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ML5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가? 특히, 게임에 대해 말이다. 아마 대부분 모를 것이다. 안다고 해도 웹을 기반으로 한 게임. 즉, 웹 게임 정도로만 인식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말할 것도 없이 국내에서 웹 게임에 대한 평가는 낮다.
하지만 이런 대중의 인식과는 별개로 최근 게임 업계에서는 웹을 기반으로 한 HTML5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카카오는 최근 게임별을 오픈하며 HTML5 기반 스낵게임 사업을 본격화할 계획이라 밝혔고, 신생 게임사인 모비게임도 HTML5 게임 전용 포털인 모비게임닷컴을 오픈하며 시장을 선도하고자 하고 있다.
그러던 중 잔디소프트에 대한 소식을 우연히 들을 수 있었다. HTML5로 MMORPG를 만들고 있단 소식. 처음 그 소식을 들을 때만 해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앞서 말했듯이 HTML5로 만든다는 소식에 그저 그런 웹 MMORPG로만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이 개발 중인 '매드월드'를 보고 그런 생각은 씻은 듯 사라졌다.
'우린 양산형과 다르다!'라고 표현하는 듯한 아트부터 시스템까지, '매드월드'는 그저 그런 웹 MMORPG 이상의 뭔가가 느껴졌다. 아직 국내에는 생소한 HTML5, 거기에 MMORPG에 잔디소프트가 도전한 이유는 뭘까. 그 대답을 듣기 위해 서둘러 잔디소프트로 향했다.
윤홍만 기자(이하 윤홍만) - 사명이 특이하다. 잔디라니, 뭔가 멋들어진 게 많을 텐데 왜 하필 잔디인가?
윤세민 대표(이하 윤세민) - 처음에 사명을 지을 때 개성 넘치는 사명을 짓고 싶었다. 그런데 주변을 둘러보니 개성 넘치고 멋들어진 사명들은 많았다. 대충 예를 들자면 픽셀 소프트, 도트 게임즈 이런 식으로 말이다. 이런 상황이니 오히려 개성 넘치는 사명을 지으면 반대로 식상하다고 느낄 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너무 멋들어지면 외우기도 쉽지 않았다. 그래서 반대로 약간 올드한 느낌으로 지으려고 생각하다가 나온 게 잔디였다. 물론 처음에는 '잔디가 뭐야' 하면서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계속 쓰다 보니 입에 감겨서 이대로 정착됐다.
그 외에도 나름 의미를 부여한다면 잔디라는 건 길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데 얼핏 초라하지만 잔디밭이 펼쳐진 모습을 보면 웅장하지 않나. 그것처럼 우리도 얼핏 초라해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의미도 내포하고 싶었다. 또 잡초처럼 몇 번을 밟혀도 일어나는 그런 잔디 같은 개발사가 되고자 하는 마음도 있었다.
윤홍만 - 처음 '매드월드'를 보고 깜짝 놀랐다. HTML5로 만든 MMORPG라는 것도 그렇지만 아트도 새로웠다. 시쳇말로 양키센스라고나 할까?
윤세민 - 아무래도 한국 시장을 넘어 글로벌 서비스도 염두에 둬야 하는 만큼, 개성적인 아트로 이목을 끌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지역을 고려한 것 외에도 명확한 개성을 표출하고자 한 부분도 있었다. 그 덕분인지 한국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단순한 웨스턴 스타일이 아닌, 개성 넘치는 아트라면서 관심을 보여주고 있어서 만족스럽다. 앞으로도 척 보면 '어? 이거 '매드월드' 아니야?' 하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더 노력하겠다.
윤홍만 - 현재 몇 명이서 개발 중인가?
윤세민 - 15명이 개발하고 있다. 개발팀 평균 경력이 10년 정도나 돼서 적은 수에도 불구하고 매우 빠르게 개발해나가고 있다. 특히, 프로그래머 분들은 MMORPG를 개발한 경력이 많아서 큰 도움이 되고 있다.
그리고 아트에 대해 말했으니 하는 말인데 요즘 시대에는 보기 드문 자신만의 개성을 가진 분들이 아티스트를 맡고 있어서 이런 개성 넘치는 아트를 만들 수 있었던 것 같다. 특히, 게임 업계에만 계속 있던 분들이 아니라서 남들과는 다른 개성을 표출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윤홍만 - HTML5로 개발한 계기가 궁금하다.
