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bit Studios 프셰미스와프 솔스키 게임 디자이너

[인벤게임컨퍼런스(IGC) 발표자 소개] 폴란드의 인디 개발사 11bit Studios의 프셰미스와프 솔스키(Przemysław Solski) 게임 디자이너는 '프로스트펑크'의 개발에 참여한 인물이다. 그는 '프로스트펑크'의 시나리오와 히팅 시스템, 랜덤 맵 구성 등 게임 플레이 매커니즘 구성을 디자인 했다. 그는 Ten Square Games에서 게임 플레이 콘셉션과 밸런스, F2P 수익화, 레벨 디자인을 담당한 바 있다.

'한계'가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단순한 숫자에도 감정이입할 수 있다
부족한 것이 오히려 더욱 풍족한 것이 될 수 있다


11 bit Studios의 '디스워오브마인'과 '프로스트펑크'는 도덕적 선택으로 플레이어들의 마음을 무겁게하는 스토리텔링으로 유명하다. 생존이 어려워진 상태에서 당신은 얼마나 도덕적인 선택을 할 수 있을까. 당신은 생존을 위해 넘어선 안 될 선을 넘게 될 것인가. 전쟁을 배경으로 헸던 전작에 이어 '프로스트펑크'는 추위가 세상을 지배하는, 열기 자체가 권력이 되는 세계를 다루며, 그 속의 여러 가지 윤리적 선택을 보여준다.

오늘 IGC2018에서 강연을 진행한 11bit Studios 프셰미스와프 솔스키(Przemysław Solski) 게임 디자이너의 강연에서도 11 bit Studios가 얼마나 게임 시나리오에서 도덕적 선택을 중요한 요소로 여기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는 '프로스트펑크'의 기반이 된 아이디어와 시나리오를 소개하고, 그가 작업한 시나리오를 통해 게임 내러티브와 게임 플레이 매커니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 '프로스트펑크'의 시나리오, 도덕적 시사점을 기준으로 구성됐다


'프로스트펑크'는 19세기를 배경으로, 빙하기가 도래했다는 설정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그만큼 '프로스트펑크'의 중심에는 스팀 기술이 자리하고 있다. 스팀은 에너지를 생성할 뿐만 아니라 낮은 기온을 버틸 수 있도록 해주기 때문이다. '프로스트펑크'의 또 다른 주요 요소는 ‘사회’다. 생존을 위해서 사회는 얼마나 변화할 수 있는지, 넘지 말아야 할 선은 있지 않은지, 우리는 극한의 상황에서 인간성을 지킬 수 있는지와 같은 도덕적인 질문을 던지는 것이 '프로스트펑크'의 주요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프로스트펑크'는 '새로운 보금자리(A New Home)', '방주(The Arks)', '피난민들(The Refugees)', '윈터홈의 몰락(The Fall of Winterhome)'까지 크게 네 개의 시나리오로 구성되어있다. 각 시나리오는 각기 다른 미션과 주제를 가지고 있으며, 중점적으로 다루는 도덕적 이슈도 조금씩 다르다.

예를 들어, 첫 시나리오인 '새로운 보금자리'는 런던 생존자들의 이야기로, 여기서 중요한 도덕적 이슈는 어떻게 사회가 생존을 위해 변화해야 하는가를 다루고 있다. '방주'의 경우 엔지니어들의 이야기로, 지구에 남아있는 마지막 묘목을 지켜야 한다는 미션을 수행하게 된다. 여기서는 미션이 중요한가, 사람의 생명이 중요한가를 중요한 도덕적 이슈로 다루고 있다.


'피난민' 시나리오는 두 생존자 그룹의 갈등을 다루고 있으며, 여기서는 다른 이를 돕는 것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마지막으로 '윈터홈의 몰락'에서는 멸망해가는 도시를 다루며, 피할 수 없는 재앙 앞에서 사람들은 어떻게 행동하게 되는가를 이야기한다.


