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템베이 김치현 대표이사가 협회장으로 있는 디지털자산유통진흥협회는 26일 상공회의소 의원회의실에서 개정 부가가치세법 설명회를 열었다. '게임결과물유통 산업 관계자들의 혼란을 미연에 방지하고 법 개정 취지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개정된 부가가치세법에 따르면 7월 1일부터 아이템베이 등 오픈마켓 사업자는 통신판매 중개수수료에 대한 세금계산서를 의무적으로 발행해야 한다. 또 오픈마켓 사업자는 통신판매업자를 대신해 신용카드 결제 및 현금영수증을 발급해야 한다. 아이템베이에서 아이템을 구매하면 현금영수증을 받을 수 있다는 말이다.


오픈마켓을 이용하는 통신판매업자는 매출규모에 따라 사업자등록을 하고 부가가치세와 소득세를 납부해야 한다. 다만 6개월간 매출액이 1200만원 미만인 일반 중개사이트 이용자는 중개사이트에서 사업자등록을 대신해주고, 납부세액도 없다. 조금 복잡해지긴 하겠지만 이용에 큰 변화는 없는 셈이다.


문제가 되는 것은 6개월 매출이 1200만원 이상인 통신판매업자. 이 경우는 일반과세자로 개별적으로 사업자 등록을 해야하고 그에 따라 부가가치세와 소득세를 납부해야 한다. 이번 부가가치세법 개정이 작업장에 타격을 줄 것이라는 이야기는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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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부가가치세법 개정으로 안내도 되던 세금을 내라는 것은 아닙니다."


아이템이라는 무형의 자산이 세금부과의 대상이냐 아니냐에 대한 논란, 아이템 거래를 합법화 시켜야 하느냐의 논란, 게임사가 약관으로 현금거래를 금지하고 있는 것에 대한 입장 등으로 명쾌한 해답을 찾기 어려웠던 아이템 현금거래 문제로, 아이템 거래를 하는 사람들이 '세금을 내야한다'는 인식을 미처 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세금까지 생각하기에는 그 전에 산적한 문제들이 너무 많았던 것이다.


이번 법 개정이 게임계에 던진 가장 큰 화두는 그래서 '아이템 거래를 하면 세금을 내라'는 것일 수밖에 없다.


국세청 전자세원팀 최신재 사무관은 세금을 내는 건 당연한 것이 아니냐고 반문한다. 경제적 행위에서 세법에서 부과하지 말라고 한 것이 아닌 한 모두 세금 부과의 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인가나 허가를 받지 않고 영업했던 사교 댄스 학원에 세금을 징수한 것을 예로 들며, 불법소득에도 과세는 한다고도 덧붙였다. (주: 아이템 거래업은 세법에서 전자상거래업에 해당되기에 세금 부과의 대상이 될 뿐, 합법이냐 불법이냐와는 관계없다는 뜻이다.)


투명성이 확보되지 못해서 세금부과에 어려움이 있었던 것이지, 내지 않아도 되는 것을 내도록 한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작년 있었던 표본 조사에서 100여개의 ID 로 아이템거래를 한 3 명에 대해서 146억원에 해당하는 세금을 추징하고 형사당국에 의도적 탈세 혐의로 고발한 사건이 있었다고 소개했다.



[ 국세청 전자세원팀 최신재 사무관 ]



"대형 중개상 거래자료가 확보된 걸로 알고 있고 언젠가 절차에 따라서 상행위를 한 만큼에 대한 세금을 납부해야 할 겁니다."


이전의 소득에 대해 세금이 징수된 이야기에 많은 아이템거래사업자들은 동요했다.


최 사무관은 이와 관련해 이미 중개업체의 거래자료가 확보되어 국세청으로 넘어가 있다고 덧붙였다. 7월 1일부터는 개정된 부가가치세법에 따라 세금이 부과되지만, 6월 30일 이전에 해당되는 내용은 이전 부가가치세법에 따라 '세금이 부과된다'는 설명.


거래 및 매출 내역 자료를 확보했다는 말은 과거의 상행위에 대한 세금도 추징하겠다는 의지일까. 최 사무관은 '아이템베이나 매니아에 물어봐라. 넘겨줬나 안넘겨줬나'라고 돌려 말했다. 반면, 정진회계법인의 정영한 회계사는 '세법의 적용도 합리성을 바탕으로 접근하기 때문에 소급해서 추징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었다. 구제절차가 있으므로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어쨌거나 7월 1일부터는 아이템 중개사이트를 통한 사업에 대한 세금은 이전과 달리 피할 수도 숨길 수도 없게 되었다. 최 사무관은 세율 회피를 위해 의도적으로 ID 를 분산하는 시도에 대해서도 '다 내역이 나온다'고 딱 잘랐다. 엄정과세에 대한 의지 뿐 아니라 과세 능력에 대한 자신감도 느껴졌다.


사업자 등록을 안하거나 세금을 불성실하게 납부하면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한다. 사업자 등록을 위반하거나 세금계산서를 허위로 기재했을 때, 신고를 하지 않거나 액수를 줄여서 신고했을 때 추가적인 가산세가 부가되고 세금 납부를 제 때 하지 않은 경우에는 미납액에 이자까지 내야 한다.



