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리안과 가로쉬의 대립은 지금도 얼라이언스와 호드의 씻어내진 못한 앙금을 남겨둘 정도로 깊은 흔적을 남기고 있습니다. 양쪽 세력에서 최강의 전사를 뽑는다면 둘째라고 하기에 서러운 이 두명의 사나이는 작중에서 3번의 대결을 펼쳤는데요.


평소부터 양쪽 진영에 그닥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지 않았던 두명은 울두아르에서 조우하자마자 바로 체면이고 뭐고 집어던지면서 결투를 했는데, 여기서는 그 유명한 "바로 이 갈등 때문에!"를 외친 로닌 덕분에 금세 제지되었습니다.

세상의 운명을 결정짓는 협상의 자리에서 대족장인 쓰랄의 명령조차 무시하면서 바리안에게 덤벼든 가로쉬의 이러한 성격은 앞으로 이어질 기나긴 대립을 예고해는데....


“바리안 린!”

누군가가 그의 이름을 부르짖었다. 바리안도 익히 아는 목소리였다.

“바리안 린! 네게 도전한다! 와서 최후를 맞이해라!”

바리안은 몸을 돌렸다. 가로쉬 헬스크림이 피의 울음소리를 높이 들고 웃고 있었다. 둘은 서로를 마주 보고 섰다.

바리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표정으로 가로쉬에게 모든 것을 말해주었다. 그들은서로를 향해 뛰어들었다. 피의 울음소리가 울부짖었고 두 무기가 부딪치며 불꽃이 튀었다.
두 전사는 반동에 몇 걸음 물러섰다. 가로쉬가 음흉한 표정으로 웃었다.

“멋진 무기다! 피의 울음소리와 함께 휘두른다면 더없이 좋은 물건이겠다!”

“샬라메인은 오크의 피를 좋아한다.”

바리안이 말했다.

“특히 네놈의 피를…”

바리안이 몸을 던졌다.

가로쉬는 바리안의 공격을 막았다. 샬라메인과 피의 울음소리가 다시 부딪히며 불꽃을 흩뿌렸다. 가로쉬가 도끼를 휘둘렀다. 바리안이 반격했다. 다시, 또다시 공방이 이어졌다. 두 용사는 자기들이 휘두르는 전설적인 무기처럼 서로 우위를 가릴 수 없었다.

“이 순간을 기다렸다!”

가로쉬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울두아르 전투는 너무도 짧았다. 만족감도 없었지. 특히 네 검에 맞설 나의 무기, 피의 울음소리가 없었으니까…”

“누가 할 소리!”

바리안은 피의 울음소리를 다시 한 번 막아냈다. 다시 무기에서 불꽃이 일었고 두 전사는 불꽃을 피해 눈을 가늘게 떠야 했다.

“이번에는 실망시키지 않으마… 하지만 네 목을 벨 때는 예외다…”

가로쉬가 웃었다.

“네 머리를 오그리마 정문에 매달아 주마!”

바리안은 가로쉬가 어떻게 되었는지 확인할 수 없었기에 샬라메인을 칼집에 넣었다. 그리고 마그나타우르가 잠시 동작을 멈추기를 기다린 다음, 기회를 틈타 다리로 뛰어올랐다.

가로쉬는 피의 울음소리를 낮게 휘둘렀다. 기습 공격으로 바리안의 복부를 가르려는 의도였다. 바리안은 샬라메인을 낮추고 다소 어정쩡한 각도에서 가슴팍 위로 도끼를 막아 냈다. 마그나타우르는 아래에서 전투가 벌어지는 것도 모른 채 작은 인간을 노리며 계속 몸을 틀었다. 

바리안은 거대한 다리가 다가오는 것을 보았다. 바리안은 몸을 굴렀고 가로쉬는 아직 위험을 알지 못한 채 피의 울음소리를 휘두르고 있었다. 마그나타우르의 다리가 가로쉬를 쳤다. 가로쉬는 빗맞은 충격으로도 사지를 뻗고 쓰러지고 말았다.

(중략)

“대족장님, 여기는 위험합니다! 혹시라도 적에게 당하신다면…”

“내가 당한다고?”

가로쉬는 무례한 수행원을 밀치며 말했다.

“난 전투에서 숨지 않는다!”

