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대훈 스튜디오 HG 대표

[인벤게임컨퍼런스(IGC) 발표자 소개] 한대훈 스튜디오 HG 대표는 마비노기, 블레이드 앤 소울 등 굵직한 프로젝트에서 아티스트로 활약해왔으며, 지금은 1인 개발자로 활동하고 있다. 작년 스매싱 더 배틀을 출시했으며 현재는 오버턴 VR을 개발 중이다.

"가벼운 발표니까 재미있게 들어주세요." 푸근한 웃음과 함께한 한대훈 스튜디오 HG 대표의 첫 마디였다. 1인 개발을 시작한 지 3년 차가 되었다는 한대훈 대표는 "전 절대 정확한 정보를 공유하지 않아요. 그저 제가 겪어봤던 일들을 들려드리는 거죠"라며 다소 과감한 첨언을 붙였다. 자칫 위험할 수도 있는 발언이었지만, 이 말을 전달하는 한 대표의 목소리와 표정에서 진심을 느낄 수 있었기에 강연장 안의 대부분이 웃음을 짓거나 고개를 끄덕였다.

1시간이 조금 넘는 강연 시간 동안 한대훈 대표는 오버턴을 개발하며 겪었던 일들과 그때 느꼈던 감정들을 솔직하게, 그리고 가감없이 내비쳤다. 시간을 초과해 공식적인 Q&A 시간도 없었지만, 강연 종료 후 참석자들은 한 대표의 곁으로 하나둘 모였고, 꽤 긴 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눴다. 한대훈 대표의 솔직 담백한 오버턴 개발기를 바로 만나보자.


※ 내용 전달 및 편집의 용이성을 위해 한대훈 대표의 시점에서 서술합니다. 가독성을 위해 약간의 편집을 거쳤습니다.


■ 강연주제 : 1인 개발로 만들어진 오버턴 VR의 개발 포스트모템

⊙ 1인 주부 개발자, 한대훈

혹시 여기서 1인 개발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으신 분은 손을 한번 들어주시겠어요? 지금 살짝만 봐도 반이 넘는데, 모두들 직장 상사들에게 안 들키도록 조심하세요(웃음). 그럼, 오버턴이라는 게임을 아시는 분? VR 기기를 가지고 계시는 분? 제가 홍보를 좀 열심히 했네요, 생각보다. 이렇게 아시는 분들이 계신 걸 보니.


제 소개부터 다시 한 번 제대로 드릴게요. 저는 스튜디오 HG라는 1인 게임 개발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는 한대훈이라고 합니다. 개인적으로 주부 개발자로서는 대단한 사람이라고 스스로 자부합니다. 1인 개발자로서는 별로인 것 같고(웃음). 여러분들이 아실만한 프로젝트로는 마비노기나 블러드앤소울 등을 했었고요. 1인 개발 첫 작으로는 스매싱 더 배틀이라는 게임을 개발했었고, 현재는 오버턴 VR을 개발해서 출시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VR에 대해 잘 모르시는 분이 계실 수 있으니까 이 발표를 듣는 데 필요한 아주 기초적인 VR 상식을 짚고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VR은 플레이 방식에 따라 세 가지 타입이 있습니다. 공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움직임을 직접 표현하는 룸 스케일 타입이 있고요. 제자리에 서서 정면을 바라보고 하는 스탠드 타입이 있습니다. 그리고 앉아서 플레이하는 시트 타입이 있는데, PS VR이 대부분 이 경우에 속합니다. 이 정도만 아시면 이 발표를 듣는 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결국, 게임을 만드는 건 비슷하니까요.

⊙ 개발 시작

2015년 3월에 1인 개발을 시작해서 스매싱 더 배틀을 다양한 버전으로 출시했습니다. 오버턴은 작년 5월부터 개발하기 시작했어요. 스매싱 더 배틀을 개발하면서 오버턴을 병렬로 시작했습니다. 제가 스매싱 더 배틀로 VR 초기 시장에 런칭 타이틀을 꽤 만들었다 보니까 투자를 한 번 해보겠다 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창업 준비도 겸하면서 개발을 하고 있었죠.

