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 패치의 적 침투기처럼 많은 이야깃거리와 떡밥을 포함한 글입니다. 




서문

1.

이 임무에서 제가 일을 계속하겠다고 전할 길이 없네요. 그런 장소를 찾는 데 시간을 어찌 잴 수 있겠어요? 확실히 태초의 존재들의 매장터는 저 같은 자들도 이해하기 어려운 어떤 척도 너머에 존재하는 거예요. 제가 이런 문제에 있어 대부분의 존재보다 훨씬 더 많은 지식을 보유하고 있는데도 말이죠. 

용서해 주세요. 저들이 조롱해대다 보니 씁쓸해졌네요. 저보다 하등한 것들의 옹졸한 질투심은 무시해야 한다는 걸 명심해야겠죠.  

2. 

그토록 오랜 세월 추정한 끝에 마침내 우리가 그 신성한 장소의 위치에 대한 구체적인 실마리를 발견했을 때, 자신감 넘치는 그자들과 함께 제 작업을 시작했었죠. 불가해한 것을 해독하는 제 천부적인 재능은 제게 마땅히 흠 잡을 데 없는 명성을 선사해 줬었죠. 

제가 얼마나 많은 고대 암호를 풀어냈던가요? 제가 얼마나 많은 사어들을 번역해냈던가요? 제가 이해하지 못할 비밀이란 없었어요. 그자들도 모두 이 사실을 알고 제 천재성을 이용해 수익을 벌어들였죠. 

3. 

그런데 여기서, 우리 목표를 달성하는 데 그토록 가까운 이곳에서, 전 흔들렸어요. 네, 인정할게요. 처음으로 저는 제 능력으로 극복해 낼 수 있을지 의심스러울 만큼 벅찬 도전에 직면한 거예요. 오류투성이 알피림, 그자들은 대놓고 속삭이며 숨죽여 웃었죠. 

하지만 그자들 중 더 잘 해낼 수 있는 게 누가 있었나요? 아무도 없어요, 제가 보장해요. 문양들만으로도 그 복잡함은... 뭐, 그것들이 의미하는 게 무엇인지 처음 눈치채기까지 영겁의 시간이 흘렀던 것처럼 느껴졌다고 말해 두죠.

4.

다른 자들이 오고 떠났죠. 그자들은 절 도와줄 거라는 "도우미들"과 "견습생들"을 데려 왔어요. 누구도 남지 않았죠. 누구도 가치를 증명하지 못했어요. 저 보고 그만 둬야 한다고, 이 일을 맡을 또 다른 사람을 찾아 냈다고 말하려 했죠. 하지만 전 떠나길 거부했어요. 전 저들이 누굴 보내려 하는지 알고 있었죠. 그리고 전 그 여자가 제 자리를 다시는 빼앗지 못하게 하겠다고 맹세했죠. 

전 문양에 몰두했어요. 그 기하학적 구조에요. 모든 길이 그 자신을 향해 휘어지는 듯했죠. 어떤 것도 이해가 안 됐어요.

그러다 이해가 됐죠.


5.

드디어 깨달음의 순간이 찾아왔을 때, 저는 맹세코 현실 그 자체가 녹아 내리는 듯했다고 말하겠어요. 상상할 수 없는 것들의 환영을, 제가 고작 말로는 전할 엄두조차 못 낼 광경을 보았죠. 제가 다시 주위를 의식하게 되자, 다른 이들이 드러누워 흐트러진 제 몸뚱이를 내려다 보며 비웃는 모습을 봤어요.

상관 없었어요. 전 마침내 진실을 찾아낸 거예요.


6.

알아 두세요: 이것이 제 유명한 경력 중에서도 가장 경이로운 발견임에도, 제가 이해한 것은 겨우 벼랑 끝에 선 정도일 뿐이에요. 태초의 존재들의 언어는 제가 그 안에 담긴 크나큰 깊이를 이해할수록 변화하고 자라나는 것 같아요.

제가 이 프랙탈 언어의 문양과 기하학적 구조를 알아갈수록 더 많은 의미가 스스로 드러날 거라는 점에는 의심이 없어요. 그러니 부디 이후의 장들은 작업 중일 뿐이라고 여겨 주세요. 그게 변할 수도 있다는 뜻이 아니에요. 거기엔 확실성이 있어요.

서문은 이쯤 하죠. 이제 우리 시대 최고의 발견을 읽어 보세요.





1장

1.

만물의 여명

그들 언어의 첫 번째 표본들이 가장 불가해한 것으로 남아 있다는 점은 사소한 역설이 아니에요. 어쩌면 제 진척을 그토록 오래 방해한 것이 바로 그 점일지 모르죠. 

