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원래 높은 프레임 아니면 만족하지 못했습니다.
무조건 부드러운 게 좋았습니다.
어쌔신크리드 오디세이, 사이버펑크 2077, 노맨즈스카이 등등... 100프레임 넘게 나오면 화면만 움직여도 부드러워서 게임 조작할 맛이 났고, 적의 세세한 움직임이 다 보여서 전투도 더 잘 됐죠.
아주 가끔 호기심에 30, 40프레임 제한도 해보긴 했으나 너무 끊겨보여서 안구테러만 당하고 다시 높은 프레임으로 돌아갔습니다.
지금은 오버워치 같은 온라인 대전 게임을 완전히 끊었지만, 한창 오버워치 할때는 오버워치도 당연히 고주사율 높은 프레임으로만 고정했습니다. 물론 에임 실력은 별로 없었어요... 조금이라도 나은 수준이었을 뿐이지 갑자기 플래 다이아 마스터로 올라가고 그런 건 전혀 아니었으니까요. 그냥 재밌게 즐기는 정도?

그렇게 살다가 동숲에 대한 갈망이 생겼습니다.
너무 귀여웠거든요. 사소한 모션 하나하나가 완전 아기 같았어요.
근데 그때는 동숲 하나 때문에 스위치 기기 자체를 사는 건 너무 아닌 거 같은 거예요.
아무리 플스, 엑박보단 저렴하다지만 게임 하나 때문에 수십만원짜리 기기도 산다?
그래서 동물의숲 같은 PC게임을 막 검색했어요.
스타듀밸리, 마이 타임 앳 포샤, 롱빈터, 호코 라이프, 씨비어드, 마이심즈, 심즈4, 마비노기 등 어떤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전부 귀엽지 않았거든요.
그나마 롱빈터가 UI는 마음에 들었지만 자유로운 PK가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처음엔 포기하고 그냥 하던 노맨즈스카이나 쭉 했죠.

결국 못 참고 스위치와 동숲을 질렀습니다.
겸사겸사 평소 눈독 들이고 있던 야숨과 왕눈도 같이 샀고요.
야숨은 아주 오래 전부터 하고 싶었으나, 그때는 그래픽이 너무 구려보여서 일찌감치 포기했었어요.
그때는 제가 어쌔신크리드빠였거든요. 야숨의 감성은 좋길래 비슷하다고들 하던 원신도 해봤는데 원신은 별로여서 초반에 조금 진행하다가 접었습니다.
맨날 어크 오디세이 켜서 그리스를 돌아다니고 우연히 마주치는 용병과 싸우고 풍경 구경하고 그렇게 놀았죠. 혼자 MMORPG 사설서버 만들어놓고 노는 감성으로요.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스위치 사자마자 동숲 시작해보고 정말 만족했습니다.
그냥 하루종일 섬에 앉아만 있어도 재밌었어요. 귀여운 캐릭들을 쳐다보기만 해도 도파민이 빵빵 나왔거든요. (물론 2000시간 넘은 지금도 그렇습니다.)

그리고 이제 야숨도 시작했습니다.
야숨 첫 플레이는 솔직히 실패했어요.
왜냐면 어쌔신크리드 하던 습관이 뿌리 깊게 박혀있어서 노란 점만 쫓아가다가 커스가논한테 참교육 당하고 멘탈 나가서 세이브를 삭제하고 칩을 처박아놨었거든요. 물론 사당은 노란 점 쫓아가는 것에 방해만 되길래 무조건 공략 봤고요...
커뮤니티에 하소연을 했습니다.
'야숨을 어떻게 즐겨야 되냐, 몬스터는 너무 많아서 싸우다보면 무기 다 박살나고 보코블린곤봉 같은 거 밖에 없어서 전투하는 재미도 없고 커스가논은 뒤지게 쎄고 사당은 귀찮기만 한데' 라고요.

