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산업에서 AI, 어떻게 사용되고 있을까? 성남 커넥트 세미나
윤서호 기자 (Ruudi@inven.co.kr)
성남시가 주최하고 성남산업진흥원이 주관, 인벤이 운영하는 제 2회 성남 커넥트 세미나가 30일, 정자동 인벤 라이젠 아레나에서 개최됐다.
성남 커넥트 세미나는 현업 종사 중인 국내 최고 전문가들이 강단에 올라 게임 산업 및 e스포츠에 관련한 노하우와 미래에 대한 견해를 공유하기 위한 취지로 진행되며, 지난 1회에서는 e스포츠를 주제로 강연이 이어졌다. 이번 2회 성남 커넥트 세미나에서는 게임 AI를 주제로 강연이 진행되며, 게임에서의 AI의 역할 뿐만 아니라 개발 과정 등 다양한 곳에서 AI 사용 사례를 들어볼 수 있었다.
오후 4시부터 시작된 이번 행사에서는 엔씨소프트의 이경종 실장, 센티언스 권혜연 이사가 각각 게임 개발 과정에서의 AI의 역할과 게임 유저 분석 방법에 관해 강연을 진행했다.
■ 엔씨소프트 이경종 실장, "AI, 개발자가 창의적인 일에 집중하게 돕는다"
엔씨소프트 이경종 실장은 게임 제작 과정에서 AI가 얼마나 도움이 될 것이며, 도움을 받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서 설명했다. 흔히 게임에서 AI하면 게임에서 몬스터, 혹은 NPC가 마치 유저가 플레이하게끔 하는 측면에서 생각한다. 혹은 게임이라는 거대한 가상환경 속에서 AI가 어떻게 학습하고 작동하는지 연구하기도 한다.
실제로 엔씨소프트에서는 2016년부터 블레이드 앤 소울에 추가한 AI와 1:1 콘텐츠인 무신의 탑을 토대로 AI에 관해서 R&D를 진행하고 있다. 그 외에도 AI와 관련된 여러 부서 및 센터에서 다양한 AI를 연구하고 있다.
이경종 실장은 게임 산업의 측면에서 볼 때 AI는 게임 내에서뿐만 아니라, 게임 개발 작업에서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런 업무 분담 과정은 영화 등에서 묘사된 것과는 상당히 다르다. 그냥 명령어만 내리면 알아서 수행하는 게 아니라, 목표를 구체적으로 지시하고 여러 가지로 세세하게 쪼개서 지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서 여러 과정을 거쳐서 하는 이루어지는 작업은 그 하나하나의 작업에 어떤 문제가 있고, 어떤 개선안이 필요하고,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까지도 세세하게 지정해줘야만 하는 식이다.
엔씨소프트 게임 AI랩에서 게임 제작 과정에서 지루한 수작업을 줄이고, 개발자가 창의적인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 AI를 개발하고 있다. 이 중 오늘 강연에서는 기획자를 위한 AI와 아트 작업을 위한 AI에 대해서 소개를 이어갔다.
우선 개발 과정에서 기획자의 애로사항을 살펴보면, 처음부터 콘텐츠를 설계한 뒤에 기획 의도를 검증할 때 어려움을 느낀다. 직업, 종족 간의 밸런스가 기획 단계와 실제로 구현했을 때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서 차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게임 시스템이 복잡하면 복잡할수록, 설계한 후 적용했을 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수학적으로 계산하기가 어렵다.
예를 들면 판정 공식만 해도 피격 판정, 액션 효과 등의 총체다. 그런데 승패는 이 하나하나의 판정뿐만 아니라 그 모든 다양한 조합이 경우의 수를 이룬다. 이를 사람이 수학적으로 풀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서 AI를 사용해 대규모 시뮬레이션을 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에 대해서 찾고자 하는 것이다.
기획자가 겪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조건을 세부적으로 쪼개고, 구체적으로 봐야 한다. 예를 들어서 레이드를 제작하는 과정에서는 파티의 인원 수, 장비 수준, 직업 비율을 세세하게 설정하고 플레이의 결과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만큼 '잘' 플레이할 수 있는 AI가 있어야 한다.
그 핵심 기술로 이경종 실장은 강화학습을 손꼽았다. 강화학습은 반복된 시도와 실패, 피드백을 토대로 하기 때문에 사전 학습 데이터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따라서 기존 데이터가 없는 새로 추가되는 콘텐츠 테스트 혹은 아직 출시되지 않은 게임을 테스트할 때 이용하기 편하다. 이러한 강화학습의 실례가 블레이드 앤 소울 무신의 탑에서 적용한 AI다.
그렇다면 AI가 기획자를 어떻게, 얼마나 도와줄 수 있을까? 50인 레이드를 설계한다고 가정하면, 그만한 대규모 레이드를 설계하는 작업은 굉장히 어렵다. 단순히 어렵기만 할 뿐만 아니라, 목표하는 플레이타임을 어떻게 맞춰야 할지, 그리고 실제로 그 인원을 모아서 테스트할 수 있을지 하는 문제가 겹친다. 인력을 선발하고 테스트하는 것도 리소스가 투입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 AI가 투입되면 그 인력이 없이 빠르게 검증이 가능하고, 개발 프로세스가 개선된다.