“그렇지만 얼라이언스가—”

가로쉬가 눈을 부라리자 냉혹한 코르크론도 몸을 움츠렸다. 가로쉬는 큰 소리로 다시 명령을 내렸다. 빌어먹을 늑대인간이 무너뜨린 병력을 보강하라는 지시였다.얼라이언스의 새로운 전투 함성이 시끄럽게 귀를 두드렸다. 가로쉬는 적들이 외치는 소리가 정확히 무엇인지 알아들을 수 없었으나 그 함성으로 적군의 공세가 한결 강해지는 것을 보았다.

“무슨 말이냐? 뭐라고 외치는 것이냐?”

다른 코르크론 호위병이 답했다.

"인간 왕의 이름을 외치고 있습니다… 그리고 골드린… 위대한 로고쉬의 이름을 함께 외치고 있습니다!”

“고대의 늑대정령…”

가로쉬의 시선이 전장을 살폈다.

로고쉬… 그리고 바리안 린…

가로쉬는 바리안의 이름을 말한 순간, 누가 보아도 자명한 얼라이언스의 용사 바리안 린이 적들 사이에서 자기에게로 다가오는 모습을 보았다… 그리고 바리안 린도 가로쉬를 보았다. 가로쉬와 바리안은 암묵적인 동의 속에서 서로에게 다가갔다. 가로쉬의 호위병들이 막으려 했으나 가로쉬는 다른 전사들 사이로 비집고 들어가 호위병들을 따돌렸다.

바리안은 샬라메인이 흐릿하게 보일 만큼 빠르게 검을 놀리며 앞을 가로막는 것들을 모조리 자르고 베어 넘겼다. 오크와 타우렌, 블러드 엘프, 트롤은 용감했고 어리석지 않았다. 영광스럽게 최후를 맞이하고 싶다면 다른 기회는 얼마든지 있었다. 그러나 바리안을 노리고 둘 사이에 끼어든 자가 있었다. 그는 다짜고짜 도끼를 휘두르며 다른 많은 이들과는 달리 소기의 성과를 거두는 듯했다. 그러나 바리안의 팔에 남은 것은 가벼운 상처뿐이었다.

브릴른이 바리안의 피를 묻힌 도끼를 들고 바리안을 노려보았다.

“네가 내 마그나타우르를 죽였느냐!”

한때 뱃사람이었던 브릴른이 비통한 표정으로 말했다.

“넌 나의 영광과 명예를 망쳤다! 네가 무슨 짓을 했는지 보아라!”

바리안은 브릴른의 기세에 잠시 주춤했다. 브릴른 역시 도끼 솜씨가 부족했다면 그렇게 오랫 동안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브릴른의 도끼에 쓰러진 할드리사도 그것을 확인해 준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브릴른은 심지어 가로쉬에게 술책을 가르쳐 주기도 했다. 물론 지금 이성을 잃은 그에게는 중요한 사실이 아니었다. 마그나타우르는 기나긴 항해 동안 겪어야 했던 모든 어려움을 보상받는 수단이었다. 특히 그 과정에서 죽어 간 이들의 목숨값이기도 했다. 그런 데 이 인간이, 단 한 명의 인간이 그 모든 것을 되돌리고 있었다.

바리안은 미친 오크를 상대할 시간이 없었다. 그는 가로쉬가 아주 가까이 있다는 것을 알았 다. 어쩌면 공격할 수 있는 범위 내에 있는지도 몰랐다. 그러나 브릴른은 물러서지 않았다. 브릴른이 다시 도끼를 휘둘렀다. 그때 바리안은 그의 너무도 분명한 약점을 보았다. 브릴른 은 안대를 차고 있었다. 

그것은 한쪽 눈으로는 아무것도 볼 수 없다는 것을 뜻했다. 브릴른 자 신이 그 사실을 안다고 하더라도 아무것도 바뀌는 것은 없었다. 바리안은 브릴른이 다시 공격하기를 기다렸다. 브릴른이 도끼를 휘둘렀고 안대가 있는 얼굴 면이 바리안을 향했다. 바리안은 그 틈을 노려 샬라메인을 적의 가슴팍에 깊숙이 찔러 넣었다. 브릴른이 도끼를 떨어뜨리자 바리안은 샬라메인을 거두었다. 브릴른은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는 계속 바리안을 쏘아보면서 헐떡거리는 소리로 말했다.

