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렌시아. 엘리언력 236년, 서대륙 연합과의 30년 전쟁에도 끄덕없었던 왕국. 천연의 요새인 검은사막 덕분에 누구도 함부로 넘볼 수 없었던 미지의 나라. 몇몇 숙련된 행상인들만 오갈 수 있다는 그곳에 묘한 기운이 감돌았다.

그동안 모험가는 결코 잊을 수 없는 경험을 쌓아왔다. 칼페온과 세렌디아 한 구석에서 발견된 부패의 신 크자카의 흔적, 그리고 갑작스럽게 등장한 의문의 마녀 일레즈라. 특히 일레즈라는 마치 예전부터 모험가를 알고 있는 것 같았다. 기억을 잃기 전 모험가는 과연 어떤 존재였을까?

모험가는 칼페온 의회정의 명령에 따라 그 비밀을 파헤치기 위해 메디아 이곳저곳을 뒤졌지만, 땅 속 깊숙히 맺힌 메디아의 상처와 일레즈라의 추종자들을 발견했을 뿐 여전히 그럴듯한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 하지만 시라레의 예언은 이제 더욱 더 분명하게 검은사막과 모험가를 가리키고 있었고, 그렇게 짜여진 듯한 운명은 모험가를 미지의 땅, 발렌시아로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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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스토리 기사는 시리즈로 연재됩니다.
*메인퀘스트, NPC 대화, 지식 등을 참조하여 작성하였습니다.
*분기란 게임 내 유저의 선택에 따라 에피소드가 달라지는 부분을 뜻합니다.
*약간의 각색이 포함되어 있을 수 있으나 게임 내 설정 및 컨셉에는 지장이 없습니다.




■ 발렌시아 여정 상편 - 수도 발렌시아를 향해

바윗돌 초소
습격당한 하르난 상단과 사라진 바르한 왕자의 물건

메디아 땅에서 발렌시아로 진입하려면 먼저 알티노바 관문을 지나야 한다. 수도 알티노바는 사실상 바다로 둘러싸여 있는 조그만 섬과 같기 때문에, 바다 동쪽으로는 발렌시아와 직접 국경을 맞대고 있었다.

모험가는 알티노바 관문 관리자 알리바를 만나 출국 절차를 밟았다. 그런데 알리바는 쾌활한 성격의 수인족으로 흔히 말하는 '입이 근질거리면 못 배기는 성격'이었다. 결국 그는 모험가에게 흥미로운 정보 하나를 주겠다며 모험가의 옷 소매를 슬그머니 잡아당겼다.

그의 말에 따르면 현재 어떤 상단을 통해서 '매우 귀중한 물건'이 발렌시아로 이동하고 있었다. 더군다나 그 상단은 호위 용병을 모집하고 있었는데, 이는 딱히 갈 곳 없는 모험가에게 아주 좋은 기회였다. 모험가는 알리바에게 짧은 감사를 표한 후 그가 알려준 길을 따라 바윗돌 초소로 향했다.


▲ 알리바의 안내로 모험가는 발렌시아 지역의 바윗돌 초소로 향하게 된다.

바윗돌 초소에 도착한 모험가는 주위를 둘러보며 알리바가 말한 상단을 찾았다. 하지만 그곳엔 몇몇 상인들과 병사의 모습만 보일 뿐 그 어디에도 상단이라 할 만한 행렬은 없었다.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거점 관리자 '타랙 얀지'는 이곳을 들렸던 하르난 상단을 찾는거냐며 그 상단은 타프타르 평야에서 습격을 받았다고 이야기해 주었다. 근처에 있던 한 주민은 자신이 그 광경을 직접 봤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모험가는 그 주민의 이야기를 따라 '타프타르 평야'로 향했다. 알려준 길목을 따라가다보니 정말 얼마 지나지 않아 쓰러져 있는 낙타와 말들의 행렬이 나타났다.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코끼리와 말, 무역 상인이 뒤섞여 피를 흘리고 있는 광경은 실로 처참했다. 그 중 가까스로 목숨이 붙어 있던 한 상인은 숨을 헐떡거리며 '바르한 왕자의 물건'을 지켜야 한다고 중얼거렸다. 하지만 모험가가 확인한 바 이미 그곳의 귀중한 물건은 모두 사라지고 없는 듯했다.


