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불성때 처음 공장을 잡았다.

남편은 도적, 나는 힐러만 키웠었고... 와우에서 만나서 와우라는 공통의 취미가 있었고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었지만 도적 자리는 없었다.
그래서 퇴근하고 애를 재우고 어렵게 접속해도 마을에서 가만 있다가 접속을 종료하는 일이 부지기수...
어느날 남편이 '공장을 잡아보는 건 어때?' 라고 했다.
처음에는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야, 하다가... 마이크를 사고 공부를 하고.. 카라잔 공대 운영을 하게 되었다.
카라잔이든 줄구룹, 검하까지.. 잡기 전까지 엄청나게 공부하고 공장을 잡았다.
물론 그 당시에는 좀 늦은 감이 있었고 이미 공략을 아는 분들도 많이 와서 크게 문제없이 운영이 되었다.

그리고 길드도 만들었고 소규모로 운영을 하면서 길원들과 검하를 다녔다.
태샘을 하고 싶었지만 이미 끝물이었고 남편이 리분때 제대로 하지, 지금 하지말라고 해서 일단 중단했다.

리분이 열렸다.
남들은 너무 쉽다고 하는 낙스를 나는 경험해본 적이 없다.
나는 대격변 유저로 오리때도 낙스를 하지 못했다.
그래서 한 달전부터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오리때 낙스 영상을 계속 돌려보고, 공략을 읽고 또 읽었다.
그래도 공부는 항상 내 삶에서 하던 거라 읽고 이해하는 것은 어렵진 않았다. 밥만 얼른 먹고 나머지 점심시간을 다 투자해서 공부했다.
이번에는 늦지 않아야지, 라는 마음가짐으로 얼마 안되는 소수의 길원들과 남편과 함께 그리 늦지 않게 낙스에 뛰어들었다.
그래도 진행이 엉망은 아니었는지 고정으로 오는 분들이 생겼다. 너무 고맙고 즐거웠다.
낙스 끝물이 되자 고정으로 오시는 분들이 한 두분 물어보기 시작했다.
울두는 언제 하나요?

아.. 울두 .. 알지도 못하지만 한다고 했다.
그리고 울두가 열리기 두 달전부터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남편은 그정도로 하면 사시 합격했겠네, 라고 말했지만 그래도 이해해주고 응원했다. 물론 가끔 다투기도 했지만..
회사에서 점심 먹고 나머지 시간을 모두 공부에 투자했다.
13년전 영상밖에 없어서 그것과 공략집을 다운받아 매일 읽고 영상보고 읽고 또 보고..
점심시간을 모두 투자하고 이동할때도 영상을 봤다.
퇴근해서 집안일을 하고 아이를 재우고 운동을 하고..
원래 접속해야 할 11시에 나는 접속 대신 영상과 공략집을 펼쳐 공부를 1시간씩 했다.
그리고 열리기 2-3주전에 연가를 내서 하루종일 공부도 했다. 그냥 읽고 이해하고 영상을 반복하니 패턴을 알겠다.
그리고 워낙 힐러만 했던지라 외생기에 대한 지식도 나쁘지 않았다.
다만 .. 원배럭이고 라이트유저라 다른 직업군에 대해 이해도가 떨어지지만 틈틈히 직업게시판에 가서 궁금한 점을 읽고 이해하고 적고 그랬다.

드디어 울두가 열렸다.
바로 가진 못했다.
나는 유부녀니까.. 직장인이고 애도 있으니까...
그래도 둘째주에 바로 시작했다.
일단 이틀 일정이고 구인 시간이 거의 없어 고정으로 모았다. 반 이상은 낙스에서 함께 했던 분들이었다.
외부는 몇 분 없었고, 첫 날 올킬 경험 여쭤보니 경험 없는 분들이 많아 그간의 지식을 모두 쏟아부으며 진행했다.