“내… 마그나타우르… 내…”

브릴른이 고꾸라졌다. 바리안은 등 뒤로 샬라메인을 휘둘렀다.검과 강철이 부딪치며 바리안의 몸에 충격이 전해졌다. 바리안은 반쯤 무릎을 굽힌 채 돌아서서 두 번째 공격을 막았다. 두 차례 모두 공격에 앞서 인간의 것이 아닌 비명이 울려 퍼졌다.

“막아 낼 줄 알았다.”

가로쉬가 바리안을 내려다보며 순수한 경외심을 담은 목소리로 낮게 말했다.

“그걸 막지 못할 자라면 여기에 있지도 않았겠지…”

“이미 죽었겠지…”

바리안이 대수롭지 않게 답했다.

“너처럼.”

가로쉬가 낄낄거리며 웃었다… 그리고 공격을 시작했다.샬라메인과 피의 울음소리가 다시 한 차례, 두 차례, 세 차례 부딪쳤다. 두 사람 모두 놀라운 속도로 무기를 휘둘렀다. 무기가 부딪칠 때마다 불꽃이 튀었다. 더 정확히는 인간과 오크 사이에서 마치 번개가 내리치는 듯했다.

바리안은 시체를 밟고 휘청거렸다. 가로쉬가 바리안을 토막 내겠다는 기세로 도끼를 내려쳤 다. 바리안은 옆으로 몸을 굴렀고 다시 일어나 가로쉬에게 뛰어들었다. 이제 가로쉬가 물러설 차례였다. 가로쉬는 피의 울음소리를 들어 올려 목을 노린 두 차례 공 격을 막아 냈다. 그리고 피의 울음소리의 강력한 날로 바리안을 저지하면서 몸의 균형을 바 로잡았다.

다시 한 번 검과 도끼가 부딪쳤다. 가로쉬는 피의 울음소리 머리 부분의 휘어진 날을 이용하 여 샬라메인을 잡으려 했으나 바리안은 마지막 순간 검을 빼냈다. 바리안은 가로쉬의 방어 자세에서 허점을 보았다. 그러나 가로쉬는 도끼의 평평한 등으로 샬라메인을 막았다.

“넌 단지 최후의 순간을 늦췄을 뿐이다!”

가로쉬가 소리쳤다.

“얼라이언스의 날은 저물었다! 아제로스의 미래는 호드다!”

“호드는 날이 저무는 것을 두려워해야 할 것이다! 날이 저물면 밤이 오겠지… 그리고 밤과 함께 늑대인간이 올 것이다…”

바리안이 응수했다.

그 순간 다른 전사들과 그들을 갈라놓았던 틈이 좁혀졌다. 격렬한 전투에 빠져 있던 전사들 이 두 사람이 있는 쪽으로 다가왔고 바리안과 가로쉬도 가까이 다가갔다. 인간과 오크의 눈 이 오랫동안 마주쳤다. 둘은 서로의 눈빛에서 죽음을 읽었다.

“너희 조상에게 기도나 해 두어라.”

바리안이 단호한 어투로 말했다.

“사후 세계에서 마땅히 인도를 받게 해 주겠다, 인간이여…”

가로쉬는 우렁차게 고함을 지르며 있는 힘껏 바리안을 밀쳤다. 바리안은 세차게 떠밀려 뒤쪽 에 서 있던 사람들에게 부딪혔다. 가로쉬는 피의 울음소리를 매섭게 휘둘렀다. 도끼의 비명에 가까이 있던 사람들이 다시 흩어졌다. 바리안이 샬라메인으로 도끼의 비명을 끊었다. 처음에는 도끼를 막았고 다음에는 샬라메인을 든 손목을 틀어 가로쉬의 무기를 옆으로 밀쳤다. 가로쉬는 주먹을 쥐고 바리안의 어깨를 내리쳤다. 

바리안은 뼈가 흔들리는 것을 느꼈으나 이를 악물고 참았다. 바리안은 다음 공격을 막기 위해 샬라메인을 어깨와 가로쉬의 주먹 사이로 가져갔다. 가로쉬는 이제 무방비 상태가 된 바리안의 다른 쪽 어깨를 향해 도끼를 내리쳤다. 바리안은 샬라메인을 다른 쪽 손으로 던진 다음 들어 올려 피의 울음소리를 막았다. 어깨가 부서지는 것을 막긴 했지만 도끼에 팔뚝을 베이고 말았다. 바리안은 몸을 빼내면서 새롭게 고통을 느꼈고 비명을 내질렀다. 샬라메인이 곧바로 그를 위해 복수했다. 