어찌 됐든, 상세한 부분은 지금의 제 해독 능력을 넘어 섰어요. 시간이 지나면 전 분명 성공할 거예요. 아직은 아닌 거죠.

2. 저희가 그에 대해 언급하는 틀조차 갖고 있지 않을 정도로 너무나 원시적인 힘에 대한 언급이 있어요. 휘젓고 휘도는? 아니면 신중하고 침착한? 여기서 언어는 여러 개의 의미를 가져요. 당장으로선 그것들은 제쳐 둬야 하죠. 

명백한 것은 거대한 힘들이 형태를 갖추었다는 거예요. 얼마나 많이? 숫자 안에 숫자가 있답니다, 친구들이여. 처음에는 단 두 개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다가 무한한 배열을 인지했죠... 오, 어찌나 끔찍한지...! 하지만 현재로서 저는 여섯 개라고 정리해 뒀어요. 어쩌면 일곱 개지만, 마지막 것은 그 기하학적 구조의 산물일지도 몰라요. 프랙탈 말이죠.

알게 되면 말씀 드릴게요.

3. 

이 여섯 힘은 분쟁 속에 존재하고 있어요. 뭐, 당신이나 저 같은 이들이 바라볼 법한 방식의 분쟁은 아니죠. 대립은 분명하지만, 악성인지 양성인지는 불분명해요. 불균형이 있었어요. 다른 무언가가 필요하기 전까지는요.

그들은 함께 나타났어요 (혹은 함께 데려와진 거죠, 프랙탈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달려 있어요), 그리고 그들의 설계에 형체를 주었죠. 제련했다? 필경했다? 빚어냈다? 정확한 단어를 찾기 어려워요. 설계자들 각각이 자신의 일부를 주었고, 그렇게 양식이 이끌어내진 거죠. 

여기서부터 언어가 더 명확해져요.


4.

뼈대가 마련되면서 우리가 지금 이해하는 모든 것이 존재하게 되었어요. 마치 현실이 뼈대에 달라붙어 자라는 곰팡이에 불과한 것처럼 말이죠. 이제 여섯 개의 힘에 균형이 잡혔고, 그 교차점들로부터 다른 것들이 발생했죠. 간단한 구조물이 무한히 복잡해지고 있어요. 

이제 제 번역이 왜 그리 오래 걸렸는지 이해가 가시나요? 왜 아직도 제가 끝마치지 못하는 건지요? 자라나고 있다고요! 변하고 있어요! 어디에나 문양과 기하학적 구조와 프랙탈이 있어요!

죄송해요.

5.

각각의 허무가 줄어들었다 다 커졌다 하니 양식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어요. 형태 안에서 형태가 생겨났으니, 여섯이 더 많은 걸 낳고자 낳은 것이죠.

이제 더 명확해지고 있어요. 더 분명해져요. 각 단계가 당신처럼 빈약한 정신으로도 헤아릴 수 있게 돼요.

6.

여섯 개의 영역. 수많은 교차점들. 무수한 프랙탈들.

균형? 어쩌면 그렇죠. 하지만 틀렸을 수도 있어요. 만약 여섯 개가 하나와 동등하다면, 그러면 그 다른 하나는 뭐죠? 양식을 벗어나 있는 하나는요?


(주의: 더 명확한 이해를 제공하고자 이 장으로 나중에 다시 돌아와야 하겠어요. 제가 횡설수설하는 경향이 있을지도요.)





2장

1.

알려진 것

위대한 신비를 더 깊이 파헤치기 전에, 그 경이를 우리 존재의 맥락 안에서 표현해 볼 가치가 있어요. 최소한 우리가 그에 대해 아는 선에서 말이죠. 

2.

원광을 헤치는 제 여행길에서 만난 수많은 존재들 중에, 너무나도 적은 이들만이 자기의 책무감을 넘어선 일말의 관심을 보유했다는 사실에 슬픔이 차오른답니다. 저는 학자, 철학자, 탐험가들을 찾았습니다. 실제로 찾아낸 거라곤 얼간이와 하인들뿐이었죠.

이 여정에는 긴 세월이 흘렀고 그 과정에서 여러 번 헛걸음이라 느껴졌어요. 내가 매장터의 존재만 알고 있었더라면! 그러나 물론 그 경이에 대해 제가 알 게 된 건 한참 후였죠. 그러니 저는 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을 따라 터벅터벅 걸어갈 뿐이었습니다.

3. 