■ '방주'와 '윈터홈의 몰락'을 통해 보는 '프로스트펑크' 시나리오의 목표

▲'프로스트펑크' 시나리오의 세 가지 목표

11 bit Studios는 '프로스트펑크'의 시나리오를 구상하는 데 있어 세 가지 목표가 있었다. 먼저, 시나리오를 통해 새로운 게임플레이 경험을 제공해야 하며, 유저들이 어려운 도덕적 선택을 마주하게 하자는 것이었다. 이와 함께 게임을 플레이하고 나서 되돌아볼 수 있는 시나리오를 만드는 것이 중요한 목표가 됐다.

▲첫 단계에서는 시나리오의 기본 개념을 결정하게 된다

이처럼 효과적인 시나리오를 만드는 데 있어 솔스키 디자이너는 제작 과정의 가장 첫 단계를 강조한다. 시나리오의 가장 기본이 되는 개념을 구성하는 단계로, 개발자는 시나리오 콘셉트를 한두 문장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기반으로 게임의 콘셉트를 문서화하고, 준비가 되면 프로토타입 단계에 들어간다. 저렴한 가격으로, 첫 단계에서 구상한 바가 제대로 돌아가는지를 실험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작업에서 시나리오 검토가 재차 이루어지고, 이후 프로덕션에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그럼 '프로스트펑크'의 각 시나리오는 어떤 기본 개념을 기반으로 만들어졌을까?

⊙ '방주' - '제한'은 때때로 더욱 풍부한 스토리가 된다

솔스키 디자이너는 먼저 '방주'의 시나리오를 예로 들어 설명했다. '방주'의 시나리오는 ‘인구수를 제한했을 때 어떻게 되는가’에 대한 실험을 시작으로 만들어졌다. 플레이어가 새로운 인구를 얻을 수 없다는 것을 가정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방주'는 인구수를 제한하는 것을 시작으로 제작됐다

이를 토대로 만들어진 첫 프로토타입은 이 아이디어에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새로운 사람으로 대체할 수 없기 때문에 제한된 인구수는 사람이 한 명씩 사망할 때마다 큰 의미를 부여해주었고, 어렵지만 만족스러운 시작점이 되었다. 또한, 사람이 부족하기 때문에 오토마톤이 생겨나 도시의 모습이 변화했다.

하지만 반대로 단점도 있었다. 먼저 사람 수가 적은 만큼 해결해야 할 문제도 적어졌다. 집도 몇 채만 지으면 되고 적은 수의 인구만 통제하면 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시나리오의 중요한 부분인 법률서의 역할이 시나리오와 맞지 않게 되었다. 가장 큰 문제는 이 모든 요소가 도덕적인 선택을 할 필요가 없게 만들었으며, 게임이 전체적으로 쉬워져 각 요소의 의미를 퇴색시켰다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11 bit Studios는 여러 시행착오를 통해 몇 가지 요소를 추가하게 된다. 먼저 메인 목표가 추가됐다. 다가올 폭풍에 대비하는 것으로, 자원을 모아서 살아남는 것이 목표가 됐다. 또한, 새로운 도시인 뉴 맨체스터를 추가해 새로운 선택지를 만들어냈다. 굶주리고 아픈 사람이 많은 도시로, 기술도 부족해 플레이어의 도움이 없이는 생존하기가 불가능한 도시다.

▲뉴 맨체스터의 추가로 새로운 도전과제가 생겨났다

이 두 가지 요소를 통해 솔스키 디자이너는 시나리오에 도전할만한 요소를 만들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메인 미션을 위해 해야할 일이 많아졌을 뿐만 아니라 뉴 맨체스터를 돕고자 한다면 플레이어는 더욱 바빠진다. 뉴 맨체스터의 추가와 함께 새로운 도덕적 선택지도 생겨났다. 내 도시를 살릴 것인가, 두 도시를 모두 구원할 것인가. 아니면 뉴 맨체스터를 위해 희생할 것인가까지.

하지만, 여전히 배경 스토리가 충분히 풍부하지 않다는 문제가 있었다. 도시가 엔지니어들로 구성된 이유도 필요했으며, 좀 더 도덕적 선택의 결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방안이 필요했다. 뉴 맨체스터만으로는 너무 단순했던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방주'에서는 새로운 설정이 추가된다. 지구의 마지막 식물 종자가 모여있는 새로운 건물을 추가하고 이를 죽지 않게 보존하는 것이 목표가 됐다. 이를 통해 엔지니어들은 지구의 식물을 되살려야 하는 역할을 가지게 되었으며, 두 도시를 살리는 것뿐만 아니라 미래의 인류를 구하는 것을 목표로 설정할 수 있게 됐다. 도시의 모습 또한 변화했다.