▲ 하르나 상단이 타프타르 평야에서 습격받은 것을 직접 봤다고 증언하는 사람

▲ 처참하게 쓰러진 코끼리와 마차들. 의뢰 물품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 결국 숨을 거둔 무역 상인

주민들은 대부분 상단을 습격한 범인으로 켄타우로스를 의심했다. 하르나 상단의 시체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켄타우로스의 하얀 털이 붙어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윗돌 초소 거점 관리자 타랙 얀지는 왠지 모르게 바실리스크가 의심된다고 말했다. 그리곤 모험가에게 고르고 암석지대 근처로 가서 혹시나 납치된 상인들이 있는지 확인해 줄 것을 부탁했다.

하지만 고르고 암석지대에는 삭막한 바위들만 널려있을 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타랙 얀지는 왜 이곳을 말한 것일까? 모험가는 헛걸음했다는 기분에 이제 그만 발길을 돌리려했다. 그런데 그 순간, 갑자기 우뚝 솟은 바위 위에서 도와달라고 외치는 사람의 목소리가 들렸다. 알고보니 그곳엔 가까스로 몸을 피한 상인 3명이 숨어있었다.

상인들은 모험가를 보고 이제 살았다는 안도감에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바실리스크 소굴 안쪽에 더 많은 사람들과 행수님이 잡혀있다며 그들을 구해달라고 사정했다. 모험가는 바실리스크를 상대하는 것이 상당히 까다롭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들을 모른척할 수 없어 결국 돕기로 했다.


▲ 고르고 암석 지대에는 납치된 상인 몇몇이 가까스록 목숨을 건져 숨어있었다.

바실리스크는 뱀의 형상을 한 기분 나쁜 생물이다. 바실리스크의 무서운 점은 그와 눈을 마주치기만 해도 모두 돌로 변하게 된다는 것인데, 그래서인지 바실리스크 소굴 주변에는 몸이 점점 돌처럼 굳으며 죽어가는 병사들이 많았다.

모험가는 최대한 바실리스크의 눈을 피하며 잽싸게 소굴 안을 질주했다. 지금은 위험한 바실리스크를 상대하는 것보다 납치된 행수를 찾는 것이 급선무였기 때문이다. 갑작스런 모험가의 등장에 분노하는 바실리스크들을 뒤로한 채, 모험가는 소굴 깊숙한 곳에서 쓰러져 있는 하르난 상단 행수를 만날 수 있었다.

행수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모험가를 보더니 묘한 표정을 지었다. 사실 그는 이미 상처가 심해 돌아갈 수 없는 몸 상태였다. 대신 행수는 마지막 유언처럼 모험가에게 한 가지 부탁을 했다. 자신이 바르한 관문으로 향하던 중 바실리스크와 처음 보는 '괴한들'의 습격을 받았다는 사실을 전해달라고 말이다.


▲ 바실리스크와 석화되어 가는 병사들

▲ 하르난 상단 행수. 그는 자신의 마지막 말을 바르한 왕자에게 전해달라며 그곳에서 최후를 맞이했다.


바르한 관문
카탄군에 편입한 모험가, 바심족과의 협상을 돕다

발렌시아의 거대한 무역 상단이었던 하르난 상단은 그렇게 허망한 최후를 맞았다. 모험가는 이 슬픈 사연을 알리기 위해 바르한 관문으로 향했지만, 현재 바르한 왕자는 '모래알 바자르'라는 큰 시장에 머물러 있는 상태였다. 따라서 모험가는 바르한 관문의 거점 관리자 볼브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한 후, 그녀의 안내를 따라 안전하게 왕자를 만났다.

바르한 네세르는 발렌시아 네세르 왕족의 둘째 왕자로, 본래 싸움을 좋아하고 실력이 뛰어나 예전부터 수많은 토벌과 전쟁에 나선 장군이다. 모험가가 본 바르한 네세르 역시 왕자다운 기품과 강단을 가진 사내였다. 모험가는 그에게 하르난 상단이 습격당했다는 사실을 그대로 전해주었다.

그러자 바르한 왕자의 눈썹이 살짝 올라갔다. 그는 어느정도 예상했던 일이라는 듯 오히려 '가하즈 도적단'의 소행이 아니라는 점에서 의외라고 했다. 왕자는 가하즈 도적단이 자신을 향한 어떤 '복수'를 계획하고 있는 줄 알았기 때문이다.