본격적인 VR 게임 회사를 차리기 위해서는 작은 프로젝트가 필요했어요. 사실 제가 판단하기에도 스매싱 더 배틀 VR이 VR 게임답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회사를 차리기 전에 제대로 VR을 공부해서 먼저 깨달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죠. 빨리 만들어야 했기에 스매싱 더 배틀 리소스를 재활용한 스매싱 더 건파이트를 만들자고 생각했습니다.

2016년 5월에는 모션 컨트롤러를 제공하는 유일한 VR 기기가 HTC 바이브밖에 없어서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스매싱 더 건파이트는 스매싱 더 배틀의 주인공을 지키는 아주 심플한 디펜스 게임이었어요. 스매싱 더 배틀을 즐겼던 사람이라면 알만한 플레이 요소를 구현하는 쪽으로 해서 2~3개월 정도 만들 생각이었습니다.


기본적으로 룸 스케일에서 전투를 하자, 직접 내 몸을 움직이면서 플레이할 수 있게 만들자는 생각을 했어요. 초기에는 많은 전문가분들에게서 '룸 스케일을 쓰려면 방이 넓어야 하는데 게임을 도대체 누가 할 수 있겠냐'라는 지적도 많이 들었어요. 그때마다 이런 걸 보여드렸어요. 스팀 VR에서 룸 스케일을 만족하는 인구는 81.5%예요. 안 할 이유가 없는 거죠. 안 하는 게 도리어 마이너한 거에요. 그래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스매싱 더 건파이트를 한 달 정도 만들었을 때 아주 심플한 형태의 플레이가 됐어요. 그런데 개발을 하다 보면 VR 게임이 많이 출시되잖아요. 저도 게이머다 보니까 다른 좋은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자극을 많이 받아요. 불릿 트레인(Bullet Train)이라든가, 버짓컷(Budget Cuts)이라는 걸출한 잠입 어드벤쳐 게임이 있었습니다. 이런 걸 접하다 보니까 '왜 나는 이렇게 어설픈 게임을 만들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든 거죠. 그래서 조금 더 잘 만들어보자는 쪽으로 생각이 흘렀어요.

처음 고민했던 건 이동이었어요. 그 당시에 텔레포트라고 순간적으로 이동하는 방식이 아니면 멀미가 생긴다는 말이 있었어요. 그래서 크게 고민하지 않고 순간이동 방식을 택했죠. 처음에는 손으로 찍어서 이동하는 방법으로 구현을 했는데 직선이라 이동 거리 조절이 힘들고 조작도 불편했습니다. 그래서 버짓컷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곡선으로 이동하는 방법을 채택했죠. 곡선이 되니까 손목을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거리 조절이 가능했어요. 이 방법이 맞겠다 싶어 바로 개발에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이동 방법은 정했는데, 해보니까 순간이동 자체가 싫은 거예요. 다른 세상에 온 것 같은 느낌이라 방향성을 알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방식을 조금 바꿔서 이동하는 과정을 보여주자 싶었죠. 이 과정에서 멀미가 나는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 오브젝트를 인지하지 못하도록 속도를 높였고, 화면의 정보량을 떨어트리기 위해 블러 처리를 했습니다. 결국 멀미가 거의 없는 이동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이제 슬슬 총도 하나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창업 예정 멤버인 히치(HICHI)님에게 총 디자인을 부탁드렸죠. 총 자체에 수류탄이나 리로드 같은 다양한 UI 기능을 넣기로 했습니다. 맵도 넣었고요. 현실을 최대한 반영하기 위해 오브젝트 안에 UI를 몰아 넣은 거예요. 최종적으로 이런 디자인이 완성됐습니다.