솔스키 디자이너는 '방주'의 시나리오 제작과정을 통해서 얻을 수 있었던 것은 콘텐츠의 제한이 가지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새로운 게임 플레이 경험을 만든다는 것은 새로운 콘텐츠를 추가하는 것뿐만 아니라 가지고 있는 요소를 제한하는 것을 의미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시나리오의 엔딩은 최대한 빨리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윈터홈의 몰락' - 스토리를 단순화하고 게임 플레이 요소를 추가하라

솔스키 디자이너는 이어 '윈터홈의 몰락'의 예를 들어 설명했다. 앞서 작업한 '방주'에 비해 '윈터홈의 몰락'은 경험, 시간, 인력에 여유가 있는 상태에서 제작됐다. 그만큼 야심 찬 계획을 가지고 제작된 시나리오기도 했다.

첫 시나리오인 새로운 보금자리에서 먼저 확인할 수 있는 폐허에서 시작하는 '윈터홈의 몰락'은, 플레이어가 어떤 행동을 하는지와 관계없이 도시는 파괴될 수밖에 없다는 제한을 가지고 있다. 중요한 것은 정해져 있는 패배의 결말에서 플레이어가 어떻게 하면 승리자의 느낌을 받을 수 있겠는가였다.

▲결과는 패배로 확정된 상황, 플레이어는 어떻게 승리자가 될 수 있을까?

먼저 '윈터홈의 몰락'은 큰 도시에서 시작된다. 처음 유저가 해야하는 일은 도시를 재건하는 것으로, 몇가지 법률은 이미 제정되어있는 상태다. 앞서 언급되었던 것처럼, 궁극적으로 도시는 발전기의 고장으로 멸망하게 된다. 하지만 희망적인 요소를 위해서 사람들을 피난시켜 구할 수 있도록 했다.

▲'윈터홈의 몰락' 첫 시나리오 진행

'윈터홈의 몰락'의 첫 플로우 차트를 보면, 첫 퀘스트는 도시 재건으로 구성되어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도시의 재건 이후 발전기의 고장이 이루어지며, 이를 조사하기 위해 엔지니어들이 파견된다. 이후 발전기를 수리할 수 없다는 결과를 확인하면 새로운 퀘스트로 피난처를 찾아야 한다는 미션이 생긴다.

첫 프로토타입을 확인해본 결과, 큰 도시를 처음부터 제공한다는 것은 좋은 시작점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미 몇가지 법률이 승인된 상태에서, 아동 노역과 같은 요소는 플레이어로 하여금 본인의 플레이스타일이 아닌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또한, 발전기의 고장이라는 큰 사건요소를 통해서 자연스럽게 유저로 하여금 누군가를 먼저 대피시킬 것인지에 대한 중요한 도덕적 시사점에 마주하게 할 수 있었다. 아이들을 먼저 살릴 것인지, 실질적인 관점에서 엔지니어를 먼저 대피시킬것인지. 또한, 도시를 빠져나가는 과정에서도 여러 가지 도덕적 도전과제들이 생겨났으며, 보유하고 있는 자원이 그 선택에 영향에 주기도 했다.

하지만 첫 프로토타입의 문제는 각 스토리 사이에 갭이 존재한다는 것이었다. 스토리가 자연스럽게 이어지지 않고 중간마다 끊겨버려 스토리의 개연성이 떨어졌다. 발전기가 아무런 경고도 없다가 갑자기 고장이 나버렸다는 점도 문제였으며, 스토리가 너무 복잡하다는 문제도 있었다. 고장부터 대피까지 너무 많은 단계를 거쳐야 했던 것이다.

▲단순화되는 동시에 개연성이 부여됐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솔스키 디자이너는 시나리오를 단순화하고, 드레드노트를 사용할 수 있도록 설정했다. 이를 통해 탈출 단계가 단순해지며, 모든 사람을 구할 수 없다는 요소에 초점을 맞출 수 있게 됐다. 드레드노트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기존 '윈터홈의 몰락' 콘셉트와 잘 맞아떨어진 것이다. 또한, 탈출 센터를 통해 탈출 단계가 보다 드라마틱하게 연출됐다.

