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사막 스토리 8편에서는 칼페온 지역 분기3의 내용을 소개한다. 해당 분기는 세렌디아 지역에서 이소벨 엔카로샤의 편에 서서 '시안 상단원'이 되는 것을 택한 모험가가 마주하는 스토리다.

칼페온 분기3은 칼페온 내 귀족 및 부유계층들의 정치 관계를 여실히 드러내는 장이다. 모험가는 그 정치 관계 속에 휘말리면서 상단 간의 마찰, 계략, 배신 등을 실감나게 느낄 수 있으며, 칼페온 의회정의 의결 과정도 엿볼 수 있다. 그리고 결론적으로는 이를 통해 '뚜렷한 선과 악은 없다'는 검은사막 세계의 기본적인 사고방식을 경험하게 된다.

대체적인 구성은 삭막하지만 긴장감 있는 정치 드라마를 보는 듯하다. 이는 분기2에서 보여준 동화 같은 사랑 이야기와 정반대의 느낌을 준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소벨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스토리이기 때문에 플레이하다보면 어느새 이소벨과 시안 상단에게 정이 들어 그녀를 응원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만약 현실적인 정쟁 이야기와 나름대로의 반전을 좋아하는 모험가가 있다면 칼페온 분기3을 추천하고 싶다.

만약 이전 스토리가 기억나지 않는다면 세렌디아 지역 여정 하편의 '분기3' 부분을 참고하도록 하자.

▶검은사막 스토리 #1 - 연대기 상편 바로가기
▶검은사막 스토리 #2 - 연대기 하편 바로가기
▶검은사막 스토리 #3 - 발레노스 지역 여정 바로가기
▶검은사막 스토리 #4 - 세렌디아 지역 여정 상편 바로가기
▶검은사막 스토리 #5 - 세렌디아 지역 여정 하편 바로가기
▶검은사막 스토리 #6 - 칼페온 지역 여정 분기1편 바로가기
▶검은사막 스토리 #7 - 칼페온 지역 여정 분기2편 바로가기

*본 스토리 기사는 시리즈로 연재됩니다.
*메인퀘스트, NPC 대화, 지식 등을 참조하여 작성하였습니다.
*분기란 게임 내 유저의 선택에 따라 에피소드가 달라지는 부분을 뜻합니다.
*약간의 각색이 포함되어 있을 수 있으나 게임 내 설정 및 컨셉에는 지장이 없습니다.




■ 칼페온 분기 3 - 이소벨 엔카로샤의 칼페온 귀환 이후


델페 기사단 성, 델페 전진기지
신입 시안 상단원, 전투에 공을 세우고 기사단의 인정을 받다


시안 상단 지부장 이소벨 엔카로샤는 모험가가 비라기 산적의 위협을 막는 동안 무사히 길을 통과했다. 모험가는 산적들을 소탕한 뒤 그녀의 뒤를 따라 '델페 기사단 성'으로 향했고, 그곳에서 보급담당관 그랜빌을 만났다. 그랜빌은 일명 '엔카로샤 가문의 꽃'인 이소벨에게 이야기를 전해들은 상태인지라 단번에 모험가를 알아보고 반갑게 맞이해주었다.

그런데 현재 델페 성은 하피와 큰 전투를 치르고 있는 전쟁지역이었다. 시안 상단이 이곳에 온 이유도 델페 성에 전투 보급품을 납품하기 위해서였고, 모험가 역시 '시안 상단원'으로서 보급품을 바쁘게 날랐다.


▲ 모험가가 델페성에 시안 상단의 보급품을 전달하고 있다.

보급품을 모두 나른 후 모험가는 이제 칼페온 정식 입국 절차를 거쳐야 했다. 모험가의 신분이 칼페온 소속 시안 상단원이지만 출신은 엄연히 이방인이었기 때문이다. 이소벨은 모험가에게 자신은 먼저 '델페 전진기지'로 가 있을테니 성 안의 크리스토퍼 바칸트 사제를 만나 입국 허가를 받아 오라고 말했다. 참고로 델페 전진기지는 델페 성과 같은 전쟁지역으로, 시안 상단의 보급이 필요한 곳이었다.

크리스토퍼 바칸트는 자신을 찾아온 모험가에게 엘리언의 은총을 내려주며 자신의 시종인 레야스에게 입국 허가증을 받아 성의 지휘관 브레고 윌리어 군장의 서명을 받으면 된다고 말했다. 그런데 모험가가 시종 레야스에게 다가갔을 때, 레야스의 표정이 어딘가 불안해보였다. 아니나 다를까 그는 하피들에게 입국 허가증을 도둑맞은 상태였던 것이다. 하피가 날아다니는 창 밖과 자신을 찾아온 모험가를 번갈아보며 어쩔줄 몰라하던 그는 칼페온 수도에서 오는 마차 안에 허가증이 있을테니 조금 기다려달라고 했다.


▲ 시종 레야스는 입국 허가증을 하피들에게 도둑 맞았다.

하지만 레야스가 말한 허가증이 든 마차가 언제 올지 알수 없었다. 흑정령은 이런 답답한 상황을 견딜 수 없었고, 하피들을 다 잡아버리고 허가증을 되찾자며 모험가를 설득했다. 모험가 역시 언제 올지도 모르는 마차를 기다릴 바에는 이게 낫겠다 싶어 하피를 사냥하러 나섰다. 그런데 운이 좋게도 입국 허가증을 가져간 하피는 금방 발견되었고, 모험가는 이내 허가증을 되찾아 '단장 마가렛'에게로 향했다.

하지만 마가렛 단장은 지금과 같은 급박한 전투 상황에서 '일반 사무건'으로는 윌리어 군장님을 만날 수 없다고 했다. 대신 '군사적인 용건으로는 접촉이 가능하다'는 말을 덧붙였다. 이는 곧 모험가에게 전투를 도와달라는 말이나 다름 없었다.

