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벤게임컨퍼런스(IGC) 발표자 소개]곽노진 대표는 펜타비전에서 기획자로 시작해 블루 사이드에서 킹덤 언더 파이어2 디자이너로 경력을 쌓았다. 2014년에 쓰리포인트라는 회사를 차려 게임 블랙나이츠의 총괄 프로듀서 및 CEO를 맡았다. 이후, 16년부터 인플루전이란 소규모 개발사에서 스톰본이란 게임 프로듀서로 활동하고 있다.

사업과 관련해 많은 이들이 접하는 소식은 성공한 경우가 많다. 새롭게 사업을 하는 사람들 역시 성공 비결이 궁금하지,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에 관심이 쏠리진 않는다. 강연 역시 대부분 성공한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하러 오는 게 대부분이니까.

하지만 오늘 만난 강연자인 인플루전 곽노진 대표는 색다른 경험을 공유했다. 인디 게임 개발 경험을 통해 성공할 수 없었던 현실과 이유에 대해 말하는 시간이었다. 게임 개발을 하면서 아쉬웠던 결과를 청중과 공유하며 철저한 피드백과 함께 강연에 나섰다.



■ 강연주제 : 인디게임이 망할 수 밖에 없는 현실과 이유


⊙ 실패하지 않는 법, 알 수 없는 현실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려는 사람들은 큰 꿈을 가지고 도전한다. 주변에서 들려오는 성공 신화만 듣고 우리도 저렇게 하겠다는 긍정적인 마음과 함께 시작한다. 하지만 성공한 소수의 경우가 모두에게 통용되는 일이 아닐뿐더러 모두가 성공할 수 있지도 않은 게 현실이다.

특히나 인디 게임 개발의 경우가 그렇다. 게임이 망했다고 판단하는 기준으로 곽노진 대표는 매출을 뽑았다. 그런데, 매출 지표, 수익과 관련한 자료들은 잘 공개되지 않기에 모바일 인디 게임 시장이 얼마나 힘든지 알 수 조차 없다. 인기도와 다운로드 수만 공개하는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게임의 성공/실패 여부를 알기 힘든 것이다.

현실을 잘 모르는, 미래에 개발을 꿈꾸는 이들을 위해 곽노진 대표는 인디 게임을 개발하면서 힘들었던 현실적인 경험을 공유했다. 먼저, 2014년 서비스했던 블랙나이츠의 예를 들었다. 실시간 PVP 게임을 만들었지만, 모객이 원활하게 되지 않아 힘들었던 기억을 되살렸다. UA(User Acquisition)라는 고객을 모으는 것이 생각보다 중요하며 힘들다는 점을 아쉬워했다. 그리고 커뮤니티 운영 비용은 생각보다 비쌌고, 그래픽이 뛰어나야 결국 여러 가지 시도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 과거 경험 바탕, 새로운 도전의 연속... 하지만

100만 다운로드 스톰본 : 인피니티 아레나로 시작

곽노진 대표는 이런 교훈을 바탕으로 인플루전에서 2016년부터 스톰본 시리즈를 제작했다. 저사양 기기에서 최적화할 수 있는 뛰어난 3D 그래픽을 활용해보겠다. 매출 관련한 부분은 광고 수익을 올려보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 결과 첫 번째 스톰본인 인피니티 아레나가 100만 다운로드까지 달성할 수 있게 됐다. 특히, 브라질에서 유명 유튜버가 스톰본을 하는 영상을 올려 다운로드 수가 급증하는 성과가 있었다. 하지만 100만 다운로드 게임을 만들었다고 매출이 증가하는 것은 아니었다. 브라질, 태국, 러시아 등에서 인기가 있었지만, 광고 단가가 굉장히 낮아 큰 이익을 거두지 못했다.

그리고 게임을 다시 플레이하는 유저들이 줄기 시작했다. 호기심에 게임을 시작했지만, 취향을 타는 그래픽 컨셉에 유저들의 호불호가 갈리고 만 것이다. 조작 방식 역시 익숙하지 않아 어려운 난이도에 힘겨워하는 유저들도 생겼다. 재방문(Retention)하는 유저 수가 줄어들자 광고가 노출되는 건수와 광고 수익(Impressions)마저 떨어지게 된 것이다.

