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www.chosun.com/opinion/editorial/2021/08/19/IZINUARQ3NF6ZCX3B4II54PDGQ/


정부 공인 부동산 통계 작성기관인 한국부동산원이 조사 대상 아파트 표본을 2배로 늘리고 7월 주택가격을 조사하자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가 11억930만원으로 한 달 전보다 20%나 급등했다. 7월 통계는 한국부동산원이 아파트값 표본을 1만7000개에서 3만5000개로 2배가량 늘리고 처음 실시한 조사이다. 그 이전 통계는 표본 부족으로 실상을 반영하지 못하는 부실 통계였다는 뜻이다. 정부는 그동안 부동산원 통계에 근거해 소비자가 느끼는 것과는 거리가 있는 수치를 내세우며 집값 급등 현실을 왜곡해 왔는데, 실상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지난해 7월 김현미 당시 국토부 장관은 부동산원 통계 수치를 근거로 “문 정부 출범 후 서울 아파트 값이 14% 올랐다”고 했다. 경실련이 4년간 서울 아파트 시세가 79% 올랐고, 공시가격은 86%나 올랐다고 반박하자 정부는 “민간 통계는 호가 중심이라 실거래 가격과 다르다”고 우겼다. 문재인 대통령도 “집값이 안정되고 있다”고 해왔다. ‘통계 왜곡’ 논란이 일자 통계 표본을 2배로 늘려 새로 조사한 결과 집값 급등의 실상이 여지없이 드러났다. 새로 나온 수치는 민간통계인 KB부동산 통계와 거의 같다. 정부 집값 통계가 ‘엉터리’였음을 스스로 입증한 꼴이다. 이런 통계 분식과 엉터리 정책 탓에 주택 공급 대책이 3년 이상 지체돼 온 국민이 ‘미친 집값’ ‘전세대란’ 고통을 겪고 있다.



통계 분식에 의한 현실 왜곡은 부동산만이 아니다. 최저임금 과속 인상으로 연간 취업자 증가폭이 5000명대로 곤두박질치고 근로소득이 37%나 급감하는 ‘고용 참사’ ‘소득참사’가 발생하자, 정부는 가족 중 근로자만 따로 추려낸 소득 통계를 만들고는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 효과가 90%”라고 우겼다. 그 결과 최저임금 두 자릿수 인상은 다음 해에도 이어져 고용참사가 계속됐다. 그러자 정부는 노인 알바 자리를 매년 수십만개씩 만들어 고용 통계를 사실상 조작했다. 코로나 사태로 노인 알바가 대거 중단되자 이들을 ‘일시 휴직자’로 분류해 취업자로 둔갑시켰다. 탈원전 한다며 월성원전 1호기를 억지 폐쇄시킨 것도 경제성 평가 수치를 조작한 것이다.


정책이 작동하려면 정확한 통계에 바탕해야 한다. 문 정부는 잘못된 정책을 합리화하려 통계를 왜곡한다. 마차가 말을 끈다는 소득 주도 성장이 실패하자 정책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통계청장을 바꿨다. 그리스는 재정적자 통계를 조작하다 국가부도를 맞았다. 우리도 20여 년 전 “경제 펀더멘털은 튼튼하다”고 우기다 외환 위기를 맞았다. 정부의 통계 분식은 나라를 망치는 지름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