그리고 최소한의 이야기. 스매싱 더 배틀의 주인공을 구하러 간다는 최소한의 내러티브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플레이어가 이동도 하고 탐색도 하게 되는, 흔한 디펜스보다 훨씬 할만한 게임이 되지 않았나 싶어서 만족스러웠어요. 참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 오버턴으로

그렇게 스매싱 더 건파이트의 포스터도 만들고, 공짜로 멋있게 풀자는 생각도 했습니다. 이때가 스매싱 더 배틀을 오큘러스로 출시한 지 5달째 되는 시점이었어요. 그런데 그 5개월 동안 받은 돈을 계산해보니 회사 유지가 불가능할 정도더라고요. 1인 개발자에게나 겨우 괜찮은 정도의 금액이었죠.

이런 조언도 있었어요. 초기 산업인데 투자를 열심히 받아서 밸류를 계속 올려 봐라. 그런데 제가 그런 걸 할 줄 몰랐어요. 그래서 투자를 받지 않고 혼자 개발하기로 했는데, 그 과정에서 너무 많은 분한테 민폐를 끼친 거죠. 근 15년 만에 이렇게 큰 민폐는 처음이라 다 포기하고 회사를 다닐까 하는 생각까지 했습니다.

크게 세 가지 이유가 있었어요. 일단 스매싱 더 배틀을 만들 때 너무 말도 안 되는 일정을 소화했어요. 오큘러스 런칭 날짜를 맞추기 위해 말도 안 되는 양의 일을 했었죠. 또, 1년 동안 노력해서 만들었는데 그에 비해 콘텐츠가 너무 적었어요. 그리고 게임에 대한 내 스스로의 만족도가 너무 낮았습니다. 게임이 너무 아쉽고 눈에 밟히는 거죠.

여러 생각 끝에 혼자 1인 개발로 스매싱 더 건파이트를 완성하자고 생각을 했고, 대신 제대로 된 단독 타이틀로 만들자는 다짐에 개명을 했죠. 그렇게 오버턴 VR이 탄생했습니다.

잘나가는 게임을 조사하기 시작했어요. 스팀 VR 쪽으로 조사를 많이 했습니다. 작년 기준으로는 VR 매커니즘을 잘 활용한 액션 류가 인기가 있었어요. 잡 시뮬레이터(Job Simulator)와 로우 데이터(Raw Data) 같은 게임이요. 그 외의 게임들은 대부분이 사실상 미니 게임 수준이었어요. 플레이 타임도 짧고, 상당수가 얼리억세스 상태였죠.


결론은 다양한 VR 게임을 즐기는 듯한 종합 선물 세트 같은 게임을 내가 만들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스토리를 넣고, 원거리 전투와 근접 전투, 퍼즐까지 넣으면 '이게 바로 오버턴이구나'하고 생각했어요. 이게 바로 제가 생각한 틈새시장이었죠. 진지함이 부족한 이 때 진지한 게임을 만들면 사람들이 좋아할 거라 생각했고요.

두 번째 고민. 이게 과연 1인 개발자가 할 수 있는 분량일까. 결론은 간단했어요. 이걸 안 하면 안될 것 같았어요. 안 팔릴 것 같았죠. 유저들에게 선택을 받아야 하잖아요. 또, 내가 좋아하는 걸 만들었는데 그걸 재미있어하는 유저들이 많으면 정말 기쁘거든요. 그리고 이게 마지막 기회가 될 수도 있는데, 정말 잘 만들어보고 싶은 거예요.

퀄리티를 위해서 플랫폼을 스팀 VR로만 결정했습니다. 딱 하나만 노리고 만들자는 생각을 했어요. 지금은 퍼블리셔를 만나서 플랫폼을 확장하게 됐죠. 오큘러스도 내고, 하이퍼리얼이라는 중국 쪽 VR에도 내고, PS VR도 살펴보고 있습니다. 퍼블리셔를 만나니까 좋더라고요(웃음).

⊙ 오버턴 프로토 타입

그래서 이제 오버턴의 프로토 타입을 만들기 시작했어요. 프로토 타입이 있어야 출시 버전을 상상하기 좋거든요. 모든 의도를 담은 하나의 스테이지를 만들 필요가 있었어요.