▲ 네세르 왕족의 둘째 왕자, 바르한 네세르

그러고선 바르한 왕자는 모험가에게 한 가지 놀라운 제안을 했다. 바로 자신이 이끄는 카탄 군과 합류해 누가 무역 상단을 습격한 것인지 알아봐달라는 것이다. 모험가는 잠시 고민했으나 보상은 걱정하지 말라는 그의 말을 듣고는 단번에 수락했다. 어차피 상단 호위병이 될 뻔했던 운명이었는데, 발렌시아 군부라면 더욱 나쁠 것이 없었다.

그렇게 모험가는 바르한 관문으로 돌아가 그곳을 지키는 흑표범 장군, 가닌 아스를 만났다. 사실 가닌 아스는 예전 메디아에 있었던 바리즈 3세의 망명 건으로 모험가와 잠깐 일면식이 있는 사이였다. 그녀는 모험가의 얼굴을 알아보고 이내 반가워하며 현재 카탄 군부가 하고 있는 일들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사실 바르한 관문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잔인하기로 소문난 가하드 도적단의 소굴이었다. 하지만 카탄 군부는 그들을 발렌시아 최북단까지 몰아내는데 성공했고, 도적단은 이 지역을 되찾기 위해 끊임없이 도발하는 중이었다. 그런데 이제 카탄군은 동쪽에서 일어날 전쟁을 대비하기 위해 그곳을 떠나야 하는 상황이었다. 따라서 근처의 '바심족'에게 관문 보호를 요청할 필요가 있었다.


▲ 카탄 군부의 흑표범 장군, 가닌 아스

가닌 아스는 이 요청 건을 모험가에게 맡겼다. 바심족은 본래 인간과 접촉을 꺼려하는 수인족이지만 명예를 아는 자들이기에 특별히 문제될 것은 없었다. 바심족 족장 '토레난두'도 그런 모험가에게 관심을 보였지만, 그는 먼저 모험가의 믿음직한 실력을 보기 원했다.

본래 바심은 누군가와 겨루는 것을 매우 좋아하는 전사 종족이다. 그래서인지 토레난두는 모험가가 자신의 보병, 궁수, 원소술사 등과 겨뤄 실력을 입증하길 바랐다. 모험가는 그런 제안이 다소 당혹스러웠지만 결국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기로 했다. 그렇게 모험가는 자신에게 덤벼드는 바심족들을 무참히 쓰러뜨렸고, 모험가의 강함에 매혹된 토레난두는 결국 마음을 열게 되었다.


▲ 바심족 족장 토레난두

토레난두는 바심족과 켄타우로스의 관계를 알고 이 제안을 한 것이라면 아주 영리했다면서 켄타우로스족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본래 켄타우로스에게는 오랜 시간 '불타오르던 돌'이 하나 있었는데, 그 돌은 근처에 가면 자신도 모르게 힘이 솟는 신기한 물건이었다. 그런데 음흉한 바실리스크들이 이 영물을 탐내는 바람에 지금으로부터 11년 전 큰 전쟁이 벌어졌고, 바심족도 켄타우로스 편에 서서 전쟁을 도왔다.

그런데 전쟁 중 갑자기 영물의 불이 꺼져버렸고, 켄타우로스는 엉뚱하게도 바심족을 범인으로 몰아세웠다. 이에 억울했던 토레난두는 그동안 자신의 명예를 실추시킨 켄타우로스를 적대시해왔다. 그렇기에 바르한 관문을 지켜달라는 모험가의 제안은 매우 흥미로웠다. 사실 켄타우로스 역시 최근 바르한 관문을 노리고 있었기 때문에, 이 참에 바심족이 켄타우로스를 몰아낼 수 있는 좋은 명분이 되었기 때문이다.

목적이 어찌됐든 바심족 족장 토레난두는 바르한 관문을 지켜달라는 제안을 수락했고, 가닌 아스도 그 결과에 흡족해했다. 그리고 그녀는 바르한 왕자님의 물건을 되찾기 위해선 '샤카투'라는 곳을 찾는 편이 낫겠다는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샤카투는 만샤 고블린 출신의 행수가 관리하는 곳으로, 세상의 모든 물건을 구할 수 있기로 유명했다.


