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 반 걱정 반' 인터넷 포털 다음에서 '플래닛사이드2'를 서비스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처음 든 생각이었다. 소니 온라인 엔터테인먼트가 제작한 '플래닛사이드'는 나름의 성과를 거두었다. 수많은 이들이 한 서버에 접속해 끊임없는 전투를 벌인다는 기믹. '병과'와 '탈것'의 개념은 기존의 게임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요소였지만, 끊임없는 전투는 내심 상상하기 힘들었다. 플래닛사이드는 이 기획을 충실하게 게임으로 옮겨둔 작품이었다.

플래닛사이드2 역시 전작인 플래닛사이드에서 조금 더 진화했을 뿐 큰 변화는 없는 게임이다. 다만 이 작품의 국내 서비스가 걱정되었던 이유는 국내 정서와 잘 맞지 않는다는 이유가 컸다. 국내 온라인 게임 시장에서 FPS는 이미 밀리터리 컨셉의 인스턴트 액션식 FPS가 장악한 상태다. '병과'가 존재하는 FPS는 기존에도 존재했지만, 크게 히트를 친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굳이 찾아보자면 '워록'정도가 있을까? '아바' 역시 병과 시스템을 지원하지만, 사실상 병과 자체가 게임에서 역할을 완전히 바꿀 정도로 큰 역할을 하지는 않는다.

게다가 SF라는 코드도 국내 정서에 썩 알맞지는 않았다. '병과'를 나누는 SF컨셉의 게임 중 국내 서비스를 시행했던 게임을 찾아보자면 '퀘이크워즈: 에너미 테러토리'가 있지만, 많은 이들이 존재조차 모를 정도로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여러모로 실험적인 시도가 아닐 수 없다. 물론 게임은 이미 검증되어 있다. 현재 스팀에서 서비스중인 북미판 플래닛사이드2의 메타크리틱 스코어는 84점. 이정도 점수라면 꽤나 괜찮은 평가를 받는 수작임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국내 시장. 6월 18일 오픈베타를 시작하는 플래닛사이드2를 다음 측에서는 어떻게 준비하고 있을까? 이에 대한 해답을 얻기 위해 다음 플래닛사이드2 담당 이정순 PM과 마케팅 담당 김현호 PM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 이정순 PM(우)와 마케팅 담당 김현호 PM(좌)


검증된 게임인 것은 맞지만, 여러모로 실험적인 소싱으로 볼 수 있다. 내부에서 바라보는 플래닛사이드2에 대한 생각은 어떠한가?

이정순 PM : 사실 처음 소싱을 시도했을 때는 내부에서도 반대가 많았다. 가장 많이 나온 이야기는 역시 국내 시장에 대한 이야기였다. 우리는 많은 외국 게임들이 한국에 들어와 흥행하지 못하는 사례들을 보아왔다. 하지만 현재 국내 온라인 FPS 시장은 조금 경직되어 있다고 보는 것도 사실이었다. 비슷한 컨셉, 비슷한 콘텐츠. 그런 게임들이 집권한 것이 이제 10년을 눈앞에 두고 있다.

지금이라면 전혀 다른 컨셉의 FPS도 기회를 잡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 시작된 도전이다. 지스타 2013 당시 국내 유저들도 즐겁게 게임을 즐겨주셨다. 앞서 진행한 클로즈 베타 테스트와 PC방 테스트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었다. SF 코드 역시 고민되는 부분이었지만, 최근 문화 콘텐츠의 흐름에 SF가 대두되고 있기에 많이들 익숙해져 계시리라 생각하고 있다.

▲ 현재 국내 온라인 FPS에서는 볼 수 없는 모습



국내 유저들은 과금제 역시 궁금해 할 것이다. 기본적으로 스팀에서 서비스중인 플래닛사이드2는 프리 투 플레이에 유료 콘텐츠를 포함한 부분유료화 정책을 사용중인데, 국내 서버는 어떻게 운영할 계획인가?

