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라레의 예언에 따라 발렌시아로 향하게 된 모험가는 우연한 사건에 휘말려 잃어버린 바르한 왕자의 물건을 찾게 된다. 그러던 와중 스스로 봉인을 자처한 검은 용들과, 그들을 봉인한 가하즈 투발에게서 '발렌시아의 숨겨진 건국 전설'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무엇인지는 알 수 없어도, 모험가는 본능적으로 발렌시아 수도에 가야한다고 느꼈다. 분명히 검은 용은 '제어할 수 없는 힘'에 대해 이야기했고, 어쩌면 그것은 이 흑정령의 힘을 이야기 한 것일지도 모른다. 기억을 잃고 모험을 시작한 후부터 들었던 의문. 흑정령과 모험가 자신은 대체 어떤 존재인가? 그 비밀은 발렌시아에서 서서히 밝혀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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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스토리 기사는 시리즈로 연재됩니다.
*메인퀘스트, NPC 대화, 지식 등을 참조하여 작성하였습니다.
*분기란 게임 내 유저의 선택에 따라 에피소드가 달라지는 부분을 뜻합니다.
*약간의 각색이 포함되어 있을 수 있으나 게임 내 설정 및 컨셉에는 지장이 없습니다.




■ 발렌시아 여정 하편 - 발렌시아 건국에 얽힌 진실

수도 발렌시아
수소문

사막 여행자를 따라 수도 발렌시아에 도착한 모험가는 자신 앞에 펼쳐진 놀라운 광경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거대한 호수를 끼고 형성된 도시는 서부 대륙에서 가장 강대국이라는 칼페온에 충분히 견줄만했고, 주변이 사막이라는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풍요롭게 펼쳐진 대농장은 그들이 믿는 신의 자비로움을 느끼게 했다. 약간 햇살이 따가운 것만 빼면.

사실 모험가는 무작정 발렌시아 수도에 도착한 것이라 딱히 갈 데가 없었다. 정말 건국 전설 하나에 꽂혀서 막무가내로 따라온 느낌. 흑정령은 모험가에게 근처 바르한 왕자가 있는 곳으로 가자고 속삭였다. 일단은 아는 사람을 만나야 뭔가를 시작하기 좋을테니 말이다.

흑정령을 따라간 곳은 카탄 군부가 있는 곳이었다. 카탄 군부는 발렌시아를 대표하는 최강의 부대로 사막 기후를 고려해 경무장을 하는 것이 특징이다. 그래서인지 비교적 가볍고 날쌔 보이는 병사들 사이로, 바르한 왕자의 모습이 보였다.

왕자는 모험가를 반갑게 맞이해주었다. 그리고 혹시나 자신이 맡긴 의뢰에 어떤 소득이 있었는지 물어봤다. 하지만 곧 모험가가 얻은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알고나선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왕자는 일단 오늘은 피곤할테니 쉬고 내일 다시 이야기해보자는 식으로 말을 마쳤다.


▲ 호화로운 수도 발렌시아의 모습 (공식 사이트 월페이퍼)

그런데 그 때 흑정령이 뭔가를 느꼈는지, 다시 모험가를 어디론가 이끌었다. 흑정령은 바르한 왕자와 '비슷한 냄새'가 나는 사람이 발렌시아에 있으니 찾아가자고 했다. 그는 네세르 왕족의 셋째 왕자인 만메한 네세르였는데, 적어도 건국 전설에 대해 알려면 일단 왕족들을 만나야 하지 않겠냐는 이유에서였다.

정치보다 천문학에 더 관심이 많은 만메한 네세르는 벽에 붙여진 종이에 무언가를 열심히 적는 중이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만메한은 자신에게 다가오는 모험가의 정체를 금새 알아챘다. 자신의 형인 바르한 왕자의 물건을 찾는 모험가에 대해선 이미 많은 소문을 들었기 때문이다.

만메한은 사실 형이 찾는 물건은 본래 자신의 것이었다며 만약 찾는다면 자신에게 가져와 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수하인 점술가 푸라진에게 가서 물건에 대한 정보를 얻어보라고 했다.


