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친.소 란? - 인벤의 새로운 코너인 "스.친.소"는 "스타트업 친구를 소개합니다!"를 줄인 말이며, 새로운 게임을 개발 중이거나 혹은 개발을 위해 모인 야심찬 개발자들을 직접 찾아가 만나보고 그들이 추구하는 꿈과 희망을 들어보는 코너입니다.

게임 업계의 경쟁은 계속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매주 끊임없이 신작 게임들이 출시되고 다양한 매체를 통해 스타트업들이 소개되지만, 그나마 이름이나마 알릴 수 있는 기회를 잡은 스타트업들은 운이 좋은 편입니다. 워낙 경쟁이 심하다보니 힘들게 개발한 게임이 제대로 이름조차 알리지 못하고 묻혀버리는 일도 많습니다.

다 만들지도 못한 게임을 홍보하자니 게이머들이 관심있어 할만한 자료도 아직 없고, 그렇다고 대형 게임사들과 함께 경쟁을 하자니 자본과 인맥은 더욱 부족합니다. 차근차근 게임을 알릴만한 통로도 부족할 뿐더러 우리가 이런 게임을 만들었다고 자랑스레 내보일만한 장소도 없습니다.

스친소는 이렇게 재야(?)에 묻혀 아직 이름을 알리지 못하고 있는 스타트업을 게이머 및 업계 관계자 분들에게 소개시켜드리고자 준비한 새로운 코너입니다.

게이머들에게 내놓을만한 자료가 부족해도 괜찮습니다. 이제 막 게임 개발을 위한 첫번째 코딩만 되어 있어도 좋습니다. 게임을 개발하고자하는 열정과 각오만 충분하다면 언제든 부담없이 인벤의 문을 두드려주세요. (메일 - desk@inven.co.kr)

미어캣은 동물계 척삭동물문 포유강 식육목 고양이아목 몽구스과에 속하는 동물로 주로 남아프리카에 서식하는 동물이다. 30마리 정도 집단생활을 하며 여러 통로와 입구가 있는 굴속에서 서식한다. 단 낮에는 굴에서 지내지 않고 자주 두 발로 서서 가슴과 배에 햇볕을 쬔다. 특히 엄청난 호기심을 지닌 것으로 유명하다.

미어캣 게임즈는 분류를 확실히 하기 힘든 새로운 생물체다. 판교에서 서식하고 있으며 5명 정도가 집단생활을 하며 사무실에서 주로 서식한다. 단 낮이고 밤이고 개발에 몰두하고 있어 그들만 보고 있으면 밤낮 구분이 조금 힘들지도 모른다. 특히, '판타지 아레나'라는 게임 개발에 몰두하고 있음이 유명하다.

지난여름 미어캣 게임즈의 '판타지 아레나' 첫 영상이 세상의 빛을 봤다. 미어캣처럼 여유롭게 빛을 쬐는 모양새와는 조금 거리가 먼 사투의 산물이지만, 영상 자체는 충분히 미어캣다웠다. 보는 이로 하여금 호기심을 가지게 하니깐. 뜨거웠던 여름보다 더 뜨거운 겨울을 준비하고 있는 미어캣 게임즈의 남기룡 대표를 만났다.


▲ 미어캣 게임즈 남기룡 대표이사


팀 이름이 특이하다. 보통 초식동물은 약해 보인다고 잘 사용하지 않는데...

미어캣에 의미를 부여하자면 먼 미래에 있는 꿈과 희망을 바라보는 모양새다. 사실, 이름 짓는데 상당히 힘들었다. 처음에 30개 넘게 이름을 뽑았는데 너무 개성이 강했다. 전부.

중2병 걸린 것 같은 이름, 초등학생이 지었나 싶을 정도로 유치한 이름, 무슨 뜻인지도 모르겠는 이름들이 혼재되어있었다. 이런 혼란스런 와중에 일단은 귀여운 이름으로 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그다음이 동물 이름으로 하자는 의견이 나왔고 그러다가 미어캣이 되었다. 스타트업이니까 기억하기 좋은 이름이 좋을 것 같았다. '미어캣', 어쩐지 뇌리에 계속 남을 이름 아닌가?


▲ 미어캣 게임즈의 '판타지 아레나'


구태의연한 질문이지만 어떻게 창업하게 되었나.

구태의연한 답변이지만, 내가 만들고 싶은 게임을 만들고 싶었다. 지난 작품(레이더즈)를 만들 때 디렉터의 자리에 있었다고는 하지만 내가 만들고 싶은 것을 만들 수 없었다. 커다란 틀 안에서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었을 뿐이다.