김현호 PM : 플래닛사이드2의 시드 유저는 기존 북미 서버에서 플레이하던 유저들이 주가 될 것이다. 이들은 대부분 북미 서버의 과금제에 대해 상당히 만족하고 있는데, 그 차이점은 결제 내용에 있다. 국내 FPS 게임들의 경우 대부분 결제 콘텐츠를 기간제로 운영한다. 하지만 플래닛사이드2 북미 서버의 경우 한번 결제하게 되면 콘텐츠를 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국내에서 서비스할 플래닛사이드2 역시 북미 서버와 동일한 과금 구조로 이뤄지게 된다. 기본적으로 F2P 룰은 변함이 없다. 게임 자체는 무료로 플레이가 가능하며, 유료 콘텐츠 역시 북미 서버와 동일한 콘텐츠를 판매한다. 다만 가격 자체는 한국 시장에 맞춰 책정될 것이다.

플래닛사이드2의 유료 콘텐츠는 실력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 과금을 하게 되면 조금 더 빠르게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는 있겠지만, 밸런스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콘텐츠는 존재하지 않는다. 과금을 하게 되는 주 원인은 개인만의 무언가를 원하는 유저들의 니즈가 주가 될 것이다. 흔히 말하는 '지갑전사'는 보이지 않을 것이다.

▲ 현금 결제로 무쌍을 찍는것은 불가능



대규모로 진행되는 FPS의 경우 플레이어들이 '어렵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가장 유명한 대규모 멀티플레이 FPS 게임인 '배틀필드'역시 진입 장벽이 낮지는 않았다. 이에 대해 준비한 것이 있는가?

김현호 PM : 사실 조금 왜곡되어 과하게 어려운 게임으로 비춰지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1차 CBT와 테스트 과정을 진행할 당시에도 이 문제는 동일하게 다가왔다. 게임이 굉장히 어렵다고 생각하는 유저들이 많은데, 게임 시스템 구성은 굉장히 잘 되어 있다.

유저들이 FPS게임에서 원하는 원초적인 요구 사항은 아군과 함께 적을 무찌르면서 느끼는 쾌감이다. 전장이 너무 멀어 이동하는데 한나절이 걸린다거나, 시작과 동시에 영문도 모른 채 사망하는 경우가 반복되다 보면 당연히 게임에 대한 흥미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FPS 게임은 첫 플레이가 매우 중요하다. 첫 플레이에서 재미를 느낀다면, 그 유저는 상당 기간 게임을 플레이하게 되지만, 첫 플레이에서 흥미를 잃게 된다면 금방 빠져나가게 된다. 우리는 그 재미를 만들어 주려고 한다.

그래서 우리는 OBT에 맞춰 '조교' 시스템을 운영할 생각이다. 조교 시스템은 서비스 팀이 직접 조교가 되어 스쿼드, 혹은 플래툰을 이끌고 전장에 합류해 전투를 지휘해 주는 시스템이다. 최대 48명의 유저를 한 명의 조교가 인솔해 전투에 임하게 되는데, 이덕에 초보 유저들이 전장을 찾지 못해 해메이거나, 어떤 플레이를 해야 할지 고민하지 않아도 되도록 만들어준다.

유저 중에는 다른 이들을 지휘하며 재미를 느끼는 이들도 있지만, 지휘관의 지휘를 받으며 자신의 임무를 성공적으로 해내는 것에서 재미를 느끼는 유저들이 더 많이 존재한다. 실제로 온라인 MMORPG인 '월드오브워크래프트'에서 직접 공대를 꾸리는 인원보다 공대에 들어가 자신의 역할을 해내는 것에 보람을 느끼는 사람들이 더 많지 않았나. 플래닛사이드2를 플레이하다 보면 이런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여담이지만 클로즈 베타 테스트 당시 분대원들이 점점 군대식 말투를 사용하고 군인처럼 행동하는 것들을 보며 군 시절로 돌아간 느낌이 들기도 했다.


플래닛 사이드2에는 다양한 차량이 존재하여 기갑전 및 공중전이 활발하게 벌어진다. 유저 중에는 차량전보다 백병전을 더욱 좋아하는 이들도 있기 마련인데, 따로 콘텐츠가 제한된 전장은 마련되지 않는가?