캐주얼 게임의 퍼즐맵을 예로 들면, 일반적으로 한 명의 개발자가 맵 하나 제작하는데 1일 정도 걸린다고 가정한다. 그렇지만 그 맵을 유저가 클리어하는데 드는 시간은 압도적으로 짧고,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평을 듣게 된다. 그런 상황에서 AI가 퍼즐맵을 자동 생성할 수 있게 하면 콘텐츠 부족 현상을 최소화할 수 있게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플레이 및 난이도를 측정하는 AI를 구축하고, 난이도, 맵, 사이즈, 구성요소 등의 파라미터를 적용하면 AI는 그에 맞춰서 퍼즐맵을 작성해나가게 된다. 그 결과물을 기획자가 평가하고, 이를 적용하거나 다시 조정하는 정도로 작업 과정이 줄어들게 된다.
그렇다면 아티스트에게 필요한 AI는 어떤 것일까? 이경종 실장은 우선 아트를 원화 및 작업, 그래픽, 애니메이션 등 게임 내에 필요한 리소스를 만드는 모든 과정이라고 정의했다. 이 분야는 아직 예술의 영역이 남아있기 때문에, AI가 온전히 과정을 대체할 것이라고 상상하기는 어렵다.
이 중 엔씨소프트에서 주목한 것은 수작업을 최소화하는 것이었으며, 이번 강연에서는 특히 애니메이션 작업에서 수작업의 반복을 줄이기 위한 고민을 공유했다. 그 중 하나가 캐릭터 애니메이션에 특정 스타일을 입히는 기술인 모션 스타일 트랜스퍼였다. 예를 들자면 일반적인 걷는 애니메이션에, 좀비의 스타일을 넣으면 좀비가 걷는 듯한 애니메이션을 재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게임에서는 다양한 캐릭터가 존재하고, 그에 따라서 각각 다른 애니메이션이 필요하다. 그렇지만 걷기, 뛰기 등은 디테일한 모습은 달라도 큰 동작은 비슷비슷하다. 이 큰 동작은 복사하되, 특성에 맞춰서 변조하면 작업시간이 줄어들 것이라고 판단한 결과물이 모션 스타일 트랜스퍼다.
엔씨소프트에서는 한 층 더 나아가서 각 부위별로 스타일이 적용되는 정도를 조절하는 파라미터를 주는 빅데이터를 포함하지 않은 딥모션 트랜스퍼를 발표했다. 예를 들자면 단순히 걷기 동작에서 스타일을 줘서 바리에이션을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앞으로 구르기에 옆으로 대시라는 애니메이션의 스타일을 추가하면 옆으로 구르는 새로운 동작이 나오게끔 하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기존의 리소스를 재활용해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고, 바리에이션을 만들어내는 작업은 일일히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것보다 작업 시간이 비약적으로 줄어들게 된다. 더 나아가서 엔씨소프트에서는 환경에 맞는 모션을 취하는 AI나 캐릭터의 음성에 맞춰서 표정이 변하도록 하는 AI를 R&D하고 있다.
게임 제작에 드는 비용과 시간은 가면 갈수록 증가하고 있고, 퀄리티에 대한 유저의 눈높이는 계속 높아져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AI는 확실히 비용과 시간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이경종 실장은 강조했다. 이를 잘 사용하기 위해서는 AI가 아직 인간만큼 일하지 못한다는 것을 직시하고, 무엇이 가능하고 불가능한지 확인한 뒤 도움이 되는 것부터 먼저 시켜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AI가 유저 성향을 분석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센티언스의 권혜연 이사는 유저들의 로그 데이터를 활용해 유저들의 게임 잔존과 참여를 증가시키는 기술에 대해 설명했다. 게임 로그데이터는 유저가 언제 가입해서 어떤 퀘스트하고 어떤 아이템 수집하고 레벨업하고 등등의 정보가 담겨있는데, 이를 일상으로 비유하면 모든 생활 동선이 나와있는 것과 비슷하다. 센티언스에서는 이러한 데이터가 행동경제학에 접목이 가능하다고 보았고, 이러한 관점에서 유저의 성향을 파악한 뒤 적합한 콘텐츠를 맞춤 추천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행동경제학적으로 살펴보면 유저는 자신이 갖고 있는 가치관에 따라서 게임을 플레이한다. 그 가치관과 한게효용은 제각각 다르고, 실제 효용이 기대에 못 미치면 실망해서 이탈한다고 분석한다. 이 관점에 따라서 분석할 때는 첫 번째로 유저의 플레이 동기, 성향에 대해서 파악하게 된다. 그리고 왜 이탈했으며, 무엇이 충족되지 않았는지 테스트하고, 부족한 것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살펴보는 3단계 과정을 통해서 맞춤 추천이 이루어지게 된다.
