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피툭 운영 담당 김봉균 부사장

[인벤게임컨퍼런스(IGC) 발표자 소개] 과거 엔씨소프트 운영실에서 여러 게임의 운영 노하우를 쌓고, 트리노드를 거쳐 대만 퍼블리셔인 '해피툭'에 합류했다. 현재 운영 담당 부사장으로 대만 시장 진출을 노리는 국내 개발사의 좋은 파트너로 활약하고 있다.


'중국 진출을 노리는 개발사들의 테스트 베드'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나오는 '대만 시장'에 대한 언급이다. 모르는 이들은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기 딱 좋다. 대만에 거주하거나, 대만 관련 회사에서 일하는 등 대만에 정통하지 않은 이들은 잘 알기가 힘들다. 외국 나가서 한국인이라 하면 남쪽이냐 북쪽이냐 물어보는 마당인데, 우리라고 대만에 대해 잘 알리가 없다. 당장 게임만 해도 대만인과 중국인을 잘 구별하지 못하는 우리 아닌가.

'해피툭'은 한국인들이 세운 대만의 퍼블리셔로, 대만 진출을 노리는 국내 개발사들과 어깨동무하고 나아가는 회사다. 처음 들어보는 이들도 있겠지만,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 퍼블리셔다. 해피툭을 설립한 양민영 대표부터가 대만의 전문가. 이른바 '대만통'이다. 땅덩이는 작지만, 시장 규모로는 아시아에서도 손꼽히는 시장이 대만인데, 그곳에서 제대로 자릴 잡고 있다는것부터 만만치 않다.

김봉균 부사장은 '해피툭'에서 운영 담당 부사장으로 재직중이다. 국내 게임사에서부터 쌓아온 운영 노하우가 대만에서 꽃을 피웠다. 이 과정에서 그 또한 대만의 전문가가 되어버렸다. 이제는 어엿한 강연장에서 자신의 노하우를 나눌수 있을 정도니 말이다. IGC 2018의 연단에 선 김봉균 부사장의 입에서 흘러나온 말은 다소 놀라웠다. 게임백서와는 꽤, 아니 많이 다르다.

"대만과 중국은 완전히 다릅니다."




■ 강연주제: 대만 진출 제대로 하기

⊙ 대만, 그리고 대만인

먼저 알아야 할건 대만을 이루는 주체인 '대만인'이다. 대만은 중국어를 사용하지만, 완전히 중국과 같은 언어를 쓰진 않는다. 디테일하게 말하자면 표기 글자가 다르다. 중국은 쓰기 쉽게 간추린 '간체'를 쓰지만, 대만은 원본 그대로의 정체자를 사용한다. 게다가 의외로 '반중' 성향이 강하다.

다소 정치적인 이유 탓이다. 대만인의 84%를 이루는 '본성인'은 청나라 시대에 대만으로 흘러들어왔고, 14%를 구성하는 '외성인'은 일본의 식민 통치가 끝나고 중화민국 국민정부가 꾸려진 후 유입됐다. 외성인으로 이뤄진 국민정부는 본성인을 차별했고, 본성인은 차라리 일본이 낫다고 여겼다. 일본은 대만에서 자원을 주로 갈취했지, 우리나라처럼 민족성을 말살하려는 계획은 세우지 않았기 때문이다.

▲ 알아두면 좋은 대만 근대사

이렇게 갈라진 '반중'세력과 '친중'세력의 갈등이 대규모 유혈 사태로 번지기까지 했으니 중국을 보는 시선이 무조건 고울리가 없다. 반중 성향의 정권이 들어선 지금은 노골적인 견제까지 받고 있으니 더할거다. 대만을 조금 다른 수준의 '미니 중국'정도로 생각하고 있던 내 편견이 깨졌다.

단순히 역사 수업을 하는 것은 아니다. 저 대만의 근대사는 지금의 게임 문화에도 영향을 줬다. 일제강점기가 그리 나쁘지 않았으니 일본 문화에 대한 수용성이 높다. 흔히 말하는 일본향 게임이 대만에서 먹히는 이유다.

