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위치크래프트' TGS2015 티저 영상]


⊙개발사 : 콰트로기어 ⊙장르 : 횡스크롤 액션
⊙플랫폼 :
PS4, PC, Xbox One ⊙발매일 : 2016년 여름(예정)


3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게임 개발자 컨퍼런스(GDC)'에서 한 한국 개발자를 만났다. 그는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대형 게임사에서 굵직한 타이틀 개발에 참여한 바 있다. 그랬던 그가 모든 걸 내려놓고 인디 게임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것도 온라인 게임이나 모바일 게임이 아닌 콘솔 게임이다.

지인과 두 명이 함께 콘솔 게임을 기획하고 개발하며 사업적인 부분도 병행하고 있다. 절대 불가능해 보이는 일을 헤쳐나가며 그는 그가 만들고 싶었던 게임을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자유롭게 만들고 있다. 게임 개발이 안 될 때는 작업을 내려놓고 모바일 게임을 혼자서 만들어보면서 휴식을 취했다.

그에게 게임 개발은 직업이자 삶이고 휴식이기까지 했다. 주 7일을 근무하고 있지만, 전혀 싫지 않다며 웃는 그에게서 뜨거운 게임 개발의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돈이 되는 게임보다는 정말 자신이 만들고 싶은 것을 개발할 수 있는 점이 인디 게임의 매력이라고.

바로 '블랙위치크래프트'를 개발 중인 콰트로기어의 이석호 대표의 이야기다. 그는 '라스트카오스'부터 '썬(SUN)온라인', '블레이드앤소울'과 최근 '큐라레:마법도서관'까지 여러 타이틀을 만들어 온 베테랑 개발자이다. 굵직한 프로젝트에 다수 참여했지만, 그는 모든 걸 내려놓고 지인과 단둘이서 회사를 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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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위치크래프트'는 2D 고딕 액션 RPG라는 독특한 장르를 채택하고 있다. 고딕 스타일의 비주얼과 각 관절이 나뉘어 있는 모델을 사용하는 '스켈레탈 애니메이션', 자유자재로 형태가 변하는 무기, 전투를 도와주는 소환수 등이 특징이다. PS4와 Xbox One, PC 등의 플랫폼으로 내년 상반기 출시 예정이다.

콰트로기어는 이번 도쿄게임쇼에 PS 인디부스의 한 곳으로 참여했다. 메인 전시장과는 동떨어진 곳에 있었지만, 아주 많은 사람이 관심을 두었다고 한다. 일본 게임매체인 4Gamer는 '블랙위치크래프트'를 주목할 인디 게임 후보로 선정하기도 했다.

현장에서 만난 이석호 대표. GDC 이후 그동안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게임 개발은 어떻게 진행되는지, 도쿄게임쇼에서의 이슈는 없는지 등 한국 콘솔 게임 개발자로 활동하면서 겪었던 것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콰트로기어 이석호 대표



Q. 도쿄게임쇼는 어떻게 참여하게 되었나요?

콘솔게임을 만드는 입장에서 TGS는 규모가 크고 의미 있는 행사입니다. 게임사에서 일하게 되면 개발팀 소속 사람들은 이런 행사를 방문할 기회가 많진 않죠. 그래서 지금까지 일하면서도 기회가 늘 없었는데요. 이번에는 인디게임 개발자로 부스 신청을 했고, 운 좋게 선정되어 TGS에 오게 되었습니다.


Q.이전 GDC 때 보았던 버전과 현재 달라진 부분이 있나요?

많이 달라졌습니다. 우선 그때는 플레이어의 모션이 다소 걷는 듯한 느낌이었어요. 지금은 스피드를 올려서 빠르게 달리는 느낌으로 변경했습니다. 평타도 3가지로 구현했고, 공격도 새롭게 다수 도입했죠.