눈치가 빠른 모험가는 마가렛 단장의 보좌 고런트를 찾아가 하피와의 전투를 돕겠다고 했다. 고런트는 일개 상단원이 기사단의 전투를 돕겠다는 말에 코웃음쳤지만, 이 말에 발끈한 모험가가 순식간에 하피 3마리를 때려 눕혀보이자 자신의 경솔함을 사과했다.

실력을 인정받은 모험가는 하피들의 수상한 언어 체계를 알아내는 임무를 맡게 되었다. 모험가는 전장을 돌아다니며 땅에 떨어진 하피의 몸을 샅샅이 뒤졌고, 이내 알 수 없는 언어로 적힌 문서를 발견했다. 고런트와 마가렛은 이 의문의 문서를 받더니 '아주 큰 공을 세웠다'면서 즉시 윌리어 군장을 만날 수 있게 해 주었다. 그리고 윌리어 군장 역시 모험가의 공적을 듣더니 흔쾌히 출입허가증에 서명을 해 주었다.


▲ 처음에 고런트는 모험가를 보고 비웃었지만, 곧 모험가의 활약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 모험가의 공적을 인정해 칼페온 출입을 허가해주는 브레고 윌리어 군장

이제 모험가는 이소벨이 말했던 델페 전진기지로 향했다. 이소벨은 너무 늦게 도착한 모험가를 보고 따끔하게 한 마디하려 했으나, 델페 성을 도와야하느라 늦었다는 모험가의 자초지종을 듣고 이내 화를 누그려뜨렸다. 하지만 모험가가 보기에 이소벨은 여전히 언짢은 구석이 있었고, 그 이유를 은밀히 포비우스에게 물어보기로 했다. 포비우스는 귓속말로 '이전에 이소벨님이 델페 전진 기지의 총괄자와 보급품 문제로 다툰 적이 있다'고 말했다.

델페 전진기지 대장 엘그리핀은 과거 '시안상단이 보급품으로 장사질을 하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했고, 이에 격분한 이소벨은 그 다음부터 델페 전진기지에 보급을 하지 않았다. 이후 칼리스 의회의 중재로 보급은 다시 시작될 수 있었지만, 이소벨은 여전히 그 날 이후로 전진기지의 대장과 사이가 좋지 않았다.


▲ 과거 시안상단과 전진기지와의 불화를 이야기 해주는 포비오스

포비오스는 시안 상단을 위해서라도 이러한 마찰을 줄일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신입 상단원인 모험가에게 엘그리핀과 접촉해 안면을 터 놓으라 했다. 모험가가 본 엘그리핀 역시 이소벨에 대한 감정이 풀리지 않은 것 같았으나, 새로운 얼굴의 모험가를 보고는 이내 관심을 가졌다. 사실 그녀는 이미 브레고 윌리어 군장에게서 '하피의 언어 체계를 밝혀낸 시안 상단원'에 대한 소문을 들은 상태였기 때문이다.

모험가의 실력을 알아본 그녀는 문득 쿠루토와 하피를 동시에 상대하고 있는 델페 전진기지를 도와줄 순 없냐고 물었다. 하지만 모험가는 이런 제안을 흔쾌히 수락할 수 없었다. 모험가는 이제 엄연한 시안 상단원이었기에, 이런 제안을 맘대로 수락해 버리면 이소벨의 심기가 더 불편해질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모험가는 먼저 포비우스를 찾아가 허락을 맡아보기로 했다.

그런데 걱정과는 달리 포비우스는 생각보다 흔쾌히 이 일을 허락해 주었다. 그는 국가를 위한 일이라면 도와야 한다면서, 이소벨에게는 모험가가' 납품 일을 마무리 하느라 조금 늦는다'는 식으로 얘기해주기로 했다. 대신 눈치 빠른 이소벨이 알아차리기 전에 최대한 신속하게 일을 끝내고 북부 밀농장에서 합류하기로 약속했다.


▲ 과거 이소벨과 다툼이 있었던 델페 전진기지 대장, 엘그리핀

상단의 허락을 받은 모험가는 맘 편히 엘그리핀을 도우러 갔다. 엘그리핀은 자신의 요청을 승낙한 모험가에게 감사를 표하며 전진기지 병사들이 쿠루토족을 상대하는 동안 위쪽 능선에서 내려오는 하피들을 처리해달라고 부탁했다. 모험가는 그녀의 말에 따라 능선의 하피들을 처치했고, 그들의 둥지와 알까지 모두 파괴했다. 이후 델페 전진기지로 돌아갔을 때에는 전진기지 병사들의 쿠루토 섬멸 작전도 성공적으로 끝난 상황이었다.

한편 엘그리핀은 모험가가 가져온 거대한 하피 깃털을 보고 '하피의 어미'가 있는 것 같으니 이를 칼리스 의회에 보고하고 토벌대를 부르겠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자신을 도와준 모험가에게 진심어린 감사의 표현을 해 주었다. 이후 모험가는 한껏 뿌듯해진 마음으로 이소벨이 있는 북부 밀농장으로 향했다.


▲ 델페 전진기지는 하피와 쿠루토족을 모두 상대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 하피 뿐만 아니라 하피 둥지와 알까지 파괴해버렸다.



북부 밀농장, 플로린 마을, 브리나무 유적
쓰러진 이소벨 엔카로샤의 회복제를 구하다


북부 밀농장은 칼페온 지역에 넓게 펼쳐진 풍요로운 대농장으로, 칼페온의 명문가 '레이트 가문'의 노먼 레이트가 운영을 맡고 있었다. 노먼 레이트는 들리는 소문처럼 인자하면서도 여유가 넘치는 사람이었는데, 그녀는 모험가에게 현재 이소벨은 잠깐 자리를 비운 상태이니 잠시 쉬면서 농장을 둘러보는 것이 어떠냐고 제안했다.