▲ 점술가 푸라진을 찾아가 보라고 조언하는 만메한 네세르

푸라진은 커다란 수정구를 사이에 두고 손님의 점괘를 보고 있었다. 그는 문득 한 모험가가 자신을 찾아온 것을 보고 왕자님이 보낸 자임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누가봐도 모험가는 점괘에 딱히 관심이 없어보였기 때문이다.

푸라진은 모험가가 지금 찾으려는 물건은 매우 위험한 것이라면서 자칫하면 목숨이 날아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모험가는 완강했고, 푸라진은 그런 모습에 어쩔 수 없다는 듯 웃음을 터뜨리더니 호수 관리인 타타르를 소개시켜줬다. 타타르를 만나면 이젠 더 이상 돌이키기 어려울 것이라는 말을 덧붙이면서.


▲ 점술가 푸라진

모험가는 푸라진의 경고를 무시하고 발렌시아 호수 근처로 가서 타타르로 추정되는 사람을 찾았다. 호수 근처에는 다행히 사람이 많지 않았는데, 그 중 유난히 나루터 앞에서 술에 잔뜩 취한 남자가 눈에 띄었다. 불길한 징조였지만 모험가는 일단 그에게 '발렌시아 건국 전설에 얽힌 물건을 알고 있냐'고 물어봤다.

하지만 역시나 술에 잔뜩 취한 사람이 대답을 제대로 할 리 없었다. 연신 딸꾹질을 하면서도 술을 부어넣던 그는 벌개진 얼굴로 모험가를 흝어보더니, 여관에 가서 술이나 더 사오라고 했다.

모험가는 다소 황당했으나 그의 입을 열려면 어쩔 수 없었다. 대신 모험가는 여관에서 그가 가장 싫어하는 술을 사가기로 했다. 술 주정뱅이 타타르가 싫어하는 술을 묻자 여관 주인은 포도주를 추천해주었다. 어디 한번 당해보라지. 타타르는 가죽 포대에 담긴 술을 뭣도 모르고 쭉 들이키더니 역정을 내며 뱉어냈다.

사실 자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술을 마시는 타타르도 좋아하지 않는 술이 있었는데, 그것이 바로 포도주였다. 이상하게 타타르는 포도주를 마시면 정신이 개운해졌기 때문이다. 그는 이제 다시는 모험가를 만나고 싶지 않다며 발렌시아 북동쪽에 있는 성터로 빨리 가버리라고 했다. 모든 왕족들이 매달리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면서 말이다.


▲ 건국 전설의 비밀을 알고 있다는 호수 관리인 타타르. 아마 알콜 중독인 것 같다.


발렌시아 성
발렌시아 왕가의 열쇠를 찾아서

타타르의 성질을 돋궈 정보를 알아낸 모험가는 단번에 낙타를 타고 발렌시아 성으로 향했다. 발렌시아 성은 과거 3대 왕족이 살았던 곳으로, 현재는 빈 터만 남은 곳이다. 그래서인지 그곳엔 안전 문제로 문을 지키는 몇몇 병사들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없었다.

모험가는 자신이 왕자의 명을 받았음을 증명하고 성 깊숙한 곳으로 내려갔다. 그런데 그곳은 이상하게도 내려갈수록 점점 어떤 동굴의 모습과 흡사해졌다. 과거의 성터는 다 폐허가 되었는지, 무너져 내린 건축물 중 오직 하나만 겨우 형체를 유지하고 있었다.

모험가는 그 눈에 띄는 건축물에 가까이 다가갔다가 거기에 무언가 있음을 직감했다. 그 주변에 방금 전까지 누군가가 썼던 것 같은 장작불이 타오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모험가는 주변을 경계한 뒤 조심스레 불을 피해 그 건축물 안으로 들어갔다.


▲ 발렌시아 성문 닫지 마세요.

▲ 발렌시아 성 아래로 내려가는 모험가

▲ 왜 이런 곳에 불이 켜져 있을까

▲ 낭떠러지 아래로 고대 유적들이 보인다.

