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잔디소프트 윤세민 대표

[인벤게임컨퍼런스(IGC) 발표자 소개] 메틴2의 PD/개발총괄을 담당하였고 2013년 잔디소프트를 설립하였다. 현재는 HTML5 크로스플랫폼 MMORPG 매드월드의 디렉터를 맡고 있다.

잔디소프트의 윤세민 대표는 작년 IGC에서 'HTML5, 크로스플랫폼, 그리고 MMORPG feat. 매드월드'라는 제목으로 그들이 왜 HTML5로 게임을 만드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한 바 있다. 당시 윤세민 대표가 밝힌 HTML5로 게임을 만드는 이유는 MMORPG의 이상향에 다가가기 가장 쉬운 방법이기 때문이라고 한 바 있다. 아울러 많은 게임사가 HTML5에 주목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실제로 당시 카카오에선 게임별이라고 HTML5 스낵게임 사업에 힘을 쏟고 있었고 페이스북은 메신저에서 즉시 구동할 수 있는 인스턴트 게임에 대한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어서 그의 발언에 힘이 실리기도 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만 1년이 지났다. HTML5로 만들었다고 하는 게임 중 기억에 남을만한 게임은 없었다.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던 거였다. 그렇게 주목받았건만 왜 그런 걸까?

금일(18일) 강연에 나선 윤세민 대표는 HTML5에 대해 한계가 명확하다고 밝히는 한편, 그럼에도 무한한 가능성을 가졌다며 현실과 가능성을 소개했다.



■ 강연주제: HTML5 게임 어디까지 가능한가?

윤세민 대표는 왜 HTML5로 게임을 만들고 있을까? 이미 시장에는 언리얼, 유니티라는 걸출한 엔진이 존재한다. 엔진이 지원하는 툴의 다양성에서부터 안정성, 최적화 등 걸음마 단계를 막 거친 HTML5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다. 그럼에도 잔디소프트는 HTML5로 게임을 개발 중이다. 윤세민 대표는 그 이유에 대해 ‘가능성’ 때문이라고 답했다. HTML5가 현실적인 문제를 안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그 문제들만 해결된다면 기존의 게임 엔진으로 만든 게임보다 더 큰 도약을 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 HTML5 기술 둘러보기

하지만 잠재력이 좋다고 당장에 쓰지 못해서야 의미가 없다. 그렇다면 현재의 HTML5는 어느 정도의 성능을 보여줄 수 있을까? 윤세민 대표는 우선 게임의 퀄리티를 책임지는 렌더링 성능에 대해 영상을 보여주며 설명했다.

▲ 현재 HTML5에서는 피직스도 구현 가능하다

현재 HTML5는 WebGL 기반으로 렌더링하는데 피직스, 리얼타임 쉐도우, 라이팅, VR 등 다양한 기술들이 구현할 수 있다. 지금도 꽤 훌륭하지만 WebGL은 발전 단계다. WebGL 1.0이 OpenGL 2.X 버전을 기반으로 하고 있고 현재 개발 중인 2.0은 OpenGL 3.X 버전과 유사한 성능을 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좀 더 간단히 설명하자면 WebGL 1.0이 언리얼 엔진2 정도의 퀄리티를 낼 수 있고 2.0이 언리얼 엔진3 정도의 퀄리티를 낼 수 있다고 보면 된다.

즉, 렌더링 성능이 어지간한 범용 엔진의 퀄리티를 낼 수 있는 수준까지 왔다는 얘기다. 사운드도 나쁘지 않다. HTML5는 하울러(Holwer.js)라는 라이브러리를 지원하는 데 이걸 이용하면 웹에서도 3D 사운드를 구현해낼 수 있다. 이 역시 범용 엔진의 필적한다.

조작에서는 키보드, 마우스, 패드, 터치, 펜 등 거의 모든 기능을 통합한 포인터(Pointer)가 있어서 구현하는 데 있어서 큰 문제가 없다.

HTML5 내에서 돌아가는 엔진 역시 속속들이 나오고 있다. 구글에 검색만 해도 수두룩하게 나오는데 성능으로 본다면 2D 엔진은 코코스2D 정도이며, 3D는 아직 언리얼, 유니티 정도는 아니지만 앞서 설명한 것처럼 렌더링만큼은 수준급을 자랑한다. 개중에는 Construct2라고 해서 HTML5 엔진으로 유명한 엔진도 존재한다.

▲ HTML5 엔진의 대표격인 Construct2

이렇게만 보면 HTML5의 앞길은 밝아 보인다. 실제로 윤세민 대표 역시 “어떤가? HTML5로도 게임을 만들 수 있단 희망이 보이지 않는가?”라며, 청중들에게 되물었을 정도다. 그러나 그랬다면 이미 HTML5로 만든 게임들이 속출했을 것이다. 윤세민 대표는 이어서 이상과 현실은 차이가 있다며, HTML5의 현실적인 문제에 대해 입을 열었다.


⊙ HTML5의 현실은?

▲ 이게 HTML5로 나오는 게임의 현실이다

이상과 현실의 괴리. HTML5의 테크 데모는 분명 훌륭한 편이다. 그러나 실제로 나온 게임들은 그렇지 않다. 대부분 간단한 2D 플래시 게임 수준으로 수준이 낮아서 절망적일 정도다. 구글 등 유수의 기업들이 좋은 자료를 배포하고 지원하는데도 왜 이렇게 수준이 낮은 걸까?

