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e스포츠 문화의 선두 주자 온게임넷이 OGN으로 명칭을 변경한다. 채널의 방향성을 글로벌 게임 방송으로 진화하자는 뜻이 모여졌고, 글로벌 진출을 위해 현재 국외에서 온게임넷이 OGN으로 많이 인지되어 있기에 채널명을 변경하게 됐다.

OGN은 온게임넷에 뿌리를 둔 이름이기도 하지만 각각의 이니셜은 앞으로 여러 가지 의미로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 온게임넷이 걸어온 길

온게임넷이 탄생하기까진 수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그 시작은 애니메이션 채널 투니버스에서 방영된 게임 정보 프로그램 '게임 플러스'였다. 이후 1999년 스타리그의 전신인 '99 프로게이머 코리아 오픈'과 2000년 최초의 스타리그로 알려진 '2000 하나로 통신배 온게임넷 스타리그'를 토대로 하여 2000년 5월 22일 설립되어 2000년 7월 24일 개국했다. 2000년 개국 당시 직원 수는 20명 정도였다.

개국 당시에는 체계도 잡히지 않아 PD가 협찬 업체를 찾아다니고, 목공소에서 나무를 가져다가 직접 세트 제작까지 했다. 당시 주력 프로그램이던 게임 플러스는 콘솔 게임과 오락실 게임을 주로 소개했는데, 옵저버 시스템이 구현되지 않아 밤새 납땜을 해 옵저버 시스템을 만들기도 했다. 2004년도 광안리에서 열린 프로리그 결승전에 10만 관중이 모였고, 이후 회사에서 게임 방송에 대해 확신을 하게 돼 전폭적인 지원과 함께 지금의 틀을 갖추게 됐다.


■ '게임 채널' 온게임넷이 등장한 배경

게임 채널이 등장하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그 답은 한 사람을 알아야 알 수 있다. 당시 SBS TV 코미디작가 출신으로 애니메이션 전문채널인 '투니버스'의 기획 PD로 입사한 현재 황형준 본부장이 98년 프랑스 월드컵 열풍이 전국을 휩쓸던 시기에 '축구시뮬레이션 게임으로 프랑스 월드컵 결과를 예측해 보는 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경기의 박진감을 위해 사이버 캐스터와 해설자 도입을 추진했고, 16강전부터 시작된 가상 시뮬레이션 월드컵 중계는 16경기 중 12경기의 결과를 맞힘으로 대성공을 거뒀다. 곧이어 박찬호 등판경기 예측 시뮬레이션 게임을 제작했으나 결과는 실패였다.

▲ PC방 열풍과 함께 e스포츠의 초석이 된 스타크래프트

정확도가 생명인 시뮬레이션 중계의 한계를 느낀 그에게 나타난 것이 당시 PC방 열풍을 일으켰던 '스타크래프트'였다. 그동안의 노하우를 '스타크래프트'에 그대로 적용했다. 선수를 불러모았고 캐스터와 해설자를 찾아냈다. 게임대회라는 말조차 생소하던 시절에 상금을 지원해줄 스폰서를 찾긴 어려웠다. 결국, 하이텔의 스폰서를 받아냈고, 성황리에 대회를 마쳤다. 게임 중계에 수요가 있을 것을 예측한 황형준 본부장은 각종 시행착오 끝에 온게임넷을 개국했다.


■ 온게임넷과 함께 성장한 e스포츠

한국 최초의 생중계 기록을 세운 99년 프로게이머 코리안 오픈을 시작으로 각종 대회를 진행했다. 연세대학교 100주년 기념관에서 열린 야외 결승전, 7,000석 규모의 장충체육관 만원사례에 이어 2004년 광안리에서 열린 프로리그 결승전은 10만 명의 관객을 불러일으키는 기염을 토했다.

온게임넷 관계자를 따르면 "게임 방송의 성공에 대해 반신반의하던 분위기가 역전됐다. 그때부터 사람들이 게임 방송에 대해 확신을 하게 되었고, 회사에서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빠르게 자리 잡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후 e스포츠는 탄탄대로를 걸었다.

시작은 미비했다. 당시 게임은 애들이나 하는 것, 게임으로 무슨 스포츠를 하느냐, e스포츠는 말도 안 된다는 평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몇 명의 생각이 e스포츠라는 문화를 탄생시켰다. 온게임넷의 등장으로 한국은 e스포츠의 종주국이 됐다. 그리고 현재 10대들에겐 e스포츠는 당연한 문화 중 한 가지가 됐다.