▲ 켄타우로스 수색꾼의 모습

▲ 켄타우로스의 영물 (태초의 검은 돌).


샤카투
샤카투 행수가 제안한 거래, 검은 용의 의미심장한 말

샤카투는 바르한 관문 북쪽, 룬 관문 삼거리를 지나 제법 먼 곳에 위치해 있었다. 샤카투 행수의 막대한 부를 중심으로 발전한 그곳은 마치 조그만 알티노바를 연상케 할 정도로 활기가 넘쳤다. 모험가가 도착했을 때에도 발렌시아와 서대륙을 오가는 무역상단이 머무르며 활발한 거래를 하고 있을 정도였다.

샤카투는 그곳에서 가장 높고 아늑한 방에 자리잡고 있었다. 샤카투는 자신을 찾아온 모험가를 보고는 무언가 찾을 물건이 있다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사실 모험가 같은 으레 그런 사람들은 모두 샤카투를 찾는 법이다.

샤카투는 모험가가 바르한 왕자의 물건을 찾고 있다는 말을 듣고 매우 흥미로워했다. 그러면서 사실 자신도 현재 사야 공주의 의뢰를 수행하고 있는데, 이게 매우 까다로운 일이라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사야 공주가 원하던 것은 바로 '검은 용 수정'이었기 때문이다.


▲ 샤카투는 사야 공주의 의뢰를 수행중이었다.

▲ 사야 네세르. 네세르 왕가의 넷째 공주다.

검은 용 수정을 만들기 위해서는 검은 용의 정기를 추출해야 하는데, 이를 구하기 위해선 반드시 가하즈 도적단 소굴 내부로 들어가야만 하는 것이 문제였다. 현재 얻은 정보에 따르면 그곳의 두목인 가하즈 투발이 검은 용 몇 마리를 사로잡고 있기 때문이었다. 즉, 사야 공주가 의뢰한 물건을 얻기 위해서는 많은 피를 흘려야 할 것이 뻔했다.

머리가 좋은 샤카투는 모험가를 물끄러미 쳐다보더니 그럴듯한 제안을 했다. 모험가가 대신 용의 정기를 구해다주면, 자신이 바르한 왕자의 물건을 찾아보겠다는 것이었다. 전투라면 자신있는 모험가는 그런 제안을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그렇게 모험가는 도적단 소굴 입구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샤카투의 하수인들을 만나 검은 용의 정수를 추출할 수 있는 구슬을 넘겨받았다.


▲ 검은 용의 정수를 추출할 수 있는 특수한 구슬

이젠 검은 용의 정기를 본격적으로 추출할 시간이 됐다. 모험가는 소굴 내 바글바글한 도적들을 처치해 나가며 검은 용들을 찾았는데, 이미 검은 용들은 정체를 알 수 없는 붉은 힘에 지배당한 채 쇠약해진 모습이었다.

모험가가 그런 검은 용에게 구슬을 갖다대자 희미하게 정수가 새어나왔고, 검은 용은 괴로운 듯이 몸을 떨었다. 그렇게 모험가는 무려 4마리의 검은 용에게서 정수를 추출하는데 성공했고, 이제 마지막으로 검은 용의 우두머리 '가르자르'의 정수만 남았다.

그런데 모험가가 속박되어 있는 가르자르에게 구슬을 갖다 대자, 구슬은 힘이 사라지듯 빛이 바래져 버렸다. 무슨 일인지 몰라 당황하는 모험가에게 가르자르는 힘 없이 쿡쿡 웃으며 소름끼치는 말을 건넸다.

가르자르가 모험가에게 건넨 말

어리석은 인간이여. 무의미한 일을 행하고 있군...
우리의 힘은 이미 봉인되어 있다. 어리석은 자들로 인한 방지책이지.
인간이여, 여기에 왜 우리가 있다고 생각하는가? 그것은 우리의 의지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 힘을... 제어할 수 없다.
어리석은 인간이여, 너는 아직 아무 것도 모르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여기서 만난 것은 아마 '그 힘'의 의지가, 그리고 운명이 이끈 것이겠지.
이 무리를 이끄는 자를 만난다면, 네가 한 행위가 무엇인지 알게 될 것이다.



