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버워치, 배틀필드 등 싱글 플레이가 없거나 부실해도 FPS 특유의 맛을 잘 살렸다면 어느 정도 용인되는 시대가 됐다. 해외에서는 이미 퀘이크: 아레나 등 멀티플레이의 힘만으로 10년 이상 팬들의 사랑을 받는 게임도 있으니 꼭 최근의 일만은 아니라고 할 수 있으려나?

그런데 '콜오브듀티:모던 워페어'를 제작한 핵심 개발자들이 만든 게임이라면 말이 좀 달라진다. 숨막힐듯한 긴박한 전투, 여기에 로봇과 파일럿을 오가며 적진을 휘젓는 스타일리쉬한 플레이를 자랑하는 EA의 하이퍼스타일 FPS 타이탄폴이 그 주인공이다.

인피티니워드의 핵심 개발자들이 회사를 나와 만든 개발에 참여한 리스폰 엔터테인먼트. 그곳에서 제작하는 새로운 배경의 FPS가 출시된다는 소식에 많은 게임 팬들이 콜오브듀티를 잇는 환상적인 싱글 플레이를 기대했다. 콜오브듀티 같은 충격적인 전개의 싱글플레이 경험을 선사해줄 것 같았다.

하지만 예상과 실제 출시된 타이탄폴의 모습은 달라도 너무 달랐다. 멀티 플레이와 연계된 스토리리 라인은 거의 없다시피 했고 시작과 끝을 빼면 콜오브듀티에서 봤던 연출은 찾아볼 수 없었다.

기대에 못 미친 싱글플레이에 팬들은 분노했고 제작진은 이례적으로 후속작 발표와 동시에 '놀라운 경험을 선사할 싱글플레이'를 신작의 전면 문구로 배치했다. 여기에 전작의 강점인 전투 스타일은 더욱 날카롭게 벼려내 강력한 무기 두 개를 양손에 쥐게 된 타이탄폴2. 이 둘은 얼마나 큰 변화를 겪게 됐을까?

콜오브듀티에서 자카예프 암살 미션인 올 길드업과 전 세계를 경악에 빠트린 사실적인 미션 노 러시안을 제작한 싱글 플레이어 디자이너 '모하메드 알라비'. 모던 워페어1·2의 게임 아트팀 전반을 이끌었고 현재는 타이탄폴2의 아트 디렉터를 맡은 '조엘 엠슬리'를 만나 게임이 자랑하는 빼어난 연출의 싱글플레이와 멀티 플레이에 대해 간단히 이야기를 나눴다.

▲ 타이탄폴2의 싱글 플레이어 디자이너 모하메드 알라비(좌)와 아트 디렉터 조엘 엠슬리(우)


Q. 타이탄폴1의 싱글플레이는 아쉬운 점을 많이 보여줬다. 이미 많은 개선 사항을 언급한 바 있는데 구체적으로 싱글플레이는 어떻게 바뀌게 되나?

모하메드 알라비(이하 M): 전작에 대한 의견을 많이 들었다. 그런 의견을 주는 데에 매우 감사하게 생각한다. 커뮤니티의 의견은 큰 힘이 되니까 말이다.(웃음)

전작에서 우리는 커다란 메카닉과 유니크한 플레이 스타일을 만드는 데에 집중했다. 그 덕에 만족스러운 전투 스타일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싱글플레이가 없는 게임에 유저들이 금세 싫증을 느낄 수 있고 기껏 만든 멋진 타이탄과 캐릭터에 집중할 시간이 없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이번에는 다른 게임의 싱글플레이에서 느낄 수 없는 독특한 싱글 플레이를 만들고자 했다.


조엘 엠슬리(이하 J): 싱글 플레이에서 바뀐 가장 큰 차이는 독특한 전개 방식에 있다. 플레이할 수 있는 타이탄 BT-7274는 멀티 플레이에서 볼 수 없는 형태를 가지고 있고 플레이 방식도 유저의 선택에 따라 변화할 수 있게 된다.

