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후 거대 퍼블리셔와 계약을 맺은 솔트랩은 성공적으로 '뉴본'을 출시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양사 간 뜻이 달라져 솔트랩은 갑작스레 자체 개발, 자체 서비스 노선을 걷게 된다. 신생 기업이자 개발 위주의 회사에게는 쉽지 않은 길이다. 그럼에도 지난 CBT의 지표는 솔트랩의 성공을 기대하게 한다.
그 이유로는 FPS 장인들이 공들인 모바일 최적화를 이유로 꼽을 수 있다. 그동안 모바일 기기는 FPS를 즐기기에는 어려운 플랫폼이란 평가가 일반적이었다. 이동, 조준, 발사를 동시에 해야 하는 FPS 특성상 모바일은 기기로 인한 제약이 많았다. 그래서인지 이미 많은 게임사에서 모바일 FPS를 도전했지만, 큰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그러나 최근 '배틀그라운드 모바일'과 '포트나이트'가 괄목할만한 성적을 내면서 모바일 FPS가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정체되어버린 모바일 MMORPG, 수집형, 액션 장르 사이에서 슈팅 게임 '뉴본'이 어떤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솔트랩의 김세웅 대표, 정연택 총괄 PD로부터 이야기를 들었다.
현재 모바일 게임 시장은 MMORPG 장르가 주류를 이룬다. 이런 상황에서 굳이 모바일 슈팅 게임에 도전하는 이유를 묻자 정연택 PD는 "우리가 잘하는 게 이거다"라며 웃으며 답했다. 그리고 만약 솔트랩이 다른 장르로 새로운 게임을 개발했다면, 지금만큼의 투자는 받지 못했을 것이라 덧붙였다.
온라인 게임 개발 경쟁이 심해지던 시절, 김세웅 대표와 정연택 PD는 새로운 플랫폼인 모바일로 눈길을 돌렸다. 초기 모바일 FPS의 그래픽과 총 쏘는 맛을 보며 이들은 충분히 성공 가능성을 보았다고 한다. 기존 모바일 FPS보다 솔트랩이 훨씬 더 좋은 그래픽과 총 쏘는 맛을 보여줄 수 있다는 자신감이었다.
언리얼 엔진4 장인들로 불리던 이들에겐 당연한 자신감이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모바일 FPS는 만들기 어려웠다. 처음에는 '때깔만 좋게 만들면 되겠지'로 접근했다고 김세웅 대표는 전했다. 키보드와 마우스로 컨트롤하던 기존 FPS 환경과 모바일은 차이가 컸다. 솔트랩은 기존 모바일 FPS와 비교해 차별화된 요소를 찾아야 했다.
"'뉴본'은 한마디로 FPS(뉴본은 TPS이나 정연택 PD는 일반적으로 쓰는 FPS를 설명에 주로 사용했다)+RPG라고 소개할 수 있습니다. 솔트랩은 10년 이상 FPS를 만든 개발자들이 모인 회사인데요. 설립 때부터 '모바일에서 재밌게 즐길 수 있는 FPS를 만들어보자'라는 뜻을 품고서 시작했습니다."
정연택 PD는 '뉴본'을 모바일 FPS에 RPG의 요소를 넣은 게임이라고 요약했다. 솔트랩이 '뉴본' 개발을 시작할 당시만 해도 많은 게임사에서 모바일 FPS의 난제를 풀지 못한 상황이었다. 그는 모바일 FPS을 즐기는 유저가 높은 긴장감을 유지하다가, 긴장이 떨어지면 재밌게 즐길 요소가 부족하다는 것을 원인으로 꼽았다. 이를 해결해 솔트랩은 '뉴본'만의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기말 분위기에서 힌트를 얻었다. 세기말의 생존을 RPG의 육성과 관리 요소를 풀어내 '뉴본'에 접목하는 것이다.
"생존을 주제로 한 '디스 오브 마인'을 해보고서 세기말의 생존 자체가 좋은 몰입감을 줄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모바일 FPS의 형태를 유지하면서 생존이란 요소로 버무리자고 생각했죠. 그게 '뉴본'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현재는 발전을 거듭해 충분히 다듬어진 상태고요."
반면, 골수 FPS 유저의 경우 RPG의 성장 요소를 반기지 않을 수 있다. 모든 캐릭터가 같은 능력치로 시작해, 온전히 플레이어의 실력에 따라 결과가 나오는 것이 FPS의 매력이기 때문이다. RPG의 성장은 플레이어마다 캐릭터의 능력치가 다르게끔 한다.
"많은 고민이 있던 부분입니다. 그러나 기존 FPS를 그대로 모바일에 담기만 한다면, 그냥 PC에서 하지 왜 굳이 모바일에서 하겠냐는 생각이 있었어요. 그리고 기존 FPS를 모바일로 구현해 프로토타입을 만들어서 해보니, '이게 내 게임이야'라는 느낌이 적었습니다.