행동경제학에서는 다른 경제학 모델과 다르게 사람의 충동이나 가치관, 동기에 대해서 심리학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중시한다. 그에 따라서 센티언스에서도 가치관, 보상체계에 대해서 집중했다. 행동경제학에서는 크게 개인이나 다른 사람 평가에 신경을 쓰는지, 혹은 행위 자체에 대해서 만족감을 느끼는지 개인적, 사회적, 외재적, 내재적, 네 가지 측면에서 보상체계와 가치관을 설명한다.
이를 게임에서 적용하면 개인적-내재적인 유저는 경쟁 요소에 크게 신경쓰지 않고 게임 내 모든 것을 수집하는 것에만 신경을 쓰는 등 자신만의 목표를 달성하는 것에만 관심을 갖는다. 사회적-내재적인 유저는 사회 활동에서 화합 및 협업을 중시하는 유저이기 때문에 길드 내 커뮤니케이션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으며, 혹은 무리에 껴서 무언가를 하는 게임류를 좋아한다.
사회적-외재적 유형은 경쟁, 승부를 추구하기 때문에 PVP, 랭킹에 관심을 갖는 유형이다. 개인적-외재적 유형은 자신이 정해진 자원 안에서 최고의 효율을 올리는 것을 중시하는 유형으로, 금전적 보상 및 완벽한 캐릭터 육성에 관심을 갖는다. 때로는 랭킹과 경쟁 콘텐츠에 대해서 관심을 갖는데, 그 이유가 자신이 남에 비해서 돋보이는 것보다는 자신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키웠는지 증명한다는 측면이 강하다. 이러한 유형은 때로는 완벽한 캐릭터 육성을 위해서 자원을 축적만 하고 끝내 결정을 내리지 못해서 이탈하고 마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유저가 있다고 분석을 했다면, 그 다음은 왜 이탈했는지, 어떤 것이 충족이 되지 않았는지 테스트를 거쳐야 한다. 이를 체크하기 위해서 센티언스에서는 특정 시점에 집중하는 크로스 섹셔널 분석과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이탈률을 분석하는 패널 분석 방법론을 적용했다.
일례로 다수의 MMORPG에서 신규 유저가 유입되고 난 뒤, 올드 유저와 격차가 크기 때문에 결국 이탈한다고 이야기하고는 한다. 이를 센티언스에서는 에버플래닛이라는 게임을 토대로 분석했던 사례를 들었다. 여기에서 행동경제학에서 말하는 사회적 격차는 유저 간의 레벨 격차 등으로 잡고, 이를 변수로 설정한 뒤에 동시접속자 수와 플레이시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했다.
이 모델을 적용할 때는 개개인의 성향이 고착화되어있으며, 사회적 격차가 행동에 영향을 미쳤다는 고정효과 이론이 적용됐다. 그리고 그 격차가 커지면 어떻게 행동하나 시뮬레이션하는 ABM 모델을 활용했다. 이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가입 후 시간이 지날수록 플레이타임은 줄어들었으며, 레벨 격차가 클수록 적어졌다. 높이 있는 유저들은 일정 시간 이상의 플레이타임을 유지했다. 이를 3단계로 분석하면 오픈 직후에는 고루고루 플레이하다가, 성장 중에는 점차 격차가 벌어지게 된다. 그러다 성숙 단계에서는 신규 유저는 이탈하고 없어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러한 데이터를 얻기 위해서 서버에 적용하려면 분석을 위한 기술이 필요하다. 이 기술은 알고리즘 하나하나를 구축하는 것뿐만 아니라 데이터 세트에 대해서 전처리를 하는 요령도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센티언스에서는 각각 상황에 맞는 추천 메시지를 보내는 과정까지 서비스하고 있다.
그 사례로 넷마블에서 서비스하는 마블 퓨처 파이트를 꼽았다. 올해 3월부터 마블 퓨처 파이트에는 센티언스의 텐투플레이 서비스를 적용했으며, 플레이하는 과정에서 만족스럽지 못했던 유저들에게 마이크로타겟팅을 해서 추천 상품 등 정보 메시지를 보냈다. 실제로 이를 받은 유저의 수는 그리 많지 않았는데, 이는 실제로 반응을 보일 유저만 타겟으로 지정해서 보내도록 했기 떄문이다. 그 결과 인앱구매 및 잔존율이 올라갔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과정은 흔히 AI하면 떠올리는 강화학습으로는 활용하기 어렵다. 외부 데이터를 보고 학습하기 때문에 예측은 할 수 있지만, 그 기저에 있는 동기나 인과관계를 분석하는 것에 관심을 갖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듯 AI는 여러 방식과 모델로 구축이 되고 있으며, 센티언스에서는 별도 프로그램이나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SDK 형태로도 준비하고 있다. 권혜연 이사는 앞으로 AI는 더 다양하게 우리 곁에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이면서 강연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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