▲ 가하즈 도적단

▲ 속박된 검은 용 우두머리, 가르자르

모험가는 그 검은 용이 한 말을 도저히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그렇다면 가르자르가 지금 이렇게 봉인되어 있는 것은 그들 스스로 원해서란 말인가? 가하즈 도적단은 이들을 무자비하게 잡은 것이 아니라 그들이 원하는대로 해줬다는 것인가?

검은 용 가라자르는 말 없이 주변의 높은 고원을 응시했다. 그곳엔 모험가가 만나야 할 도적단의 우두머리, 가하즈 투발이 있는 것이 분명했다.


가하즈 도적단 소굴, 검은 사막
가하즈 투발과 본격적인 발렌시아 여정의 시작

검은 용이 가리킨 그곳엔 뒷짐을 지고 고원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는 자이언트 한 명이 있었다. 그가 바로 가하즈 도적단의 두목, 가하즈 투발이었다. 가하즈 투발은 멀리서 계속 모험가를 지켜보고 있었다며 기분 나쁘게 웃었다.

자신의 부하를 인정사정없이 처치하는 강력한 힘. 모험가가 가진 그 힘은 가하즈 투발이 어디선가 본 적 있는 힘이었다. 모험가는 일명 '그 부류'의 사람이었다. 모험가가 샤카투의 하수인에게서 받은 검은 구슬은 사실 고대에 사악한 자들이 검은 용의 힘을 추출하고 제어하기 위해 사용했던 물건이었다. 과거 검은 용은 순수할 정도로 파괴에 대한 본능이 강했기 때문에, 쉽게 어둠의 무리의 표적이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가하즈 투발 자신은 사실 발렌시아의 위대한 장군이었다. 과거 발렌시아 국왕 사하자드에게서 어떤 '열쇠'를 찾는 임무를 받았던 그는, 존재하지도 않는 그 물건을 찾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했다. 그리고 그 물건의 정체를 어렴풋이 알게 되었을 즈음, 발렌시아 군대가 자신을 찾아왔고 그는 죽기살기로 도망칠 수밖에 없었다. 사하자드가 애타게 찾던 그 미지의 물건, 그것은 발렌시아의 숨겨진 건국 전설과 관련있는 것이었다.


▲ 가하즈 투발. 한 때 발렌시아의 유명한 장군이었던 그는 어떤 열쇠를 찾다가 도망자 신세가 되었다.

가하즈 투발의 이야기를 들은 모험가는 머리가 혼란스러워졌다. 이것이 예언가 시라레가 말했던 운명의 흐름인 것일까? 검은 용 가르자르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스스로 봉인되는 길을 선택했고, 모험가와 만난 것 또한 '그 힘'과 운명이 이끈 것이라 했다. 그 운명은 대체 무엇이길래?

가하즈 투발 역시 본래 흉악한 도적이 아니고 오히려 왕의 임무를 수행하다 희생양이 되어 도망친 것뿐이었다. 모험가는 그동안 자신이 알고 있었던 것들이 모두 부정당하는 기분을 느꼈다. 그리고 발렌시아 건국 전설이라니, 이젠 정말 피할 수 없는 흐름에 갇혀버린 것만 같았다.

이제 흑정령은 모험가에게 '수도 발렌시아'로 가자고 재촉하고 있었다. 발렌시아의 건국 전설. 그것의 비밀을 풀어야 한다. 어쩌면 그동안 모험가가 가졌던 모든 의문이 풀릴 지도 몰랐다. 그리고 그렇게 신나보이는 흑정령의 모습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하지만 모험가가 발렌시아 수도로 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검은 사막'을 넘어야 했다. 사막은 숙련된 자가 아니면 방향을 잃고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위험한 곳이기에 아무리 강력한 모험가라도 주저할만했다. 하지만 그때, 주변에서 사람들의 말 소리와 발굽소리가 들렸다. 사막 여행자들이었다. 이쯤되면 정말 운명의 장난이 맞았다. 모험가는 마침 수도 발렌시아로 향하는 그들을 따라 발걸음을 재촉했다.


▲ 운 좋게 발렌시아 수도로 향하는 무리를 만나 사막을 횡단할 수 있었다.

▲ 검은 사막. 이제 모험가는 이곳을 넘어 수도 발렌시아로 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