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서울 세종대학교 광개토관은 굉장히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바로 언리얼 서밋 2014가 개최되었기 때문. 올해 언리얼 서밋에 청중들이 몰릴 수 밖에 없는 이유도 있었다. 첫째로는 정식발표한 지 얼마 안된 따끈따끈한 신작 엔진 ‘언리얼엔진 4’에 대한 보다 자세한 정보 공유의 장이기 때문, 둘째는 언리얼엔진의 아버지 팀 스위니(Tim Sweeney) CEO가 기조강연을 펼치기 때문이다.

본인을 스스로 ‘컴퓨터 덕후’로 표현하고 있지만, 팀 스위니가 천재 프로그래머라는 사실은 그 누구라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당시 최고의 그래픽을 자랑하던 3D FPS게임 ‘언리얼’을 대부분 혼자서 프로그래밍, 통합 개발툴도 직접 개발했으며 극강의 3D퀄리티를 자랑하는 언리얼 엔진을 창조한 게임업계의 대부라 할 수 있는 인물이다.

언리얼엔진 4의 성능과 가능성, 에픽게임스의 미래를 다룬 팀 스위니의 기조강연 기사도 따로 인벤에서 다뤘다. 이 강연이 다가 아니다. 시간 상 강연에서는 나눌 수 없었던 팀 스위니와 에픽게임스의 미래를 좀 더 이야기할 수 있는 인터뷰도 진행되었다.

약 한 시간동안 팀 스위니와 에픽게임스의 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제이 윌버(Jay Wilbur) 부사장, 업계 기자들이 함께 나눴던 언리얼엔진 4와 에픽게임스의 미래, 그리고 변화하고 있는 게임 트렌드에 관한 대화를 아래에 정리해 보았다.

▲ 에픽게임스 팀 스위니 CEO(좌)와 제이 윌버 부사장



언리얼 서밋을 미국이 아니라 한국에서 진행했다. 한국시장에 대한 특별한 관심이 있는 건가?

제이 윌버 :
에픽게임스는 한국의 음식이나 사람, 문화를 사랑한다.실제로 우리 회사 직원이 한국 사람과 결혼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뭐, 이는 차치하더라도, 한국은 게임업계 트렌드를 선도하는 국가라 생각한다. 3D그래픽의 미들코어 트렌드, 부분유료화 시스템 등 한국은 항상 트렌드를 앞서간다. 이런 트렌드를 좀 더 빠르게 이해하고 직접 보고 느끼고 받아들이려면 자주 방문해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한국에서 2014 서밋을 진행한 이유다.


아직 한국에서는 언리얼 엔진이 아주 대중적으로 사용되고 있지는 않은 듯 한데, 한국 내의 성적은 어떻게 되는지 알려줄 수 있는가?

제이 윌버 :
정확한 수치는 공개하기 힘들지만 한국 내 보급률 성적은 상당히 좋은 편이다. 예상치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라이센스 멤버십에 가입하고 있다. 라이센스 보유자 수만 따져봐도 한국은 비영어권 지역에서는 1,2위를 차지하고 있다. 공식 커뮤니티에 가입한 개발자도 3천 명 정도. 언리얼엔진 4를 공개한지 이제 막 4개월에 접어들고 있는데 이만큼의 성적을 기록한 건 상당히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 에픽게임스에서 사업분야를 총괄담당하고 있는 제이 윌버 부사장


팀 스위니에게 질문. 아까 기조연설에서 2년 후 모바일 디바이스의 성능이 PC를 능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주장을 내세울 수 있는 구체적인 근거가 있나?

팀 스위니 :
2년 안에 모바일 디바이스가 PC의 성능을 능가할 거라고 말한 이유는 간단하다. 현재만 보더라도 태블릿 디바이스의 수준은 이미 노트북을 뛰어 넘었다. 모바일 기기 성능이 PC와 비슷해지는 경향은 점차 더 가속화될 거라 생각한다. 특히 신제품을 빨리빨리 출시하기 힘든 PC시장에 비해, 태블릿 생산 시장은 투자받기도 용이하고 발전 가능성도 높다.

▲ 신제품이 빨리빨리 나온다는 것은 곧 산업의 발전을 의미하는 것!
현재는 확실히 PC산업보다는 모바일 산업 시대라는 것을 강조한 팀 스위니 CEO


김형태 아트디렉터가 언리얼엔진 4 캐릭터 디자인을 담당하고 있다는 깜짝 뉴스가 떴는데.

팀 스위니 :
김형태 아티스트의 캐릭터 디자인은 익히 잘 알고 있다. 단순한 프로그래머인 내가 보더라도 그의 작업은 예술적이다. 업계에서 굉장히 유명한 그가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캐릭터 디자인을 해 주고 있다는 사실에 감사할 따름이다. 그것도 노개런티로(웃음). 해당 캐릭터는 완성되는 대로 언리얼 엔진 4 마켓플레이스를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 언리얼엔진 4 캐릭터 작업 중인 김형태 아트 디렉터


최근 언리얼엔진을 이용한 모바일게임들이 흥행하고 있다. 이를 보면 언리얼엔진이 흥행의 요인이 될 수도 있다고 본다. 현재 시장에서 내세울 수 있는 언리얼엔진의 장점은 무엇인가?

제이 윌버 :
기존에 유행했던 2D게임들은 이제 더 이상 유저들을 만족시키긴 힘들 것이다. PC온라인게임이 그랬듯이, 한국은 트렌드를 선도하는 나라다. 한국의 모바일게임 역시 전세계적으로 높은 사양을 자랑하고 있고, 유저의 기대치도 그만큼 높다. 이런 한국 게임을 따라 점차 다른 나라도 고사양의 3D게임을 출시할 거라 본다.