모험가가 둘러본 북부 밀농장의 모습은 칼페온의 국력이 어디서 나오는지 증명해주는 것 같았다. 농장의 곳간에는 칼페온 전 지역으로 보급될 밀들이 수북하게 쌓여있었고, 다른 한 곳에는 전국 어디서나 인기 많은 '레이트 에일 맥주'가 대량 생산되고 있었다. 또 특이하게도 몇몇 설비들은 너구리를 이용한 자동화 시스템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모험가는 그 아름다우면서도 거대한 농장의 광경에 입을 다물 수 없었다.


▲ 노먼 레이트에 따르면 이소벨은 잠시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 북부 밀농장의 모습들

그렇게 한창 농장 구경에 빠져있을 즈음, 노먼 부인이 갑자기 모험가를 불렀다. 손님이 찾아왔다고 했는데 알고보니 이소벨의 오른팔, 포비오스였다. 포비오스는 노먼 레이트를 '현재 칼페온에서 가장 평판이 좋은 귀족'이라고 소개하며, 엔카로샤 가문과 '시안 동맹'을 맺고 있는 레이트 가문의 사람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노먼 레이트는 칼페온 도시에 대저택을 보유하고 있는 귀족이지만, 거의 모든 시간을 농장에서 보내며 난민촌 사람들을 지원하는 모범적인 삶으로 명성이 자자했다. 이에 비하면 이소벨이 속한 엔카로샤 가문은 악착같이 돈을 긁어모아 성장한 신흥 가문으로서 주민들에겐 평판이 좋지 못했다.

한편 포비오스는 모험가에게 이소벨을 만나 인사를 하러 가자고 말했다. 이소벨은 근처 높은 탑에서 밀 농장을 내려다보며 감상에 젖어 있었는데, 그녀는 자신을 찾아온 모험가와 포비오스를 보더니 문득 자기가 그간 살아온 길에 대해 이야기해 주었다.


▲ 농장을 내려다보며 감상에 젖은 채 자신의 이야기를 해주는 이소벨 엔카로샤

이소벨이 속한 엔카로샤 가문은 사실 귀족 출신이 아니었다. 그녀는 본래 평범한 '상인' 신분으로 남들에게 무시당하는 것이 싫어 악착같이 부를 쌓았다. 그 과정에서 마을 사람들이 그녀를 보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독종'이라며 뒤에서 손가락질을 했지만, 어쨌든 그들은 이소벨 앞에서는 복종해야했기에 그녀는 개의치 않았다.

이런 삶을 살아왔던 그녀가 북부 밀농장에서 '자발적으로 즐겁게' 일하는 농민들의 모습을 봤다. 밀 농장의 주민들은 레이트 가문 밑에서 일을 하면서도 정말로 '행복'해보였다. 이런 그들을 보고 있자니 이소벨은 그동안 자기가 살아온 삶이 부정당하는 기분이었다.

이소벨은 말을 이어나가다 문득 정신이 들었는지, '쓸데없는 말'을 했다며 방금 자신이 한 말은 잊어달라고 했다. 상인은 셈을 할 때 마음을 더하지 않는 법이라면서. 그런데 이 말을 끝낸 뒤 갑자기 이소벨의 숨이 거칠어지기 시작했다. 레이트 가문에 대한 질투 또는 분노였을까? 그녀는 결국 몸을 휘청거리더니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 이소벨은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와중에 갑작스레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갑작스레 벌어진 긴급 상황에 모험가와 포비오스도 손 쓸 도리가 없었다. 모험가는 정신을 잃은 이소벨을 업고 허겁지겁 탑을 내려와 노먼 레이트 부인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노먼 부인은 급히 응급처치를 한 후 '예전 이소벨이 폐성터에 있었을 때 반란군의 칼날이 살갗을 스친 것 같다'고 말했다. 폐성터라면 이전에 이소벨과 포비오스가 세렌디아 반란군 알 룬디의 상황을 파악하러 나갔을 때였다.

노먼 레이트는 포비오스에게 간병을 부탁했지만, 가장 큰 문제는 농장에 치료약이 없다는 것이었다. 부인은 오염된 칼날에 베인 상처를 치료하려면 플로린 마을의 '발렌타인 촌장'을 찾아가야 한다며, 모험가에게 대신 그 일을 해 줄 것을 부탁했다.

플로린 마을에 도착한 모험가는 촌장에게 달려가 현재 상황을 말하고 치료제를 부탁했다. 촌장은 그 이야기를 듣더니 이소벨이 위험한 상태인 건 맞지만 당장 급사하진 않으니 걱정말라며 모험가를 안심시켰다. 그리고는 모험가에게 치료제를 만드는데 필요한 재료들(올빼미의 부리, 깃털, 발톱)을 알려주었다. 모험가는 이 말을 들은 즉시 근방의 올빼미를 잡으러 달려갔다. 발렌타인 촌장이 '시안 상단은 아직 밀린 약초 대금도 안 갚았는데!'라고 투덜거리는 것을 애써 외면한 채로.


▲ 플로린 마을의 발렌타인 촌장. 샤이 캐릭터로 플레이하면 이렇게 특수한 대사가 나온다.

▲ 플로린 마을 근방엔 다소 우스꽝스럽게 생긴 가면 올빼미들이 있다. 이들은 곧 치료제 재료가 된다.

모험가는 곧 수북한 올빼미의 깃털들을 촌장 앞에 높이 쌓았다. 촌장은 그 광경을 보고 이렇게나 많이 가져왔냐며 당황했지만, 이내 치료제 제작에 돌입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치료제 제작은 보기좋게 실패했다. 촌장은 '원래 약초라는 것은 쉽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야!'라며 태연한 척을 하더니, 뒤늦게 '아 맞다! 브리나무가 빠졌잖아!'라고 소리질렀다. 그러더니 이번엔 모험가에게 브리나무 뿌리의 즙을 가져와달라고 부탁했다. 모험가는 약간 돌팔이같은 발렌타인 촌장이 미심쩍었지만, 이내 재료를 구하기 위해 브리나무 유적지로 향했다.