김현호 PM : 이 부분은 플래닛사이드2의 캐치프라이즈로 설명할 수 있다. 플래닛사이드2의 매력은 진짜 '전장다운 전장'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실제 전장을 보면 주력이 몰리는 과열전선에서는 기갑전과 공중전, 백병전이 어우러져 대격전이 벌어지지만, 우회 루트를 통한 침투나 구역 확보는 보병들간의 소수전이 주를 이루게 된다.

유저들은 선택을 하면 된다. 자신이 대규모 전선에서 기갑전을 치르고 싶다면 주 전선에서 전투를 치르면 되고, 보병들간의 싸움을 하고 싶다면 비교적 밀집이 덜한 전선을 택해 전투를 치르면 된다. 플래닛사이드2에서 모든 전투는 한 서버에서 이뤄진다. 따로 콘텐츠가 제한된 전장을 만들 계획은 없다.

▲ 주 전장에서는 기갑전과 공중전이 벌어지지만 보병들만의 전장도 존재한다



플래닛사이드2가 정상가동되기 위해서는 한 번에 많은 유저가 접속해야 한다. 국내 유저들이 가장 불안해하는 요소 중 하나는 서버의 안정성일 것인데, 충분한 서버 관련 시설이 확충되어 있는가?

이정순 PM : 국내에서 운영할 서버의 기준이나 스펙은 북미 서버를 기준으로 이뤄져 있다. 이제 오픈 베타 테스트를 하는 게임에서 쓰기에는 꽤나 강력한 서버기 때문에 내부에서도 이 정도의 서버가 굳이 필요할까 하는 정도다. 때문에 유저 수가 정말 우리의 예상을 아득하게 초월할 정도로 몰리지 않는 한 서버 문제는 크게 없으리라 생각된다.

사실 서버가 터질 일은 적을 것이라 보지만, 터질 경우 좋아해야 할지 슬퍼해야 할지 모르겠다. 서버가 터진다면 그 만큼 많은 유저분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지만, 터졌다는 것을 기뻐할 순 없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취약 시간대에 대한 대처는 어떻게 되는가? 주 이용시간에는 많은 유저들이 몰리겠지만, 새벽이나 아침 시간대에는 유저 수가 부족할 수 있지 않을까?

김현호 PM : 이 또한 플래닛사이드2가 실제 전장을 구현하고자 했다는 점에서 충분히 설명이 가능하다. 실제 전장에서도 24시간 싸우는 경우는 드물다. 낮과 저녁에는 치열한 전투가 펼쳐지지만, 늦은 밤부터 아침까지는 산발적인 전투만 벌어지는 것을 드라마나 영화 등에서 볼 수 있다.

물론 야간 전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이전 테스트를 진행하면서 재미있는 장면을 보았다. 낮에는 형편없이 밀리던 세력이 새벽이 되자 잠에서 깨어나 야간 작전을 도모했고, 아침 즈음에는 세력 구도가 완전히 뒤바뀌어 있었다. 결국 밤에 덜 자는 세력이 주도권을 잡아내더라. 이 또한 플래닛사이드2에서 벌어질 수 있는 수 많은 세력간 대치 구도 중 하나라 생각하면 될 것 같다.

▲ 이런 전장이 총 세가지 모여 전체적인 세력구도가 형성



많은 이들이 한 전장에 투입되서 전투를 치르게 될 경우 필연적으로 PC에 부하가 걸리게 될 것 같다. 일단 새로운 게임을 접할 때 유저들이 가장 먼저 품는 궁금증은 '과연 구동이 가능할까?' 하는 점인데, 전체적인 요구 사양은 어느 정도가 되는가?

