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산보가 희생양이 될 수 없다. 정치적 논리로 죽산보를 해체하지 말라.’

 20일 오후 1시께 전남 나주시 다시면 죽산보 앞. 도로 곳곳에 보(洑) 해체를 반대하는 주민들이 설치한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죽산보 철거하면 영산강은 또랑된다’ 등의 문구도 눈에 띄었다. 또랑은 작은 시내(川)를 일컫는 전라도 방언이다.

 이날 만난 주민들은 “정부는 왜 주민들의 의견을 들어보지도 않고 죽산보를 부수는 결정을 했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앞서 지난 18일 대통령 직속 국가물관리위원회가 죽산보를 해체하기로 결정한 데 대한 반발이었다.

죽산보 해체 반대하는 주민들 왜?

이날 죽산보 앞에서 만난 주민은 “죽산보는 전·현 정부의 정책이나 정치적 논리로 따지기 전에 이곳 주민들이 원했던 숙원사업”이라고 했다. 그는 나주 영산포에 살면서 영산강 뱃길 복원 추진위원회의 회장도 맡고 있다.

 그는 “영산강은 날씨가 약간만 가물어도 금방 말라버리는 건천(乾川)인데 농업용수와 관광자원 부족으로 고민하던 주민들이 앞장서 20여 년 전부터 보 설치를 원해왔다”며 “나 또한 죽산보 설치를 바랐던 주민 중 한 명”이라고 말했다.

 양씨는 “이곳 주민들과 함께 1997년부터 죽산보와 유사한 유량 확보시설 설치를 요구해왔다”며 “죽산보가 들어서고 농민은 가뭄 걱정을 덜었고 영산강을 이용한 뱃길, 캠핑장 등 다양한 관광자원이 생겨 주민들도 반겼는데 이제는 해체한다니 말이 되느냐”고 했다.

“주민 의견 들었다면 해체 못 해”

 죽산보 인근 주민들로 구성된 ‘죽산보 철거 반대 대책위원회’는 지난 19일 성명서를 통해 “죽산보 해체를 결정한 물관리위원회 위원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영산강 유역 주민들을 대변할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고 해체 결정에 반발했다.

 앞서 이곳 주민들은 지난해 11월을 전후로 약 70일 동안 죽산보 해체를 반대하는 1인 시위와 농성도 벌였었다. 대책위 관계자는 “죽산보 해체를 반대하는 주민과 관광객 등 5000여 명의 서명을 받아 국토부 등에 전달했었다”며 “주민 의견을 조금이라도 들었다면 이렇게 쉽게 죽산보 해체 결정을 내릴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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