그런데 촌장이 말하는 브리나무 유적지 깊은 곳을 들어가려면 먼저 커다란 고대 수호탑을 처리해야 했다. 수호탑은 강력한 에너지파를 발사하고 심지어 고대 병기들까지 소환하며 모험가의 접근을 막았다. 모험가는 생각보다 강력한 수호탑 때문에 꽤나 고전했지만, 결국에는 강력한 흑정령의 힘을 이용해 그것을 산산히 조각 내 버렸다.


▲ 이런! 브리나무가 빠졌잖아!

▲ 유적지 수호탑과의 전투

흑정령은 부서진 수호탑을 보고 이제 유물의 방어체계가 사라졌다며 '브리 나무의 뿌리가 이어져 있는 곳'으로 가자고 했다. 그곳엔 발렌타인 촌장이 말한 약초가 있었고, 무엇보다 흑정령이 원하는 유물의 힘도 있었다. 모험가는 그 2가지를 모두 얻기 위해 고대 병기를 부수며 브리 나무 동굴 가장 깊은 곳으로 들어갔고, 그곳에서 고대 유물을 발견했다. 흑정령은 그 유물을 보자마자 잽싸게 뛰어들어 고대의 힘을 맛있게 흡수했고, 모험가도 브리 나무 뿌리의 즙을 성공적으로 채취했다.

이후 모험가에게서 재료를 건네받은 발렌타인 촌장은 이소벨을 치료할 명약을 완성해냈다. 모험가는 그 명약을 가지고 북부 밀농장의 노먼 레이트 부인에게 돌아갔고, 이는 곧 쓰러진 이소벨을 간호하고 있는 포비오스에게 전달됐다.

하지만 여전히 문제는 남아 있었다. 원래 일정대로라면 시안 상단은 북부 밀농장 다음에 트롤 방어기지로 가서 보급품을 전달해야 했다. 그러나 이소벨이 쓰러진 상황에서 당장 그 일을 해 줄 수 있는 사람은 모험가밖에 없었다. 농장 주인 노먼 레이트는 모험가에게 이 일을 마친 후 칼리스 의회의 '엔리크 엔카로샤'에게 보고해달라고 했다. 엔리크 엔카로샤는 엔카로샤 가문을 일으켜 세운 장본인이자 이소벨의 아버지였다.


▲ 고대유물의 힘을 흡수하고 촌장이 말하는 약초도 찾았다.

▲ 모험가는 시안 상단의 다음 보급 장소, 트롤 방어 기지로 향했다.



트롤 방어 기지, 귄트 언덕
시안 상단의 보급업무를 완료하고 트롤 방어 기지를 구원하다


트롤 방어 기지의 책임자인 '안드레 비달'은 보급품을 가지고 온 모험가를 못마땅하게 쳐다봤다. '참 빨리도 가지고 왔네', '뭣모르고 콧대만 높은 이소벨은 어디로 갔냐'며 빈정거리던 그는 이소벨이 쓰러졌다는 얘기를 듣고 매우 흥미롭다는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더니 모험가에게 이제 후방 보급로나 한번 점검해보라고 말했다.

그런데 모험가가 본 트롤 방어 기지의 보급라인은 상당히 문제가 많았다. 보급관 구타프는 자신을 찾아온 모험가에게 '보급 물품의 상태가 저질인데다가 수량도 맞지 않는다'고 했다. 이 말을 들은 모험가는 후방 보급소의 마차와 마부, 그리고 엘리언교 사제들을 살펴보았는데, 상황이 영 말이 아니었다. 그곳의 관리병은 뭔가를 숨기려는 듯 말을 더듬거렸고, 보급관 욘델은 예배날에도 일하러 나와야 한다는 사실에 불만이 많았다. 그리고 근처의 엘리언 사제 역시 마부의 태도에 대해서 이런저런 불평을 늘어놓는 중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보급이 제대로 이루어진다면 그것도 이상한 일일 것이다.

모험가는 이런 사실을 안드레 비달에게 전했지만, 정작 그는 별다른 관심이 없었다. 도리어 안드레는 모험가에게 '보급엔 문제가 없다'며, '일개 상인이 활개치기엔 부적절하니 이제 그만 여길 떠나라'고 말했다.


▲ 물품을 가져오자 빈정거리기 시작하는 안드레 비달

▲ 보급로는 역시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었다.

흑정령은 안드레의 건방진 태도에 화가났다. 그리고는 주위의 트롤을 처치해 안드레가 우리를 무시하지 못하게 만들자고 제안했다. 모험가는 그 말에 따라 먼저 높은 망루에 올라 전장 상황을 쭉 파악했다. 현재 방어기지의 전방은 트롤들의 투석기 때문에 금방이라도 무너질 기세였고, 후방 역시 몇몇 트롤들의 공격으로 녹록치 않은 상태였다.

상황을 파악한 모험가는 망루를 내려와 보란듯이 트롤을 해치워나갔다. 그 광경을 본 안드레는 일개 상인이라기엔 믿을 수 없는 실력이라며 모험가를 다시 불렀다. 이후 모험가가 이전에 델페 성에서 활약했던 자라는 것을 알게된 그는 그동안의 자신에 태도에 대해 사과하며 트롤 주술사와 투석기를 제거하는 일을 도와달라고 말했다.