쿵. 육중한 소리가 났다. 아마 한동안 정신을 잃은 모양이었다. 어지러운 머리를 부여잡고 위를 올려다보니 조그만 구멍이 보였다. 이런 곳에 구덩이가 있었다니. 입 안에서는 모래 맛이 났고, 떨어지면서 어디를 부딪혔는지 온몸이 욱신거렸다. 하지만 모험가는 자신 앞에 펼쳐진 광경을 두고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그가 떨어진 곳은 아주 오래된 고대 유적지였기 때문이다.

모험가는 필사적으로 몸을 일으켜 주변을 수색하기 시작했다. 그곳엔 마치 예전 에단 일행과 봤던 것들과 흡사한 고대 유적들이 널려있었다. 아니, 그보다 더 특이하고 다양한 종류의 유적들이 있었다. 이 유적들은 현재 힘을 잃은 것처럼 보였지만, 희미하게 감도는 빛은 여전했다. 아마 예전에 누군가 한번 사용한 것일지도.

그곳엔 괴상한 초록 빛이 감도는 방도 있었다. 언제부터 타오르고 있었는지도 모를 파란 불꽃들. 그 묘한 빛깔 때문인지 모험가는 순간적으로 오싹함을 느꼈다. 그 중앙에는 굳게 잠긴 고대 유물이 있었는데, 앞 부분에 뭔가 들어갈만한 홈이 파여 있는 걸로 봐서는 어떤 열쇠 같은게 필요해 보였다.


▲ 다양한 고대 파편들

▲ 잠겨 있는 고대 유물

그런데 그 때 흑정령이 벌벌 떠는 것이 느껴졌다. 흑정령은 자꾸만 뭔가가 자신을 짓누르고 있다며 불안해했다. 그는 여기 있으면 위험하니 빨리 빠져나가자고 했다. 사실 모험가도 그 말엔 동감이었다. 하지만 어떻게? 의문의 구덩이로 떨어진 뒤로 그곳엔 출구가 없어보였다.

그 때 문득 잠겨 있는 유물 왼편에 있던 고대 장치가 눈에 들어왔다. 순간적으로 저기 불꽃이 좀 더 타오르지 않았던가? 모험가는 그 장치에 홀린듯 손을 댔고, 곧 후회하고 말았다. 몸이 허공에 있는 것처럼 붕 뜬 채로 감각이 사라지더니, 눈 앞에 보이는 모든 것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마치 그 유물에 빨려들어가 버린 것처럼.


▲ 고대 유물들 근처에서 흑정령은 이상 증세를 보였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자꾸만 주변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시장 근처인가? 모험가가 조심스레 눈을 뜨자 발렌시아 여관의 모습이 조금씩 들어왔다. 알고보니 모험가는 여관 바닥에 쓰러져 있었고, 점술가 푸라진이 근처에서 놀랍다는 표정으로 모험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구덩이에 빠져 다쳤던 몸은 신기하게 말끔해져 있었다. 어떻게 된 거지. 그냥 꿈이었던 건가.

하지만 그것이 꿈이 아니었음은 금새 증명됐다. 푸라진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그 '석실'에서 살아돌아오다니 정말 놀랍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실 타타르를 소개하고 모험가를 석실로 가게 한 것은 모두 발렌시아 국왕 사하자드의 명령이었다고 고백했다.

어리둥절해진 모험가는 푸라진의 말에 따라 왕궁으로 향했다. 국왕 사하자드는 이미 모험가를 기다리고 있었고, 모험가가 찾는 물건이 '석실 지하 유물의 열쇠'라는 것을 알려주었다. 모험가는 그 말을 듣고 도적단 수장 가하즈 투발을 떠올렸다. 그도 열쇠를 찾다가 모함을 받고 쫓겨났었지. 모험가는 그제서야 자신이 돌이킬 수 없는 위험에 빠졌음을 알았다.


▲ 정신을 차리니 발렌시아 여관으로 돌아와있었다.

▲ 모든 것은 국왕 사하자드의 술수였다. 이젠 그의 명에 따라 석실 열쇠를 찾아야 한다.