▲ 전용준 캐스터의 마지막 소감(출처 :sbcK8867 개인 채널)

2012년 8월 4일 마지막 스타리그에서 전용준 캐스터는 "2000년 온게임넷이 개국할 당시 나에게 제안이 왔다. ITV에서 아나운서로 활동하던 나에게 OCN도 투니버스도 아닌 아직 개국도 하지 않은 온게임넷에서 말이다. 당시 온게임넷 책임 PD였던 황형준 PD가 나에게 말했다. 언젠가 게임이 스포츠가 될 수 있다고, 게임으로 전 세계 젊은이가 하나가 될 수 있다는 정신 나간 소리를 했다. 그런데 나는 그 정신 나간 소리를 믿었다. 많은 사람이 나를 미치게 했고 그 정신 나간 소리가 현실이 됐다"고 말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후 스타리그는 끝났지만, 그 바통을 이어받은 리그 오브 레전드가 등장했다. 리그 오브 레전드의 세계 최고의 대회인 'LoL 월드 챔피언십'은 4만 명의 유료 관객을 동원했고, 지금까지 승승장구하고 있다. 그리고 현재 e스포츠는 세계로 뻗어 나갔다. 국내에선 프로 대회뿐만 아니라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 e스포츠 협회가 주관하는 '대통령 배 전국아마추어 e스포츠대회'와 전국체육대회 동호인 종목으로까지 채택됐다.

e스포츠의 문화적 기능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한국 e스포츠 협회에서 주관하는 '가족 e스포츠 페스티벌'은 매년 2만 명 이상의 가족들이 참가하여 함께 즐긴다. 엄마와 아들, 아빠와 딸이 같이 게임을 플레이해 공감대를 만들어 소통한다. 이 모든 문화의 출발점엔 온게임넷이 있었다.

▲ 4만 유료 관중을 동원한 2014 롤드컵



■ OGN으로 명칭을 변경하는 온게임넷

국내 e스포츠 선두주자인 온게임넷이 OGN으로 명칭을 변경한다. 이에는 세 가지의 핵심적인 이유가 있다. 첫 번째 이유는 세계화를 위함인데, 국외에는 온게임넷보다 OGN으로 많이 인식돼 있다. 또한 명칭 변경뿐만 아니라 해외 이용자에 맞춘 컨텐츠 제작도 진행할 것이다.

두 번째 핵심 가치는 모바일을 기반으로 한 e스포츠인 M-PLAY 시장의 개척이다. 모바일 게임도 많은 발전을 해왔지만, 아직 e스포츠로서 가능성에 대해서는 확신하지 못 했다. 이에 대한 의문을 확신으로 바꾼 것은 슈퍼 이블 메가코프(SEMC)가 개발한 '베인글로리'다. 현재 진행 중인 '베인 글로리 월드 인비테이셔널'을 비롯해 모바일 게임의 e스포츠 실험을 계속할 것이다.

특히, 국내 모바일 게임은 청년 창업 형태의 소규모 회사가 많다. 이번 베인글로리 사례를 바탕으로 OGN과 함께 할 수 있는 마케팅 모델을 개발해 이들의 사업화 전략에 도움을 줄 것이다. 또한 모바일 M-PLAY 프로젝트의 차기작으로 클래시 오브 클랜을 선정, 핀란드 본사와 협의 중이며, 9월 24일 국내와 국외 상위 클랜을 초청해 진행하는 'Korean Clash'를 진행한다고 발표했다.

OGN이 전한 마지막 핵심 키워드는 뉴미디어로서, 2000년도 개국 당시 슬로건인 "가지고 노는 TV"가 2015년에 와서 손안의 미디어로 현실이 된 점 등을 상기시키며, 시청자들의 이용 패턴 변화에 맞춰 OGN도 유투브, OGN 플러스 등을 활용한 시청자 편의 중심의 콘텐츠 서비스를 강화할 계획이다.

e스포츠 문화를 만들어낸 온게임넷이 OGN으로 새로운 출발선에 섰다. 어찌 보면 그간 걸어왔던 길보다 앞으로 개척할 길이 더 험난할 수도 있다. 하지만 OGN은 최고의 자리에서 머무는 것에 그치지 않고 도전에 나섰다. OGN이 도전하기 전까지 게임이 스포츠화될 줄은 아무도 몰랐다. 도전해야만 알 수 있다. OGN이 다른 장르로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