성격 좋은 모험가는 기꺼이 트롤 주술사와 투석기를 없애는 것을 도왔고, 이에 승기를 잡은 트리나 기사단은 적극적으로 트롤을 몰아내며 반격을 시작했다. 그러자 트롤들은 전과 달리 주춤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이내 전열을 가다듬더니 다시 거세게 공격해오기 시작했다. 이대로라면 승리는 커녕 오히려 더 많은 사상자가 나올 것이 분명해 보였다.


▲ 방어기지는 현재 전,후방 모두 트롤들에게 에워싸여 위급한 상태였다.

▲ 모험가는 보란듯이 트롤을 해치우며 트리나 기사단의 승리를 이끌었다.

흑정령은 트롤들이 빠르게 전열을 가다듬은 이유를 '우두머리'에서 찾았다. 알고보니 '검은 갈기'라고 불리는 트롤 장로가 체계적으로 트롤들을 이끌고 있었던 것이다. 이에 모험가는 흑정령의 인도를 따라 전장을 우회하여 트롤 진영으로 숨어들어갔다.

검은 갈기는 트롤 진영 깊숙한 곳, 귄트 언덕의 한 들판에 숨어있었다. 갑작스레 달려든 모험가에 놀란 검은 갈기는 자신의 거대한 곤봉을 꺼내들었다. 하지만 모험가의 움직임이 조금 더 빨랐고, 이내 사정없이 이어진 모험가의 공격에 결국 힘없이 쓰러졌다.

우두머리가 쓰러진 것을 확인한 안드레 비달은 트리나 기사단의 승리를 알렸다. 그는 모험가가 이 방어기지를 구원했다며 상단 일을 그만둔다면 꼭 기사단으로 들어와달라고 했다. 그 말을 들은 모험가는 마치 잘 모르겠다는 듯 어깨를 으쓱해 보인 뒤, 칼리스 의회에 보급을 성공적으로 마쳤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칼페온 수도로 향했다.


▲ 모험가의 공격에 쓰러지는 검은갈기



칼페온 의회
들어간 의심, 싹트는 불화


하지만 칼페온 수도의 두꺼운 문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대문을 지키던 문지기는 신원이 보장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모험가를 안으로 들여보내주지 않았고, 이에 모험가는 오도가도 못하는 신세가 되어 쩔쩔매고 있었다. 그런데 그 때 어디선가 '잠깐, 잠깐!'하며 조그만 샤이족이 나타났다.

눈이 보이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얼굴의 반을 모자로 푹 덮고 있는 그 샤이족은 '모험가의 시안 상단 증표가 보이지 않느냐'며 이전에 문지기가 근무 중 졸았다는 소문이 있던데 정말 사실인지 확인해야겠다고 겁박했다. 이 말을 들은 문지기는 매우 곤란한 기색을 보이더니 결국 모험가의 입성을 허락해주었다.

모험가는 무사히 성문을 통과하며 갑작스레 도움을 준 그 샤이족에게 감사를 표했다. '감사인사는 낯간지러우니 됐다'던 그 샤이족은 자신을 '외침꾼 루빈'이라고 소개하며, 칼페온의 모든 소문은 자신을 통해 이어진다고 말했다.


▲ 문지기에 막힌 모험가를 도와주는 외침꾼 루빈

▲ 희망은행장, 바스케안 류릭에게 입국신고를 마쳤다.

이후 모험가는 루빈의 안내에 따라 바스케안 류릭에게 입국 심사를 하러 갔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바스케안 류릭은 트롤족이었다. 조금 전에 트롤 방어기지에서 난폭한 트롤들을 상대했던 모험가인데 말이다. 하지만 그는 트롤 방어기지의 트롤들과는 달리 차분하게 모험가를 맞이한 뒤, 이소벨의 안타까운 소식을 언급하며 너무 걱정하지말라고 모험가를 안심시켰다. 친절하게 입국 신고 절차를 진행해준 그는 칼리스 의회 앞의 발크스를 만나면 의회 안으로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알려주었다.

칼페온의 칼리스 의회로 찾아간 모험가는 질서정연하게 서 있는 칼페온 군사 한 무리를 발견했다. 그렇게 사열된 군사들 앞, 신성한 칼리스 의회 계단 위에 근엄하게 서 있는 발크스의 모습은 의회의 권위를 한껏 드높여주고 있었다. 모험가가 그곳에 조심스럽게 다가가자, 발크스는 이야기는 전부 들었다며 칼리스 의회에서 주의해야 할 점 몇가지를 일러주었다. 사실 칼리스 의회에 외지인이 들어간 것은 전례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 의회 앞 사열

▲ 의회 문 앞을 지키고 있는 트리나 기사단 단장, 발크스

칼리스는 칼페온의 모든 국가정치가 이루어지는 곳으로, 칼페온 왕 가이 세릭의 죽음 이후 탄생한 의회정이다. 칼리스에는 각 계급을 대표하는 일곱명의 의원이 있는데, 명문가 헤르만 페레시오 의회장을 필두로 전통 있는 귀족 가문 3명과 상인 대표, 군사대표, 시민대표로 이루어져 있다.

귀족 가문에는 바시안 가문, 레이트 가문, 에른 가문이 있는데, 이 중 보수적인 바시안 가를 제외하면 모두 상업에 관심이 많다. 레이트 가문은 레이트 상단을 운영하며 시안 상단과 시안 동맹을 유지하고 있고, 에른 가문은 일찍이 엔카로샤 가문과 함께 공방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도미닉 에른의 아들 제프리 에른은 엔리크 엔카로샤의 딸 이소벨과 약혼한 사이다.

이 외에 상인 대표는 모험가가 속해있어 익숙한 시안 상단의 엔카로샤 가문이고, 군사대표는 과거 발렌시아 원정에도 참여했던 트리나 기사단의 최고 통솔자, 델파드 카스틸리온이다. 마지막으로 시민 대표는 죠반 그롤린이라는 샤이족으로, 현재 빈민가를 지원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권력이 없는 허수아비에 가깝다.


