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6일부터 3일간 진행되는 제72차 한국 심리학회 연차학술대회의 두 번째 날, `게임을 선택한 사람들에 대한 사회문화적 접근`이라는 주제로 심포지엄이 진행되었다. 이장주 박사의 주관하에 진행된 이번 심포지엄은 마음산책심리상담센터의 조성민 박사와 한국고용정보원 박가열 박사, 건양대학교 심리치료학과 손영미 교수, 플래직 곽용신 팀장의 발표로 이어졌다.

심포지엄은 이락디지털문화연구소 이장주 박사의 인사와 함께 시작되었다. 이장주 박사는 사이버 세계에서의 삶이 점점 비중이 높아지기 때문에 이와 같은 논의가 이뤄지고 있으며, 이에 따라 `게임 중독`이라는 용어가 생기게 되었다고 말하며 발표를 시작했다. 이장주 박사는 "게임이 `병`이라면, 정상은 무엇인가? 를 논하기 위해 이 자리를 마련했다"라고 말하며 심포지엄의 시작을 알렸다.

▲ 심포지엄을 주관한 이락디지털문화연구소 이장주 박사


마음산책심리상담센터 조성민 박사
게임 중독, '질병'아닌 '선택' 모델로 바라봐야


▲ 마음산책심리상담센터 조성민 박사

첫 발표는 마음산책심리상담센터 조성민 박사가 맡았다. 조성민 박사는 '재미를 추구해도 이를 병폐로 취급하지 않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논지로 발표를 시작해, '중독'을 정의하는 학계의 여러 견해를 예로 들어가며 강연을 이어갔다.

조성민 박사는 게임 중독으로 질병으로 정의하는 '질병 모델'이 중독을 '비가역적(해결 불가능한)이며 결정론적인 관점'이라 말하며, 이와 같은 모델이 게이머를 '게임 중독자'로 낙인찍을 수 있는 위험한 관점이라 덧붙였다. 때문에 일시적 중독을 개인의 선택으로 정의하고, 언제든 회복할 수 있는 과정으로 바라보는 '선택 모델'의 관점에서 중독을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조성민 박사의 발표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아래 링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ㄴ 관련 기사: [취재] 조성민 박사: "게임 중독, '선택 모델'을 중심으로 판단해야"

한국고용정보원 박가열 박사
직업으로 게임을 선택한 사람들에 대하여


▲ 한국고용정보원 박가열 박사

두 번째 발표는 한국고용정보원 박가열 박사의 차례였다. 박가열 박사는 개인적으로 게임을 많이 즐기지는 않았지만, 이번 발표를 준비하면서 게임업계의 구조와 성장세에 대해 알게 되었고, 게임 산업이 국내 산업의 중요한 기둥 중 하나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말하며 발표를 시작했다.

박가열 박사의 발표 주제는 취미가 아닌 '직업'으로서 게임을 선택한 이들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는 현재 국내 게임산업이 무시못한 산업을 넘어 콘텐츠 시장을 떠받드는 가장 큰 기둥이 되었다고 말하며, 문화 콘텐츠 수출 분야에서 과반수가 넘는 지분을 게임이 차지한다는 것은 굉장히 놀라운 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산업의 육체적 성장세에 비해 시스템적인, 정신적인 성장은 아직 미숙하다고 지적했다. 박가열 박사는 게임업계에서 과도한 업무량은 늘 지적받아왔고, 게임업계의 '크런치 모드'는 타 업계에도 유명할 정도로 강도 높은 노동 행위라고 말을 이었다.

박가열 박사의 발표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아래 링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ㄴ 관련 기사: [취재] 수출 효자 '게임', 근로 환경은 처절… "혁신이 필요한 때"

건양대학교 심리치료학과 손영미 교수
'아날로그' 부모의 '디지털' 아이 키우기


▲ 건양대학교 손영미 교수

이어진 순서는 건양대 손영미 교수가 맡았다. 손영미 교수는 과거 "'테트리스'에 빠져 한 달 가량 게임만 한 적이 있지만, 지금은 자의로 게임에서 벗어나 이 자리에 섰다"면서, 조성민 박사의 '선택 모델'에 대한 주장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게임을 하는 이를 '중독자'로 낙인찍는 것은 위험하다는 뜻이다.