어쨌든 사하자드는 그 유적 열쇠를 얻어 석실의 유물을 취하고 싶어했다. 그래서 그는 이미 기술교관 라밤에게 이야기해둔 상태였고, 모험가는 라밤에게서 국왕이 하사하는 '극 카탄 각성 무기'를 받았다. 라밤은 왕가의 조언자들이라 불리는 '무레모' 집단에 소속된 자로, 모험가의 눈동자에서 커다란 운명을 보았다.

그녀는 모험가에게 발렌시아 대사막 남쪽의 '아크만'으로 갈 것을 주문했다. 아크만은 과거에 국왕 이무르 네세르에게 학살당한 종족이었으나 (연대기 상편 - 233년 참조), 최근 사하자드 국왕의 배려로 다시 사막에 돌아온 상태였다.


▲ 라밤, 깨어있는 자. 그녀의 말에 따라 이제 모험가는 아크만으로 향한다.


아크만, 초승달 신전
고대 흑정령의 부활, 신전 열쇠가 완성되다

모험가는 정제수를 잔뜩 실어놓은 낙타에 몸을 맡겼다. 그렇게 지긋지긋한 사막을 지나 한참을 남쪽으로 내려가자 저 멀리 조그만 막사가 눈에 들어왔다. 라밤이 말한 아크만이었다.

생각보다 초라한 그곳엔 '아토사'라는 고대 문명 수호자 한 명이 있었다. 그는 멀리서 자신에게 다가오는 모험가를 보더니 또 어리석은 인간 한명이 왔다고 생각했다. 흔히 말하는 괜한 호기심으로 목숨을 버리는 사람들. 하지만 그는 곧 자신 앞에 당당히 선 모험가를 보고 놀라고 말았다. 모험가는 아토사가 기다려왔던 '그 자'였다.


▲ 아크만은 오랫동안 모험가를 기다려 온 듯했다.

아크만은 고대부터 지금까지 존재하고 있는 유서 깊은 종족으로, 고대 문명을 수호하고 어리석은 자들을 제어한다는 사명을 가지고 있다. 과거 검은 힘을 이용해 세계를 제패하려던 이무르 왕을 제지하다가 학살당한 뒤 현재는 사하자드 왕 덕분에 다시 자리를 잡았지만, 사실 사하자드도 아크만을 돕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석실의 비밀을 알고 싶어할 뿐이었다. 하지만 어리석은 사하자드는 석실에 대해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아토사는 모험가에게 아크만 남서쪽 '초승달 신전'으로 가서 유물을 찾아올 것을 주문했다. 코크로 석실 열쇠를 만들 수 있는 그 유물들은 현재 그곳을 점령한 사우닐족에게 빼앗긴 상태였다.

모험가는 아토사의 조언에 따라 초승달 신전의 사우닐 족들을 처치하며 '온전한 창'과 '키벨리우스의 주문서'를 얻어냈다. 그리고 사우닐 족들이 사용하는 '아르고스 흑요석의 정기'를 잔뜩 추출해냈다.


▲ 초승달 신전의 사우닐들을 처치해 고대 유물을 되찾았다.

▲ 아크만과 초승달 신전 위치

아토사는 유물을 되찾아 온 모험가를 보고 흡족해하며 이 유물들은 단순한 형상일 뿐이라 했다. 이젠 진짜 열쇠가 필요했는데, 그것은 바로 모험가와 함께하고 있는 '흑정령'이었다.

아토사는 먼저 고대인의 심장에서 힘을 추출해야 한다며 고대 생명체 푸투룸, 쿠툼, 아토르의 존재에 대해 이야기해주었다. 모험가는 아토사가 알려준 방향에서 거대한 웜의 형상을 한 쿠툼, 새의 형상을 한 푸투룸, 그리고 사람의 형상을 한 아토르의 심장에서 힘을 추출해 흑정령에게 부여했다.

고대 심장의 힘을 부여받은 흑정령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시원한 탄산을 들이키듯 기분 좋은 떨림이었다. 본래 특별한 형체 없이 유령 같았던 흑정령은 그렇게 점점 진화해 본래의 모습을 되찾았다. 머리, 팔, 다리가 분명해졌다. 그것은 조그만 고대인의 모습 같았다.