▲ 칼리스 의회의 의원들. 왼쪽에서부터 바시안, 에른, 레이트, 엔카로샤, 카스틸리온, 그롤린 대표

칼리스 의회 안에서는 이미 7명의 의원들이 거대한 원형 테이블을 두고 빙 둘러앉아 열띤 회의를 하고 있었다. 그들은 빈민가의 시위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었는데, 이들의 요구를 들어주느냐 마느냐가 주된 논제였다. 하지만 본래 사이가 좋지 않았던 에른 가문과 바시안 가문의 말다툼으로 인해 결론을 내지 못하고 끝이 났다.

회의 이후, 모험가는 자신의 활약이 이미 칼리스 의회의 의원들에게 다 알려져 있음을 알았다. 레이트 가문의 엘리나 레이트는 모험가의 활약을 칭찬하며 자신을 '북부 밀농장에 있는 노먼 레이트의 동생'이라고 소개했고, 이소벨의 아버지인 엔리크 엔카로샤는 시안 상단을 구한 이가 자네였냐며 쓸모 없는 딸 대신 사과한다고 말했다.

모험가가 그런 식으로 모든 의원들과 한번씩 인사를 나눴을 때쯤, 레이트 가문의 엘리나 레이트는 모험가를 불러 은밀히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지만 우선은 좀 쉬면서 칼페온 수도를 좀 둘러보라고 말했다. 그렇게 모험가는 간만의 휴식을 즐기며 공방, 시장 거리, 칼페온 대학, 대성당 등을 둘러보다가, 대성당에서 자신을 찾아온 손님을 한명 만났다.


▲ 대성당을 구경하고 있을 때 샤이족 하나가 문득 모험가를 찾아왔다.

자신을 '서시아'라고 소개한 샤이족은 엘리나 레이트님이 급히 모험가를 찾고 있다면서, 이제 그만 돌아가자고 했다. 그 샤이를 따라간 곳엔 엘리나의 집무실이 있었고, 엘리나는 모험가를 보더니 대뜸 '당신에게 이소벨은 믿을 수 있는 사람입니까?'라고 질문했다.

엘리나 레이트는 최근 칼페온에서 '하이델이 독립을 위해 군자금을 끌어모으고 있다'는 소문이 들린다고 했다. 하지만 전쟁에서 패한지 얼마 되지 않은 하이델에게 그런 군자금이 나오는 것은 상식적으로 불가능했다. 그렇기에 만약 이것이 가능하다면 분명히 누군가가 하이델을 지원하고 있어야 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그리고 엘리나는 하이델을 지원하고 있는 반역자로서 '이소벨이 이끄는 시안 상단'을 지목했다.


▲ 엘리나 레이트는 이소벨이 이끄는 시안 상단이 하이델을 지원하고 있다고 의심했다.

만약 엘리나의 말대로 시안 상단이 정말 하이델을 지원하고 있다면, 시안 상단에게는 오직 강력한 처벌만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었다. 엘리나는 모험가의 눈을 깊이 들여다보며 '당신의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습니다' '정말 이소벨을 믿을 수 있습니까?'라는 식으로 캐물었다.

그러자 모험가는 순간적으로 혼란스러워졌다. 이제보니 이소벨 엔카로샤는 정말 칼에 상처를 입어서 돌아오지 않는 것일까? 알고보니 연기였던 것이 아닌가? 결국 모험가는 엘리나의 질문에 아무런 답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 혼란스러운 마음을 간신히 진정시키고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이소벨의 아버지, 엔리크 엔카로샤를 만나러 갔다.

엔리크 엔카로샤는 자신을 찾아온 모험가에게 이 모든 것이 모함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소벨이 돌아오지 않은 후로 일이 이렇게 될 줄 알고있었다'며, 이곳은 권력 암투가 넘쳐나는 칼페온이라고 충고했다. 그리고 모험가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더니 '시안 상단의 영웅, 자네도 나와 이소벨이 의심되나?' 라고 오히려 반문했다.


▲ 엔리크 엔카로샤는 모든 것이 모함이라며, 자신은 결백하다고 주장했다.

그런 엔리크 엔카로샤의 말을 듣고 모험가는 조금이나마 마음이 놓였다. 분명히 엔카로샤 가문은 결백할 것이다. 모험가는 이소벨의 옆에서 오랫동안 그녀를 지켜보았고, 쓰러진 그녀를 부축한 것도 모험가였으니까. 모험가는 이 사실을 알리기 위해 다시 엘리나 레이트의 집무실로 돌아갔다.

하지만 엘리나 레이트의 입장은 확고했다. 여전히 의구심은 시안 상단에게로 향해 있었고, 만약 시안 상단이 반역 행위를 했다면 그녀와 같이 다닌 모험가 역시 반역자가 되어 처벌을 받게 될 것이 뻔했다. 그래서 엘리나 레이트는 모험가에게 한가지 제안을 했다. 그 제안은 '지금 이 시간부로 시안 상단이 아닌 레이트 상단의 일원으로 활동하라'는 내용이었다.

엘리나는 시간이 지나면 결국 시안 상단의 반역 행위는 기정사실화 될 것이라며, 만약 모험가가 지금 레이트 상단으로 들어와 일해준다면 이번 사건에서 빠져나오게 해주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막대한 부와 명예도 보장해주겠다고 했다. 이 말을 들은 모험가는 큰 고민에 빠졌지만, 결국엔 엘리나의 제안을 승낙하고 레이트 상단의 일원이 되기로 했다.


▲ 모험가는 이번 사건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결국 레이트 상단원이 되었다.



케플란 마을
레이트 상단원이 되어 교역권을 가져오다


엘리나는 레이트 상단원이 된 모험가의 신변을 약속하며 케플란의 흑결정 상권(교역권)을 가져오라고 시켰다. 그곳의 상권은 본래 다른 상단이 가지고 있었지만, 케플란의 사업가 '그레코'와 잘 협상을 해서 다시 레이트 상단으로 가져오라는 임무였다.