바리안은 오래전 양손으로 검을 다루는 법을 익혔 다. 물론 더 익숙한 손이 있게 마련이었다. 가로쉬는 바리안이 다른 쪽 손으로도 샬라메인을 잘 다룰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너무 늦고 말았다. 

샬라메인의 날이 가로쉬의 목 바로 아래 가슴을 따라 붉은색 줄을 그었다. 갑자기 다른 한 자루 도끼가 난투극에 끼어들었다. 가로쉬를 보호하는 의무를 다하려 했던 코르크론 호위병 한 명이 결투 현장에 도착했다. 호위병은 바리안에게 몸을 던졌다. 바리안은 예기치 못한 방해꾼의 등장으로 궁지에 몰렸다. 

또 다른 코르크론이 반대 방향에서 바리안을 향해 다가왔다. 그들의 도끼는 피의 울음소리가 아니었지만 피가 흥건했고 전문가의 손에 들려 있었다. 코르크론은 도끼를 휘저으며 바리안 을 밀쳐 냈다. 가로쉬는 분노하여 호위병들에게 소리쳤으나 그의 말은 전투의 소음에 묻혀 들리지 않았다. 두 코르크론 병사는 적의를 불태우며 바리안을 바라보았다. 바리안을 죽인다면 그들은 대족 장에 대한 의무를 다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명예까지 차지할 수 있었다. 

바리안은 그들의 몸짓을 읽고 움직임을 파악했다. 그는 한 명이 앞서 공격해 오도록 유도했 다. 첫 번째 코르크론이 치명타를 날릴 기대에 한껏 부풀어 있을 때 바리안은 샬라메인을 고 쳐 잡고 창처럼 던졌다. 첫 번째 코르크론은 변칙적인 공격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기에 무방비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바리안이 던진 샬라메인이 적의 몸에 깊이 박혔다. 바리안은 두 번째 코르크론이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에 죽어가는 호위병의 도끼를 낚아챘고 전력을 다해 적의 다리를 내리쳤다. 

도끼는 코르크론의 다리를 갈랐다. 오크는 비명과 함께 옆으로 쓰러졌다. 바리안은 샬라메인을 뽑아들고 다리를 다친 코르크론의 몸을 꿰뚫었다. 가로쉬가 코르크론과 함께 공격하지 못한 이유가 있었다. 가로쉬는 기수를 잃은 밤호랑이의 머리에 피의 울음소리를 내리치고 있었다. 밤호랑이는 바로 쓰러지지 않고 날카로운 발톱을 휘두르며 마지막으로 가로쉬를 찢어발기려 들었다. 그러나 가로쉬는 건장한 체구에 어울리지 않게 유연한 몸놀림을 과시하며 밤호랑이의 발톱을 피했고 거리를 좁히며 밤호랑이의 머 리에 다시 피의 울음소리를 박아 넣었다. 가로쉬는 피 묻은 도끼를 들고 바리안에게 돌아섰다. 둘은 말없이 결투를 재개했다.

 앞을 막 아선 자들의 몸에서 적신 피가 인간과 오크의 온몸에 흩뿌려져 있었다. 그러나 둘의 눈에는 상대를 제외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뿔피리가 울렸다. 얼라이언스의 뿔피리였다. 가로쉬는 알아차리지 못했지만 뿔피리 소리는 더욱 커졌다. 가로쉬가 의식한 것은 자신의 호흡이 점점 거칠어지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지 금쯤이면 바리안 린을 쓰러뜨리고 그의 머리를 잘라 무력한 얼라이언스 병사들에게 보여 주 고도 남았어야 했다. 그래서 가로쉬는 평소보다도 무리를 한 편이었다.

‘하지만 이 인간은 말도 안 되는 거리를 여행해 오지 않았던가!’

가로쉬는 분노를 삭이지 못하고 생각했다.