처음 모바일 FPS를 즐기는 분들도 재밌게 즐기길 바랐습니다. 기존 FPS의 재미가 치열한 총싸움이었다면, RPG 요소는 '총놀이'의 가벼운 재미를 선사합니다. "
솔트랩이 차세대 모바일 FPS를 만들던 중, 의외의 상대를 만나게 된다.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이다.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은 스마트폰에 최적화된 콘텐츠 구성으로, 기존의 모바일 FPS가 거두지 못한 성과를 냈다. 예상 밖의 경쟁작을 만난 '뉴본'의 반응이 궁금했고, 김세웅 대표가 답했다.
"사실, '뉴본'을 개발하면서 유저들이 모바일에서 4방향 이동을 편하게 할 수 있을지 고민이 많았어요. 또한, 조준과 발사 동작에서도 같은 고민이 있었죠. 그런데 현재 유저분들이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을 하면서 4방향 이동, 조준, 발사를 무리 없이 하는 걸 보고 이제는 됐구나 싶었죠. 그리고 '뉴본'의 인터페이스는 다른 모바일 FPS보다 간편해 더 자신감도 붙었고요."
'뉴본'이 기존 모바일 FPS와 비교해 차이점을 보이는 것은 시나리오다. 포스트 아포칼립스를 배경으로 생존을 주제로 한 '뉴본'만의 시나리오는 단순한 총싸움 이상의 재미를 보여준다.
특히 '뉴본'의 시나리오는 PVP와 PVE를 넘나든다. 예로 PVP 콘텐츠 중에서 에어드랍은 시나리오와 연관이 깊다. 정연택 PD는 이후에 업데이트될 시나리오 모드 액트6에서 누가 에어드랍을 하는지 밝혀진다고 귀띔했다. '뉴본'은 출시 기준으로 액트5까지 준비됐고, 이후 액트10까지 업데이트될 예정이다.
포스트 아포칼립스의 상황은 '뉴본' 곳곳에 녹아들어 있다. 캐릭터들은 세계의 멸망 이전, 50여 년 전의 낡은 무기를 그대로 쓰고, 건물과 환경은 폐허가 된 채로 유저들을 맞이한다. 플레이어는 과거의 공학 기술을 게임 속에서 논문으로 찾아내 발전시켜 나가게 된다. 이 과정은 '뉴본'의 콘텐츠인 캠프에서 이뤄진다.
생존은 '뉴본'의 중요한 요소이다. 멸망 이후의 세계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과정은 배고픔, 더러운 환경에서 생존하는 일이다. 이 세계에서 면역력이 떨어진 캐릭터들은 살아남기 위해 약을 먹으며 버텨야 한다. 플레이어는 캐릭터의 성장, 캠프 관리, 포스트 아포칼립스에서의 생존이란 세 가지 요소를 바탕으로 '뉴본'을 즐기게 된다.
그런데 '뉴본'의 생존 요소는 CBT 당시 '너무 번거롭다'는 혹평을 받기도 했다. 생존 게임에 낯선 유저들은 여러 상태 이상을 파악하기 어려웠고, 전투를 벌이기 전마다 상태 체크, 해당 아이템을 챙겨야 하는 점에 대해서 많은 유저들이 불만을 가졌다. 이점에 대해 정식 출시 버전은 어떻게 변했는지 정연택 PD에게 물었다.
"CBT 버전의 생존 요소는 인터페이스가 너무 복잡했습니다. 또, 다듬어지지도 않았고요. 많이 부족했었죠. 이 부분에 대해 많은 유저분들이 피드백을 주셨습니다. 물약이나 무기, 보조 무기, 면역약, 붕대 등 챙기는 것이 번거롭다고요.
하나하나 챙겨야 하는 것도 신규 유저분들은 어려워했습니다. 게임을 전반적으로 이해하지 못하면 캐릭터가 자꾸 아프다고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랐죠. 그래서 이 부분을 많이 개편했습니다.
일반적인 요소는 아이템을 보유하고 있다면, 자동으로 챙기게 했고요. 아이콘과 인터페이스도 개편해 좀 더 직관적으로 보이게끔 했습니다. 전체적으로 게임의 완결성이 갖춰졌다고 생각해요."
이렇듯 '뉴본'은 모바일 게임이 보여줄 수 있는 포스트 아포칼립스의 세계를 완성해 나가고 있다. 솔트랩은 자신들만의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상을 만들기 타협하지 않는 자세로 게임을 만들어갔다. 단순히 게임을 흥행시키기 위해 선정적인 옷을 입힌 여성이 등장하는 경우가 기존 게임에선 더러 있었다. 하지만, '뉴본'에서는 이런 자극적인 캐릭터가 등장하지 않는다. 단지 그들은 '정말 이럴 거 같다'는 개념으로만 세계를 꾸며 나갔다.