소환수는 한 번에 4마리를 데리고 갈 수 있고요. 공격을 도와주는 지원형이나 회복형 등 다양한 계열로 구현됩니다. 소환수마다 각각 쿨타임이 적용되며, 각자의 플레이 패턴에 맞춰 쿨타임을 돌리면서 하나씩 사용하거나 한 번에 4마리를 모두 사용하는 등 다양한 스타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보스는 10종 기획하고 있는데, 현재 절반 정도 완성됐습니다. 나머지는 연말까지 완성할 생각이고요. 몬스터도 45% 정도 진행됐어요. 2~30종의 디자인이 들어가며, 최종적으로 5~60마리의 몬스터가 들어갈 것 같습니다.

이번 TGS 데모 버전은 5분 버전인데요. 이를 바탕으로 리소스나 시스템을 다양하게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전체 시나리오 분량은 3시간 정도이고요. 플레이어블 캐릭터도 지금까지 공개됐던 아이 외에 한 명이 더 추가됩니다. 데모 버전에서는 액션을 위주로 준비했는데요. 실제 게임에서는 재료를 모아서 다양한 아이템을 제작해 갈 수 있습니다.

저희 타이틀 이름이 '블랙위치크래프트'이잖아요. 크래프트의 비중이 굉장히 높아요. '몬스터헌터'와 유사하게 스테이지가 끝나고 나면 재료를 얻고, 이를 가마솥에 넣어서 조합해서 아이템이나 소환수를 만드는 것이 가능하죠. 스토리 미션과 사이드 미션도 따로 들어가 있어, 단순히 액션을 즐기는 것에서 나아가 다양하게 즐길 수 있습니다.




Q. 새롭게 플레이어블 캐릭터를 추가하신다고 했는데요. 어떤 타입의 캐릭터인가요?

여자 캐릭터이고요. 일본도를 사용하는 빠른 속도형 캐릭터에요. 기존 캐릭터인 '리지아'는 가방이 변형되면서 공격하는 다소 느린 템포였다면, 이번에는 스피드 러쉬형이랄까요. '리지아'의 경우 속도가 다소 느린데 강력한 공격을 하는 타입이라면, 신규 캐릭터는 빠른 속도로 여러 번 공격하는 타입입니다.

리지아를 먼저 공개했더니, 이것만 보고 "게임 속도가 느리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있더라고요. 하지만 각각 별개의 캐릭터 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괜찮을 거로 생각합니다. 저희가 총 개발인력이 두 명이다 보니 여러 개의 캐릭터를 동시에 작업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순차적으로 만들다 보니 리지아를 먼저 공개했고요. 지금은 두 번째 캐릭터 작업에 들어간 상태입니다.

▲ 첫번째 플레이어블 캐릭터 '리지아'


Q. 많은 사람이 소니 인디부스에서 '블랙위치크래프트'를 보았을 것 같은데요. 게임을 본 사람들의 반응은 어떠했나요?

우선 저희가 한국에서 왔다는 것에 신기해하더라고요. 고딕스타일이라는 점에서 흥미롭다고 하시는 분들도 있었고요, 두 명이 게임을 개발한다는 사실에 놀라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풀HD로 제작하고 있는 점에 대해서 궁금해하는 분들도 많았고요. 캐릭터 모션의 경우 통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파츠 500개 이상을 도입했다는 점에서 놀라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가벼운 볼륨을 생각하고 게임을 만들기 시작했어요. 올해 중으로 발매할 수 있는 가벼운 인디게임을 생각하고 시작했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황송하게도 많은 분이 저희 게임을 바닐라웨어의 게임 정도로 기대해주시더라고요. '오보로무라마사'라던가 '오딘스피어' 정도는 되겠지 생각하시더라고요. 저희는 두 명인데 말이죠(웃음).

저희도 많은 분의 기대와 응원을 받다 보니 욕심이 나더라고요. 그 정도까지는 힘들어도 콘텐츠 볼륨을 키워보자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스킬도 좀 더 늘려보고 이것저것 추가하면서 말이죠. 다들 인디 게임이 아니라 상용 게임 기준으로 기대하고 계시더라고요. 그래서 지금도 많은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콘솔 게임 개발한다는 거에 놀라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실제로도 이번 TGS에서 참여한 한국 기업 중 콘솔 게임사는 저희밖에 없고요. 대부분이 모바일 게임으로 오시더라고요. 다음에는 더 많은 한국 개발사가 콘솔 게임으로 TGS에 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Q.몬스터 외형이 독특한데, 이것도 에드거 엘런 포의 소설에서 영감을 얻은 것인가요?