다양한 전투를 위해서 우선 검을 추가했습니다. VR 게임은 근접 전투가 사실 꽤 많은 해법을 필요로 해요. 칼의 무게감도 다 다르고 공격 딜레이도 있고. 합을 맞춘 전투의 형태가 잘 안 나온 거죠. 그래서 오버턴에서는 한 손으로 들 수 있는 무게의 검을 디자인했습니다. 일정 이상 휘둘러야지 대미지가 들어가도록 해서 최소한의 공격 딜레이 시간도 만들었습니다. 또, 카운터를 넣을 수 있는 순간 방어라는 걸 만들어 전투 형태를 만들었어요.


VR은 외부에서 보여지는 모습도 중요합니다. 플레이하는 모습이 재미있어 보여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어요. 살짝 움직이는 것보다는 크게 움직이도록 유도를 하고 싶었죠. 그래서 모션을 통한 재장전, 일정 이상 휘둘러야 생기는 공격 대미지, 공간을 활용한 액션 등을 추가했습니다.

무사히 중간 데모를 완료했고, 주변 지인들로부터 괜찮은 반응을 이끌어냈습니다. 그런데 후킹 요소가 없는 거죠. VR 게임 리스트 중에 내 게임이 어떻게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습니다. 사실 FPS나 액션은 북미 개발자가 훨씬 잘 만들어요. 북미 감성이 있잖아요.

이 상태로는 묻히겠다는 생각이 들어 강점을 찾아봤는데, 답은 캐릭터였죠. 동행하는 동료를 넣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떠올랐어요. 그러면서 동시에 VR 버전 'ICO'가 떠올랐죠. 한 번 만들어보자 했습니다. 실험실에서 탈출하는 컨셉으로 히치님에게 짧은 키워드를 드리고 캐릭터를 요청했습니다. 그렇게 마기가 등장했습니다.



처음의 마기는 기본적으로 서포터였습니다. 전투 능력이 없는 캐릭터였죠. 이렇게 되니까 아이템 자판기가 되는 거예요. 급할 때만 찾게 되는. 그래서 멋진 순간을 단 한 번이라도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에 플레이어를 압도하는 역할을 전투에서 한번 주고 싶었어요.

오버턴은 기본적으로 전 방향 전투를 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시야 너머에서 적의 공격을 받으면 플레이어가 당황을 많이 해요. 그래서 이런 상황에서 마기를 탈출기로 쓸 수 있게 하자는 생각을 했습니다. 강한 공격을 할 수 있는 스킬을 하나 넣어줬죠.

하나하나 만들어보니까 재밌더라고요. 그래서 이제 본격적으로 게임을 개발하기 시작합니다.

⊙ 본격적인 개발

이전까지는 스매싱 더 배틀의 리소스를 재활용했는데, 이제 처음으로 배경을 제대로 만들게 됐습니다. 1인 개발자로서는 그래픽 리소소의 퀄리티가 중요해요. 그래서 스테이지 1의 배경과 적을 만들면서 어느 정도로 만들어야 출시할 수 있는 퀄리티가 될까 체크를 계속했습니다.


초반 플레이는 맨손이었어요. 실험실에서 깨어있을 때 칼을 들고 있으면 이상하잖아요(웃음). 맨손이면 잠입이라는 생각에 잠입 플레이 프로토 타입을 제작했는데, 빠르게 포기했습니다.

첫째로 VR의 시야각이 좁았어요. 3인칭 게임조차 잠입 플레이를 위해선 미니맵이 필요한 상황이었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주인공에게 슈퍼 능력을 주는 건 스토리상 불가능했고, 왜곡 되어 보이기에 HUD에 띄우는 방법도 불가능했습니다. 둘째로 게임의 템포 문제도 존재했습니다. 기본적으로 스테이지 클리어형 액션 게임인데 잠입은 지속적인 플레이가 가능한 장르에 더 잘 어울렸죠.