다들 너무 잘 따라주셔서 요그빼고 거의 원트 올킬했다.
브리핑 시간과 경매 시간이 길어 이틀.. 합쳐 5탐 한 것 같다.  외부 2분이 귓을 해서 세심한 진행이 좋았다고 칭찬해주셨다. 정말 기분 좋았고 감사했다.
하지만 두 분은 시간대가 안맞다고 떠나셨다.
그래서 슬프고.. 또 사람을 구해야 해서 너무 힘든 마음이었다...25인을 하고, 길원들을 위해 일요일과 평일 이틀 밤시간에 애를 재우고 2시간씩 이틀 또 10인을 했다.
그리고 10인 3하드를 성공했다. 4탐 살짝 지났던 거 같다.
길원이 9명이었다. 조합은 엉망이었지만 애썼다.
2보기에... 흑마도 없었지만.. 그래도 해냈다.
3하드를 하기 위해 한분에게 쓴소리도 해야했다.
남편이 너 왜 그런 말 하냐고 뭐라했다.
그래서 마지막에 그 분께 수고많으셨다고, 박수치고 칭찬해드렸다.

이번주는 25인 1-2하드 트라이를 한다.

나는 사실 겁이 좀 난다
요즘같이 공장들이 사사게와 클게에 오르락 거리는 걸 보면.. 나 또한 못잡고 실패하면 올라가겠지
그 때 나는 무슨 변명을 할까, 아님 그냥 접어야 하나 고민도 된다. 하지만 나에게는 사랑하는 길원들이 있다.
게임 따위에 무슨 책임감? 할 수도 있지만 책임감이 왜 없겠는가..작은 일을 하더라도 책임감은 발생하기 마련이다.
사람 구인하는 게 힘들다.
한 두명씩 시간이 안된다고 할때마다 가슴이 무너져내린다. 이상한 귓도 많이 오고... 이틀 일정인데 하루 일정 왜 안되냐고 따지는 귓도 온다...

회딱 공장 이야기가 나오네...
나도 회딱이구나..
그렇지만 이상하다. 나는 원힐도 해봤고 2힐에 3하드도 했다. 힐량과 활동량은 우월한데 로그는 왜 이렇지...
그 누구도 죽이지 않았는데...
난 잘못한 거 없는데.. 외생기도 잘 돌리는데.. 누가 내 이야기 하면 어쩌지 갑자기 걱정이 든다...
로그도 신경써야겠다. 그래도 초반이니까 서서히 올라갈테니 기죽지 말자, 생각한다.

어쩌면 울두가 내 마지막 공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어젯밤, 구인하기 위해 밤 11시에 접속했다.
애정하는 길원들과 수다를 떨며 광고를 했다.
1에서 2하드 트라이팟이라고 썼더니 경험 많은 분이 귓을 하셨다. 너무 감사하지만 못 잡을 수도 있어요. 라고 했고 괜찮다고 하셨다. 그리고 한분은 한주 참여하고 고정 결정하신다고 했다.

일단 풀파는 됐지만 나는 좀 떨린다.
공략도 다 알고 외생기도 다 불러줄 수 있지만 사람 일은 모르니까.. 그리고 못 잡으면 어쩌나 걱정도 된다.
그런데 아직은 공장하는 게 재밌고 게임도 즐겁다.

그동안 공장하면서 내 사람도 얻었고, 몇 몇은 잃었다.
가끔 잃은 사람이 기억나고.. 내가 왜 그랬을까 싶지만 그런 반성의 시간조차 없는 나는 .. 원배럭의 라이트 유저다.
2배럭을 준비중이지만 두 캐릭은 도저히 울두를 못 돌리겠다. 그래서 하나는 낙스만 공장을 잡는다...
오늘 잘 할 수 있겠지? 잘될거야. 라고 남들에겐 우스울 수도 있는 1-2하드 25인팟을 나는 걱정한다.


긴 글 지루할 수도 있지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요즘 실력 있는 공장, 없는 공장 이야기들이 많이 나오는데....한번 제 이야기를 적어보았습니다.
노력하는 공장도 있습니다.
다만 최고의 실력자는 될 수 없네요..

그리고 진행하면 목도 아프고.. 귓으로 투정 듣고 달래는 것도 참 힘들고.. 힘든 부분이 많은 것도 공장입니다. 알아달라고 적은 건 아닙니다.
그냥 이런 사람도, 이런 팟도 있다는 걸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모두 즐겁게 게임했으면 좋겠습니다.
그게 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