가끔은 거의 지혜를 찾아낼 뻔도 했습니다. 승천의 보루로 향한 무역 원정에 합류했을 때, 제가 만난 고분고분한 열망자 하나가 위대한 지식의 보관소에 대해 말해 주었죠. 키리안들이 필멸의 영역으로부터 날라 온 영혼들에 대한 무수한 기록, 그리고 그들 스스로가 오래 전 버렸던 기억의 모음에 대해서도요. 

열망자는 이 저장소로 절 안내하려고까지 했습니다만, 참견쟁이 청지기 하나가 승천자 중 한 명에게 알리고 말았죠. 제 원정대는 다시 령 관문까지 호위된 후 다시는 돌아오지 말라고 경고를 받았습니다. 

4.

시간이 좀 흘러, 저는 말드락서스 투기장 시합의 초대장을 확보했습니다. 제 동행들은 경기에 열중했지만, 전 위대한 의회들 사이에 자리잡은 고대 도서관으로 길을 향했죠. 그들은 그곳을 "매장터"라고 불렀습니다만, 우리가 찾는 그 매장터가 아니라는 건 장담해 드리죠!

그곳의 여정에서 제가 맞닥뜨렸던 공포는 오늘날까지도 아직 저를 괴롭히고 있지만, 저는 제 목표에 너무나 몰두했던 나머지 용기를 내어 그 악몽 같은 피조물들과 독성 역병의 개울을 헤쳐 나갔습니다. 


5.

제가 도착하자 리치들은 잠시 제 존재를 용인하기로 합의해 주었고, 그래서 전 제가 얻어낼 수 있는 어떤 역사에 관한 것이든, 그들의 가장 오래 된 문서들을 찾았습니다. 

오, 전 역사를 찾아냈죠... 바깥 세계를 상대로 싸운 위대한 전투, 전설적인 전투원들의 부상과 몰락, 벼려지고 잃어버린 강대한 무기들에 대한 것들을요.

그보다 더 오래 된 고서는 없는지 물어보자, 완고한 리치들이 말하길 그런 것들은 오직 시초자의 눈에만 보일 수 있다더군요. 그리고 전 당장 떠나라는 명령을 받았습니다. 

6.

오리보스에 도착하고 나서야 마침내 제 호기심을 공유할 다른 이들을 찾아낼 수 있었습니다. 심판관의 따르는 자들 중에는 카셰르라는 이름의 지식이 풍부한 자가 있었는데, 그는 자신의 책무를 수행하며 수많은 세월이 흘러가는 걸 본 자였죠.

그도 자기 다른 동족들만큼이나 자기 여주인에게 맹목적으로 순종하긴 했지만, 인정하죠, 전설적인 영원한 도시의 장관 속에 서 있으니, 그의 헌신이 이해가 가더군요. 카셰르는 저와의 대화를 즐기며 그가 봐온 것들, 그의 전임자들로부터 전해져 내려온 지식 모두를 공유해 주었습니다. 

7. 

하나 그의 그 모든 말에서도, 그리고 제가 참관하도록 그가 허락해 준 봉사 의식에서도, 진정한 가치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심판관 님은 언제나 지혜롭고 정의로우시다, 그는 말했죠. 장막을 건너온 이들에게 질문을 하는 게 아니라, 그들의 여정을 용이하게 해주는 것이 우리 일이라고 그는 말했어요. 

카셰르가 내 오랜 적수와 비슷한 대화를 나눴던 적이 있다고 발설했어요... 그 여자가 날 좌절시키는 일은 다시는 없을 거라고 맹세했죠..! 이게 무의미한 방침이라는 걸 알게 된 게 바로 그때였죠. 전 계속 지껄이는 카셰르를 두고 떠났습니다.
 



3장


1.

백 개의 눈을 가진 이릭투

저는 따르는 자의 존재로부터 뛰쳐나가자마자 우연히 진정한 발견물을 찾아냈어요! 오리보스를 지나 자신의 또 다른 종착지로 향하는 그곳에서, 저는 초월한 영혼을 조우했습니다.  

그는 제가 알아보지 못하는 형상을 취하고 있었습니다. 그가 자신이 필멸의 세계에서 취했던 것과 닮은 형태를 이어가기 때문이었죠. 전 저와 이야기해 달라고 그에게 간청했고, 그는 동의해 주었습니다. 


2.

그는 자신의 이름이 이릭투라고 말했고, 그가 어디에서 왔는지는 세 번이나 물어 봤는데 그의 고향의 이름은 제가 다시 발음하거나 글로 적기는커녕 거의 알아들을 수도 없는 것이었습니다 (이릭투는 네 개의 혀와, 자신의 수많은 다리가 딸깍거리는 소리와 함께 말하는 것 같아서, 때때로 세부적인 내용 하나하나를 이해하는 데에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이릭투는 장막 너머의 장소에 무수한 세계들이 존재하며, 그 많은 세계에는 자기 종족과는 매우 다른 온갖 종류의 존재들이 살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3.