결국 주먹 전투를 추가하기로 했습니다. 문제는, VR은 카메라와 손이 자유롭기 때문에 플레이어들은 자연스럽게 자유도를 테스트해요. 이 지점을 만족시켜주는 게 좋은 VR 게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오버턴의 주먹 전투에 무엇을 넣을까 고민하다가 때리는 부위에 따라 피격 모션을 다르게 넣자고 결론지었습니다.

다음은 스토리 진행에 대한 고민이었습니다. 사실 성우를 쓰면 좋지만 개발 비용이 엄청나더라고요. HUD의 밑에 글자를 올리는 방법이 있었는데, 가독성이 떨어져요. 그리고 카메라에 붙인 오브젝트는 떨림 현상이 있었죠. 그래서 메시지를 3D 공간에 띄워버리기로 했습니다. 멀리 있을 때는 말풍선 형태로 있는데 가까이 다가가면 글자로 변하는 거죠. 글이 길어도 머리를 움직여 얼마든지 읽을 수 있었습니다.

스토리까지 붙은 하나의 스테이지를 완성하니까 게임의 완성형을 만들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붙었습니다. 사운드도 한 번 입혀봤는데, BGM을 제외하고는 3D 사운드를 다 넣었어요. 일일이 다 체크하면서 입혔죠.

⊙ 콘텐츠 확장

다양한 플레이 요소 덕분에 상당히 만족스러운 상태였어요. 그런데 또 질리는 타이밍이 와요. 한 6스테이지 정도 가니까 새로운 플레이 요소가 하나 더 들어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로보트를 넣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로보트를 타고 순간이동을 한다는 게 말이 안 되잖아요. 그래서 자유 이동을 만들되, 최대한 멀미가 없도록 구현하자고 생각했습니다.


최대한 의도를 가진 조종석을 만들었습니다. 완전 개방형은 이미지 정보가 많아 멀미를 유발하기 때문에 조종석의 가운데에 정보를 집중시켰어요. 그리고 시야의 주변을 반투명하게 만들어 정보량을 한 번 더 줄였죠. 조준은 플레이어의 시선으로 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기본적으로 한 곳을 바라보면 멀미가 덜하기 때문에 내가 바라보는 곳으로 총을 쏠 수 있게 한 거죠.

그리고 이제 각 스테이지마다 새로운 요소를 하나씩은 무조건 넣기로 했습니다. 좋은 게임을 만들고 싶은 욕구였죠. 다양한 1회용 콘텐츠를 제작해 스테이지에 추가했습니다.

⊙ 폴리싱

전반적인 게임이 다 만들어져 폴리싱으로 넘어갔습니다. QA와 각종 피드백들을 수렴하는 시간이죠. 제가 생각한 플레이 타임은 2~3시간이었어요. 스테이지당 15~30분 정도였죠. 그런데 QA 리포트를 받았는데 5~7시간이었던 거에요.

보통 플레이 타임이 늘어나면 좋은 건데, 저한테는 좋지 않았아요. 왜냐하면 스테이지 중간에 세이브 기능이 없었거든요. 30분 정도 플레이를 하다가 죽었을 때 다시 처음부터 30분을 해야 한다면 누가 좋아하겠어요, 요즘 세상에. 그래서 조금 긴 스테이지는 재도전 시 중간부터 플레이를 시작할 수 있도록 수정을 했죠.


그리고 홍보를 위해 스트리머를 위한 옵션을 추가했습니다. BJ들이 플레이하면서 채팅창을 볼 수 있도록 트위치 채널의 채팅을 추가했습니다. 원하는 위치에 채팅창을 배치할 수 있도록 했죠. BJ들이 가진 또 하나의 불만은 게임이 온전하게 보이지 않는다는 거였어요. 그리고 작은 움직임에도 화면이 너무 크게 흔들렸어요. 그래서 세 번째 카메라를 하나 추가했습니다. 더 넓은 시야와 부드러운 카메라를 지원할 수 있게 됐죠.

카메라의 위치를 원하는 곳에 놓을 수 있게 할까 하는 고민도 했지만, 일단 배경이 닫힌 구조가 많고 이동이 많은 게임이라 포기했습니다.