더 늦기 전에 하고 싶은 걸 다 하고 싶어서 창업을 결심했다. 과거에 비해 창업하기 좋은 환경이 갖춰진 것도 같았고... 무엇보다 좋은 사람들과 좀 더 주도적으로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가장 컸다.

하지만 내가 하고 싶다는 의지만으로 시작하기는 힘들었다. 첫 난관의 가족을 설득하는 거였는데 의견을 말하자마자 부인한테 맞을 뻔했다. 우여곡절 끝에 1년 안에 자리 못 잡으면 접는다는 조건을 붙이고서야 겨우 허락받을 수 있었다.

회사를 그만두고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주로 '요즘 어렵다.', '왜 나왔냐.' 등의 이야기였다. 그래도 내가 만들고 싶은 게임을 만들고자 하는 열망이 더 컸다. 나아가 자신의 게임을 만들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우산이 되고 싶은 생각도 했다. 현재 우리 팀원들도 마찬가지지만, 앞으로 함께할 사람들에게도 그들이 게임을 만드는 데 필요한 인큐베이팅 공간이 내가 생각하는 궁극의 목표이자 창업 목적이다.




팀원 구성은 어떻게 했나

창업멤버의 조건으로 3가지를 추렸다. 능력, 리더쉽 그리고 게임 개발 의지를 중점적으로 봤다. 기획, 프로그램, 원화 , 모델링, 애니메이션분야별로 1명씩의 핵심 멤버를 찾는 것부터 시작했다. 자주 찾아가서 꾀기도 하고, 알콜로 회유하기도 했다.

'서로 만들고 싶은 게임을 만들자.'라며 꾀기도 했고 '함께 개발하기 좋은 환경 만들자.'라며 회유하기도 했다. 때로는 '지금 만드는 게임 짱 재밌다.', '이거 대박날건데 너 안하면 후회해.'라며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그렇게 꾸려진 게 지금의 팀이다. 2명의 프로그래머, 2명의 아티스트, 1명의 기획으로 꾸려진 평균 경력 10년의 팀이다.

대체로 오랜 시간을 함께 하던 사람들과 팀을 구성해서 그런지 팀워크 자체는 굉장히 좋다. 팀 원을 볼 때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게 리더쉽이다. 이 리더쉽이 누구를 끌고 간다는 개념이 아니라 '이 팀을 위해 내가 과연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하는 능력이다. 스스로 주체가 된다는 뜻이다.

스타트업은 인디랑 조금 다르다. 내가 원하는 게임을 만들어서 나혼자 즐거운 거면 인디고, 남들도 같이 재미있으면 스타트업인 거다. 그런 의미에서 나도 재미있고 남들도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고자 한다. 팀원들에게 "앞으로 5년 안에 돈에 구애받지 않으면서 게임 개발하게 해줄게."라고 확언했다. 밸브나 슈퍼셀 같은 회사를 만드는 게 목표다.




스타트업을 고려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가장 큰 난관은 투자 유치다. 어떻게 투자를 받게 되었나

팀을 꾸리고 퍼블리셔를 만날 생각은 전혀 없었다. 우리가 생각하는, 우리가 만들려고 하는 게임에 대한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퍼블리셔를 만나면 우리 게임이 나오지 않을 거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RPG를 만들려다 보니 아무래도 장르 특성상 규모가 있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개발하고 회사를 운영하려면 돈이 있어야 했다. 때문에 투자를 받고 싶었지만 방법을 몰랐다. 인맥도 없고... 그래서 외부에 우리 게임을 어필하고자 동영상을 제작해서 올렸다. 입소문을 통해 알려지다 보니까 벤처 캐피탈과 연결이 됐다.

스타트업을 하려는 사람들은 재무 회계 등 관련 공부를 미리 해두라고 말하고 싶다. 벤처 캐피탈, 퍼블리셔 등 투자사마다 투자의 방향이나 특징이 다르므로 미리 파악해두는 게 좋다.




회사의 구성원으로 있다가 회사의 수장이 되고 나서 가장 달라진 점이 있다면

불안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가장 견디기 힘들었다. 중간에 이탈자가 있지 않을까라는 걱정도 했었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나도 모르지만, 팀원들에게만은 확신을 심어줘야 했다.