▲ 대만인은 아이덴티티가 강한 편이다

반면, 경제 정책은 다소 쏠려있는 형국이다. 대만의 금 보유량은 상상을 초월한다. 그 중국보다도 금 보유량에서는 3.3배 앞설 정도다. 세계 경제가 결국 금본위제인만큼 외환 보유고도 세계 5위권에 들어간다. 문제는 나라는 부자인데, 국민은 가난하다는 거다.

대만의 주를 이루던 전자제품 OEM 산업이 서서히 몰락하면서, 물가 상승률을 억제하고 임금을 동결하는 쪽으로 정책이 굳어졌다. GDP가 26,000 달러에 이르면 절대 못사는 나라가 아닌데 대졸자의 초봉은 1,200만 원 정도에 불과하다. 앞서 말했듯 국가 수교를 비롯해 정치, 경제, 군사 등 다양한 면에서 중국의 견제를 받은 덕분에 사회적 분위기도 침체됐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게임 시장은 오히려 이게 호재로 작용했다.

▲ '게임'이 성공하기 쉬운 사회 분위기

고효율, 저비용 취미 활동의 대표가 바로 게임이다. 우리나라 청소년들이 게임을 많이 즐기는 이유도 별게 아니다. 짧은 시간에 돈 많이 안들이고 제대로 놀 수 있는게 게임뿐이라 그런 거다. 대만도 비슷한 이유다. 사회적 압박에 대한 탈출구가 곧 게임이 되었다. 동양권에서 엄청난 파워를 보여주는 일본향 게임을 거부감 없이 수용하는데다, 엄청난 수의 게이머가 만들어진 나라가 대만이다. 군침이 도는 시장이 아닐수 없다.


⊙ '잠재력'이라는 단어만으론 부족한 대만 시장

이론이 아니라 현실이다. 현재 대만의 게임 인구는 약 1,400만 명. 전체 인구의 과반수를 훌쩍 넘어선다. 시장 규모로는 전 세계 15위이며, 아시아권에서는 5위에 이른다. 게이머의 성비도 여성이 47%로 사실상 반반에 가깝고, 35세 미만의 청장년층 게이머 비율은 전체 인구의 80%가 넘어선다. 학력을 봐도 전문대졸 이상의 고학력 게이머들이 과반수를 이루는 이상적인 시장이다.

▲ 땅은 작지만, 게이머 규모는 굉장히 크다

이쯤이면 '잠재력'이 아니라 현실적인 거대 시장이다. 한국 게임이 딱히 고전하는 시장도 아닌 것이 현재 모바일 게임 매출 순위에서 상위 10위권을 뽑으면 한국 게임이 3~4작품 정도는 포진해있다. '리니지M'은 대만 시장의 규모를 한 단계 더 끌어올린 작품인데, 2018년 1분기 기준으로 대만 모바일 게임 시장의 총 매출이 YoY(전년동기대비) 166% 증가했다. 퍼블리셔인 감마니아는 한 달 사이 200%의 매출 상승률을 보여줄 정도였다.

위에서 길게 설명한 대만, 그리고 대만인의 특성을 접목해보면 대만 시장은 다음과 같은 특징들을 가진다.

1. 게임 사용자의 소비 수준이 꽤 높은 편이다. 아이템 가격은 한국 가격의 70%~80% 정도지만, 소비에 대한 심리적 장벽은 적다.
2. 높은 문화 수용성 덕분에 외산 게임에 대한 거부감이 없다.
3. 특정 계층만 향유하는 문화가 아니기에 다양한 장르에 대한 니즈가 골고루 존재한다.
4. 소유욕과 과시욕이 강한 편이기에 PVP 콘텐츠가 굉장한 강세를 보인다.
5. 일 평균 115분(약 2시간)의 게임 플레이 시간을 보여준다.
6. 모여서 술을 먹는 문화보다 귀가 후 게임을 즐기는 문화가 더 퍼져 있다.