가장 큰 이유는 HTML5의 성능이 원체 낮기 때문이다. 기존의 엔진들과 비교하면 5~10배나 느리다. 게임은 하나의 테크 데모가 아니라 렌더링, 사운드를 비롯해 유저를 위해 신경 써야 할 것들이 수두룩하다. 그런데 5~10배나 느리니 제대로 된 게임이 나올 리가 없다.

▲ HTML5과 엔진을 비교한 그래프 (낮을수록 좋음)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데이터처리 역시 불편하기 그지없다. 일반적으로 파일을 수정한다면 파일을 열고 수정하고 다시 저장한다. 텍스트 파일이든 게임에 쓰이는 파일이든 기본적인 방식은 비슷하다. 그런데 HTML5는 다르다. 복잡하다. 우선 저 멀리 어딘가에 있는 서버에서 데이터를 가져오고 그걸 수정하면 다시 데이터를 보내야 한다.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얘기다.

제작의 편의성은 말할 것도 없다. 언리얼, 유니티와는 비교할 수 없다. 이 엔진들로는 비 개발자가 게임을 만들었다는 사례가 나올 정도로 편하다. 하지만 HTML5는 아니다. 저 정도로 좋은 툴이 없다. 비유하자면 2000년대 초반처럼 필요한 게 있으면 직접 만들어야 한다. 개발 환경이 하늘과 땅 차이인 셈이다.

▲ 전부 부족한 HTML5지만...

이를 대략적인 도표로 만들면 차이는 더 극명하다. 네트워킹 부분을 제외하면 모든 부분에서 낙제점과 마찬가지인 상황이다. 하지만 장점이 없는 건 아니다. 그 어떤 환경과도 비교할 수 없는 특색으로 공유 기능이라는 자신만의 강점이 있다.


⊙ HTML5 우리는?


강력한 공유 기능을 가진 HTML5의 가능성만 보고 잔디소프트는 절망적인 상황에서 이를 갈며 노력했다. 그렇게 HTML5 MMORPG ‘매드월드’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처음에는 고난의 연속이었다. 버그도 많았고 어떻게 개발해야 하는지 가이드라인도 없었다. 할 수 있는 건 구글을 닦달하는 것뿐이었다.

다행스럽게 점점 상황은 나아졌다. 버그 문제는 구글이 발 빠르게 대처했고 이에 부족한 기능들도 점차 발전하겠다는 믿음이 생겼다. 그렇게 ‘매드월드’의 개발에 점점 힘이 실렸고 나름의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었다. 지금은 기본적인 엔진 및 툴이 만들어졌으며, 이제는 크로스플레이와 최적화 등의 작업만 남은 상태다.


⊙ HTML5 시장은?

윤세민 대표는 지금까지 HTML5의 개발환경을 소개한 이유에 대해 “HTML5에 도전하는 사람이 최근 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그 현실은 모르고 있다”며, 현실을 알려주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다만, 겁을 주기 위한 건 아니다. 실제로 윤세민 대표는 “HTML5에는 그만의 장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 2015~2016년 사이 플래시 웹 게임(plugin)이 블럭되면서 그 자리를 HTML5가 메꾸고 됐다

HTML5의 장점 하면 PC, 모바일 등의 플랫폼을 가리지 않는다는 걸 떠오르기 쉽다. 하지만 그것만 있는 건 아니다. 2016년 들어 플래시 웹 게임들이 사라지고 있다. 크롬이 보안 이슈로 플래시를 블록했기 때문이다. 즉, 이 빈자리를 HTML5가 대체할 수 있다는 것으로 지금보다 더 시장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 HTML5가 던지는 키워드

HTML5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바로 인터넷이다. 최근 폭발적으로 성장한 신생 회사들 대부분이 인터넷,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IT업체다. 어마어마한 잠재력이 있다. 그 잠재력은 바로 공유(Share)에 있다. 페이스북 성공의 원동력도 이 공유다. 처음에는 한두 명이 쓰던 게 인터넷을 타고 공유가 퍼지며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개발자들 역시 예상하지 못한 이 힘이 바로 공유의 힘이다.


HTML5는 바로 이 공유의 힘을 갖고 있다. 크로스플랫폼, 크로스플레이가 가능하다. 언제 어디서나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아직 드러나지 않은 이 잠재력이 터진다면 어떻게 될까? 윤세민 대표는 HTML5가 보여줄 미래는 어떤 모습일지 상상도 되지 않는다며 말을 아꼈다. 다만 콘솔, PC, 모바일과는 전혀 다른 형태, 새로운 방식의 게임들이 생겨날 것이라고만 예측했다.

강연을 끝마치고 윤세민 대표는 “이번 강연에는 불편한 진실들이 담겨 있다. 직접 HTML5로 게임을 만드는 입장에서 얼마나 불편한지 이루 말할 수 없다. 하지만, 이 강연은 불편함을 알려주는 강연이 아니다. 불편함을 뛰어넘는 희망이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다”며, 이러한 희망을 보고 HTML5에 도전하길 바란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