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시장이 본격적으로 활성화되기 시작하자 유명 웹툰의 IP를 소재로 한 2차 창작물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보통은 드라마나 영화 등으로 제작되었으며, '치즈인더트랩', '미생' 등 영상 미디어로 만들기 좋은 웹툰일수록 꽤 큰 인기를 끌었다.
웹툰을 게임으로 만들려는 시도 또한 여럿 있었다. 웹툰 속 캐릭터들로 대전 게임을 만들거나 수집형 RPG로 등장하는 등 여러 장르에서 다양한 형태로 만들어졌지만, 결과만 두고 봤을 때 그리 좋은 평가를 받은 게임은 손에 꼽을 만큼 적다. 흥행의 여부는 둘째치고 게이머들의 기대감을 충족시킨 게임 기준으로 봐도 그렇다.
원작과 너무 다른 느낌, 상업에 치중된 설계 등 흥행에 실패한 원인은 다양하다. 성공 사례가 드물다 보니 3월 31일 OBT로 출시한 '나이트런: 레콘키스타(이하 나레콘)'도 기존의 웹툰 기반 게임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10년 연재를 기념하기 위한 팬 서비스 느낌의 게임. 이것이 게임을 하기 전 기자의 첫 생각이었다.
하지만, 게임을 어느 정도 해보고 나니 처음 가졌던 생각을 다시금 고칠 수밖에 없었다. 아직 정식 출시된 게임이 아니다 보니 확실하게 평가를 할 순 없지만, 첫 감상은 원작의 느낌을 이해하고 이를 게임에 어떻게 녹일지 고민한 흔적이 보인 게임이다. 5일간의 짧은 플레이 후, 나레콘에 느낀 점을 알아보고자 한다.
양날의 검과 같은 웹툰게임
웹툰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게임의 재미를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
이미 짜여진 스토리를 소재로 2차 창작물을 만들면 여러 가지의 이점이 있다. 원작의 팬을 쉽게 끌어들일 수 있어 초기에 유저를 확보하기 용의하며, 세계관이나 캐릭터 설정 등이 이미 짜여있으니 추가 개발이 필요하지 않다.
다만, 원작이 유명하고 세계관이 탄탄할수록 이는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유저들이 바라는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할 경우 비판을 받기 쉽기 때문에 원작의 틀에 너무 얽매여 이도 저도 아닌 게임이 돼버리곤 한다. 나레콘은 원작의 세계관과 캐릭터 설정 등을 가져오되 외전 격의 스토리 라인을 만들어 원작의 느낌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자연스럽게 게임 플레이를 유도하는 방식을 채용했다. 쉽게 말해 원작과 게임 간의 중심을 잘 잡았다.
그렇다고 게임 플레이 자체가 나레콘만의 독창적인 요소로 꽉 찼다는 소리는 아니다. 게임 플레이만 두고 보면 기존의 모바일 게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시스템으로 구성되어있다. 나레콘의 장르는 전략 RPG로 유닛과 스킬, AB소드의 조합을 통해 강력한 덱을 구성해 전투를 펼치게 된다.
캐릭터는 나이트런에서 등장하는 인간, 괴수, 안드로이드 인형 등으로 구분되며, 캐릭터별로 고유의 패시브 스킬 1개와 액티브 스킬 5개를 가진다. 액티브 스킬도 다음 일반 공격을 강화하거나 즉시 발동하는 유형으로 나뉘며, 여기에 버프와 디버프 등의 효과를 부여하는 스킬도 있다. 또한, 나이트런 세계관의 무기 시스템인 AB소드도 있다.
덱을 짤 때는 앞서 언급한 캐릭터별 패시브 스킬, 액티브 스킬의 효율을 잘 계산해서 하나의 덱이 최대 3기의 캐릭터와 8개의 스킬을 넣으면 된다. 아직 OBT라서 캐릭터의 숫자가 많진 않지만, 각각의 특색이 확실한 편이라 캐릭터의 조합을 어떻게 짜냐에 따라 전투의 양상이 달라지는 경우가 많았다.
전투는 실시간 턴제로 캐릭터마다 정해진 쿨타임에 따라 자동으로 적을 공격한다. 일반 공격의 타켓은 랜덤이라 유저가 직접 지정할 순 없고 대신 스킬을 통해 전투의 흐름을 유리하게 바꿀 수 있다. 스킬을 사용하기 위해선 자동으로 차오르는 '노심' 출력이라는 자원이 필요하며, 스킬이 강력할수록 더 많은 노심이 필요하다.
실제로 전투를 해보면 내 캐릭터와 적 캐릭터가 일반 공격 쿨타임이 찰 때마다 투덕거리면서 싸우는데, 버프와 디버프, 액티브 스킬을 적재적소에 사용하는 재미는 있었다. 특히, 전투당 1회밖에 쓸 수 없지만, 전투의 승패를 가를 만큼 강력한 궁극 스킬로 유저가 전투에서 무언가 한다는 느낌은 확실하게 받을 수 있었다.