윤세민 - 사실 개발하기에 앞서 정말 고민했다. 잔디소프트를 2013년에 설립했는데 당시에는 아직 HTML5가 표준화되지도 않았던 시절이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실력 있는 개발자만 모이면 투자받아 바로 개발할 수 있는 모바일 MMORPG를 만들어볼까 하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때 '이러다 2~3년 지나면 모바일 게임도 트렌디화 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에다 난 남들이 다 하는 모바일에 최적화된 MMORPG를 만들고 싶진 않았다. 한다면 제대로 된 MMORPG를 만들고 싶었다.
하지만 PC MMORPG에 대한 수요가 적어진 게 문제가 됐다. 결국, 아이러니하지만, 모바일 플랫폼에서 즐길 수 있는 PC MMORPG를 만들어야 했다. 그때 그 문제를 해결한 게 전부터 관심 있게 지켜보던
HTML5였다. HTML5는 모든 플랫폼의 경계를 넘는다는 압도적인 장점이 있었다. MMORPG는 결국 유저가 핵심인데 만약 스마트폰, PC, 기타 모든 기기로 즐길 수 있는 MMORPG가 있다면? 완벽하지 않나.
해외에선 '매드월드'를 보고 '이 게임이야말로 내가 그동안 찾던 MMORPG의 이상향에 가장 걸맞은 게임이다'라고 할 정도였다.
그리고 설치도 필요없으니 언제 어디서든 즐길 수 있다는 점 역시 엄청난 장점이었다. 결국, 당시에는 아직 표준화되지 않아서 좀 일렀지만, 나중에선 늦는다는 생각으로 HTML5로 개발하게 됐다.
윤홍만 - 어려움은 없었나? 아무래도 상용 엔진과 비교하면 초반에는 많이 힘들었을 것 같다.
윤세민 - 개발에 대해서는 큰 어려움은 없었던 것 같다. 막힘없이 나아간 건 아니지만, 회사를 설립하고 1년간은 R&D에 집중하며 툴을 만들었고 그 덕에 지금은 수월하게 개발하고 있다.
그보다는 개발팀을 꾸리는 데 힘이 들었다. HTML5가 생소해서 투자받기도 힘들다 보니 함께하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그래도 지금은 HTML5가 어느 정도 알려져서 전보다는 수월해진 것 같다.
윤홍만 - 2013년 설립했으면 4년 정도 개발한 건가?
윤세민 - 정확히는 3년 정도고, 처음 1년 정도는 앞서 말했듯 R&D에 집중했었다. 아무래도 HTML5가 표준화되기 전이라서 간을 보는 것도 있었다. 그러다 2014년 마침내 HTML5가 표준화되면서 본격적으로 개발에 나섰다.
윤홍만 - HTML5가 차세대 플랫폼이 될 거라는 얘기도 들려오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윤세민 - 음, 우선 이 질문에 답하기 전에 역으로 묻고 싶다. HTML5가 차세대 플랫폼이 될거라 생각하나?
윤홍만 - 모바일 게임 시장이 레드오션이란 말이 나오는 만큼, 이른바 대박이 난다면 차세대 플랫폼이 못될 것도 없다고 생각한다.
윤세민 - 비슷한 의견이다. 앞으로는 웬만한 모바일 게임은 HTML5로 대체될 거로 생각한다. 지금 당장에야 HTML5 게임을 보고 '누가 이런 게임을 하냐? 모바일 게임을 하지' 그러겠지만, 모바일 게임도 초창기에는 마찬가지였다. '누가 모바일로 게임을 해? PC로 하지' 이랬는데, 지금은 모바일 게임의 시대라고 할 만큼 시장이 성장했고 다양한 게임이 나오고 있다.
특히, 모바일 게임 성공의 시작에는 캐주얼 게임이 있었다는 점 역시 주목해야 한다. 성공한 사례가 나온 이후 개발자들은 모바일 게임도 성공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고 다양한 캐주얼 게임을 토대로 이윽고 지금에 이르렀다. HTML5는 현재의 모바일 캐주얼 게임을 거의 완벽하게 구현할 수 있다. 즉, 아직 개발자들이 HTML5에 관심을 안 갖는 거 뿐이지 조만간 HTML5로 수많은 캐주얼 게임이 나올거라 본다. 그리고 이윽고 HTML5 캐주얼 게임이 대박이 난다면, 그걸 기점으로 수많은 게임이 나올 것이다.
작년 말부터 올 초 HTML5에 대한 관심이 커진 만큼, HTML5 게임의 지표가 나오는 내년이야말로 분수령이 되지 않을까 싶다.
윤홍만 - 응? 캐주얼 게임을 시작으로 성장한다고 했는데 '매드월드'는 MMORPG 아닌가?