이정순 PM : 사실 저사양 게임이라 보기는 힘들겠지만, 고사양이라고 볼 수도 없다. 용량은 제법 나가는 편이다. 워낙 광대한 전장과 콘텐츠를 제공하기에 약 12기가 정도의 용량이 필요하다고 보면 된다. 그래픽 사양은 현재 기준으로는 지포스 760 Ti 정도라면 풀 옵션으로 실행이 가능할 것이다. 지포스 550정도라면 중간 옵션으로 구동이 가능하며, 이보다 더 낮은 사양으로도 실행은 가능하다.

김현호 PM : 최적화가 꽤 잘된 편이기 때문에 사양 문제가 심각하게 다가오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개인의 PC가 조금 오래되었다면 그래픽과의 타협은 어쩔 수 없겠지만 말이다.


전략적 요소들 역시 들어가는 만큼 유저들간의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자체적으로 지원하는 커뮤니케이션 기능은 어떤 것들이 있는가?

김현호 PM : 일단 자체적으로 보이스 채팅을 지원한다. 보이스 채팅의 범위는 유저들이 입맛대로 조절할 수 있다. 실제 전장과 같이 주변 일정 범위 내의 보이스를 들을 수도 있고, 스쿼드나 플래툰 인원간 보이스 채팅만을 허용할 수도 있다.

우려되는 바는 비속어 문제다. 가끔 게임을 즐기다 보면 자제하지 않고 비속어를 말한다거나, 모욕감을 줄 수 있는 언행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유저들도 존재한다. 때문에 보이스 채팅 란에서 특정 유저를 음소거 해 버리는 기능 역시 존재한다. 또한 헤드셋을 사용하지 않는 유저들을 위해 핫 키 커뮤니케이션도 지원한다. 기존 많은 FPS 게임들에 존재했던 단축키를 이용한 커뮤니케이션 기능이다.

조금 더 강력한 커뮤니티 기능을 원한다면 '아웃핏'을 이용하면 된다. 일종의 길드, 혹은 클랜과 같은 개념이라고 보면 된다. 우리는 '아웃핏'이 유저들간의 유대감을 증대시키고, 보다 전술적인 플레이가 가능할 수 있도록 하는 도구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 주변 동료들과 협동하려면 강력한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이 필수



한가지 더 묻자면 오픈 베타 테스트 시기가 왜 6월 18일인지 궁금하다. 월드컵을 더불어 여러 이슈가 많은 날인데, 굳이 이 날짜에 오픈 베타 테스트를 실시하는 이유가 있는가?

김현호 PM : 오픈 베타 서비스 일정은 정해진지 오래 되었다. 다른 이슈들이 많이 겹친다는 이유로 서비스를 늦추거나, 혹은 앞당길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 전부터 계획되어 있었던 일정에 맞추어 시행하기 위해 계속 노력해왔다.

사실 이 시점이 아니고 다른 시점을 선택하려 해도 큰 선택지가 없다. 조금 있으면 여름 방학 시즌이 시작되는데, 그 때가 되면 더욱 많은 게임들이 서비스를 시작할 것이다. 그 이후 가을이 되면 수 많은 콘솔 게임 라인업이 본격적으로 출시된다. 어떤 이벤트나 이슈를 피해 서비스를 시작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마지막으로 플래닛사이드2를 짧게 요약해 말하자면 어떤 게임이라 하고 싶은가?

이정순 PM : '누구나 편하게 할 수 있는 게임'이라 말하고 싶다. 기존 FPS 게임에서는 실력이 굉장히 중요했다. 게임을 잘 못할 경우 같은 편에게 인신공격을 당하고, 게임에서 강퇴 당하는 일도 있었다. 플래닛사이드2는 마음 편하게 잠시 놀다 갈 수 있는 게임이면서 동시에 열심히 플레이하는 보람도 느낄 수 있는, 라이트 유저와 코어 유저를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게임이라 생각한다.

김현호 PM : 걱정되는 것은 '편견'이다. 대규모 FPS가 어렵다는 생각, 진입 장벽이 높을 것이라는 생각. 이러한 편견들을 버리고 플레이 해 본다면, 플래닛사이드2는 분명 기대했던 재미를 안겨 줄 수 있는 작품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 편견을 버리고 시도해 본다면 즐거운 게임이 될 수 있을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