그때 어떤 분이 이렇게 조언해주셔서 지금의 저는 어쌔신크리드가 개노잼겜으로 전락했습니다.
'젤다의 전설은 원래 퍼즐겜이다. 모든 몬스터와 싸울 필요가 없다. 몬스터 잡는다고 렙업하는 겜이 아니다. 커스가논이 정 힘들면 가논 애초에 없다고 생각하고 사당만 돌아다녀봐라.'
이 말 듣고 망치로 머리를 맞은 것처럼 뭔가 깨닫는 게 생기더라고요.
다시 야숨을 시도했죠.
이번엔 가논따위 아예 없다고 생각하고 사당만 돌아다녔어요.
몬스터는 진짜 불가피한 경우에만 전투했고, 조급한 마음을 갖지 않고 최대한 여유로운 마음을 가지고 천천히 했어요.
정신 차리고 보니 소재와 화살은 몇십몇백개씩 쌓여있고, 하트는 엄청 많이 쌓였고, 마스터소드도 뽑았고, 사당은 최대한 공략 안보고 천천히~ 생각하면서 하고, 심심해서 커스가논 잡아봤더니 처음과 달리 너무 쉬웠고, 기세를 몰아 커스가논 4마리 다 잡고 엔딩까지 보게 됐습니다.
어느 방향 어디를 가도 항상 새로운 뭔가가 발견되는 게 너무 좋았고, 무기를 구하기 위해 자연스럽게 탐험을 하게 되는 게 강제적이지 않아서 엄청 만족스럽더라고요. 디아블로 할때는 얻고 싶은 특정 장비템 하나를 위해 뺑뺑이를 돌았지만, 야숨은 무기 종류에 상관 없이 일단 돌아다니다가 얻기만 해도 재밌었으니까요.

근데 여기서 충격적인 정보를 듣게 됩니다.
야숨이 30프레임 겜이라는 거예요...
하이랄을 몇백시간 쏘다니고 가논 잡을때조차도 전혀 끊김을 느껴보지 못했는데?
반응속도도 빠르기만 했는데?
60프레임인 줄 알았는데 이게 30프레임이라고???
확인해보니 진짜 30프레임 겜이었고, 그때부터 '왜 야숨의 30프레임은 끊겨보이지 않는가?'를 주제로 연구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커뮤니티에다 물어보면 다들 모션블러 때문이라고들 하더라고요.
그래서 개인적으로 30프레임 플레이시 가장 끊김이 심했던 사이버펑크 2077를 연구대상으로 삼았습니다.
하지만 사펑에 모션블러를 켜도 여전히 끊김이 심했어요.
모션블러 때문에 안끊겨보이는 게 아니라는 거죠.
그 외에 수직동기화, 저지연모드, 지싱크, 1/2수직동기화, 1/3수직동기화, 1/4수직동기화, 적응형 수직동기화 등등 별짓을 다 했는데도 30프레임 끊김이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전혀 야숨 느낌이 안났어요.

그러다가 카메라를 다루는 분들이 프레임 얘기하는 영상을 보게 됐습니다.
영상 찍을때 24프레임으로만 찍어도 영화적 감성으로 나오고, 일반적으로는 30프레임으로 찍어도 위화감을 느낄 수 없다고들 하더라고요. 오히려 60프레임 영상은 슬로우모션을 쓸 게 아니면 용량과 대역폭 문제로 손을 안댄다고요.
확실히 카메라 다루는 분들이 이런 걸 제대로 알고 있구나 느꼈습니다.

그래서 또 궁금한 게 생겼습니다.
'왜 영화는 24프레임인가? 커뮤니티에다 물어보면 그냥 전통과 비용 문제라고 하는데 정말 그 이유 때문이고 다른 이유는 없는가?'
이 문제는 48프레임 HFR 영화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HFR 영화를 본 사람들은 부드러워서 만족한 사람도 일부 있었지만, 대부분은 'TV드라마 같다', '다큐 같다', '영화가 아닌 거 같다', '게임 그래픽 보는 거 같다'는 이유로 외면 받았다는 걸 알아냈습니다.

그렇다면 '왜 프레임이 높아졌는데 더 좋다고 느끼지 않고 드라마, 다큐, 게임 그래픽 같다고 다들 평가하는가?'에 대해 연구를 해봤습니다.
확실히 제가 봐도 CG티 심하게 나고, 그냥 대충 만든 게임이나 메이킹 필름 보는 거 같아서 이상하더라고요.