네, 맞습니다. 에드거 엘런 포(Edgar Allan Poe) 소설에서 나왔던 것에서 영감을 얻어 게임을 제작하고 있습니다. 몬스터 뿐만이 아니라 게임 스테이지도 에드거 엘런 포 작품에서 나왔던 장소명이거나 혹은 소설명이에요.

TGS를 방문한 서양 분들은 저희 게임을 보고 알아보기도 하더라고요. 지역명이라던가 캐릭터들의 외형, 대사 등을 보고 "혹시 에드거 엘런 포?"하면서 질문을 하기도 했습니다. 북미에서는 에드거 엘런 포 작품이 굉장히 유명해요. 지금까지 그의 작품이 게임에서 사용된 적이 별로 없었기에, 더욱 더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셀프 덕질'과 같은 느낌으로 말이죠(웃음).

▲ TGS용 '블랙위치크래프트' 스크린샷


Q.게임사에서 개발하다가 인디로 전향하면서 여러 부분에서 달랐을 것 같아요.

회사에서 게임을 만들 때는 윗사람이나 투자자의 의견을 반영할 수밖에 없어요. 장르나 게임성격도 메이저 위주로 만들어야 하죠. 게임사도 기업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는 건 저도 이해합니다. 그럼에도 '돈을 덜 벌 것 같아서'라는 이유 등으로 새로운 시도를 막는 일도 있습니다. 만약 제가 게임사 소속으로 '블랙위치크래프트'를 만들었다면, 제안서 단계에서 이미 탈락했을 거에요. 고딕 스타일과 새카만 옷을 입은 여주인공을 보여주면 사장님한테 혼나요(웃음).

하지만 인디는 다릅니다. 인디는 저희가 게임 기획부터 개발까지 모든 걸 담당하기 때문에 자유롭게 게임을 만들 수 있습니다. QA팀이 별도로 없으므로 유저들의 피드백을 직접적으로 받을 수도 있고요. 이런 부분이 인디게임의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작년 지스타 때는 만든 지 한 두 달째 나간 거라 부끄러운 점도 있었어요. '리틀데빌인사이드'의 경우, 형제 두 분이 누구에게도 공개하지 않고 2년 동안 열심히 개발하고 공개를 했는데요. 정말 멋있었어요.

그러나 저희는 이와는 방향이 다소 다릅니다. 초반 버전이지만 작년 지스타 때부터 미리 공개했고, 플레이해 본 분들의 피드백을 받아 개선해 나갔습니다. 3월에 GDC에서도 외국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바를 수렴해 개발작업에 참고하기도 했고요. 5월 아키하바라, 비트 서밋, 그리고 최근 부산에서 있었던 BIC 페스티벌 등 여러 행사를 다니면서 다양한 분들에게 피드백을 받고 있습니다.



Q. 최근 여러 행사를 다녀오셨는데요. 재미있는 에피소드나 기억에 남는 일이 있었나요?

지난 7월에 교토에서 '비트 서밋(Bit Summit)'이라는 인디 페스티벌이 열렸어요. 그때도 저희는 '블랙위치크래프트'를 출품해서 다녀왔는데요. 일본의 큰 개발사나 퍼블리셔 관계자들이 정말 많이 오시더라고요.

하루는 어떤 분들이 오시더니 저희 게임을 보고 굉장히 좋아하시더라고요. PC로도 낼 거냐, 내면 어디 쪽으로 낼 거냐고 묻길래 '스팀'으로 먼저 출시할 생각이라고 말했죠. 그랬더니 "우리가 밸브야!"하시면서 명함을 주더라고요. 그린라이트 올리면 바로 그린릿이 될 것 같다면서, 연락해주면 바로 올려주겠다고 이야기하더라고요. 그냥 얘기한 걸 수도 있지만, 이야기만으로도 굉장히 기분 좋았습니다.

