라는 회사가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작년에 이어 올해 전망도 큰 폭의 적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즉 실제 들어온 돈은 없는데 장부 상으로만 이익을 냈다고 기록하는 셈이다. 작년 가스공사 부채율이 500% 이상이다.

- 그런데 사실 가스 가격이 너무 많이 올라버린 바람에 지금 요금 인상도 필요한 수준에는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작년 여름 유럽에서 전기, 가스가격 올라서 난리 났던 걸 생각해보자. 우리가 걔내보다 에너지 자립도가 높은 것도 아니고 세금을 더 많이 내고 사는 것도 아닌데 왜 작년엔 그 난리가 안 났을까? 그거야 나중에 더 큰일이 어떻게 생기든 일단 요금을 나라가 눌렀으니까.
어쨌거나 가스 요금 인상은 불가피해졌고 가스공사의 그동안 쌓인 10조 가량의 미수금 때문에 당분간 요금 인하는 없다고 봐야한다

- "느그 장기계약 한다며?"
장기 계약 가격도 유가에 연동된다. 유가는 그동안 안 오른 게 아니다

- "문재인이 싸게 확보했다고 기사까지 나왔는데 뭔 개소리야"
내가 도리어 묻고 싶은 말이다. 윤석열이 중동에서 40조 벌어왔다는 뉴스 나오면 실제로 윤석열이 스스로 중동에서 정확히 40조를 지금 당장 벌어왔다는 얘기인가? 애당초 누구 편을 들고 싶은 거면 가스 가격이 오르고 말고가 중요한 얘기도 아닐 거고 편가르기가 목적이 아니라면 정부의 자화자찬은 당연히 걸러 듣는 게 맞다.

- 산업용 왜 낮추냐는 얘기가 있는데 산업용은 진작 가스 원가에 연동되어 공급가격이 움직인다고 알고 있다. 고로 이미 오른 가격을 내고 있던 셈이다. 이건 잘 모르니 패스

- 그렇다고 도시가스 회사들한테 좋은 것도 아니다. 도시가스 회사들은 사기업이라 국가가 어느정도 마진을 보장해 줘야 하는데 아래로는 보장, 위로는 제한을 걸어 도시가스사는 거의 오로지 판매 물량에 의해 수익이 결정된다. 그래서 가스 요금 인상한다고 도시가스 업체들이 딱히 득보는 것도 없다.

- "한전도 그렇고 가스공사도 방만경영해서 이 꼴 난 거 아니냐, 세금 처먹지 말고 구조조정 해라"
보험료 오른 거 내기 싫고 국민연금 문제라고 숱하면 난리나는 나라에서 왜 기름 한 방울 안 나는 주제에 전기랑 가스는 무작정 외국보다도 싸게만 쓰고 싶어하는지 모르겠다. 참고로 지금과 같은 외부환경과 정책구조에서는 한전, 가스공사 직원 다 자르고 만약에 전면 자동화가 가능해서 진짜 사람없이 돌린다 한들 여전히 대규모 적자 못 벗어난다. 문제의 본질은 비싸게 사 온 원료를 국가가 싸게 팔도록 대책없이 압박을 넣어왔다는 거다. 국민들은 이런 문제가 어떻게 더 번지든 자기 알 바도 아니고.

- "왜 사기업보다 가스 비싸게 사냐?"
그거야 걔내는 자기들 쓸 양만 필요할 때 조금만 원하는 가격에 사고 팔고가 가능하고 가스공사는 전국민이 쓸 가스를 확보해야 하니 가격보다 물량확보가 우선이다. 1년에 몇 번 밥 먹을까말까 한 사람은 밥 가격이 비싸면 나중으로 미뤘다가 가격 떨어지면 사먹어도 되지만 삼시 세끼 밥 먹어야 하는 사람은 밥값이 싸든 비싸든 일단 사서 배에 채워 넣어야 한다.

- 밥이 없으면 고기를 먹으면 되지 않냐?
LNG 없으면 쓸 수 있는게 석탄, 석유, 원자력 등이 있다. 이거 3개 늘리자고 자신있게 주장할 수 있는 사람은 국회로 가라.

- "가스공사 민영화하려는 개수작이다"
가끔 의료민영화 얘기 나오면 민영화 무조건 막아야한다고 그러는데 삼성병원, 아산병원이 민영이 아닌 국영 병원이라는 걸 난 여태 모르고 있었다. 아무튼 보수정권 들어설 때마다 나오는 떡밥 중 하나가 민영화인데 명분도 없고 민영화하거나 쪼개서 매각하면 회사가 작아진만큼 구매력이 약해진다. 가스 파는 입장에서 사는 사람이 장기간 큰 물량을 사줘야 하는데 웬 물량소화도 못해보이는 하꼬들이 와서 자기가 사겠다고 덤비면 구매력이 있겠는가? 이런 문제 때문에 가스 민영화한 일본도 몇 년 전에 큰 가스회사 두 개를 합쳤다. 쪼갠 게 아니라

- "넌 너네 사장이 누군지도 모르냐"
일단 현재 사장인 최연혜 사장은 과거 코레일 사장 재임시 악명이 높았다. 실제로 SR, 공항철도 매각 등 겉보기에만 좋아보이는 정책들을 집행했고 그 덕분인지 박근혜 정권의 유명인사가 되어 비례대표 의원도 역임한 바 있다.
그런 사람이, 그것도 평생 철도에만 종사해 온 사람이 느닷없이 가스공사 사장 신청을 하더니 정부 입김이 작용한 건지 적임자 다 제쳐버리고 기어이 사장이 됐다. 가스공사로서는 가스 문외한이 낙하산으로 온 경우가 거의 최초라고 들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지난 몇 달 동안 별 잡음이 없다. 다른 목적을 숨기고 있는 건지 아니면 정말 이전 직장에서 못 해본 노사화합을 이뤄보고 싶은 건지는 모르겠으나 직원들도 의아해 할 정도로 생각보다는 노조에도 협조적이고 별 문제가 생기지 않고 있다.

게다가 작년까지 사장이었고 임기가 끝났는데도 사장자리가 공백이라 몇 달 더 해드시고 간 채모씨라는 분이 있는데 이 분이 산업부 출신이긴 하나 사장으로서 너무 많은 전횡과 개악을 이루어내고 가신 바람에 최사장이 조용히 있는 것 만으로 점수를 얻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참고로 채모씨는 지난 정권시절 월성 원전 경제성 평가 문건 조작 논란의 핵심 책임자로서 그 혐의 때문에 사장 시절부터 아직까지도 검찰에서 수사를 받고 있는 중이다.

3줄요약
1) 한국은 가스 전량 수입해서 써야 하는데 가스 가격이 너무 올라서 요금도 그에 덩달아 올려야 하는 게 당연함
2) 그런데 정부가 그동안 가스가격 안 올려주고 그간 쌓인 손해는 나중에 준다는 명목으로 미수금으로 처리해서 손해가 막심한데 장부상으로만 흑자였음.
3) 이제서야 정부가 가스 요금을 올리고 LNG 수입가격은 줄고 있으나 요금은 아직도 한참 더 올려야 하는 상황이고, 그동안 가스공사 미수금이 너무 쌓인 바람에 가스 요금 인하는 가능성이 매우 낮음(만약 LNG 수입 원가가 계속 떨어지더라도)
4) 한줄 추가 : 빨리 이 회사 탈출하고 싶어 죽을 지경이다 탈가스는 지능순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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