스톰본 시리즈의 결과는 점점 안 좋아졌다

이런 아쉬운 결과를 극복하기 위해 곽노진 대표는 스톰본 시리즈를 2, 3까지 출시했다. 시리즈1 경험을 통해 중독성있는 컨텐츠를 늘려야 고객이 따라온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픽이 좋아지면 자연스럽게 유저가 유입될 거라는 생각 역시 변함없었다.

하지만 결과는 더욱 안 좋아졌다. 마켓에서 직접 게임을 추천해주는 ‘피쳐드’에 선정됐지만, 스톰본 두 번째 시리즈부터 오히려 다운로드 수까지 떨어지는 현상이 나온 것이다. 첫 스톰본 시리즈는 브라질 유튜버의 힘과 새로운 게임에 대한 유저들의 호기심으로 가능했다. 그러나 이미 인피니티 아레나를 경험한 유저들이 호기심마저 사라진 상태였다. 과금을 비롯해 게임 내에서도 변화를 시도해 매출은 증가했지만, 여전히 회사와 게임 운영에 힘이 부치는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세 번째 시리즈 '블레이드 워'를 출시했을 때는 더 안 좋은 결과를 받아들여야 했다.


⊙ 따라갈 수 없는 규모의 마케팅


점점 하락세를 겪은 스톰본을 통해 곽노진 대표는 현실에 대해 절실하게 깨닫게 됐다. 대형 RPG들과 가격 경쟁부터 힘들고, 고객을 모으는 마케팅에서 그 격차를 좁힐 수 없다는 사실을. 마치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축구 경기를 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모객(UA)이 광고 수익을 높이는 데 가장 중요하지만, 대규모 자본처럼 마케팅으로 대중의 인지도를 높이기 힘들다. 그렇다고 노출 구조가 바뀌는 '피쳐드'에 선정된다고 모객의 문제가 해결되지도 않는다는 것 또한 절실히 느꼈다.

다른 방법의 마케팅 방법 역시 활용하기 힘들기는 마찬가지였다. 페이스북 마케팅은 마켓팅 타겟을 잘 정해야 하며 구글 UAC는 최소 700만 원, 더 큰 효과를 내려면 더 큰 금액을 지급해야만 가능하다는 것. 그리고 스토어에서 순위권 안에 들어야만 유저들이 자연스럽게 유입될 수 있다는 현실을 말이다.

유저들의 인식을 인디게임이 따라가기 힘들다는 현실에 대해서도 말했다. 큰 금액의 과금을 하는 '고래 유저'가 원하는 게임과 인디 게임을 좋아하는 유저가 다르다. 특히, 고래 유저는 대중들에게 잘 알려진 게임과 방대한 커뮤니티 활동을 할 수 있는 게임을 선호해 인디게임 개발자 입장에서 이를 만족하기 힘들다.


⊙ 게임 본질에 대한 피드백 필요

▲ 많은 시도를 했지만 아쉬운 결과... 본질은?

그동안 단순하게 생각했던 게임 그래픽 역시 마찬가지였다. 단순히 좋은 그래픽이 많은 유저들을 불러모을 것이라는 공식이 통하지 않는 시대가 왔다. 기술보다 감성이 중요한 시대로 그래픽이 어떻게 게임에 맞게 적용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한 시기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유저들과 눈높이를 유지하며 원하는 것을 낼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곽노진 대표는 자신이 어떤 게임을 좋아하는지에 대한 본질적인 피드백에 대해 말했다. 우리가 잘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 그리고 못 하는 것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도전해야 한다는 근본적인 것부터 말이다. 곽노진 대표 본인은 정작 과금 게임을 즐기지 않는 유저로 스톰본3에 200만 원을 과금하는 유저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렇기에 자신이 좋아하는, 잘할 수 있는 분야에 도전해야 한다는 말을 강조했다.

장르와 과금 선택 역시 단순히 돈과 '신화'를 쫓으면 안 된다. 모두에게 적용되는 정답은 없기에 냉정하게 나와 팀이 잘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체적으로 따져봐야 한다. 결국, 자신 있고, 잘하는 거에 도전하는 게 정답이 될 수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