‘지친 사람은 저 인간이어야 한다! 칼도 들지 못할 정도로 지쳤어야 한다…’

그러나 바리안은 가로쉬가 처음 만났을 때처럼 생기가 넘쳐 보였다. 바리안의 눈은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가로쉬는 자신이 바리안을 과소평가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바리안은 오크에 맞먹는 분노를 품고 있었으며 그를 통해 얼라이언스의 군대도 분노의 힘을 나누어 가지는 듯했다. 그제야 대족장 가로쉬는 바리안 린에 관해 들은 이야기가 사실임을 깨달았다. 로고쉬는 진정 이 인간을 선택한 것이다… 왜 아니겠는가? 그들은 같은 본질을 지녔다. 여기에 선 인간은 위 대하고 결의에 찬 사냥꾼의 심장을 가진 자였다. 위대하고 결의에 찬 전사의 심장, 늑대의 심장을.

‘내가 어리석었다!’

가로쉬는 마침내 생각을 고쳤다.

‘더 위대한 계획을 세웠어야 했다! 더 잔인하고 과감하게 작전을 세웠어야 했다! 이런 지도자가 있다면 얼라이언스도 잿빛 골짜기 동부를 탈환할 수 있다!’

바리안은 적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지 못한 채 더 압박을 가했다. 바리안은 가로쉬가 물러 서는 것을 보았고, 그것이 어떤 비열한 술수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전세는 바리안에게 기 울고 있었다. 바리안이 검을 휘둘렀다. 가로쉬는 지쳐 있었지만 막을 만한 공격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가로쉬의 팔은 평소보다도 조금 늦게 반응했다. 

샬라메인이 가로쉬의 팔뚝을 파고들어 팽팽한 근육을 내리쳤다. 가로쉬의 팔 전체가 흔들렸다. 가로쉬는 순간 손에 힘이 풀렸다. 가로쉬의 떨리는 손가락에서 피의 울음소리가 미끄러져 땅에 떨어졌다. 바리안은 일격을 날리기 위해 몸을 젖혔다. 순간 귀를 찢는 함성이 두 전사에게 들려왔다. 바리안과 가로쉬는 소리가 난 쪽을 바라보았다. 

또 다른 마그나타우르가 그들에게 달려오고 있 었다. 늑대인간들이 그의 몸 위에서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었고 괴수는 맹렬한 공격을 피할 방법을 찾고 있었다. 늑대인간들은 바리안의 전략을 수용하여 더욱 발전시킨 듯했다. 바리안과 가로쉬에게 거의 다가온 괴수는 만신창이가 된 앞다리가 풀리며 몸이 앞으로 기울었다. 

바리안은 뒤로 몸을 날렸다. 가로쉬는 팔은 물론 목숨까지 위험한 상황에서도 성한 손으로 피의 울음소리를 집어 들었다. 고꾸라지는 마그나타우르의 그림자가 가로쉬를 덮쳤고 가로 쉬도 몸을 던졌다. 괴수가 고통에 몸부림치며 한쪽으로 나뒹굴었다. 그러나 늑대인간들은 안전한 쪽으로 몸을 피한 다음 무자비하게 공격을 이어갔다. 

괴수의 뒷다리가 요란스럽게 헛발질하며 공기를 갈랐고 바리안은 더 멀리 물러서야 했다. 가로쉬는 몸을 가누고 일어섰다. 그는 바리안을 찾았으나 고통스러워하는 마그나타우르의 몸뚱이가 그의 시야를 막았다. 가로쉬는 다시 분노하며 힘을 얻었다. 그는 괴수의 등을 타고 달려갔다. 그는 바리안 린을 다시 찾아내어 이번에는 결정타를—

“대족장님!”

또 다른 코르크론이 그의 앞에 나타났다. 가로쉬는 그 멍청이를 밀쳐냈으나 어디선가 다른손들이 그를 붙들었다.

“조심하십시오!”

또 다른 호위병이 소리쳤다. 두 호위병이 대족장을 보호하기 위해 나섰다. 마그나타우르의 머리 위에 있던 늑대인간들이 새로운 사냥감에 관심을 돌렸다.

“대족장님을 모셔라!”

일부 호위병들이 늑대인간과 전투를 벌이는 동안 가로쉬는 분노하며 외쳤다.

“놓아라, 이 멍청이들아! 놈을 찾아야 한다! 놈을 죽일 것이다… 그리고 그 검을 내 손에 넣을 것이다!”

“우리가 졌습니다!”

첫 번째 코르크론이 대담하게 말했다.