다만, 게임의 이펙트가 적당히 화려하고 깔끔해서 보는 맛은 있지만, 조작의 재미는 다소 떨어졌다. 전투 중 유저가 할 수 있는 일은 스킬을 사용하는 것뿐인데, 노심이 너무 느리게 차고 스킬 사용에 필요한 노심은 높아서 연속으로 스킬을 사용하는 쾌감을 느낄 수 없었다.
개발진도 전투 템포가 너무 느린 것을 인식했는지 전투가 너무 루즈해지지 않도록 전투 시작 후 2분이 지났을 경우 노심 코스트가 2배로 차오르는 부스트 시스템을 만들어놨다. 그런데도 개인적으로 조금 느리게 느껴졌다.
게임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웹툰의 스토리
원작을 몰라도 어떻게 흘러갈지 알 수 있다
5일간의 플레이에서 만족스러웠던 점과 아쉬웠던 점을 하나씩 꼽자면 둘 다 스토리라고 말할 수 있다. 앞서 언급했던 중심을 잘 잡았다는 것도 스토리에 대한 이야기다. 일단, 나레콘의 OBT에는 스토리 모드가 빠져있다. 개발사가 언급한 바에 따르면 스토리 모드의 원형은 개발된 상태지만, 실제 서비스에 적용하기엔 분량이 적어 추후 정식 서비스 이후 스토리 모드를 추가하겠다고 한다.
따라서 이번 오픈 베타 테스트 기간에는 유저간의 실시간 대전 콘텐츠 하나만 즐길 수 있는 상태였고 당연히 나이트런 특유의 SF 세계관이나 감성이 조금은 결여되어 있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직접 해본 나레콘은 스토리 모드는 빠져있지만, 원작의 느낌을 충분히 살렸을 뿐만 아니라 향후 스토리 모드가 어떤 식으로 펼쳐질지 대략적으로 예상할 수 있을 만큼의 여지를 남겨뒀다.
이는 게임의 첫 시작부터 느낄 수 있는데, 도입부에 나이트런 스토리의 핵심 요소인 우주를 배경으로 하는 점과 행성을 파괴하는 인류의 적, 그리고 적에 맞서 싸우는 인간과 기사 등의 내용을 컷 방식의 이미지로 짧게 언급한다. 원작의 스토리가 방대하긴 하지만, 스토리를 관통하는 핵심 주제가 명확하기 때문에 이 정도의 설명만으로도 충분히 배경 스토리를 이해할 수 있었다.
기자는 웹툰 나이트런을 초기 4년 정도까지는 챙겨봤고 이후 6년 동안은 전혀 보지 않았다. 따라서 중간부터 최근 스토리 라인을 전혀 모르는 상태다. 그래도 튜토리얼을 진행하면서 대략적인 상황을 이해하는데 아무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다.
첫 인트로부터 게임 플레이를 익힐 수 있는 튜토리얼까지. NPC들은 나이트런의 세계관에 대해 알기 쉽게 이야기하며, 원작을 모르는 초보자라 할지라도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알 수 있게 한다. 한편, 원작을 아는 유저를 위해 나이트런에 등장하는 단어와 캐릭터 특징, 세계관의 스토리가 자주 등장하며, 게임에 맞춰 약간의 각색까지 곁들였다.
재미라는 담금질이 필요할 때
OBT의 이점을 살려, 정식 출시에는 많은 부분이 개선되길
나레콘은 현재 정식 출시가 아닌 OBT 상태이며, 앞으로 개발을 통해 현재의 불편함이 언제든 개선될 수 있다. 정식 출시가 아닌 OBT로 출시한 이유도 바로 유저들과 직접적으로 소통하며, 아쉬운 부분을 보강하기 위함이리라. 스토리 모드가 없어 성장 요소가 많이 제한된다는 점이나 파워 밸런스가 맞지 않는 점 등은 언제든 바뀔 수 있는 부분이다.
나레콘의 개발사인 아카스튜디오는 과거, '갓오브하이스쿨'을 서비스했던 제작진들이 뭉친 곳으로 웹툰 기반의 게임을 만들어본 경험이 있는 곳이다.
이러한 믿음이 쌓여 텀블벅에서 모바일 게임 카테고리 최초 1억 원을 돌파, 성공적으로 펀딩을 마무리하기도 했으며, 펀딩을 통해 나이트런의 작가에게 척추치료기를 기증하기도 했다.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IP를 게임 속에 자연스럽게 녹이면서 동시에 게임의 재미를 살릴 수 있을지, OBT 기간 동안 유저들과 끊임없이 소통하며 완성도를 높이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이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