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봄, 배틀그라운드 출시 이후 '배틀로얄'은 하나의 게임 장르이자 하나의 문법처럼 되었습니다. 맨몸으로 전장에 떨어진 뒤, 곳곳에 있는 장비를 주우면서 점차 좁아지는 전장에서 생존경쟁을 펼친다는 이 방식은 많은 유저들의 호응을 받았고, 이런 방식을 내세우는 게임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많아졌죠.

EA 산하 리스폰 엔터테인먼트에서 개발한 '에이펙스 레전드' 또한 배틀로얄의 문법을 받아들인 게임 중 하나입니다. 여기에 개성이 있는 캐릭터들을 조합해서 팀을 꾸리는 팀 기반 슈팅과 리스폰 시스템, 이전 슈팅 게임에서 종종 보인 즉결 처형 시스템까지도 도입하는 등, 더 다양한 요소를 조합해서 배틀로얄을 새롭게 해석한 결과물이죠.

이미 시중에는 배틀로얄을 채택해서 다양하게 변주한 게임들을 엿볼 수 있습니다. 심지어 배틀로얄의 기본처럼 여겨졌던 슈팅 게임을 탈피해서 액션 게임으로 재해석한 게임들까지도 등장하기도 했죠. 그런 상황에서 배틀로얄 장르에 새롭게 도전장을 던지는 '에이펙스 레전드'가 어떤 게임인지 출시에 앞서 미리 시연해볼 수 있었습니다.

※ 행사장 내에서 캡처는 제한적으로 가능했습니다. 이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캐릭터별 능력과 스쿼드의 조합 이해가 필요한 '에이펙스 레전드'
배틀로얄의 기본은 동일하나, 각 캐릭터 스킬의 이해도가 전략을 만든다



'에이펙스 레전드'의 기본 룰은 배틀로얄인 만큼, 게임 방식은 기존 배틀로얄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캐릭터들이 처음부터 고유 스킬을 갖고 있긴 하지만 즉발적으로 데미지를 주는 스킬들이 아니고, 일부 전투에 직접 도움이 되는 스킬은 특정 조건을 갖추지 않으면 발동이 되질 않았죠. 결국 쓸만한 장비를 빨리 확보하고, 이를 활용해서 전략적 우위를 서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무기는 실제 총기는 아니지만, 그와 유사하게 만들어진 총기들로 구성이 되어있습니다. 분류도 돌격소총, 서브머신건, 샷건, 저격소총, 권총, 기관총으로 나뉘어있어 통상 배틀로얄 게임을 플레이했다면 어렵지 않게 적응할 수 있었죠. 여기에 총탄은 구경이 아닌 헤비, 라이트, 샷건용 등으로 간단히 분류가 되어있어서 몇 번 하면 어떤 총기에 어떤 탄환이 들어가는지 좀 더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결국 슈팅이 기본인 게임인 만큼 이 무기들을 어떻게 활용하고, 적을 더 정확히 맞추느냐가 전투 단계에서 승패를 가르는 요인이었습니다.

▲ 여느 배틀로얄이 그렇듯, 적합한 장비 파밍은 승리의 필수 조건입니다

다만 극초반 전투에서는 캐릭터별 고유 스킬에 따라서 우위가 있는 것은 확실했습니다. 동일한 실력을 기준으로 한다면 다른 아군을 돕는데 특화된 전투의무관 라이프라인이 피해 면역 판정까지 있는 은신을 보유한 레이스나 건 실드를 활용할 수 있는 지브롤터를 이기기 어려웠죠. 실제로 블러드하운드를 플레이했을 때, 적 라이프라인의 흔적을 먼저 찾아서 뒤에서 선제공격해서 펀치킬을 올리기 했습니다. 반대로 커스틱과 레이스를 보유한 적 스쿼드에게 극초반 전투에서부터 말려서 빠른 전멸을 당하기도 했죠.