이제 알게 됐어요.
프레임이 높으면 그래픽의 세부 디테일, 캐릭터나 오브젝트의 세세한 움직임 등이 매우 잘 보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극한의 현실이 아닌 한 컴퓨터그래픽을 이용해 가짜로 만든 티도 확 드러난다는 것을요.
프레임을 낮춰 적당히 프레임을 스킵해주면서 컴퓨터그래픽을 이용해 가짜로 만든 티를 안나게 해주면, 낮은 그래픽 퀄리티로도 더 실사처럼 보이게 눈속임을 할 수도 있다는 걸 확실하게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제 다시 되돌아와서, '왜 PC에선 프레임을 낮추면 심하게 끊겨보이는가? 단순히 높은 프레임에 적응돼있기 때문인가?'를 연구해봤습니다.
일단 높은 프레임에 적응돼있어서 끊겨보이는 건 확실하게 아니었어요. 당장 제가 높은 프레임에만 적응된 사람이었는데 야숨이 30프레임인 줄 엔딩 볼때까지도 몰랐잖아요?
놀랍게도 몇몇 PC게임 개발사들은 프레임 제한 기능을 잘못 만들어서 프레임타임이 불안정해져 끊기게 보이게 만들었다는 겁니다. 물론 잘 만든 게임들은 PC판이어도 프레임타임이 안정적이었고요. (개인적으로 PC판이어도 끊김을 전혀 못 느낀 게임은 몬헌 월드와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이었습니다.)
그리고 위 영상엔 나오지 않지만, 다이렉트X와 벌칸에 이미 프레임타임을 안정화 시키는 기능이 들어있는데 일부 PC게임 개발사들이 반응속도를 이유로 그 기능을 쓰지 않고 자체적으로 솔루션을 만들어서 쓰고 있다는 소식도 들었습니다. 자체 솔루션이 적당히 요동치는 선에서만 안정화 해주고요. 프레임타임 안정화를 가장 잘하는 게임회사는 닌텐도와 소니 둘 뿐이라고 합니다...
왜 야숨이 30프레임인지 전혀 못 느낀 이유도 여기에 있고요.

그럼 이제 원인을 알았으니까 실험을 해봐야겠죠?
저 영상에서 설명한 RTSS(리바튜너)를 설치해서 30프레임으로 제한하고 사펑을 켜보니 정말 끊김이 사라진 겁니다.
그럼 '인게임 프레임 제한으론 대체할 수 없나?'라는 생각이 들어 RTSS를 끄고 인게임에서 30프레임으로 제한해봤는데, 너무 끊김이 심했습니다.
'엔비디아 제어판에서 30프레임 제한 걸면 드라이버단에서 제한 거는 거니까 더 낫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똑같았습니다.

이제 RTSS로 프레임 제한을 하면 다른 프레임 제한보다 더 부드럽다는 걸 확실하게 체감했으니 '혹시 주사율을 30Hz로 하면 더 좋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60Hz로 바꾸고 1/2 수직동기화를 거는 것과 성능 좋은 비싼 모니터를 사서 사용자 정의 해상도 만들기로 30Hz를 만드는 것 두가지를 모두 해봤습니다.
하지만 이 둘은 오히려 반응속도가 너무 느렸습니다. 야숨처럼 끊김도 없고 반응속도도 빠른 느낌이 전혀 아니었죠.
30Hz에 수직동기화 끄는 것도 고려해봤는데 이건 티어링 현상이 생겨서 포기...

그러다 영화관의 영사기는 한 프레임이 두번 깜박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럼 48Hz죠.
그래서 이번엔 60Hz로 설정하고 수직동기화를 걸어봤습니다.
야숨 느낌을 재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30프레임 특유의 그래픽티 나는 것도 없애면서 반응속도도 올렸습니다. 확실히 야숨과 똑같은 느낌이 납니다.

근데 솔직히 게임 안할때는 3D그래픽이 있는 것도 아닌데 마우스 움직임 정도는 부드러워도 되잖아요?
그래서 바탕화면까지 60Hz로 쓰는 건 좀 아쉬운 겁니다.
그러다 블러버스터에서 주사율을 프레임의 배수로 설정해야 안끊긴다는 정보를 봤습니다.
30fps라면 60Hz, 90Hz, 120Hz, 150Hz, 180Hz, 240Hz
24fps라면 48Hz, 72Hz, 96Hz, 120Hz, 144Hz, 240Hz
60fps라면 120Hz, 180Hz, 240Hz, 300Hz, 360Hz
그 중 24, 30, 60프레임 컨텐츠를 전부 주사율 변경 없이 온전하게 누릴 수 있는 범용적인 주사율은 120Hz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확실히 120Hz로 세팅하니 바탕화면에서의 마우스 움직임도 부드럽고, 30fps으로 게임할때 30프레임 특유의 분위기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반응속도는 더 빨라 끊김이 더욱 더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이제 저는 높은 프레임으로는 두번 다시 돌아갈 수 없게 되었습니다.
전기요금도 아끼고, PC 수명도 지키고, 여름에도 고사양 게임이 가능하고, 닌텐도 게임들로 제 경험의 폭도 넓히고, 멀미 극심하게 나던 하프라이프2도 엔딩을 봤고, 더 좋은 그래픽과 더 좋은 타격감을 즐기고, 그렇게 바뀌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