“놈들에게 당하기 전에 여기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가로쉬는 손등으로 코르크론의 얼굴을 쳤다. 코르크론의 입에서 피가 뚝뚝 떨어졌다. 가로쉬가 소리쳤다.

“또다시 거짓을 고하는 겁쟁이가 나온다면 그 수치스러운 머리통이 바로 날아갈 줄 알아라!”

“거짓이 아닙니다!”

또 다른 병사가 말했다. 몇몇이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마그나타우르가 모두 쓰러지고 남은 것은 한 마리 뿐입니다. 우리의 전선은 사라졌습니다. 남쪽에서도 이미 적군이 몰려오고 있습니다. 직접 보십시오! 만약 거짓말이라면 제 목을 치 십시오!”

“제 목도 내놓겠습니다!”

첫 번째 코르크론이 말했다. 다른 병사들도 따라 말했다. 가볍게 받아들일 수만은 없는 행동이었다. 가로쉬로서도 받아들여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가로쉬는 험악한 얼굴로 전장을 살피며 상황을 확인했다. 곧 그들의 말이 옳다는 것이 드러났다. 파수대 깃발들이 점점 거리를 좁혀왔다. 가로쉬 군대 의 깃발은 거의 보이지 않았고 보이는 것들도 멀리 떨어진 동쪽에만 있을 뿐이었다. 나머지 병력은 굳이 확인하지 않아도 적에게 짓밟히고 있을 터였다.

“안 된다! 전장에 있는 모든 적을 죽여서라도 놈을 찾고 말 것이다! 난 패배하지 않는다…”

가로쉬는 다시 바리안을 뒤쫓아 가려 했으나 호위병들이 그를 붙잡아 안전한 장소로 끌어내렸다.

“아직 잿빛 골짜기를 차지할 기회는 있습니다.”

부하들이 가로쉬를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동안 코르크론의 우두머리가 말했다.

“대족장님께서 직접 말씀하셨습니다! 전투는 전투일 뿐, 전쟁이 아닙니다!”

다른 코르크론이 말했다.

“우리는 잿빛 골짜기를 손에 넣을 것입니다! 맹세합니다, 대족장님…”

가로쉬는 분을 가라앉히며 부하들의 말을 들었다. 그들은 자기가 부하들에게 했던 이야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그러나 현실은 뼈아팠다… 특히 바리안 린과 결투를 끝내지 못한 것이 한 스러웠다

-늑대의 심장 中

소설 '늑대의 심장'에서는 대규모 병력 뿐만이 아니라 노스렌드에서 포획한 마그나타우르 까지 이끌고 칼림도어를 침공하지만, 나이트엘프와 늑대인간의 연합군에 침공한 군대는 개박살이 나고 본인 역시 바리안과 전투에서 두번이나 패배 직전까지 몰렸다가 운좋게 습격한 마그나타우르의 기습과 그를 살리기 위하여 끼어 든 코르코론의 도움으로 간신히 살아남는 (가로쉬 본인의 입장에서는) 말로 표현 못할 굴욕과 추태를 보였습니다.

사실상 여기서 바리안의 압조적인 무력에 경악을 금치 못한 가로쉬는 충격과 경악에 가득 찬 모습으로 평범한 방법으로는 얼라이언스에게 이길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고, 그것은 이후에 이어질 마나폭탄 테러 사건의 전조이기도 했습니다.



가로쉬는 잽싸게 돌아서서 인간이라 믿기 어려울 정도로 빠르게 다가온 덩치 큰 검은 머리 사내가 거대한 검 샬라메인을 휘두르며 공격해 오는 것을 피의 울음소리로 막아냈다. 바리안이 큰 소리로 사납게 포효했다. 인간이라기보다는 과거 그의 이름이기도 했던 로고쉬라는 이름에 더 어울릴 듯한 소리였다. 

샬라메인에 팔을 베이고 피를 흘린 가로쉬는 신음을 내질렀다. 조금이라도 늦었다면 더 깊이 베였을 상처였다. 가로쉬가 바리안의 검을 힘껏 밀쳐냈다. 바리안은 휘청거리며 뒤로 물러났으나, 샬라메인이 다시 공기를 갈랐다.

“조상들이 정말로 우리를 축복하는구나!”

가로쉬가 소리쳤다.

