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연예인 자살을 핑계로 자꾸 인터넷상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자는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그 사람들 말대로 연예인 자살이 진짜 악플 때문이면 우리나라는 연예인, 유명인 말고는 자살률이 낮아야 맞겠네? 그런데 어쩌나. 남녀노소 자살률이 세계 상위권인 나라가 대한민국인데. 인터넷에 익숙하지 않은 노년층 자살률도 하늘을 찌르는데. '자살의 원인은 악플이니 악플을 없애면 된다'라고 하는게 얼마나 피상적아고 의미없는 해법인지 알 수 있다.

내가 장담하는데 악플을 아무리 규제해도 자살률은 안 변한다. 왜냐면 우리나라 자살률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외부 요인이 아니라 정신건강이니까. 인식이 점점 달라지고는 있다고 하지만 아직도 우리나라에서 정신과 간다고 하면 어디 문제있는 사람 취급하는게 현실이고, 우울증 같은건 그냥 개인의 노력으로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지금 우리나라가 필요한건 그런 인식을 개선하고 의료보험 지원을 대폭 확대해서 모든 사람이 정신과 상담을 건강검진하듯이 매년 받을 수 있도록 만들어야 된다고 본다. 그러면 자살위험군 조기진단도 가능해지고, 그 사람들이 눈치를 안 보고 쉽게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되겠지.

특히 최근에 자살한 구하라 같은 경우는 몇개월 전에 이미 자살시도를 한 적이 있고 가깝게 지내던 주변인이 목숨을 끊은 직후라 자살 고위험군으로 분류해서 집중관리가 됐어야 맞다. 그런데 구하라가 그런 상담이나 심리치료를 받았다는 뉴스를 전혀 본 적이 없다. 이건 국가 보건시스템의 실패라고 봐야하고, 앞으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관련 예산을 증액하는게 맞다.

그런데 이걸 엉뚱하게 악플러와 포탈 탓으로 돌린다고? 그냥 책임회피다. 국가의 책임을 인정하기도 싫고 돈을 쓰기도 싫고 가장 만만한게 익명의 네티즌과 국내 기업이지. 해외 사이트는 가입 시에 본인인증이 필요없고 국내법 적용도 어려운데 그 쪽은 어떡하려고? 차단이라도 하게? 중국이냐?

애초에 우리나라는 본인인증제 때문에 인터넷상 익명성이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 나라고, 인터넷상 모욕 및 명예훼손에 대한 처벌도 매우 강력한 편이다. 진짜 중국 정도를 제외하고는 이 정도로 인터넷을 통제하는 나라는 찾기 힘듦. 그런데 여기서 더 강화하자는건 그냥 중국처럼 되자는 얘기다. 아예 실명제 또는 IP공개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더라.

이게 그냥 정치인들이 표를 의식해서 실효없는 보여주기식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었으면 좋겠지만, 혹시라도 연예인 자살을 핑계삼아 인터넷 통제를 하려는 세력들이 있는건 아닌가 우려도 든다. 그 경우라면 과거 '간첩을 잡기 위해' 또는 '테러리스트를 잡기 위해'의 반복이다. 법에서 대놓고 금지하는 행위도 몰래 하는게 정보기관, 수사기관인데 '악플러를 잡기 위해'라는 명분에 속아넘어가지 말자. 정당한 사유라면 법원에서 영장발부 받아서 추적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