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블로 게임 개발의 난제

디아블로 1

디아블로라는 게임을 처음 만들때는 그야말로 개발자들의 상상을 현실로 이루는 일이었다.
이미 훌륭한 게임들이 산적해 있던 시절, 적막한 마을에서 음침한 던전으로 내려가
악몽에서나 만날법한 괴물들을 상대로 각종 마법을 사용해서 싸우는 게임.
지잉~하며 포탈이 열리면 마을에 가서 포션 등을 사서 재정비 하고,
몬스터를 잡고 떨어진 아이템이 무엇인지 두근거리며 까보았다.
당시에야 CD 등으로 판매량만이 중요한 시기었기 때문에 재밌어서 많이 팔리기만 하면 됐던 시절.
새로운 다크한 게임에 사람들은 열광했다.

디아블로 2

진짜 핵앤슬래쉬 게임 디아블로 2의 탄생.
각기 다른 5종의 클래스(바바, 아마, 소서, 팔라, 네크)가 모두 다른 획기적인 전투방식으로 싸우게 된다.
아이템 수식어를 통해 수만가지 아이템이 무작위로 생성었고, 옵션의 수에 따라 노멀 - 매직 - 레어 라는 단계가 구현됐다.
기존 아이템 옵션을 넘어서는 특수 옵션이 붙은 유닉 아이템, 같이 착용하면 부가적 기능이 생겨나는 세트 아이템.
여기에 언제든지 맘에 안드는 상대에게 적대를 걸고, 플레이어들끼리 직접 싸울 수 있는 PVP 시스템 탑재.
이로서 스탯으로 케릭터의 성능을 조절하고, 스킬트리로 직업의 특성을 구현하며,
몬스터를 잡아서 구한 아이템으로 강해져서 적대시하는 플레이어와 싸우는 게임이 탄생했다.

디아블로 3

회사는 인수합병을 거듭하며 커져만 갔다.
게임 하나에만 미쳐있던 개발자들은 이런저런 이유로 회사를 떠나게 된다.
핵심 개발자들이 떠나고 나니, 그들이 추구 했던 재미를 유지할 이유도 없다.
힘, 민첩 등의 스테이터스를 찍는 것은 유저들에게 고민만 줄 뿐이라고 제거되고,
스킬은 언제든지 다른 스킬을 사용할 수 있도록 룬 시스템이 채택됐다.
PVP 시스템도 여러가지 사유로 제거됐다.
그런 이유들로 게임의 그래픽은 발전했지만, 본질적인 재미와 목적성이 떨어져버렸다.
그래서 주구장창 올라가는 정복자레벨과 균열 시스템으로 보완했다.
그리고 이 시점에 시장은 PC 에서 모바일로 넘어가게 된다.
블리자드는 개발력도 부족한 회사의 게임들이 가챠 등으로 무지막지한 매출을 올리는 것을 목도하게 된다.

디아블로 임모탈

사실 디아블로 시리즈는 후속작을 출시할 이유가 충분하지 못했다.
이미 월드오브워크래프트로 매달 게임 사용료를 받는 것에 익숙해져 있고, 하스스톤 등으로 더 나은 수익모델에 대한
연구도 진행되고 있었기 때문에.. 하지만 디아블로는 매달 사용료를 내는 게임도 아닌것이, 이름값은 있는지라
출시하면 엄청난 유저가 몰리기는 하는데, 이후 추가 구입이 줄어들면 유저들의 게임데이터는 자꾸만 늘어나서
서버 비용만 잡아먹는 불편한 게임모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블리자드는 시험을 하기로 한다. 디아블로를 바탕으로 모바일게임을 출시하여 수익모델을 바꿔보기로..
이름은 디아블로 임모탈. 디아블로3 에서도 각종 재미를 없앤 게임디자이너 와이엇 챙을 수석디자이너로 앉혔다.
이 시기부터 개발에 외주를 주어 게임성을 추구하기는 커녕 재미와 흥행 두 가지 요소를 모두 내다 꽃는 쾌거를 이룬다.