플레이어는 타이탄을 탑승해 전투를 펼치는 도구로만 여기는 것이 아니라 타이탄을 지키거나 교감할 수 있는 이야기도 함께 만들어두었다. 또한,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고 빠져들 수 있는 스토리 텔링을 추가했다.




Q. 트레일러를 통해 잭 쿠퍼라는 파일럿과 앞서 말한 BT-7274의 이야기가 다뤄진다고 알려졌다. 어떤 전개가 될지 자세히 알려달라.

J: 게임의 시작은 잭 쿠퍼라는 한 사내의 이야기로부터 시작된다. 그는 게임을 막 시작하는 당신처럼 타이탄 파일럿이 아니다. 전투를 하는 방법으로 타이탄을 조작하는 방법까지 하나하나 배워나가는 초짜 전투원이다.

반면 BT-7274는 지난 전투에서 자신의 파일럿을 잃는 타이탄이다. 그 탓에 아무도 타고 싶어 하지 않는 타이탄으로 낙인찍혀 있는 상태다.

어느 날 우연한 계기로 BT 파일럿이 된 존 쿠퍼도 처음에는 BT가 전 주인을 죽게 만들었다고 생각하고 큰 믿음을 보이지 않는다. 긴박한 자신의 주변 상황을 헤쳐나가기에는 약간은 모자라다 싶은 파일럿 전투를 선호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전장에 투입되는 횟수가 많아지고 BT와 함께하는 전투가 늘어나면서 타이탄에 대한 믿음이 생기기 시작한다. 전투 실력까지 함께 성장하며 성장하게 된다. 게임은 이런 전개를 뒷받침할만한 연출과 영상으로 유저들의 싱글플레이 경험을 더 넓게 확장시켜줄 것이다.




Q. 타이탄을 호출할 수 있는 게이지가 비교적 빠르게 차올라 타이탄에 타고 플레이하는 일이 많아졌다. 하지만 모든 타이탄들의 내구도가 떨어져 쉽게 파괴되기도 했다.

J: 우리는 모든 유저들이 자신만의 타이탄을 소유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기를 원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더 쉽게 타이탄을 호출할 수 있도록 해야 했다. 그래서 타이탄을 이용할 수 있는 횟수는 전작 이상이 될 것이다.

타이탄의 이용횟수가 늘어나면서 자연스레 탑승한 상태에서의 전투 시간이 늘었다. 여기에 부스트나 새로운 스킬 사용이 가능해지면서 타이탄의 강력함에 파일럿이 활동할 여지가 없게 바뀌어버렸다.

우리는 타이탄 전투만큼이나 파일럿 전투의 화려함도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타이탄의 강력한 공격력은 그대로 두되 내구도를 낮춰 타이탄 전투와 파일럿 전투를 유저가 능동적으로 선택하게 했다.


M: 타이탄이 사용할 수 있는 스킬의 수가 늘어나고 타이탄과 파일럿의 스왑 플레이가 능동적으로 이루어지게 됐다. 전술과 현재 황에 따른 선택으로 전에 없던 다양한 전투 양상을 만들어 낼 것으로 기대한다.

대신 이미 자신의 타이탄과 그와 교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 싱글플레이에서는 더 단단한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멀티 플레이의 타이탄이 치트를 쓰고 플레이 한다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울 것 같다.




Q. 직접 플레이 해 본그래플링 훅 플레이는 가히 놀라웠다. 이것으로 어떤 전투 양상의 변화를 기대하는가?

M: 게임을 직접 플레이해보면 알겠지만, 그래플링 훅은 벽에 걸고 당겨 날아간다는 간단한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처음 훅이 걸린 지역까지 끝까지 날아가는 것이 아니라 물리 엔진에 따라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거나 당겨진 힘만큼 튕겨 나가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사용하는 것이 가능하다.