"무작정 도시를 폐허로 만들기보다, 사막화가 되었다는 느낌으로 모티브를 잡아서 포스트 아포칼립스를 상상했습니다. 가령 '모래에 잠긴 기차역'처럼요. 총기를 보더라도 말도 안 되는 개조를 하기보다, 세계관 내의 3개의 제조사를 두어 있을 법한 총기로 구현했어요. 각 제조사의 특징을 담아서요. 처음에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를 만들기는 어려웠지만, 고생한 덕분에 멋진 결과물이 나온 거 같습니다."
솔트랩이 만들어낸 포스트 아포칼립스는 FPS의 가장 기본인 총에서도 드러난다. CBT 버전을 기준으로 봐도 총기나 장비 디자인에서 뒷면까지 놓치지 않는 섬세함을 보여줬다. 이런 섬세함의 비결로 정연택 PD는 "솔트랩 개발자 대부분이 '밀덕'이라 그런 거 같다"면서 웃으며 답했다.
무거운 분위기의 매니악한 장르이지만, '뉴본'은 라이트 유저를 위한 콘텐츠도 놓치지 않았다. 이점은 기존에 서비스를 담당하는 퍼블리셔 덕분이기도 하다. 대중적인 콘텐츠를 원하던 전 퍼블리셔는 누구나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콘텐츠를 원했고, 솔트랩은 만들어냈다. 김세웅 대표는 40대 유저도 언제 어디서나 쉽게 FPS를 즐길 수 있다며 자신들의 콘텐츠를 소개했다.
현재 '뉴본'은 17세 이용가 등급으로 개발 막바지에 이르렀다. 더 많은 유저를 확보하기 위해서 12세 등급도 고려하지 않았냐는 기자의 물음에 김세웅 대표는 "빨간 피를 포기할 수 없었다"고 답했다. 아무리 재밌는 총싸움 게임이더라도, 피가 녹색으로 튄다면 분위기가 깬다는 것이다. 소규모 개발사 입장에서 더 다양한 연령대의 유저를 확보할 기회를 버리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많은 준비를 마친 솔트랩, 그러나 우려의 시선을 보내는 관계자들이 많다. 갑작스레 서비스까지 맡게 됐기 때문이다. 솔트랩은 개발에 집중한 게임사이기에 유저 확보, 콘텐츠 홍보 등의 서비스는 여력이 부족하단 평가가 있었다. 정연택 PD가 과거 네오위즈에서 피망 서비스 개발 팀장을 한 경험이 있지만, 당시 네오위즈의 여력과 솔트랩은 차이가 크다. 앞으로의 서비스 계획에 대해 정연택 PD에게 물었다.
"서비스 경험이 많다고는 못할 거 같습니다. 그래도 네오위즈에서 서비스를 담당했던 경험과 솔트랩의 서버 개발자들은 기본적인 서비스 능력을 갖추고 있어요. 서비스에 대해서 어디보다 잘한다고는 못하지만, 충분한 능력은 있습니다.
그래도 장점은 있어요. 공식 카페에서 유저 한 명, 한 명의 목소리를 들어가며 서비스할 수 있습니다. 이전에 대형 퍼블리셔를 거칠 경우에는 나름의 체계가 있어서요. 때때로 무성의하거나 기계적인 매크로 답변을 다는 경우가 있어요. 그러나 우리는 다릅니다. 유저의 말에 개발자가 직접 대응하는 것이니까요. 앞으로 유저와 같이 '뉴본'을 만들어가는 서비스가 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자리를 빌려 유저분들께 부탁하고 싶은 게 있습니다. '뉴본'을 해보시고 재밌으시다면, 주변 분들께 소개시켜 주시기를요.(웃음) 솔직히 지금의 솔트랩은 마케팅 능력이 부족합니다. 유저의 피드백을 곧바로 대응할 자신은 있지만, 게임을 홍보할 여력이 부족하네요. 많은 분과 오랫동안 '뉴본'을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끝으로 김세웅 대표와 정연택 PD는 7월 초 '뉴본' 출시를 앞두고 유저들에게 인사말을 전했다.
"오랫동안 FPS를 만든 노하우로 기존 게임과 차별화된 요소를 많이 준비했습니다. 하이퀄리티 그래픽과 지금까지 모바일 게임에서 느낄 수 없었던 총 쏘는 맛을요. 7월 초 출시가 되면, 많은 유저분들이 해보시고 냉정한 평가를 해주시길 기대합니다.
시간과 돈의 문제로 마음껏 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지만, 대화를 통해 하나하나 만들어갈 수 있습니다. 우리의 장점이라고 한다면, 유저의 반응에 즉각 피드백을 드릴 수 있습니다. FPS는 유저와 얘기하며 개선해나가는 게임이라고 생각해요. 좋은 피드백을 주신다면, 솔트랩은 어떻게든 힘을 내서 좋은 게임을 만들어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