즉 '에이펙스 레전드'는 조합에 따라서 초반에 어떻게 전투를 해야 할지도 전략적으로 고려하는 플레이가 요구됐습니다. 초반에 강하게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조합이라면 고티어 장비를 파밍할 수 있는 특정 지역에 과감하게 낙하한 뒤, 초반 전투로 경쟁 스쿼드를 줄이면서 파밍을 하는 방법도 전략도 하나의 방법이었죠. 실제로 외국 기자 몇 명은 파티를 맺은 뒤, 지브롤터-커스틱-레이스로 처음부터 고티어 파밍 구역으로 진입해 초반 난전으로 이득을 보고 고티어 장비를 선점하는 방법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 커스틱의 고유 스킬, 녹스 가스 트랩

다만 고티어 장비를 획득할 수 있는 방법은 특정 지역 파밍 외에도 여러 방법이 있었습니다. 수송선이 생각보다 간헐적으로 맵에 나타나서 고티어 장비를 파밍하는 것 자체는 그다지 어렵지 않았거든요. 뿐만 아니라 스쿼드 중에 라이프라인이 있으면 궁극기 쿨타임마다 무기를 제외한 나머지 장비를 보급 받을 수 있었기 때문에 특정 지역 파밍에 꼭 연연할 필요는 없었습니다.

▲ 라이프라인은 궁극기 쿨타임마다 장비를 보급할 수 있다

배경이 되는 맵, 킹스 캐니언에는 총 60명, 20스쿼드가 전투를 벌이게 됩니다. 맵의 규모는 체감상으로는 꽤 넓었습니다. 일부러 의도해서 적 근처에서 떨어지지 않는 한, 적어도 5분 가량은 서로 대치하지 않고 파밍을 하는 구도가 이어졌죠. 다만 탈 것이 없고, 먼 거리를 한 번에 이동하기 위해서는 중간중간 설치된 점프 라인을 활용해야 하는 터라 이 구간에서 주로 전투가 벌어지곤 했습니다. 다만 점프 라인을 활용하지 않고 먼 거리를 한 번에 이동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레이스나 패스파인더 같은 캐릭터도 있기 때문에 조합에 따라서 이를 활용할 필요가 적어지기도 했죠.

▲ 탈 것이 없기 때문에 먼 거리를 이동할 때는 점프 라인을 활용해야 하지만

▲ 레이스나 패스파인더는 궁극기로 팀원들을 먼 거리까지 이동시킬 수 있다

이런 점들을 보면 '에이펙스 레전드의 스쿼드의 조합에 따라서 다른 플레이 스타일이 요구됐습니다. 그리고 팀원들이 이를 이해하고 유기적으로 플레이하는 것이 상당히 중요한 포인트였죠.

▲ 스킬을 적재적소에 활용해 전투를 벌이는 능력도 요구됩니다


희망의 끈을 놓지 않게 하는 리스폰 시스템
배틀로얄에선 생소하고, 다소 제한적이지만 그만의 매력을 보여줬다



배틀로얄의 기본은 한 번 죽으면 생존 경쟁에서 퇴장한다는 것인 만큼, '에이펙스 레전드'에서 무엇보다 가장 눈에 띈 것은 리스폰 시스템이었습니다. 전장에 다시 투입한다는 것은 어찌 보면 배틀로얄과는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비쳐질 수 있기 때문이었죠.

그렇기 때문에 리스폰 시스템에는 상당한 제약이 있었습니다. 우선 아군 스쿼드가 사살된 팀원의 시체에서 배너를 90초 내로 확보를 해야 합니다. 이를 확보한 이후에도 지정 시간 내로 리스폰 비컨에 도달하지 못하면 리스폰이 불가능해지죠.

▲ 죽은 뒤에 90초내로 조치를 취해야만 리스폰이 가능해지고

▲ 제한시간을 넘기면 리스폰이 불가능해집니다

이런 제약이 있는 데다가, 혼전 양상이 되곤 하는 배틀로얄의 게임페이즈에서 이 기능을 활용할 기회가 얼마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에이펙스 레전드'는 광범위한 영역을 쑥대밭으로 만들어버릴 수 있는 스킬도 꽤 많았죠. 지브롤터의 폭격이나 커스틱의 녹스 가스 수류탄 등이 시전되면 팀원들도 전멸해버릴 수 있기 때문에 그 자리를 이탈해야만 했습니다. 그러면 자연히 비컨을 활용하기가 더 어려워졌죠.