이제, 당신들이 개발하고 있는 '판타지 아레나'를 좀 보자

무슨 게임을 만들까 생각하다가 우리가 잘할 수 있는 것, 우리가 좋아하는 것, 시장이 원하는 것 모두를 고려했을 때 답은 RPG였다. 거기에 무엇인가 하나 포인트를 줘 차별화시키고자 했다. 우리 게임의 차별화 포인트는 '재미있는 PVP'에 있다.

현재 시장에 RPG가 엄청나게 많은데 사람들에게 어떻게 어필할 수 있을 것인지 고민했다. 기존의 RPG랑 다르게 실시간 멀티 플레이를 전면에 내세웠기 때문에 타격감에 가장 많은 공을 들였다. 자동 전투보다는 실시간 멀티플레이를 이용한 전투가 타격감을 살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 외에는 기존 RPG와 비슷한 문법을 따라간다. 전부 새롭게 바꾸면 너무 생소할 수 있으니깐 말이다.




아웃게임보다는 인게임에 집중했고 매일 테스트를 진행해서 끊임없이 측정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사업 방향을 기민하게 전환코자 했다.

쿼터뷰 시점을 채택했고 3가지 모드를 준비했다. 킬 스코어를 쌓는 방식의 '데스 매치', 최후의 한 명이 살아남을 때까지 싸우는 '배틀 로얄' 그리고 좀비 플레이어와 편을 나눠 전투를 벌이는 '좀비전'을 지원한다. 근거리 캐릭터의 경우 가까이서 도끼를 휘두르는 것은 물론, 다양한 액션 행동을 보여준다. 원거리 캐릭터는 석궁을 사용한다.

캐릭터는 무한한 성장이 가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육성이야말로 게임의 가장 강력한 동기부여이기 때문이다. 온라인 게임보다 상대적으로 빈곤한 인게임 재미를 채울 수 있는 요소로 성장 시스템을 채택했다. 내년 초 출시를 목표로 열심히 개발 중이다. 실시간 멀티플레이의 재미를 어떻게 모바일에서 살릴 수 있을까 끊임없이 고민 중이다.


게임 동영상을 업로드한 후에 투자 유치도 받고 NPC에도 입주했다. NPC 입주 과정에 대해 설명 부탁한다.

창업하려고 마음 먹은 게 2014년 5월이었다. 그때부터 팀원들과 한 달 동안 준비를 했다. 무슨 게임을 만들 건지, 자금은 어떻게 유치할지 고민하다가 개발에 착수했다. 처음엔 돈을 아끼려고 팀원 집에서 개발하다가 7월 중순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그 후에 NPC에 지원했다. 여러 군데 인큐베이팅 시스템이 있지만 NPC 같은 경우 연락이 매우 빨리 와서 좋았다. 지원하고 바로 면접보고 NPC에 들어오게 됐다.


▲ NPC 선정과정 (*출처: http://npc.nexon.com)


일단 NPC에 들어오면 사무실을 지원해준다. 가장 큰 장점은 NPC 내부의 네트워킹 형성이다. 스타트업이라는 게 개발만 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재무, 경영 등 여러 가지 신경 쓸 점이 많은데 처음엔 몰라서 너무 힘들었다. NPC 내부의 다른 사람들과 경험을 공유할 수 있어 참 좋다. 아메리카도 천원이다. 그리고 비데도 있다.


앞으로의 포부를 말해달라

몸이 힘든 거 보다 마음이 힘든 게 더 힘들다. 놀 땐 놀고 힘들게 일하고 나온 성과를 행복하게 나눴으면 좋겠다. 만들고 싶은 게임이 참 많다. 계속해서 게임을 만들 거다. 원 히트원더(One hit wonder)는 되고 싶지 않다. 꾸준히 계속해서 만들 것이다. 사람, 개발환경, 프로세스가 모두 갖춰진 좋은 게임을 지속해서 잘 만드는 회사가 되고 싶다.

참, 요즘 사람을 뽑고 있다. 프로그래머랑 애니메이터 등 다양하게 뽑고 있는데 좋은 사람이라면 직별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언제든지 함께 하고 싶다.

앞서도 말했듯 우리가 바라는 사람은 자기 게임을 만들고 싶어 했으면 한다. 즐겁게 일할 수 있는 원만한 성격에 열정이 가득한 일당백을 찾고 있다. 말하고 보니... 음... 일단 연락을 많이 달라.




▲"미어캣 자세를 취해주세요!" 라는 부탁에 쑥스러워 하던 그들은 영락없는 개발자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