팀 스위니 :
심플한 게임을 만들 땐 굳이 엔진이 필요하지 않다. 좀 더 복잡하고 좀 더 사양 높은 게임을 만들 때 엔진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며, 게임이 발전할수록 엔진의 성능도 더 높길 바라게 된다. 이런 입장에서 게임을 좀 더 깊이 있고 멋있게 만들고 싶거나 그래픽 분야에서 성과를 내고 싶을 땐 언리얼엔진 4가 도움을 줄 수 있을거라 본다.


▲ 국내 모바일게임 최초로 언리얼엔진3를 사용한 액션RPG '블레이드'
팀 스위니 및 에픽게임스 직원들도 아주 재밌게 즐겼다고 한다


최근 언리얼엔진 4를 이용한 조감도 영상을 자주 업로드 한다. 집의 내부를 관찰하거나 벽면의 질감을 표현하는 영상을 보니 게임 뿐만 아니라 다른 사업까지 염두에 둔 듯 한데?

제이 윌버 :
확실히 에픽게임즈는 언리얼엔진 4가 게임을 넘어 여러 분야에까지 활용되었으면 좋겠다. 매장 디스플레이를 미리 해본다던가, 인테리어 시뮬레이션, 시네마틱 영상 제작 등 게임의 영역을 넘어 다른 업계 개발자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싶다. 샘플 영상을 올려두는 이유도 게임 외의 업계에 언리얼엔진 4의 활용성을 어필하고자 하는 의도다. 이 덕분인지, 최근 타 업계 개발자들도 언리얼엔진 4 라이센스를 구매하고 있다.


언리얼엔진 4라는 최신 엔진은 출시했지만, 신작 게임 소식은 그렇게 많이 들려오지 않는다. 현재 게임 개발 상황은 어떻게 되어 가는가? 또, 최근 고전 게임들이 리뉴얼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에픽게임스 역시 예전의 게임들을 리뉴얼할 계획이 있는가?

팀 스위니 :
언젠가는 '언리얼 1'등 예전에 내놓은 게임들을 리뉴얼할 순 있을 거다. 하지만 당장 리뉴얼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 신작은 꾸준히 준비 중이다. 현재 작업 중인 타이틀은 커뮤니티 중심의 ‘언리얼 토너먼트’, 또 하나는 ‘포트나이트’라는 Pc게임이다. 모바일게임 프로젝트도 두 개 있다. 하나는 대작이라 칭할 만 하고, 하나는 그냥 소소한 프로젝트다. 다만 아직 공개할 수준은 아니다.

제이 윌버 :
샘플 영상 중 일부는 게임으로 개발하다 중도에 그만 둔 프로젝트다. 이렇게 프로토타입 겸 만들고 있는 건 많으나, 이 중 어떤 것이 실제 게임으로 개발될 지는 미지수다. 어쩌면 또 다른 샘플영상으로 탄생할 수도 있고...아무튼 게임 개발을 멈추지는 않았다는 걸 알아주면 좋겠다.

▲ 착착 개발 진행 중인 포트나이트

▲ 원래 게임으로 개발되고 있었던 Zen garden. 프로젝트 중단 후 언리얼엔진 4 성능을 검증하기 위한 샘플 영상으로 활용되고 있다


에픽게임스는 20년 이상 게임 및 엔진 개발사로서 트렌드를 발빠르게 파악해 업계 최고의 위치에 있다. 이토록 트렌드를 빠르게 파악하는 에픽게임스만의 비결이 있나?

팀 스위니 :
일단 직원들이 잠을 안 잔다(웃음). 농담이고, 회사 초기에는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해 힘들기도 했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 보니 대략 7년 주기로 트렌드는 변화하고 있다. 2D게임이 보편적이었던 PC게임시장이 3D그래픽으로 변모, 이후 콘솔이 대성하고 온라인게임이 뜨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은 모바일의 세상이다.

이처럼 7년 주기로 오는 트렌드의 변화를 확실히 읽고 대응하는 게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에픽게임스 역시 업계의 변화를 항상 주시하고 있고, 다음 트렌드가 무얼지 미리 고민해둔다. 변화의 기미가 보이면 그간 진행하던 게임 개발 방향이나 비즈니스 모델도 전면 수정한다.

▲ 모바일로의 트렌드 변화를 빠르게 캐치해 선보인 '인피니트 블레이드'.
아직도 iOS 인기유료게임 분야 순위권에서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흥행했다


언리얼엔진 4는 향후 10년을 내다보고 만든 엔진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지금 추세는 1년 뒤도 예측하기 힘들만큼 발빠르게 변화하고 있는데, 향후 10년은 어떤 모습으로 바뀔 거라 추측하는가?

팀 스위니 :
일단 현재 추세인 3D그래픽 모바일게임은 몇 년 더 그 힘을 이어갈 거라 생각한다. 이후에는 증강현실, 가상현실 쪽으로 점차 추가 기울 거다. 지금 내가 쓰고 있는 조그만 안경이 4K급 해상도의 영상재생 기기로 변할 세상이 5년에서 10년 안에 분명이 온다. 다가올 변화는 게임업계를 재구성할 정도로 큰 변화일 것이다. 그래서 현재는 모바일 트렌드를 따르면서 가상현실과 증강현실 쪽을 유심히 살피고 있다.


▲ 한국에 대한 에픽게임스의 사랑을 굳이(...) 표현해 준 두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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