디아블로 4

더는 디아블로라는 정체성에 발목 잡힐 일도 없어졌다. 
시네마틱에 등장하는 이름들과 클래스 이름들을 제외한다면, 이 게임이 디아블로일까.. 라는 의문을 가질 수 있다.
그나마 UI에 헬스와 마나 구슬이 디아블로의 후속임을 잊지 않게끔 가끔 리마인드 시켜준다.
이는 와우 확장팩과 디아블로3에서 일했던 조 셜리가 디렉터로서 추구하는 게임이라서 그런 것 같다.
오픈월드에 약간의 자유성. 마치 와우나 젤다 스타일의 게임에 디아블로의 어두운 스킨을 씌운 느낌?
애초에 토나올 것 같은 블랙메탈(1)에서 데스메탈(2), 쓰레쉬메탈(3)에 이어 이제 락음악 느낌마저 나는
헤비메탈(4)로 점점 역으로 건전해지는 변화로 비교해도 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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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게임은 PC 냐 콘솔이냐 라고 묻는다면, 본인 같은 경우는 시뮬레이션, 전략 게임들이 좋아서 PC라 하겠지만,
아무래도 게임의 시초도 콘솔이고 대부분의 명작은 콘솔에서 탄생했다는 것을 부인할 자는 많지 않을 것이다.
물론 PC에도 훌륭한 게임들이 많다. 굳이 거슬러 올라가자면 울온, 에버퀘스트, 와우 등 멀티유저온라인게임은 독보적이고,
심시티, 심즈, 각종 타이쿤, 문명 등 수 많은 다양한 게임들이 있지만 콘솔게임들보다는 다소 정적이라는 소견이다.
요즘에야 블리자드 게임을 하는 유저층은 블리자드 게임에 골수 유저층이 분포한다는 것과 이유가 생소할 것이다.
블리자드는 워크래프트, 디아블로, 스타크래프트 등 기존의 발상을 뒤엎는 독특한 게임들을 출시했고,
블리자드식 패치, 즉 콘솔에서는 맛보기 힘든 끊임없는 패치로 게임의 완성도를 올려왔기 때문에,
PC게이머들의 갈증을 풀어주는 단비같은 존재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회사가 커지면 당연히 회사의 미래를 총괄하는 사업부의 입김이 세지고, 프로젝트에만 몰두하던
고집스런 개발자들은 의욕이 사라지고 회사를 떠나게 된다. 그러면서 그들이 만들었던 원작에 있던 재밌던 요소들은
자연스럽게 대중성이나 다른 사업성, 최대 이윤을 위해 제거되거나 보류되기 마련이다.
유저는 그대로지만, 개발진들은 계속 바뀌고, 이름만 유지되다보니 디아블로라는 게임이 가지는 아이덴티티는 모호해진다.
디아블로라는 게임을 별 이유 없이 음습한 지하 던전에서 악마들을 때려잡는 게임으로 정의하고 싶지만,
개발사에서 억지로 개연성을 위해 시나리오를 우겨 넣고, 뷔페식 게임진행을 추구한다면 그게 그 게임을 정의하는 거니까..
따라서 이런 저런 사유를 통해 디아블로4의 흐름을 어림잡을 수 있다.
출시 전에 이미 최종보스는 잡혔고, 의미 없이 수치만 증가되는 몬스터와 싸우며 대미지 인플레이션이 생기고,
새로운(아껴 놓은) 직업군과 스테이지 하나 더 추가한 것으로 확장팩 내놓으면, 또 우와~하며 사 줄테니까..
기업 입장에서는 최소한의 경비로 최대 이윤을 생성하는 것이니 안 할 수가 없는 비즈니스 전계이다.
이번 디아블로4에 점수를 박하게 주는 게이머들은 디아블로4 자체의 그래픽이나 재미를 말하는게 아닐것이다.
마치 진~한 육수맛을 자랑하던 노포가 법인을 세우고, 큰 빌딩을 짓고, 깨끗한 프렌차이즈 이름박힌 식기에 음식이 나오는데,
왠지 예전과 같은 맛과 풍미는 느껴지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식객이 새로운 음식이 입맛에 맞는다고 뭐라 할 수는 없다.
다만 이전의 맛을 충분히 알기 때문이다.


출처 : 직접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