[ 부가가치세법에 대해 설명한 정진회계법인 이규동 회계사 ]



"1200만원은요, 여기 온 사람들 중에 1억 안넘는 사람이 어딨어요."


아이템 중개사이트를 운영하거나 운영하려는 사업자, 대량이든 소량이든 아이템 중개사이트를 통해 아이템거래업을 해왔던 사업자들이 대거 참석한 이번 설명회에는 코너에 몰린 이들이 처해있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결국 세금 받아 먹으려고 하는 것 아니냐'며 문을 박차고 나가는 사장님(?)도 있었다. 작업장 스스로도 위기감은 느끼고 있는 것이다.


게임산업법의 아이템 거래 규제에 더해 세금까지 부과되면서 일명 작업장으로 통칭되는 아이템 거래업자는 설 곳이 없어지게 된다. 정상적인 절차를 밟아 사업자 등록을 하고 세금을 납부하는 것은 스스로를 작업장이라고 인정하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게임산업법에서 불법 프로그램이나 중국 등 해외 IP 를 이용해 생산된 게임머니의 거래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는 마당에, 사업자 등록을 어떻게 하고 어떤 절차로 세금을 내라고 하는 설명회가 무슨 소용이냐는 의문도 제기되었지만 그 중에는 합법적인 아이템 거래에 대해 발빠르게 고민한 사업자도 있었다.


중개사이트 내에서 구매를 해 재판매를 하거나 게임산업법이 인정하고 있는 정상적인 방법으로 직접 생산한 경우 또는 직접 아이템을 개인에게 구매해서 판매한 경우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사업이 제도권에 편입되면서 불법 행태를 띠고 있던 작업장 대다수는 이렇게 사라지지 않기 위해서 변화를 모색할 수밖에 없어진 것이다.





현금거래에 대처하는 우리들의 자세...


그러나 아직까지 아이템 현금거래 문제는 깨끗하게 정리되지 않았다.


게이머들은 작업장을 싫어하지만 그만큼 작업장이 생산해 낸 게임머니와 아이템을 구매하는 것에는 인색함이 없다. 게임시스템으로 현금거래를 원천봉쇄하라는 주장은 게임이라는 창작물에 가해지는 표현의 제약에 대해서는 감수해야한다는 입장이다.


게임사는 여전히 현금거래를 하다 적발되면 게임 이용 자체를 할 수 없게 하겠다고 약관을 들이대며 엄포를 놓으면서도, 일부는 게임머니 시세를 민감하게 관찰하며 현금거래를 장려하는 패치를 내놓는다.


주무부처인 문화관광부는 개인간 현금거래에 대해서는 연내 법적 근거를 마련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아직까지는 '판단유보'상태. 그나마 처벌하겠다는 작업장에 대해서도 아직까지 이렇다 할 단속기준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국세청은 아이템 현금거래하면 세금을 내는 게 당연하다며 합법, 불법 여부는 상관없다고 한다.


하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해도 된다는 건지 하면 안된다는 건지 헷갈릴 수밖에 없다. 개인적으로야 속편하게 안하면 그만이겠지만, 올 해 예상되는 아이템 거래 규모는 1조원을 훌쩍 넘는다. 마냥 무시할 단계는 애초에 지난 것이다.


게임계의 목소리가 아닌, 게이머의 목소리를 기다리며...


'아이템 팔면서 세금 내야 된다고 생각한 사람이 여기 누가 있어요!' 설명회에 참석한 한 사업자의 말이다. '미리 말을 해줬어야지' 한다. 코너에 몰린 그들의 이야기에는 묘한 동정이 간다. 자신들의 의지나 바람이 법이나 정책에 반영되지 못하는 것은 일반 게이머도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그나마 '디지털 자산 유통업'자들은 이렇게 설명회도 마련하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의논도 한다. 업계의 상황에 대해 의견을 모아 진정도 낼 작정이다. 변호사와 회계사가 달라붙어 법적인 조치도 취하려고 한다. 설명회 3부에서는 세컨드라이프의 권재성 이사가 사업비전을 설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게임을 하는 당사자인 게이머의 목소리는 누락되거나 무시되는 형편이다. 법 개정 공청회에 게이머의 학부모가 초청되고 교수님, 법학자, 게임사는 초청되어도 게이머는 부르는 곳이 없다. 게이머들의 목소리를 모을 만한 곳도 부재중이다. 법 개정에 목소리를 내기 위해 필요한 단체도 딱히 구성되어 있지 않다. 이런 기사를 보고 '윗 분들이 하는 일이 다 그렇지' 하고 한탄하는 게 고작이다.


음성적 거래로 인해 폭력사태가 일어나곤 했던 과거로 돌아갈 수는 없다. 또 아이템 거래 때문에 게임이 줄 수 있는 본질적 재미가 훼손되는 것도 방관할 수 없다. 현금거래에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약관과 법 사이에서 좀 더 재미있게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게임계의 목소리'에는 '게이머의 목소리'도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하고 또 할 수 있을까.


Inven Niimo - 이동원 기자
(Niimo@inv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