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관련 법률 전문가로 유명한 이병찬 변호사는 현재 법무법인 정진 소속이며, 블로그 '함께 바꾸는 세상'을 통해 게임 규제와 관련된 다양한 글을 기재하고 있습니다. 금일(2일), 이병찬 변호사는 법률 전문가의 시각에서 게임회사 설립 노하우를 서술한 '스타트업을 위한 법률특강'이라는 칼럼을 인벤에 기고하였습니다. 앞으로도 게임회사 스타트업과 법률 관련 주제들을 갖고 칼럼을 연재할 예정이니 많은 기대와 성원 부탁드립니다.

* 본 내용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 이병찬 변호사 ]
“갑 주식회사”의 대표이사이자 칼럼의 주인공인 A는 공정거래위원회 홈페이지에 게시된 온라인게임 표준약관과 경쟁업체의 약관을 참조하여 겨우겨우 “축구왕 몽키”의 약관을 작성했습니다.

고객들이 “축구왕 몽키”를 다운로드 받고, 약관에 동의하면 “갑 주식회사”와 고객은 약관의 내용에 따라 권리를 취득하고 의무를 부담하게 될 것입니다. 다만, 이것은 원칙일 뿐 회사와 고객이 모든 약관조항에 구속되는 것은 아닙니다.

약관은 고객에 비해 상대적 강자인 사업자에 의해 작성되기 때문에 사업자에게는 유리하고 고객에게는 불리한 내용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상대적 약자인 고객을 보호하고 사업자와 고객 사이에 평등한 계약이 이루어지도록 하기 위해서는 약관의 내용을 통제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러한 필요에 따라 1986년에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었는데, 동법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사업자에게 불공정한 약관조항을 삭제 또는 수정하라고 명령하거나 권고할 수 있고, 불공정한 약관조항은 무효로 계약 당사자를 구속하지 못합니다.

예를 들어, A가 “축구왕 몽키” 약관에 “갑 주식회사는 심심한 경우 고객의 레벨을 초기화할 수 있다”는 조항을 삽입해 두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어느날 “갑 주식회사”는 위 약관조항에 따라 전체 고객의 레벨을 초기화하였습니다. 고객들은 위 약관조항에 동의했기 때문에 “갑 주식회사”는 어떠한 손해도 배상해줄 필요가 없는 것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불공정 약관조항은 효력이 없기 때문에 레벨 초기화로 손해를 입은 고객이 있다면 위 약관조항에도 불구하고 “갑 주식회사”는 이로 인한 손해를 배상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불공정 약관조항이란 과연 어떤 조항을 의미할까요?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에서는 여러가지 유형으로 분류하여 규정하고 있지만, 불공정 약관조항이란 아주 단순화시켜서 말하면 사업자에게 지나치게 유리하거나 소비자에게 지나치게 불리한 조항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이런 추상적인 기준만으로 불공정 약관조항인지 여부를 판단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아래에서는 공정거래위원회가 불공정하다고 판단하여 시정을 권고한 약관조항들을 몇가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 서비스의 임의적 변경

회사는 서비스의 향상 또는 문제해결을 위해 사전 고지 없이 내용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변경할 수 있습니다.


사업자가 게임 내용의 전부를 변경하는 경우 이용자들이 유료로 구입하여 사용하던 아이템이나 캐릭터 등을 사용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는데 위 조항은 사업자가 사전 고지도 없이 게임 내용의 전부를 변경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위 약관조항이 불공정하여 무효라고 판단하고 시정을 권고하였습니다.


■ 서비스 중단에 따른 보상

서비스가 유료인 동안 회사는 회사의 귀책사유로 인하여 이용고객이 계속해서 4시간 이상 연속적으로 전체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하는 경우, 해당시간의 3배를 최저기준으로 당해 이용고객의 서비스 기간을 연장해 줌으로써 그 손해를 보상합니다. 다만, 서비스의 중단이 운영상의 목적에 의한 것으로서 사전에 공지되거나 천재지변 등 불가항력적인 사유나 이용고객의 고의 또는 과실로 발생한 때에는 보상하지 아니합니다.


위 조항에 따르면 4시간 이상 연속적으로 서비스가 중단된 경우에만 서비스 시간을 연장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사업자의 귀책사유로 게임이 3시간 동안 중단되었다가 다시 1시간 동안 서비스가 제공되고, 이후 3시간 동안 중단되는 현상이 반복될 경우에는 사업자가 하루에 6시간만 게임서비스를 제공하더라도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게 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에 공정거래위원회는 위 약관조항이 불공정하여 무효라고 판단하고 시정을 권고하였습니다.


이용자의 계정은 게임의 기획이나 운영상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당사에서 이용 정지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 이용자는 홈페이지의 사이버 고객센터 및 계정도용신고 센터를 통해 이의신청을 할 수 있습니다.


위 조항은 사업자에게 게임의 기획이나 운영상 필요한 경우 사전고지도 없이 이용자들의 계정을 일방적으로 정지시킬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정지기간도 불명확합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위 약관조항이 상당한 이유없이 사업자가 이행하여야 할 급부를 일방적으로 중지할 수 있게 규정한 조항으로서 불공정하여 무효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시정을 권고하였습니다.

▲ 불공정 약관 구제절차 흐름도 (출처: 공정거래위원회 블로그)


■ 접속지연에 대한 손해배상

회사는 회사에서 명백히 인지할 수 없는 사유로 인한 접속지연과 서비스 이용자들이 통칭하는 랙으로 인한 손해 (아이템 분실, 경험치 손실)에 대해서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위 조항은 사실상 접속지연 등에 대한 귀책사유의 입증책임을 아무런 정보도 보유하고 있지 아니한 이용자들에게 부담시키고 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위 약관조항이 상당한 이유없이 고객에게 입증책임을 부담시키는 조항 또는 고객에 대하여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으로 무효라고 판단하고 시정을 권고하였습니다.


■ 계정양도 등에 대한 제재조치

이용자가 아이템의 현금거래를 시도한 경우에는 영구적으로 이용을 금지한다.


아이템 현금거래 행위가 제재대상에 해당된다고 하더라도 계정의 영구이용제한 조치는 실질적으로 계약의 해지에 해당되는 효과(게임을 할 수 없게 됨)가 발생하는 점을 고려할 때, 1차 적발시에는 경고의 의미로 일정기간만 계정 이용을 제한하거나 해당 캐릭터(또는 아이템)를 영구 제한하는 정도가 적정함에도 불구하고 위 규정은 아이템 현금거래「시도」행위까지 1차 적발시라도 곧바로 계정을 영구 이용금지 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위 약관조항이 고객에 대하여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으로 무효라고 판단하고 시정을 권고하였습니다.

약관은 계약이기 때문에 사업자와 고객 사이에게는 원칙적으로 약관 내용에 따라 권리와 의무가 주어집니다. 그러나, 이는 유효한 약관에 따라 계약이 체결된 경우를 전제로 하며, 사업자가 작성한 약관 조항 중 일부가 고객에게 지나치게 불리하다면,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에 따라 그와 같은 불공정조항은 아무런 효력을 갖지 못합니다. 따라서, 약관을 작성하는 경우에는 내용이 불공정하여 무효로 판단될 가능성이 없는지 반드시 사전에 검토하시기 바랍니다.

다음 시간에는 아이템 환불에 대하여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