그렇게 모험가는 칼페온 수도 동남쪽에 위치한 케플란 마을로 향했고, 그곳으로 가던 길에 한 무리의 병사를 만났다. 마르니 동굴길이라고 불리는 음침한 그곳엔 병사들뿐만 아니라 괴상한 생명체의 시체도 함께 있었는데, 이를 살펴보던 병사 '헨지 바토'는 이것이 '미친 과학자 마르니의 실험체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케플란 주민들이 이곳을 지나가다가 이렇게 낙사하는 실험체로 인해 다치거나 사망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했다.


▲ 케플란 동굴길에는 한 무리의 병사들이 수상한 괴물의 시체가 떨어진 자리를 조사하고 있었다.

모험가는 케플란 주민들의 신임을 얻기 위해서라도 이 일을 돕기로 했다. 이를 통해 흑결정 교역권을 보다 쉽게 따낼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에서였다. 그렇게 마르니의 실험터로 들어간 모험가는 그곳에서 각종 괴상한 실험체들을 만났고, 이들을 제거하면서 가장 깊은 곳에 있는 우두머리, 미친 과학자 조수마저 처치했다.

마르니 실험터를 정리한 모험가는 이제 엘리나 레이트가 말한 흑결정 사업가, '그레코 고다'와 만났다. 모험가는 먼저 마르니 실험터에서 괴물을 처치하다 주운 '키메라 눈동자'를 내밀면서 그의 환심을 샀고, 그레코 역시 그 영롱하고 아름다운 결정을 받고선 꽤나 좋아했다. 하지만 그는 기존 교역권을 파기하면서까지 레이트 상단과 계약을 하기엔 무리라고 말하며, 대신 어느정도의 조건을 내걸었다. 첫번째 조건은 글루토니 동굴 안에 있는 '빛나는 무언가'를 가져오는 것이었다.


▲ 마르니의 실험터에서 각종 실험체들을 처치했다.

▲ 마르니 실험터의 우두머리, 미친 과학자 조수

▲ 모험가는 케플란의 흑결정 교역권을 가져오기 위해 그레코 고다와 협상을 한다.

알고보니 그레코가 말한 글루토니 동굴 속 빛나는 결정의 정체는 '청수의 기원'이었다. 모험가는 동굴 깊숙한 곳에서 청수의 기원을 발견할 수 있었지만, 근처의 글루토니들 때문에 그것은 완전한 결정을 이루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모험가는 근처의 글루토니들을 처치했고, 이내 하나의 결정체가 된 청수의 기원을 그레코에게 가져갔다.

그레코는 그 청색 결정을 받고나서 만족스럽다는 듯 감탄을 자아내더니 이내 두번째 조건을 걸었다. 케플란 남쪽에는 거인들이 무리지어 살고 있는데, 최근 그 동태가 수상하여 마을 인부들 사이에서 이야기가 많으니 그 소문을 좀 조사해달라는 것이었다. 그레코 말로는 이 모든게 원활한 교역을 위한 '인부들의 신임 얻기' 작업이었다.


▲ 협상 조건 첫번째, 청수의 기원을 가져와라.

그렇게 모험가는 거인족들이 살고 있는 '게아쿠 평원'으로 향했고, 그곳의 거인족 전사에게서 한 '지령서'를 찾아냈다. 그런데 그 지령서에는 끔찍하게도 케플란을 습격하자는 작전 사항이 들어있었고, 이 사실을 알게 된 모험가는 이를 막기 위해 거인족들의 무기를 뺏고 그들을 처치했다. 하지만 흑정령의 말에 따르면 아직 그들의 '족장'이 남아있었다.

흑정령은 사실 거인족 족장은 오래전에 죽었지만, 그 정신과 염원이 강해 사라지지 않은 일종의 사념체라고 말했다. 그리고 거인들의 케플란 침략 의지를 완전히 꺾으려면 이를 처치해야한다고 했다. 모험가는 그 말을 따라 근처의 검은 균열을 찾아 '족장 게아쿠'를 소환해냈고, 가벼운 전투 후 그마저 쓰러뜨렸다. 이제 충분히 그레코의 조건을 이행했으니 케플란으로 돌아갈 시간이 되었다.

그레코는 거인족이 본래 케플란 마을을 습격할 계획이었다는 모험가의 말을 듣더니 자칫하면 목숨까지 잃을 뻔했다며 이를 막아준 모험가에게 감사를 표했다. 그리고 이 정도면 레이트 상단에 흑결정 교역권을 넘기는 것을 모두가 납득할 것이라며, 협상을 승낙해 주었다.


▲ 거인족 족장, 게아쿠를 처치하며 두번째 협상 조건도 완료했다.



칼페온 수도
밝혀지는 음모, 그 누구도 믿을 수 없다


케플란 마을의 흑결정 교역권을 따낸 모험가는 엘리나 레이트에게 돌아가 이 소식을 알렸다. 엘리나는 돌아온 모험가를 보고 '생각보다 빠르게 돌아왔다'며 잠시 말을 잇지 못했으나, 곧 칼리스 의회에서 엔카로샤 가문의 심문회가 열릴 것이라는 소식을 말해주었다. 또한 엘리나는 이번 심문회에서 엔카로샤 가문의 반역죄가 성립한다면 모두 징벌을 받게 될테니 모험가는 반드시 레이트 가문의 일원이라고 말해야한다고 충고했다.