한국에서 온라인 게임만 만들다 보면 일본 관계자들이나 콘솔 쪽과는 동떨어지는데요. 비트 서밋도 그렇고 도쿄게임쇼도 그렇고, 이런 기회를 통해 콘솔업계 관계자들과 많이 만나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정말 좋습니다.


Q. 두 분이서 게임을 개발하면 작업량이 아주 많을 것 같은데요.

저희는 둘 다 게임 개발을 무척 좋아합니다. 그래서 사무실에서 주 7일 나와서 작업을 하고 있어요. 게임 만드는 게 다른 어떤 것보다 제일 재밌거든요. 작업하다가 일이 잘 안 풀릴 때는 기분전환 할 겸 30분 내로 시간을 잡고 모바일 게임을 만들고요. 어쩌다 보니 모바일 게임이 먼저 출시가 돼버렸지만요(웃음). '딥어비스'라는 게임입니다.

대규모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얻을 수 있는 것도 있지만, '내가 이 게임을 만들고 있는 건 맞나?'하는 회의감이 들 때도 있어요. 간접적으로 만드는 느낌이랄까요? 모든 방면을 제가 다 하는 게 아니니깐요. 하지만 지금은 직접 프로그래밍, 기획, 사운드, 효과음을 직접 작업하고 있습니다. 정말 '내 게임을 만들고 있다'는 생각이 들죠.

▲ 이석호 대표 1인이 만든 모바일게임 '딥어비스'


Q. '블랙위치크래프트' 출시는 언제쯤이 될까요?

예정은 내년 여름쯤으로 잡혀 있어요. 욕심이 생기면 조금 더 늦어질 수도 있고요. 한국에서 만든 게임이니 국내에는 당연히 한국어판으로 나옵니다. 국내 시장에 먼저 출시하며, 글로벌도 동시에 출시할지는 여건에 따라 결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 앞으로 콘솔 게임이 더 많이 개발되었으면 해요. 그리고 한국 콘솔 게임도 좋은 이미지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적당히 만들어서 출시하기보다는, 명작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창피하지는 않는 게임을 만들고 싶고요. 잘 만들고 싶어요.


Q. 현재 출시 예정인 플랫폼이 PS4와 Xbox One 그리고 PC인데요. 향후 모바일로도 출시할 계획이 있나요?

지금 사용하고 있는 '게임메이커 스튜디오'가 크로스플랫폼 엔진이에요. 그래서 모바일 게임 개발도 돼요. 이번에 '딥어비스'도 이 엔진으로 만들었고요. PS4가 조금 높은 사양으로 만들어지고 있긴 하지만, 블루투스 패드를 연결하면 모바일에서도 돌아갑니다. 요즘은 스마트폰도 풀HD가 지원되기 때문에 어지간한 폰이면 무리 없이 돌아갑니다.

그렇다고 해서 기존 게임을 모바일로 포팅해서 낼 생각은 없습니다. 우선은 콘솔이 최우선이에요. 콘솔부터 제대로 출시를 하고 모바일 출시를 고려해볼 생각입니다. 나중에 출시하더라도 소스를 활용해서 모바일에 맞는 시스템으로 고쳐서 내고 싶고요.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한마디 해주세요.

작년까지만 해도 국내에서 콘솔 게임을 만드는 사람이 별로 없었어요. 그 점이 굉장히 아쉬웠는데요. 올해 들어서 조금씩 늘어나고 있어서 기쁩니다. 아직은 모바일 버전을 포팅하는 수준이라 조금은 아쉽지만요.

한국 오리지널 콘솔 타이틀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내년에는 저희뿐만이 아니라 이런 오리지널 타이틀로 도쿄게임쇼에 참여하는 게임사들이 늘어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한국 콘솔게임도 좋은 퀄리티로 나왔으면 합니다.

인디 게임을 개발하다 보니 소위 말하는 '대박'을 바라기는 어렵겠지만, 열심히 해서 저희가 좋은 선례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블랙위치크래프트' 스크린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