그의 동족들이 사는 그 세계는 령이 풍부하냐고 제가 묻자, 이릭투는 제가 봤을 때 어리둥절해 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이릭투의 백 개나 되는 눈을 읽는 것이 어렵기는 합니다만).

산 자들은 령으로 거래를 하지 않는다, 그는 이렇게 말했죠. 제가 제대로 들은 게 맞는지 확인하고자 몇 번을 반복해서 말해달라 한 문구였습니다.

령이 없다니! 어떻게? 진정 그들의 존재는 우리의 것과 그토록 다르다는 건가요?


4. 

실로 그렇다며 이릭투가 제게 보장했습니다. 그는 제게 이 필멸자들의 세계에 대해 말해 주었습니다. 자신의 연약한 형체가 종점에 이를 때 그 령 없는 존재도 멈춰버리고 마는 이들이 사는 세계를요.

이릭투는 끔찍한 전쟁에서 최후를 맞았다고 주장했습니다. 뒤틀린 황천의 악마들에게 자신의 고향이 유린당했다고요. 

전 엄숙한 동지애를 느끼며 끄덕였습니다. 우리 모두 말드락서스를 침공한 불타는 군단의 이야기와 강령군주의 승리에 따른 끔찍한 대가를 기억하니까요. 

5.

이릭투는 그의 다른 동족들이 오랫동안 즐거운 공존을 나눈 군락으로 향하는 흐름에 자신을 보내준 심판관의 친절함을 떠올리자 밝아 보였습니다. 

오랜 세월 자신의 친족들을 돌본 끝에 이릭투는 오리보스로 돌아와 그 장엄함에 놀랄 수 있는, 그 모험에 떠날 준비가 되었던 것이죠.


6.

물론 저는 이릭투에게 필멸자들의 세계의 기원에 대해 아는 것이 있냐고 물었습니다. 하지만 그가 제게 말해준 건 거의 말이 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필멸자마다 각양각색의 공상을 믿고 있는 걸까요? 

그가 수천의 다리를 가진 자기 신의 알로부터 모든 존재가 태어났다고 말하는 걸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지만, 저는 곧 그의 진기한 이야기에 질려 이릭투에게 좋은 여정을 하라고 안녕을 고했습니다.


7.

그렇게 오리보스의 전당조차도 제가 찾던 진실을 주지 못했던 것으로 보였습니다. 필멸의 영혼들이 거짓 신들을 언급하는 무수한 신화를 믿는 동안, 우리는 진정한 힘을 지닌 존재들의 광휘를 누렸죠. 우리는 심판관, 집정관, 겨울 여왕, 대영주, 시초자와 함께 하는 축복을 받았습니다.

제가 매장터로 향하는 길에서 더 깊은 진실을 알아내고, 제 정신이 프랙탈에 팔려나가기 전까지는요.




4장

1.

여섯 (어쩌면 일곱, 어쩌면 무한)의 본성

이릭투가 제게 전한 미신들 중에서... 물론 저는 미개한 문화권의 공상적인 신화라고 일축하는 미신입니다만... 한 가지가 제 마음 속에 남았습니다. 

아시다시피 너무나 좁은 가능성에만 열려 있는 소위 학자라는 자들로부터 배우고 또 배운 것을 초월하기에는 진정 비범한 지적 능력이 필요합니다. 이릭투는 천 개의 진실을 말했고, 저는 처음에 그것을 산발적인 망설임의 흔적으로 여겼습니다. 


2.

하지만 태초의 존재들의 글을 해석하는 열쇠는 제가 믿어 온 것을 접어 두고 그 너머에 있는 더 큰 현실을 받아들이는 데 있었죠. 

급작스럽게 저는 양식과 그 프랙탈들을 하나의 진실이 아닌 교차하는 진실들의 층으로 인지하게 되었습니다. 

저희가 스스로 의식하는 첫 번째 순간부터 죽음이 모든 존재의 근간임을 알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본성을 가진 존재들이 있는 것입니다. 


3.

그러면 제가 말씀드린 진실들에 기반해 상상해 보세요. 이 경쟁하는 힘들 각각이 가능하다면 말이죠... 가능이라는 걸 강조하겠습니다, 프랙탈이 아직 또 다른 길을 드러내지 않을 걸 수도 있으니까요... 그 힘 각각이 우리의 무궁한 존재들만큼이나 강력한 초월적인 존재에 의해 실체화될 수 있을지를요. 