적 주변을 빙글 돌아 뒤를 잡아도 되고 거리를 순식간에 좁힐 수도 있다. 여기에 더블 점프와 점프팩을 이용한 활강을 추가하면 활용할 수 있는 전투 방식은 더욱 많아지게 된다.

그래플링 훅은 비교적 움직임이 느린 타이탄의 등 뒤를 잡는 데에 꼭 필요한 스킬이기도 하다. 이 스킬의 숙련도는 전투의 승리와 연관된다고 보면 된다.

그렇다고 강력한 이점이 나에게만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상대방 역시 이를 활용할 수 있기에 적의 움직임을 예측하는 플레이가 필요하다. 걸고 날아간다는 똑같은 방식의 플레이 외에도 짧은 거리에서 훅 사용을 취소한다든가 적의 정면으로 날아가 조준을 흔드는 식의 전략도 나오리라 본다.


J: 사용이 간단한 만큼 초보들도 적응하는 데에 큰 문제는 없다. 차이는 이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느냐가 되겠다.

Q. 그래플링 훅이나 점프팩 등으로 지형지물을 무시하고 전장을 가로지르다 보니 시연 내내 맵이 작다고 느꼈다. 맵의 크기를 늘리거나 한 번에 참여할 수 있는 인원의 수를 늘릴 여지는 없는가?

J: 소규모 전투보다는 팀의 전술이 판세를 가르는 거대한 전쟁을 원하는 유저라면 거대한 맵을 선호할 것이고 팀플레이에 구속되기보다는 빠르게 많은 적을 처치하고 싶은 경우 더 작은 맵을 선호할 것이다. 그래서 단순히 맵의 크기를 늘리기보다는 다양한 맵을 지원해 유저들이 직접 선택하도록 했다.

이번 작품은 전작 이상의 다양한 게임 모드를 지원하는데 모드마다 존재하는 그 수도 매우 많다. 유저가 원한다면 더 큰 맵을 선택해 플레이할 수 있을 것이다.




Q. 점프팩이나 그래플링 훅 등 숙련도를 필요로 요소들이 전작 이상으로 늘었다. 여기에 기본적인 속도도 매우 빠른데 FPS에 익숙하지 않은 유저가 적응하기 어렵다고 생각하지는 않는가?

M: 다른 게임보다 독특한 플레이 방식을 가진 만큼 게임을 배우는 시간을 더 많이 제공했다. 싱글 플레이에서도 이런 노력을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귀찮은 튜토리얼이 되도록 하는 것은 원치 않았다. 게임을 즐기면서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도록 시나리오를 배치했고 버튼 입력을 익히는 수준을 뛰어넘은 게임의 재미를 주려고 노력했다.

J: 초보 플레이어들을 위한 시스템도 준비했다.

미사일처럼 무게가 있어 직선으로 쏘지 못하고 타격 예상 위치를 유저가 가늠해야 하는 무기는 더 강력한 물리 계산이 적용된다. 그 덕에 게임을 많이 플레이해보지 않아도 더 쉽게 타격 위치를 예측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조준이 적을 따라가는 트래킹 시스템도 이용할 수 있어 게임에 익숙하지 않은 단계를 조금은 쉽게 넘길 수 있을 것이다.


M: 누구나 초심자 단계를 거치지만 전투에 얼마나 빠르게 적응하냐의 차이는 있다. 그렇기에 단순히 초보를 위한 배려만으로 전투 밸런스를 맞출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가장 중요한 것은 얼마나 비슷한 실력을 갖춘 사람들끼리 전장에서 만날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우리는 실제 게임 중에는 확인할 수 없지만, 플레이어들의 실력을 파악하는 더 많은 요소를 추가했다. 이를 활용한 새로운 매치메이킹 시스템을 이용. 흔히 게임을 즐길 때 '저쪽 팀은 정말정말 잘하는 데 우리 팀은 왜 이래?'라고 분노하지 않도록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웃음) 그러니 전작을 즐겨본 유저와 처음 타이탄폴을 접한 유저 모두 우리 게임을 사랑하고 즐겁게 플레이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