결론적으로, 글로벌 진출의 교두보로는 더없이 어울리는 시장이다. 현재 반중국계 정권이 들어서 있기 때문에 중국산 게임에 대한 심의가 더 강한 편이고 반작용으로 한국과 일본 게임의 진출이 용이하다. 판호 이슈로 시끄러운 중국 시장에 비해 허가 없이 신고만 하면 되는 자율적인 시장 분위기는 덤이다.

게다가 텃세도 없다. 대만의 알아주는 개발사는 '레이아크' 정도인데, 대부분의 개발자가 임금을 두배 이상 쳐주는 중국 개발사로 둥지를 옮기기 때문이다. 지역구 강자들의 의미가 사라지고 글로벌 스탠다드가 통하는 시대라곤 하지만, 터줏대감 없는 오픈 마켓이 어디 흔한게 아니다.


⊙ 미디어, 그리고 인프라

물론, 시장 구조만 살짝 보고 섣불리 나아가는 것은 금물이다. 예상치 못한 복병에 미끄러질 수도 있으니 말이다. 대만 진출을 노리는 게임사라면 '바하무트'라는 공룡을 잘 알고 있어야 한다. 게임 미디어 점유율의 80%를 차지하는 바하무트는 일 UV(고유 방문객)가 100만 명을 넘어서는 거대한 게임 종합 미디어다. 국내와 비슷하게 1인 인플루언서들의 활약도 활발히 이뤄진다.

▲ SNS에서 굉장히 많은 일들이 가능한 나라

네트워크, 소셜 인프라도 확인해봐야 할 사안인데, 대만은 1,900만 이상의 인구가 페이스북을 사용하는 SNS 강국이다. 90% 이상의 인구가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으니, 사실상 게임과 관계된 거의 모든 인구가 사용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반면 결제 수단은 신용카드가 거의 사용되지 않고 선불 카드와 현금 사용 문화가 널리 퍼져 있기 때문에 이 점도 주의해야 한다.

땅덩이가 좁은 만큼 인터넷 인프라는 꽤 잘 갖춰져 있지만 대한민국 정도는 아니다. 지하나 시외권에서는 아직도 연결이 끊기곤 하기 때문에 네트워크 연결이 필요없는 게임을 선호하는 유저의 비중도 꽤 높은 편이다. 앞서 말했듯 중국산 게임에 대한 심의는 '단순 개발사'에도 통용되기 때문에 IP가 한국이나 일본의 IP라 해도 개발사가 중국이면 진출이 한층 까다로워지는 것도 알아두면 좋다.

▲ 알아둬야 할게 꽤 많다.

또한, 법제적인 부분도 짚어봐야 한다. 대만은 기본적으로 20%의 원천징수세를 거두는 국가이고, 대륙법 기준의 엄벌이 기준이 되기 때문에 모르는 영역에서 위법 행위가 이뤄지지 않는지 늘 촉각을 곤두세워야 한다. 대만의 소비자보호법은 굉장히 강력하며, 법리 해석도 소비자의 권익 보호를 중심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소비자 기만으로 여겨질 수 있는 과금 체계 등도 한번 더 체크해야 한다.

그럼에도 국내 개발사에게 대만은 굉장히 매력적인 시장이다. 한국에 방영되는 예능 프로가 바로 다음날 번역본으로 나오는 나라가 어디 흔할까. 김봉균 부사장의 강연은 이 점을 역설하면서, 동시에 이 점을 경고했다. 쉬워 보이는 시장이라고 진짜로 쉬운 것은 아니다. 아무리 잘 살펴보아도 발을 잡아채는 돌부리는 쉽게 눈에 띄지 않는다. 강연의 끝에서, 김봉균 부사장은 대만 진출을 꿈꾸는 개발사를 위한 팁을 다섯 문장으로 정리했다.

1. 현지 사전 조사는 철저히 진행해야 한다.
2. 직접 런칭도 가능하니 겁을 먹지 않아도 된다.
3. 혼자서 힘들 것 같다고 판단되면 믿을 만한 파트너사를 찾아라.
4. 현지 파트너사, 유저와 법적 분쟁이 생기면 해결이 힘들다.
5. 계약 전 모든 조항의 확인을 철저히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