스팀 그린라이트를 진행했는데, 가끔씩 달리는 리플이 있었어요. 순간이동은 필요 없다, 순간이동이 싫다는 이야기였죠. 내가 놓치고 있는 게 뭘 까라는 생각에 스팀 스파이, 레딧, 루리웹 등의 반응을 찾아봤습니다. 제가 내린 결론은 실제로 많은 유저들이 자유 이동을 원한다는 거였어요. 그래서 오버턴도 자유 이동을 구현해 옵션으로 원하는 이동 방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렇게 1인 개발 3년 차에 개발을 완료하고 출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 끝으로...


우선 오버턴의 잘한 점은 제 고집대로 잘 만든 것 같아요. 퍼블리셔가 많이 믿어주셨죠. 그리고, 스케쥴에 거의 맞췄어요. 또 마지막까지 무엇을 개선해야할 지에 대한 의지를 가졌죠. 못한 점이라고 하면 기술적 한계가 있어서 마기가 딱딱해요. 그 점이 아쉽고. 잠입이라는 요소도 시간이 충분했다면 만들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요. 그리고 한 플랫폼에만 맞추려고 했던 무모함도 있었죠.

개발 기간은 1년간 했고, 풀타임 개발은 7개월이 걸렸습니다. 히치님이 포스터 제작을 도와주셨고, BGM은 유료 음악팩을 구매해서 사용했습니다. 이제 다 완성됐고, 꽃길만 걸으면 될 것 같아요(웃음).

1년 동안의 정말 번뇌의 시간이었어요. 사실 이렇게 말하면 줏대를 가지고 개발한 것 같잖아요. 그렇지도 않아요. 우선은 VR 시장이 너무 작으니까 새벽에 한 번씩 욱하는 거에요. '내가 왜 이렇게 유저가 적은 곳에서 고생하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두 작품 다 말도 안 되는 작업 스케쥴을 버텨냈어요. 좋죠. 그런데 제가 이렇게 밤을 새우면서 개발하는 게 평생 가능할까요? 그런 게 불가능해지는 순간이 오겠죠. 게임 하나하나가 인생에서 정말 소중해요. 생각해보면 안 그런 시기가 있나 싶기도 하고요.

수입에 대한 걱정으로 오디션에도 출전했어요. 떨어지면 부끄러우니 수상 때까지는 비밀로 했죠(웃음). 사실 제대로 플레이하는 심사위원이 거의 없었어요. 이런 것들을 보게 되면 어떤 생각이 드는지 아세요? 아무리 고집이 있어도 '내가 게임을 잘못 만든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이 불안감은 오버턴의 스토리에 그대로 영향을 줘요. 처음에는 마기가 주인공이었는데, 후반에 보면 진짜 주인공이 누구인지 나와요. 그건 플레이를 해보시면 알게 되실 거에요.

결론은 어쨌든 내가 원하는 대로 만드는 게 최고인 것 같아요. 몇 번의 시연을 꾸준히 하면서 충분히 사람들이 할 수 있는 게임이라는 확신을 하게 됐어요. 이만큼 고집스럽게 만들었으니까 오버턴은 저라는 개발자를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프로젝트라고 생각해요. 전작을 좋아해 주셨던 분들이나 실망을 하셨던 분들은 오버턴을 한 번 해보시면, 개발자가 이 정도까지 좋은 게임을 만들 수 있게 됐다는 걸 느끼실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합니다.

재미있는 게 있어요. 스매싱 더 배틀을 만들 때는 이게 한계고 더 이상 만들 수 있는 게 없다는 생각에 포기하려고 했어요. 오버턴은 사실상 거의 세 배에 가까운 작업량을 들였거든요. 다음에 또 게임을 만들면 더 할 수 있는 게 뭘 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지금도 열심히 고민 중입니다(웃음).

혹시라도 이후에 오버턴을 플레이하게 된다면 피드백 많이 남겨주시길 바라겠습니다. 지금까지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