솔스키 디자이너는 여기서 다시금 시나리오의 기본 개념을 정확하게 계획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엔딩을 만들 때 숙련자와 초보자가 모두 만족할 수 있도록 게임 매커니즘을 구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 게임 내러티브와 게임 플레이 매커니즘은 동전의 양면이다


솔스키 디자이너는 이어 게임 내러티브의 역할과 이를 게임 플레이에 적용하는 과정에 대하여 이야기했다. 그는 게임 내러티브를 게임 플레이에 적용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어려운 부분이며, 특히 '프로스트펑크'의 경우 게임 스토리가 유저에게 윤리적 선택을 던지고, 동시에 게임을 플레이한 이후에 되돌아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11 bit Studios는 새로운 방식으로 게임 스토리를 적용해야 했다. 솔스키 디자이너는 '프로스트펑크'에 영화의 내러티브를 도입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전형적으로 스토리는 도입, 전개, 절정, 엔딩으로 점차 고조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며, 반전 요소가 추가되는 식으로 구성된다. 하지만 '프로스트펑크'는 시티빌더 게임인 만큼, 시티빌더 플레이 요소 자체가 게임 내러티브보다 더욱 위급한 문제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메인 스토리가 아니더라도 플레이어는 도시를 건설하면서 이미 다양한 문제를 직면하기 때문이다.


"100명의 아픈 사람과 60명의 굶주린 사람, 그리고 앞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악화할 문제들. 이러한 혼돈의 상황에서 어떻게 스토리텔링을 전달할 수 있을까? 더욱 위급한 문제들에 직면한 상황에서?"

솔스키 디자이너는 게임 내러티브를 시티빌더 게임에 맞춰 수정할 필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먼저, 내러티브를 최대한 간단하게 구성하는 것이다. 메인 플롯을 한두문장으로 설명할 수 있을 정도로 간단하게 설정했으며, 게임 내러티브가 게임플레이 매커니즘과 상호작용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피난민들' 감정라인

시티빌더 게임에 내러티브를 적용하기도 어렵지만, 반전 요소를 추가하는 것은 더욱 어려웠다. 반전을 위해서는 도입부(힌트와 경고)가 필요했다. 피난민들의 감정선을 확인해보면, 크게 두 스토리라인으로 구성되어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사람을 살리는 것과 이후 귀족 무리를 만나게 될 때로 이루어져 있는데, 게임 스토리는 유저로 하여금 이러한 반전에 직면했을 때 해결할 수 있도록 초반부터 힌트를 주게 된다. 미리 경고함으로써 대책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윈터홈의 몰락' 감정라인

'윈터홈의 몰락'에서도 이와같이 이루어져 있다. 메인 반전요소는 플레이어가 발전기 수리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는 사건으로, 초반부터 계속해서 발전기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다.

솔스키 디자이너는 게임의 내러티브와 게임 플레이 매커니즘은 동전의 양면과 같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게임 플레이 매커니즘 속의 대비 센터는 시나리오의 메인 내러티브를 지원하는 요소다. 사람들의 운명을 결정하는 요소로, 이 결정에 따라서 반응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솔스키 디자이너는 플레이어마다 게임을 통해 경험하는 것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초보자와 숙련자가 모두 만족할 수 있을 만한 내러티브와 게임 플레이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프로스트펑크'의 경우, 모두가 달성해야 할 메인 미션을 설정하고, 숙련자들에게는 좀더 도전할 만한 요소를 추가하는 식으로 이루어져있다. '방주' 시나리오에서 폭풍에서 생존하는 것이 메인 미션이라면, 뉴 맨체스터와 같이 추가적인 과제를 고려할 수 있도록 구성한 것이 그 예다.

▲캐주얼 플레이어와 숙련된 플레이어를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한다

마지막으로 솔스키 디자이너는 시나리오를 제작할 때 주요 콘셉트를 생각하고 전체 과정에서 이를 잊지 않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한계’가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으며, 단순한 숫자에서도 사람들이 감정이입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부족한 것이 오히려 더욱 풍족한 것일 수도 있다는 점을 짚으며 강연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