실제로 시연을 하면서 딱 두 번 리스폰을 해보았을 정도로, 리스폰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습니다. 리스폰을 하게 되면 처음에 낙하했을 때와 똑같이 아무 장비도 없기 때문에, 맨 몸으로 근처에서 파밍하거나 혹은 팀원이 나눠준 장비를 사용해야만 했죠. 어찌 됐든 한 번 죽으면 가능성은 좀 희박하더라도 다시 전장에 투입할 수 있기 때문에, 자기가 죽었어도 같은 팀원의 플레이를 좀 더 집중해서 보게 됐습니다. "제발! 제발! 나 좀 살려줘!" 이러면서 말이죠. 더군다나 리스폰을 해서 살아난 뒤, 끝까지 생존해서 1위 스쿼드를 달성해본 터라 리스폰이 주는 역전의 묘미를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 어찌저찌 업혀가고 리스폰 받아가면서 끝까지 생존하는 것도 가능했습니다

다만 리스폰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꽤나 제한적이기 때문에 실제로 이런 플레이를 하기는 극히 어려웠습니다. 뿐만 아니라 리스폰 비컨은 맵에 다 표시가 되어있기 때문에, 이를 노리고 매복해있는 적과 마주쳐서 전멸 당할 위험도 높았죠. 이런 위험부담을 감수하고 스쿼드를 다시 살릴지, 아니면 포기하고 갈지는 스쿼드가 선택해야 할 부분이었습니다.

과연 유저들이 이 기능을 실제로 많이 사용할지는 조금 의문스럽긴 했습니다. 시연에서는 대부분 참가자들이 이 기능에 대해서 설명을 해야 하는 기자였던 만큼, 다수가 이 기능을 활용하기 위해서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보였죠. 그러다가 길목에 숨어있던 적에게 당하거나, 혹은 배너를 추출하는 과정에서 기습을 받고 전멸하는 과정을 많이 보았거든요. 그만큼 위험부담이 크기 때문에, 쉽게 사용하기에는 어려웠습니다. 다만 리스폰된 멤버가 끝까지 살아남아서 스쿼드를 1위로 만들 수 있는 여지가 있는 만큼, 어떤 식으로 활용될지 기대가 되는 기능이기도 했습니다.

▲ 그만큼 매복해있는 적들이 많고, 기습당하기도 좋은 곳이기도 합니다


여러 가지 섞어 놓은 배틀로얄, '에이펙스 레전드'
수많은 경쟁자를 뚫고, 그 자신만의 특징을 어필할 수 있을까


사실 '에이펙스 레전드'의 요소 하나하나를 뜯어서 살펴보면 기존에 있던 요소들을 다양하게 접목시킨 것들입니다. 실제로 프레스 발표 때에도 제작진들이 여러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재미있던 것들을 참고하고, 이를 배틀로얄이라는 틀로 갖추면서 새롭게 재해석한 것이 '에이펙스 레전드'라고 밝히기도 했죠.

그래서인지 다른 배틀로얄에서 채택하지 않은 시스템도 채택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앞서 언급한 리스폰 시스템 외에도 다운된 적을 즉결처형하는 피니셔 시스템도 그 예죠. 중간에 적의 공격을 받으면 무브가 중단되거나 저격 당해서 죽을 위험도 높은 데다가 죽인 적이 제한적으로라도 리스폰이 되기 때문에 그 의미는 조금 퇴색되는 감이 있긴 했습니다. 다만 그만큼 그 치열한 전장에서 피니셔를 성공시켰을 때의 쾌감도 있었죠.

▲ 한 번 피니셔를 성공해보면 계속 해보고 싶어집니다. 물론 이 다음에 바로 죽었지만...

"그래서 왜 이걸 해야 하나요?" 세부적으로 보면 배틀로얄 게임과는 달라보이지만, 결국 핵심 메카니즘은 배틀로얄이기 때문에 '에이펙스 레전드' 역시도 기존 배틀로얄 장르의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에게 이런 질문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미 시중에는 너무도 많은 배틀로얄 게임들이 자리잡고 있고, 그들 중 신진 배틀로얄 게임들 다수가 기존 배틀로얄과는 다르다는 것을 내세우면서 등장했기 때문이죠.

'에이펙스 레전드'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개성 있는 캐릭터들을 조합해 팀을 꾸리는 팀 기반 슈팅에 배틀로얄, 그리고 리스폰 시스템과 피니셔 시스템까지 더욱 다양한 요소를 집어넣고, 이를 녹여내는 것으로 자신만의 개성을 내보이고 있었습니다. 실제로 시연에서는 이런 요소들을 활용해서, 기존 배틀로얄과 살짝 다른 양상으로 플레이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것을 체감하기도 했죠. 과연 이런 시도가 기존의 유저들에게 어떻게 어필이 될지, 지켜볼 필요는 있어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