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윤서인 똥을 보여준건 미안하게 생각하고, 이걸 먼저 보여준 이유는 논객이의 생각이 윤서인이 내뱉는 소리와 매우 동일하기 때문이지.

일단 노력 드립을 치는 논객이의 머릿속에서 그 대상은 아주 한정되있는데, 일단 저 만화나 논객이나 상대방을 '노력하면 충분히 직장 구해서 어느정도 먹고 살 수 있는데도 그걸 못해서 사회탓 투정만 부리는 패배자 근성' 으로 단정짓고 시작하지.

재벌 얘기 꺼내면 '그럼 재벌까지 되길 바라냐? 욕심이 과하네', '재벌은 극소수의 사례일뿐' 하는 소리나, 저 만화에서의 '이재용이 몇억을 벌든 내가 무슨 상관이냐? 내가 잘먹고 잘살고 거기에 만족하면 그만이지' 같은 주장이 일맥상통 하는것을 알 수 있어.

그 극소수인 재벌이 한국 사회에서 갖는 부의 비중이나 그로 인한 영향은 전혀 생각하지 않는것이 이 둘의 공통점이기도 하고, 저렇게 재벌의 파이만 쭈욱 높아지는게 아니라 한정된 전체적인 파이에서 상위 계층으로 비중이 쏠린다는 것, 그래서 중간층이 좁아져 모래시계와도 같은 양극화가 완성된다는 것은 생각하지 못하지.

그들의 시각에서는 안정된 피라미드 형태에서의 중간 계층에 해당하는 이들이 열심히 학교 다니며 공부하고, 준비하면 먹고 살만한게 이 세상인데도 투정 부리는 한심한 모습으로 밖에 보이지 않거든.

설령 피라미드 하위계층이어도 상관없어. '고승덕은 17시간 공부했다더라, 넌 왜 그렇게 못하냐? 노력하면 다 되는데?'

이러한 성공한 소수의 성공 신화를 보여주면 그만이니까. 



노력하면 된다. 하면 된다

구세대 시절부터 참 많이 반복돼왔던 구호지. 해보지도 않고 못한다고 안된다고 포기하지마라. 하면 된다. 하면 길이 열린다. 안되면 네 노력이 부족했던 것이다.

구 일본군이 목숨 걸던 정신력 타령이 전염된 영향도 있고, 그 시절에는 그게 어느정도 통할수도 있었겠다만, 계층 이동의 기회가 닫혀가는 지금 한국 사회에서 이런 구호는 오히려 사회 부조리를 규탄하는 목소리를 짓밟는 수단으로 작용할 뿐이지. 

투정 부릴 시간에 책 한 줄이라도 더 읽으라고 윽박 지르며, 젊은이들이 힘든것은 당연한 것이다. 아프니까 청춘이다 같은 소리나 튀어나오잖아?

수험생들은 수능 공부하느라, 취업준비생들은 스펙 하나라도 더 쌓느라, 직장인들은 일에 치이느라 본인 몸 하나 건사하기도 힘들고, 그래도 쌓인 울분과 모순된 사회에 대한 의문과 문제 의식을 인터넷에라도 풀어 놓는데, "왜 본인이 성공해서 고칠 생각은 안하고 여기서만 떠드냐? 그러니까 입진보가 안되는거야 ㅉㅉ" 하고 손가락질 하는 후안무치한 무리가 존재하지. 그게 누구인지는 따로 말 안해도 될 것이고.



논객이는, 모든 문제를 철저히 개인의 문제로만 생각해. 

'재벌의 상속이 뭐 어떠냐? 아버지가 자식에게 물려주는 것뿐인데.' 

이렇게만 보면 얼핏 문제가 없어보이기도 하지. 하지만 한 사회의 부가 특정 계층, 혈연관계에 귀속되어 있다는 것은 그다지 건강한 모습이 아니거든. 결국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권력을 보장해주는 부가 부모에게서 자식에게로 되물림 된다는것은 전근대 사회의 세습 계급과 별 다를것이 없음에도, 이를 문제 삼는 것은 '본인의 노력은 등한시하고 성공한 이들에 대한 질투'로 매도하고 있지.

고시생을 예로 들며 하루에 열시간 넘게 공부하며 성공한 이들을 예시로 삼지만, 그 뒤에 실패한 이들에겐 눈을 돌리지. 물론 그들은 '노력이 충분하지 못해 실패한 패배자들' 일뿐이야. 물론 개인과 개인을 놓고 봤을때 합격한 사람이 탈락한 사람보다 더 노력했을 수도 있겠지.

그런데 준비된 의자는 3개인데 앉고 싶은 사람은 10명이라면? 3명은 앉으려는 노력이 가상했지만, 7명은 안일했기 때문인가? 어떻게 해서든 실패한 7명은 생겨날 수 밖에 없는데?

사회가 의자에 앉지 못한 사람을 위해 적어도 평평한 바닥에 신문지라도 깔아주는 사회라면 그 7명도 아쉬움은 남을지언정 그럭저럭 만족할 수는 있겠지. 하지만 땅바닥에 울퉁불퉁한 돌덩이 뿐이라면?

수학 시험을 본다고 했을때, 누군가는 만점을 받을수도, 누군가는 90점, 누군가는 60점밖에 못 받을 수도 있겠지. 하지만 60점도 열심히 공부하고 공부하면 90점도 만점도 받을 수 있어. 이건 개개인의 능력과 노력 여하에 달려있기 때문에 모두가 90점 이상의 점수를 거둘 수도 있고, 모두가 낮은 점수를 받을 수도 있는 절대평가지.

하지만 누군가 A를 받는다면 누군가는 B, C, D에 위치해야만 하는 것이 세상이지. 여기서 C,D에게도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자! 고 주장하는 쪽이 있으면, 그걸 듣고 '그럼 다같이 A를 받게 하자는거냐? 북한이냐?' 고 외치는 사람들도 있는거고.

식견이 짧고 시야가 좁으면 모순된 분배 구조에 대한 문제 제기를 보고 '자기가 더 못가지니까 더 가진 사람들 질투하는 패배자 근성' 이라는 생각밖에 못하지. 항상 자신에게 무언가가 결여되어 있는데 그것을 스스로 채울 생각은 못하고 남에게 빼앗으려고만 하는, 개인의 문제로 밖에 보질 못해.

그러니 어제도 '저소득 계층을 위해 재분배가 필요하다' 는 말이 나오자 진작 그렇게 말하셨어야죠 같은 반응이나 나오는거지. 

아니, 너말고 다 그 소리 하고 있었거든? 혼자만의 좁디좁은 사고에 매몰되어 있으니 징징이들의 투정으로 밖에 생각을 못했던것뿐이고.

밥 먹을 시간되서 이만 끝내는데, 물론 논객이라면 이 글에서 어느 한 부분, 한 줄, 한 단어만 짚어내서 그걸 가지고 물고 늘어질 것이라는건 충분히 예상이 간다. 근데 뭐 너 보라고 쓰는거 아니니까 신경 안 써도 된다.

대화는 말이 통하는 상대와 하는 것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