“네가 오늘 죽을 것을 알았지만, 내 손으로 널 죽이는 행운이 오리라고 기대하지는 않았다!”

“나에게 맞설 배짱이 있다니 놀랍구나. 지난번보다 겁쟁이가 되었더군. 마그나타우르에, 정령에, 그다음은 크라켄이냐? 네 더러운 일을 시킨 것들이? 마나 폭탄을 떨어뜨렸을 때는 도망가 숨어 있었느냐? 안전하게 저 멀리 떨어져 있었겠지!”

피의 울음소리가 다시 노래했다. 바리안의 다리를 노린 낮은 공격이었다. 바리안은 뛰어오르며 공중에서 몸을 돌렸다. 조금만 늦었어도 동작을 마무리하는 가로쉬의 도끼날에 거의 머리가 베일 뻔했다.

“지난번보다 동작이 굼뜨구나. 늙어가는 것이다, 바리안. 네 울보 아들에게 왕위를 넘길 때가 됐구나. 크라켄들이 네 강력한 함대를 장작으로 만들고 나면, 스톰윈드로 쳐들어가 주겠다. 네 귀한 아들을 붙잡고 사슬로 묶어서 오그리마 한가운데로 행진하게 해주겠다!”

가로쉬가 비웃으며 말했다.

가로쉬는 스톰윈드의 왕을 분노하게 만들어, 잘 싸우게 하기보다는 거칠게 달려들도록 유도할 생각이었다. 뜻밖에도 바리안은 미소만 지은 채 가로쉬의 도끼를 피한 다음 자세를 가다듬었다.

“안두인을 보면 놀라겠구나. 아무리 평화를 사랑하는 이들이라고 해도 겁쟁이들은 멸시하는 법이다.”

바리안이 대답했다.갑자기 가로쉬는 도발이 지겨워졌다.

“우리는 세 번 싸웠다. 세 번은 너무 많았다. 이번에는 네가 죽고, 네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죽을 것이다.”

가로쉬가 고함을 지르고 피의 울음소리를 휘두르며 돌진해 왔다. 바리안은 날렵한 동작으로 물러났다. 가로쉬는 바리안을 쫓았다. 책략과 작전 따위는 없었다. 그의 눈에는 바리안과 곧 닥칠 그의 죽음밖에 보이지 않았다. 둘은 육탄전을 벌이면서 얼굴과 얼굴이 거의 맞닿을 만큼 가까워졌다. 그때 갑작스럽게 몸이 공중으로 튕겨져 올라갔다.

가로쉬는 버둥거리면서도, 온 힘을 다하여 피의 울음소리를 붙잡았다. 가로쉬는 갑판에 무겁게 떨어졌고, 갑자기 갑판이 기울며 아래로 미끄러졌다. 거대한 파열음이 들렸다. 가로쉬는 푸른 대양의 표면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가로쉬의 방어구는 이제 그의 편이 아니었다. 가로쉬는 돌덩이처럼 바닷물 속으로 떨어졌다. 파도의 사자호에서 떨어진 파편과 부스러기가 그의 몸을 꿰찌를 듯 위협하며 내리꽂히고 있었다.

- 전쟁의 물결 中




테라모어에서 가로쉬가 마나폭탄을 터트린 이후 가로쉬가 이끄는 호드 군대의 습격을 막는 과정에서 두명은 다시 한번 충돌하게 되었는데요. 여기서는 이전과는 달리 약간 비등한 모습을 보이기는 했지만, 하필 그 장소가 집중의 눈동자의 힘으로 인하여 상태가 개판이였던 해상이였기에 무승부로 그치게 되었습니다.

꽤나 기묘하게도 결국 강력한 전사 두명은 목숨을 건 3번의 승부를 펼쳤음에도 결국 확실히 승패를 가리지 못했다는 결과가 나옵니다.

물론 작중에서 나오는 묘사를 보면 바리안의 무력은 그야말로 인간을 초월하여 가로쉬를 압도했으며, 가로쉬 본인은 죽는 순간까지 그걸 인정하지 않았지만 패배에 가깝게 몰렸던것을 보면 개인적으로는 두 명의 승부에는 바리안의 손을 들어주고 싶군요.


문뜩 생각해보면 가로쉬는 바인과 쓰랄과의 승부도 그렇고, 네임드와의 전적이 썩 좋지는 않은 모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