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일전 조상얘기를 잠깐 언급했더니 내가 조부님과의 유대감이 없었다는 주장에대해 좀 어처구니가 없어서 남긴다. 독립운동사에 내 조상들이 남긴 발자취는 제법 굵직하다. 교과서에 이름실린 조상들만도 수백명에 달할정도로 뿌리깊은 나무중하나가 내 조상들이다. 그런분들과 나의 유대감 자랑스러움 따위를 내가 느껴야 한단 말인가?
카인의후예. 다수가 들었을 이 단문은 황순원의 625배경 소설이다. 책내용이야 뭐 뻔한시대의 뻔한이야기고 제목이 왜 카인의 후예일까. 카인은 인류최초의 살인자여서? 그게 아니다.
원래 황순원은 시인이었다. 뭐 감수성이 남달랐다는 말이다. 이 사람이 저 제목을 차용한 이유는 소설속 살인에 있다. 단순하게 결론내리면 "살아남은 우리 모두는 어차피 살인자의 후손이다'라는 뜻이다. 아닌거 같나? 도덕이 부재한시대에 우리조상중 살인자 아닌이가 하나쯤 없었을수는 없단 이야기다.
자 이제 생각해보자. 자랑스러운 조상에대해서.
어찌생각하나? 살인자의 후손임을 부끄러워해야하나 구국열에 불탔던 정신에 박수를 보내야하나?
다른면을보자. 내 조부님은 시내에서 좀 배웠다는 사람들이 스승으로 모시던 한학자다. 시내 유력자들은 명함을 위해서라도 배움을 청해오곤 했었다. 뭐 나름 지역에선 존경받는 인물이었지. 그럼 가장으로선 어땠을까? 초딩시절부터 새벽5시에 기상해본사람? 초딩전부터 12시에 제사를 새벽에는 차례를 일년에 100여일을 온 산을 헤집으며 벌초에 묘사에 다녀본 사람? 한겨울에 얼음장같은 찬물에 밤12시에 세수해본사람? 칼바람 몰아치는 마당에 꿇어앉아 30여분씩 제사랍시고 견뎌내본사람? 하루종일 먹 가니라 불어터진 손으로 숟가락도 힘겹게 들어본 사람?
지나가는 사람은 일면식도 없는개에게 짖으면 사납다고 지껄이고 조용하면 착하다고 지껄이지.
뭐 그렇다고 내가 내 조부님을 싫어하냐하면 그건 아니야. 난 그시대의 평가는 그시대 사람에게 맡겨야 한다고 분명히 말했어. 내 조부님은 현명한 사람이었고 역사에 기록된 현명한분들의 후손임은 분명하고 존경하는것도 분명해. 그분은 그렇게 배워왔고 그것이 맞다고 결론짓고 살아온분이기에 존중해. 그런데 나는 그분께 그렇게 배웠다고 그렇게 해야하나? 웃기는 소리지.
내 백부님은 췌장암으로 조기사망 하셨는데 아는사람은 알거야 그게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돌아가신날 새벽에도 5시에기상해서 논 다 돌아보고 1년여를 배변못하면서도 한번도 아프다고 내어뱉지않은 독한사람이지. 그런사람을 만들어낸게 조부님이고.  그시대에 유학다녀오고 그 지식으로도 관욕심없어 시골서 농사짓고 사신분이라 존경하지. 그런데 후손들은 어떨까? 존경하지 다들 그 무욕도 강단도. 그럼 사다리를 끊어버린건 어떨까? 섭섭하지 않을까? 우리가 걷는길은 항상 두갈래야. 니들이 여기서 시답잖은 좌우논쟁 헛소리를 지껄이듯. 음지와 양지. 니가 걷는 걸음마다 한쪽은 하늘이고 한쪽은 땅이란 이야기다.
욕심없는 정치가를 원하냐? 욕심없는 정치가 좋지. 그런데 그건아냐? 욕심이 없단건 베풀줄도 모른다는것. 노래가 뭔지 모르는 사람이 노래를 부르겠냐? 정의구현 좋지. 그럼난 대답해주지 없는것을 추구하는이를 뭐라 부르는지 아시오? 바보라고 하지요.
너에겐 내 조부님이 조상일지 몰라도 내겐 가족이다 이 바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