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르시아 균열 내부에는 식물형 몬스터가 있다.

나락살이, 망령들이 판치는 코르시아에 웬 식물? 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게 만드는 이 몬스터는 지나가는 유저를 인식하는 즉시 5초짜리 속박을 거는 기술을 사용한다.

문제는 코르시아의 균열이 타임어택 컨텐츠라는 것이다. 최대한의 유물조각을 얻기 위해선 15분이라는 제한된 시간 내에 유저들은 균열 내부에서 두 마리의 희귀몬스터를 잡고, 4개의 상자를 열어야 한다. 

이 작업은 파티로 하거나 대단히 숙련됐다면 모를까 솔플을 하거나 , 혹은 운이 좋지 않아 누군가 이미 상자를 루팅해 상자가 사라져 리젠을 기다린다면 상당히 시간이 빠듯하게 느껴지는 작업이다.

그런데 균열 내부에는 하필 뜬금없이 나타난 식물형 몬스터가 인식과 동시에 유저에게 5초짜리 속박 기술을 걸어버리는 것이다. 또한 함께 나타나는 망령 역시 빈도는 낮지만 5초짜리 속박 기술을 사용하고, 맵에 돌아다니는 큰 망령들 역시 밟으면 이속이 느려지는 바닥을 깔아댄다.

최근 블리자드의 컨텐츠들은 모두 이런식이다. 숙제(컨텐츠)를 출시함과 동시에 의도적으로 유저들의 숙제 작업을 방해할 매우 짜증나고 기분나쁜 요소들을 곳곳에 섞어놓는다.

대표적인 예시는 나락이다. 거대한 맵에 온갖 역겨운 패턴을 지닌 강력한 몹들이 우글거리는 나락에서는 탈것을 사용할 수 없었다. 나락에서 탈것을 사용하기 위해선 두 가지 방법이 있었는데, 한 가지는 운빨에 의존해 일주일에 단 한 번 드랍되는 나락탈것을 노리는 것이었고, 또 하나는 대단히 지루하고 긴 뒤틀린 회랑을 끝까지 돌아야만 했다.

물론 탈것을 사용할 수 있다고 해서 나락이 쾌적한 곳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원활한 숙제(저승석 파밍)을 위해선 나락 탈것이 필수적이었다. 혹은 자신의 직업이 드루이드나 주술사거나. 이동기 하나 없는 죽기로 탈것 없이 나락작업을 해 본 사람이 있다면 이 작업이 얼마나 역겹고 짜증났는지 기억할 수 있을 것이다.

블리자드의 이런 패치의 의도는 명확해보인다. 블리자드는 최대한 유저들을 짜증나고 번거롭게 만들어서 컨텐츠의 소모속도를 줄이고 싶어한다. 본인들의 준비부족의 책임을 유저들에게 전가하는 느낌이다.

어둠땅의 맵 디자인만 봐도 그렇다. 4개의 성약단 영역으로 이동하기 위해선 중앙의 오리보스를 반드시 거쳐야만 한다. 이는 날탈이 나온 9.1이후에도 여전하다. 도대체 왜? 각 성약단 영역으로 바로 이동하게 만들어주면 뭐가 덧나기라도 하나?

16000개의 령과 많은 시간을 들여 만드는 성약단 업그레이드로 성약단에 오리보스로 향하는 포탈을 열 수 있지만 이 포탈은 편도행이다. 그렇게 때문에 대다수의 유저들은 성약단 여관에 귀환석을 지정해두고 오리보스로 향하고 싶을 때는 성약단 -> 오리보스라는 불편한 2중 이동을 겪어야만 한다. 만약 귀환석이 쿨인데 다시 성약단 성소로 돌아가고 싶다면 얄짤없이 오리보스에서 지렁이를 타고 매우 긴 비행시간을 거쳐 성약단으로 날아가야 한다.

문제는 성약단에 들락날락해야 할 일이 생각보다 잦다는 것이다.

코르시아를 하며 필연적으로 쌓이는 령의 처리, 도관의 변경과 등록 등은 반드시 성약단 성소에서만 할 수 있다. 대체 왜? 그냥 모든 맵의 중앙에 위치한 오리보스에서 하면 안 되나? 아니면 오리보스에서 성약단으로 향하는 포탈을 뚫어주거나.

설정상 그래야만 한다는 말도 휴식지역에서 영혼결속의 변경이 자유롭게 가능한 시점에서 설득력을 잃는다.  거기다 도관마력이라는 시스템 역시 아주 역겹기 그지없다. 나는 맨 처음에 이게 하루가 지날 때마다 모두 충전되는 줄 알았다. 특성 스왑 등의 이유로 마음만 먹는다면 어둠땅에서는 도관을 변경할 일이 꽤나 잦았고, 그게 합리적으로 보였으니까. 하지만 모두 알다시피 도관마력은 겨우 한 칸 회복되는데 24시간이 걸리는 매우 거지같은 시스템이다.

블리자드는 대체 왜 게임을 자꾸만 짜증나고 번거롭게 만드려는 걸까?