윤세민 - 물론 이런 흐름대로라면 우리 역시 캐주얼, 퍼즐 게임을 시작으로 점차 코어한 장르로 나가야 하는데 까짓거 도전해 보자 하는 마음에 MMORPG로 만들고 있다.(웃음)
윤홍만 - 일종의 웹 게임이랄 수 있는데, HTML5로 개발한 게임이 일반적인 웹 게임과 다른 점은 뭔가?
윤세민 - 우선 설치가 필요 없다는 점이다. 흔히 웹 게임이 설치 없이 바로 즐길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플래시 기반의 게임들은 플래시를 설치해야 하고 자바 역시 마찬가지다. 결국, 저용량이지만 플러그인을 설치해야 한다. 또한, HTML5는 설치할 필요가 없음에도 기존 웹 게임보다 훨씬 뛰어난 퀄리티를 자랑한다. 하드웨어 렌더링 기능을 사용할 수 있어서 기존의 웹 게임이 가진 저사양, 저퀄리티라는 단점을 단번에 타파했다. 정리하자면 완전한 무설치에 고퀄리티 웹 게임을 즐길 수 있다고 보면 된다.
윤홍만 - 중국의 경우 웹 게임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들었다. '매드월드'는 어떤가?
윤세민 - 중국 쪽에서 보고 매우 놀랐다. 현재 중국에서는 1~2천 개의 HTML5 게임이 개발 중인데 대부분 캐주얼 게임인데, 그마저도 플래시 기반 웹 게임을 이식하는 형태다. 그런 게임들 속에 '매드월드'가 보였으니 관심이 집중된 게 아닌가 싶다.
윤홍만 - '매드월드'에 대해서는 HTML5로 개발 중인 MMORPG 외에는 알려진 정보가 거의 없다. 어떤 게임인가?
윤세민 - '매드월드'는 다이나믹한 전투, 사람 냄새 나는 MMORPG, 독창적인 그래픽 세 가지 특징으로 구분할 수 있다. 특히 사람 냄새 나는 MMORPG라는 점이 중요한데, MMORPG의 핵심은 결국 유저다. 정말 재밌는 MMORPG는 유저들이 서로 대화만 해도 재밌다고 하지 않나. 나 역시 그 말에 공감한다. 그래서 '매드월드'에는 다른 게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인도 거의 없어서 어디서나 사람들끼리 부대끼도록 만들었다.
그 외에 전투에서는 무빙샷이 가능해 단순히 한 대씩 치고받는 게 아니라 박진감 넘치면서도 컨트롤의 맛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윤홍만 - '매드월드'는 클래스 구분이 없는 대신 무기에 따라 스킬이 바뀌는 독특한 시스템을 갖고 있다. 이렇게 한 이유가 있나?
윤세민 - 직업이 정해져 있으면 다른 게임과 비교해 별다른 개성이 없을 것 같았다. 그보다는 다양한 무기와 스킬을 줌으로써 필요에 따라 능동적으로 대처하길 원했다. 예를 들어 극딜해야 하는 순간에는 모두 딜러가 된다던가, 방어가 필요하면 누군가는 힐러가 된다던가 하는 식으로 말이다.
이런 독창성을 모든 유저가 좋아하진 않지만 이를 좋아해 주는 유저는 계속 좋아하고 그 결과 가장 잘 나가진 않지만, 누군가에겐 가장 사랑받는 게임이 되는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윤홍만 - 무기는 현재 몇 종이 있나?
윤세민 - 검, 활, 지팡이 3종이 구현돼 있고 각 무기당 25개 정도의 스킬이 구현돼 있다. 오픈 시에는 무기당 50개, 총 150개 정도의 스킬을 구현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윤홍만 - 현재 개발 진척도는 얼마나 됐나?
윤세민 - 60% 정도? 기본적인 시스템은 거의 다 구현됐고 이제는 추가하고 다듬는 일만 남았다. 현재 내부에서는 내년 중반기에 정식 서비스를 목표로 하고 있다.
윤홍만 - '매드월드'는 여러모로 도전하는 작품이라고 생각하는데, 그 포부가 남다를 것 같다.
윤세민 - '매드월드'를 통해 HTML5의 저변이 더 넓어졌으면 한다. 생각하는 것보다 HTML5는 더 엄청난 가능성을 갖고 있고, 더 많은 걸 할 수 있다. '매드월드'는 그 가능성의 일부를 보여주는 게임이지만 우리의 힘만으로 HTML5 시장을 개척하는 건 힘들다. 우리가 선봉장은 될 수 있어도 개척하기 위해선 더 많은 개발자와 회사가 힘을 모아야 한다. 그런 만큼, 양어깨가 무겁다. 우리가 유의미한 결과를 내야 관심을 가질테니까. 부담도 있지만 성공할 자신도 있다. 앞으로도 많은 관심 바란다.
▶ '매드월드' 공식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