손영미 교수는 연구자이자, 상담사, 동시에 어머니이기도 하다. 그녀는 얼마 전 겪은 경험을 토대로 발표를 시작했다. 얼마 전, 초등학교 4학년 학생이 게임을 하고 싶은데 부모가 게임을 하지 못하게 막는다면서, 화를 내며 자신을 찾았다고 말했다. 여기서 손영미 교수는 생각했다. '이런 일들은 너무 당연한 것인데, 왜 부모들은 자신의 아이가 엇나간다고 생각할까?'

지금의 아이들은 '디지털 시대'의 아이들이다. 기성 세대가 되어버린 7080 세대는 기계와 인터넷 등 IT 분야의 산물을 삶과 별개의 것으로 분류하지만, 아이들에게는 이미 숨쉬는 공기와 같은 것이다. 하지만 아동의 자아 발달 과정에 대한 연구 결과가 나온 것은 1950년대이고, 이 때는 IT라는 산업 자체가 태동도 제대로 하지 못했을 때다.

많은 부모들이 이러한 사실을 알면서도 혼란스러워한다. 손영미 교수는 "나는 아날로그 세대이지만, 지금은 디지털 시대이고, 이것이 시대의 흐름인 것도 알고 있다. 때문에 어떻게 아이를 키워야 할지 정답을 알 수 없다."라고 말했다.

손영미 교수는 지금의 아이들이 자라나는 과정이, 이 시대에 맞는 자아 발달의 과정이라고 생각했다. 기성세대의 논리로는 이해할 수 없는, 지금 시대에 맞는 세대의 성장 과정이라는 것이다. 손영미 교수는 이와 같은 아이의 발달 과정을 기성 세대의 논리로 억압하고, 비틀려 하면 오히려 사회와 도태된 결과를 맞이할 수 있다고 말하며, 짧은 발표를 마쳤다.

플래직 곽용신 팀장
'게임', '음악', 그리고 예술


▲ 플래직 곽용신 팀장

마지막 발표는 게임과 음악을 통한 문화 콘텐츠를 연구하는 '플래직' 곽용신 팀장의 차례였다. 곽용신 팀장의 발표는 그간의 강연, 발표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에서 진행되었는데, 강연장 내에 건반과 전자 기타, 연주자가 자리해 게임 음악을 직접 연주하는 형태로 진행되었다.

곽용신 팀장은 "음악을 듣는 이유는 너무나 많고, 게임 음악 또한 마찬가지이다. 게임 음악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라는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으며, 중간 중간 게임 음악을 실제로 들려주며 청중의 관심을 모았다. 곽 팀장은 음악 자체가 이제는 게임의 구성 요소 중 하나가 될 수 있으며, 반대로 게임 음악이 게임에서부터 분리되어 별도의 문화 콘텐츠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실제로 유럽에서 굉장히 많은 공연을 하는 오케스트라 VGL(Video Game Live)을 예로 들며 강연에 설득력을 더했다.

심포지엄의 마지막에서, 곽용신 팀장은 게임 또한 음악이라는 통로를 거쳐 충분히 기성 예술의 일축을 담당할 수 있으며, 동시에 게임 음악도 독립적인 콘텐츠로 즐길 수 있는 시대가 도래했다고 말했다. 게임을 모르는 이는 많아도, 음악을 모르는 이는 많지 않다. '음악'을 통해 게임 산업의 저변이 확대되고, 나아가 사회의 고리 중 하나가 될 수 있다는 의미였다.

실제 강연 중 진행되었던 연주 영상 ('슈퍼마리오 오디세이', '메이플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