그냥 앉은 자리에서 모든 걸 해결할 수 있으면 안 되는 걸까? 만약에 지금 오리보스나 코르시아에서 자유롭게 령을 반납할 수 있고, 유물을 반납할 수 있으며, 도관을 횟수 제한 없이 바꿀 수 있고, 성약단 구역 이동에 오리보스를 경유하는 것이 아닌 순간이동 식의 시스템을 도입하거나, 혹은 자유롭게 날탈로 이동할 수 있게 바꾸면 안 되나?

가뜩이나 어둠땅의 숙제는 불친절하다. 코르시아 보물찾기는 맨 처음 할 때만 보물찾기로 느껴질 뿐 그 이후부터는 그저 애드온에 표시된 곳을 빙빙 돌며 'ㅅㅂ 졸라 안나오네'를 연발하게 되는 아주 지루하고 불친절한 시스템일 뿐이다.

만약 애드온이 없다면 유저는 코르시아에서 하루에 몇 개의 버섯을 채집했는지, 어떤 몬스터가 나타나는지 모를 것이고 성약의 단 습격마다 숨겨진 령 항아리가 2개 나타난다는 사실도, 균열 내부에 4개의 보물상자와 2마리의 희귀몹, 그리고 주마다 리셋되는 3개의 령 항아리가 존재한다는 사실도 모를 것이다. 

인게임에서 제공되는 정보 하나 없이 유저들이 제작한 애드온을 통해 이런 정보를 얻어야만 한다는 게 심히 부자연스럽다. 마치 모드 개발을 상정하고 의도적으로 게임 시스템을 미완성으로 출시하는 베데스다의 모습을 보는 것만 같은 모습이다.

이 밖에도 성공확률이나 세부사항이 전혀 안나오는 임무탁자, 직관적이지 못한 성약단 별 특수행사들(잿불 궁정, 승천의 길 등등), 언제 리젠되는지, 어디에서 나타나는지 전혀 알 수 없는 나락의 희귀몹들, 가장 결정적으로 대다수의 유저들이 입을 모아 욕하고 있는 희대의 똥같은 컨텐츠인 토르가스트까지. 어둠땅의 숙제들은 하나같이 불편하고 유저 적대적인 컨텐츠들 뿐이다.

나는 이 중에서도 토르가스트가 진짜 악질이라고 생각한다. 제발 좀 돌기 간편하게 만들어달라는 토르가스트는 9.1이 출시 된 이후 1개의 층이 줄어들긴 했지만 대신에 모든 방을 뒤지고, 모든 항아리를 깨고, 모든 적을 물리치고, 그 와중에 강화 수치마저 계산해서 사용해야 하는 희대의 똥무더기로 변해버렸다.

거기다 유저들을 토르가스트로 끌어들이는 유인책인 철화의 석실 역시 똑같은 똥무더기임은 매한가지다. 똥같은 토르가스트를 5단계로 돌게 하는 것도 모자라 철화의 석실에서 도관, 혹은 보홈 아이템이 나올 확률은 무려 랜덤이다. 운이 좋지 않다면 똥무더기같은 토르가스트를 다시 한 번 돌아야만 한다는 것이다.

어둠땅 출시 이후 지금까지 재미있게 즐겨왔지만 이제는 점점 이 게임이 유저들의 재미를 위해 패치를 하는 것인지 , 아니면 단순히 유저들을 짜증나고 번거롭게 만들 목적으로 패치를 하는 것인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불편한 시스템들은 그대로이고 여전히 짧게는 2시간, 길게는 6시간씩 들여 클리어하는 레이드에선 골드와 령만이 나올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재미나 동기부여를 느낄 사람이 있을까?

물론 있긴 할 것이다. 첫주부터 부정 머리를 먹고, 누구보다 빠르게 부정 3셋을 맞춘 뒤 절대로 지배의 홈이 나오지 않는 운 나쁜 유저들에게 짭짭한 골드로 아이템을 판매하는 운 좋은 사람들은 분명 재미를 느낄 것이다.

말이 나온 김에 유저 적대적 운영의 예시 중 하나인 지배의 홈 시스템에 대해서도 이야기해보자.

대체 어떤 나사빠진 개발자가 이런 시스템을 본서버에 출시할 생각을 했을까? 

정신이 제대로 박힌 인간이라면 부정세트의 발동 조건을 특정 부위 아이템에 넣어두는 게 아니라 '일정 갯수 이상의 부정 보석을 착용했을 때' 로 출시해야만 했다. 만약에 지금 같은 시스템을 유지할 거라면 죽음의 진군과 기록관 평판에서 단순히 지배의 홈 부위를 파는 대신 각각 부정, 혈기, 냉기 중 하나를 만족시킬 수 있는 장비템을 팔아야만 했다.

지배의 홈 시스템 역시 유저 적대적인 시스템이며 시간끌기의 전형이다. 그런데 이건 더더욱 고약하다. 모든 루팅이 개인룻으로 바뀌고, 주사위마저 사라져버린 어둠땅에서, 과장 조금 보태서 운이 더럽게 없는 유저는 9.1이 끝날때까지 부정 세트효과를 보지 못할 수도 있다.

이 유저에게 대체 무슨 잘못이 있을까? 운이 나쁜 죄? 운 좋게 부정 머리를 먼저 먹은 사람에게 아이템을 살 정도로 충분한 골드를 모으지 못한 죄?

모두 틀렸다. 정답은 '이 거지같은 유저 적대적 게임을 시작한 죄' 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