심문회는 숨가쁘게 진행되었다. 칼리스 의회장 헤르만 페레시오 개회 선언을 시작으로 시안 상단을 의심하는 의원들과 억울함을 호소하는 엔리크 엔카로샤 사이에 언쟁이 벌어졌다. 하지만 사실 하이델의 막대한 군자금을 댈 수 있는 상단은 시안 상단밖에 없었다. 레이트 상단과 에른 상단은 메디아와의 교역로 개척건 때문에 그렇게 많은 자금이 없었고, 실제로 하이델 지부장 이소벨만이 그들과 가장 밀접하게 접촉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소벨이 이제와서 돌아오지 않는 것도 충분히 의심을 살 만했다. 그녀가 임무 중 부상을 당했다고는 하나 사실을 확인할 방법이 없으니, 이것 또한 거짓말일 수도 있었다. 따라서 결국엔 바로 옆에 있었던 모험가의 증언이 제일 중요했다. 모험가는 정말 그녀의 부상을 보았는가? 그녀를 믿을 수 있는가? 모험가는 선택을 해야만 했다.



▲ 심문회에서는 시안 상단 사건에 대한 의원들간의 공방이 오갔다.

▲ 이소벨, 그녀를 믿을 수 있는지 대답해야 한다.

모험가는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엘리나의 말에 따라 레이트 상단에 편에 설 것인가? 아니면 시안 상단과의 의리를 지킬 것인가? 모험가는 긴장감에 벌벌 떨었다. 얼굴에 진땀이 흘러내리는 것이 느껴졌다. 그렇게 마음을 정한 후 마침내 입을 떼려고 하는 그 순간, 칼리스 의회 문 앞에서 높고 카랑카랑한 여인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잠깐! 잠시 멈춰주세요. 조금 늦었습니다."

놀랍게도 그것은 이소벨 엔카로샤였다. 이소벨은 의원들에게 '황금 두꺼비 여관 인수 확인증'을 펼쳐보이며 이 심문회가 얼마나 의미없는 것인지를 밝혔다. 이로써 시안 상단은 하이델에게 대금을 준 것이 아니라 도리어 되찾아온 것임이 증명되었고, 이내 시안 상단은 아무런 죄가 없는 것으로 판결이 났다.


▲ 이소벨은 명확한 증거를 제시하며 반역 논란을 일축해버렸다.


한바탕 펼쳐진 심문회 이후 모험가는 잠시 휴식을 취하며 칼페온 강가에서 포비오스를 이야기를 나눴다. 그런데 포비오스는 모험가에게 놀라운 이야기를 해주었다.

모험가가 북부 밀농장을 떠난 후, 이소벨은 발렌타인의 치료제를 먹고 몸이 점점 나아졌다. 그런데 문제는 그 뒤에 발렌타인 촌장이 포비우스에게 헐레벌떡 뛰어오더니, 약을 잘못 만들었다면서 그 약은 '오염된 칼날을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인위적인 독을 치료하는 치료제였다'고 말했다는 점이었다.

즉, 이소벨은 폐성터에서 다친 상처에 감염된 것이 아니었다. 알고보니 그녀는 누군가가 음식에 몰래 넣은 독약을 먹고 쓰러진 것이었다. 그런데 당시 이소벨이 먹은 음식은 북부 밀농장에서 노먼 레이트가 준 스튜밖에 없었고, 이는 곧 노먼 레이트가 이소벨을 죽이려고 했음을 말해주는 것이었다. 게다가 모험가가 레이트 상단에게 가져다 준 흑결정 교역권의 본래 주인 역시 시안 상단이었다.


▲ 이소벨의 음식에 독약을 넣은 것은 놀랍게도 북부 밀농장의 노먼 레이트 부인이었다.

이 말을 듣고 속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모험가는 분노에 차서 엘리나 레이트의 집무실로 향했다. 하지만 엘리나 레이트는 자신이 벌인 일을 시인하면서도 이는 정당한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사실 이소벨이 속한 엔카로샤 가문은 예전부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상단으로 유명했고, 그러면서 수많은 경쟁자들을 제거해 온 이력이 있었다. 그 과정에서 선량한 사람들이 도시 빈민이 되어 쫓겨났고, 심지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반면에 엘리나가 속한 레이트 가문은 끊임없는 선행으로 주민들에게 평판이 좋은 귀족 가문이었다. 그래서 레이트 가문에서 이소벨을 독살하려했다는 소문을 퍼트려봤자 이를 믿어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엘리나의 표현에 따르면 '이소벨의 죽음은 엔카로샤 가문이 다른 이들에게 준 고통에 비하면 아주 작은 댓가'일 뿐이었다.

이 말을 들은 모험가는 마음이 답답해졌다. 레이트 상단이 행한 일은 분명히 옳지 않은 일이었지만, 이는 시안 상단이 과거에 했던 일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이 사실은 모험가를 무겁게 짓눌렀고, 엘리나의 말을 전해 들은 포비우스 역시 쉽게 반박하지 못했다. 다만 분명한 것은, 앞으로 레이트 상단과 시안 상단이 맺고 있는 '시안 동맹'에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사실뿐이었다.


▲ 레이트 가문의 독살은 과거 엔카로샤 상단의 행위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이소벨도 이를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듯했다. 그리고는 이번 일을 계기로 상단의 이익을 위해 움직일 때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받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며 모험가도 이제 상단을 떠나라고 했다. 즉, 일방적인 해고 통보이자 이전과 같은 모험가의 신분으로 되돌아가라는 뜻이었다.

이 말을 들은 흑정령은 해고라는 말에 분노했지만, 대신 우리는 이제 칼페온의 유명인사가 되었다며 희미한 노랫소리가 바람에 실려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 노래는 시인들이 우리의 활약을 칭송하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며 모험가를 도심 속 어디론가 이끌었다.

"그러니 누구도 각자의 정의를 탓할 수는 없다. 여기는 권력의 도시 칼페온이니까 말이야." - 포비우스


▲ 이제 시안 상단원이었던 모험가는 다시 모험가의 신분으로 돌아가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