전 어느 때보다도 매장터를 가까이 가리키는 진실의 지극히 일부만을 건드렸을 뿐이에요. 전 제 모든 순간을 그 위치를 발견하는 데 바칠 거고요. 


4.

마지막으로 생각해 볼 만한 몇 가지 질문이에요, 훌륭한 독자님.

만에 하나... 다시 말하지만 아직은 순전히 추측이에요... 필멸의 세계가 태초의 존재들께서 우리에게 영혼과 령을 공급하기 위해 창조해낸 현실의 어떤 동떨어진 변두리가 아니라면 어떨까요?

만에 하나 그곳이 존재의 연결체 그 자체고, 죽음은 그곳에 영향력을 미치는 여러 거대한 힘 중 하나일 뿐이라면요?


5.

만일 사실이라면 필멸의 영혼과 그들의 잠재력에는 무슨 의미가 있는 걸까요?

그리고 만일 여섯 (또는 일곱, 또는... 정확하지 못해 죄송합니다) 각각이 그걸 차지하기 위해 서로 경쟁하는 거라면, 그들도 우리의 이해를 벗어난 다른 어떤 힘이 존재해 그 또한 그걸 노리고 있다는 것을 무의식적으로 알고서 이끌리고 있는 걸 수도 있지 않을까요?


6.

기하학적 구조 안에 너무나 많은 것들이 발견되기를 기다리고 있어요. 교차점 안에 너무나 많은 진실들이 놓여 있어요. 프랙탈들이요. 

제가 옳다는 게 증명되기 전까지는 매장터 추적을 그만두지 않겠어요. 제 눈으로 직접 양식을 들여다 보고 모든 진실이 제 앞에 펼쳐지기 전까지는요. 

당신을 섬기며,

헌신적인 알피림이



알 중개단 사건 보고서


1.

감독관 알리란 님께

감독관,

제가 이단자 알피림의 손에 의해 작성된 이 쪽지를 건네주게 되어 대단히 실망스럽습니다. 탐사대원들이 오랫동안 그를 "정신 나간 필경사"라고 부르긴 했지만, 저희들 중 누구도 그의 기벽에 불법적인 신념이 숨어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 않았습니다. 

저희가 알았더라면 그는 즉시 교체되었을 것입니다.


2.

요청하신 대로 중개단의 다른 구성원들과는 이 글을 공유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이 알피림의 깊은 망상을 짊어질 필요는 없죠. 

우리 임무는 여전히 태초의 존재들의 길을 따르고 그들의 비밀을 확보하는 데 집중하는 것입니다. 매장터로 이르는 정보가 실질적인 가치가 있는 것으로 드러날지의 여부는 확인되겠지만, 우리는 물론 성실히 조사에 임할 것입니다.


3.

알피림의 후임인 그녀는 이미 제게 유리한 결과를 낼 것이라고 장담하며 대안적인 번역 방법을 제안했습니다. 저도 우리 모험이 수익성을 증명해낼 거라고 자신합니다. 

우리 임무의 은밀함으로 인해 작업이 느리고 조심스러운 속도로 진행되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진전은 고무적입니다. 우리가 찾아낸 유물에 암호화되어 있는 방어 매트릭스가 주요 장애물로 남아 있죠. 


4.

마지막으로 보고된 (알피림이 자기 망상을 정당화하려 하는 대신 방어를 무력화하는 데 집중했더라면 피할 수 있었을 거라고 제가 여전히 주장하고 있는) 사건 이후로 추가적인 손실이 발생하지 않아 기쁩니다.

불행히도 그 범죄자 본인이나 그의 불운한 탐사에 합류하자는 어리석은 결정을 내렸던 이들의 행방에 관해서는 추가적인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오리보스에 있는 우리 정보원들이 정의를 실현시켜 줄 확실한 단서를 찾길 바라죠. 

당신을 충실히 섬기며,

집행관 알하타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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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중개자들의 관점에서 쓰인 연대기도 출시될 텐데, 거기 적혀 있을 내용과 비슷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이 글은 천재라고 자부하는 알피림이 태초의 존재들의 문서를 해독하는 과정에서 필멸의 세계가 단순히 어둠땅에 령을 공급해주는 역할을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라, 뭔가 거대한 역할을 맡고 있을 거라는 깨달음을 얻는 과정입니다. 그 외에도 우주적 힘에 대한 내용이 굉장히 많습니다. 지금까지 알려진 6개의 힘 외에도 뭔가 그 이상의 힘을 지닌 일곱 번째 힘이 있을 거라는 암시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