▲ 쿠툼(위), 푸투룸(가운데), 아토르(아래)의 심장에서 힘을 추출해 흑정령에게 부여했다.

▲ 흑정령은 본연의 모습을 되찾았다.

모습을 되찾은 흑정령은 초승달 신전에서 가져온 창과 고대인의 심장에 힘을 불어넣었다. 그러자 희미한 빛을 머금고 있던 창이 갑자기 강렬히 번쩍이기 시작했다. 고대인의 심장은 그 창에 자석처럼 달라붙어 흡수되더니 형상이 마구잡이로 변했다. 그렇게 고대의 창, 키벨리우스가 모험가의 손에 쥐어졌다.

키벨리우스는 과거 '에다나'가 썼던 무기로만 알려져있는 전설의 창이었다. 그리고 모험가가 지하 석실에서 봤던 고대 유적을 열 수 있는 열쇠이기도 했다. 아토사는 그 엄숙한 광경을 목도하며 고개를 끄덕였고, 의기양양해진 흑정령은 이제 모험가에게 코크로 석실로 갈 것을 주문했다.


▲ 완전히 힘을 되찾은 흑정령은 고대 석실의 열쇠, 키벨리우스의 창을 만들어 냈다.


발렌시아 성 지하, 고대 유적
에다나의 후손

발렌시아 성으로 돌아온 모험가는 익숙한 길을 따라 코크로 지하 석실에 도착했다. 전과 달리 두려울 것이 없었다. 모험가는 고대 유적의 홈에 키벨리우스 창을 밀어넣었고, 유물은 강렬한 빛을 뿜으며 딸깍 소리를 냈다. 그 안엔 '고대어가 적힌 황금 석판'이 있었다.

모험가가 석판을 집어들자 굉음과 함께 방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육중한 돌들이 제멋대로 굴러가며 어떤 장치들이 풀리는 소리가 들렸다. 흑정령은 모험가에게 '우리가 처음 힘을 키웠던 석실을 기억하냐'고 물었다. 그곳에서 누군가가 모험가를 부르고 있다며. 그곳은 에단을 처음 만났던 곳, 바로 세렌디아 지역 '고대인의 석실'이었다.


▲ 키벨리우스 창을 꽂자 유물은 빛을 발하며 황금 석판을 뱉어냈다.

흑정령은 고대 유적 뒤에 놓인 한 장치를 가리켰다. 모험가가 그 장치를 작동시키자 이전에 발렌시아 여관으로 날아갔던 것과 똑같은 느낌이 났다. 순간적으로 눈 앞이 깜깜해졌고, 이번엔 고대인의 석실이 눈 앞에 등장했다.

한번 경험한 것이었지만 여전히 유물의 힘은 놀라웠다. 발렌시아에서 수백, 수천 킬로미터는 떨어진 세렌디아로 순식간에 이동하다니. 이곳은 모험가가 처음 에단을 만났던 장소의 뒤쪽, 숨겨진 방인 듯했다. 흑정령이 처음 각성했던 고대 유적이 눈 앞에 보였지만 그곳으로 갈 수는 없었다. 마치 알 수 없는 힘이 막고 있는 것 같았다.

그 때 모험가 뒤편으로 웅웅거리는 소리가 났다. 고대 원반이 공중을 부유하고 있었던 것이다. 위층에 무언가가 있는 게 틀림없었다. 모험가는 그 원반에 조심스레 올라탔고, 원반은 그를 유적의 위층으로 이끌었다.


▲ 장치를 작동시키자 순식간에 모험가가 처음 여행을 시작했던 고대인의 석실로 왔다.

▲ 유물 원반을 타고 위층으로 이동했다.

위층으로 올라가자 거대한 방이 나왔다. 높은 돌기둥들 사이로 화로의 불이 타오르고 있었고, 막다른 벽 위에 커다란 원형 구조물이 붙어있는 것이 보였다. 모험가가 용기내어 한걸음씩 그 구조물을 향해 다가가자, 원형 구조물 안에 있던 '그것'이 돌이 마찰하는 소리를 내며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어떤 생물체라고 함부로 판단할 수 없는 그것은 눈으로 추정되는 동그랗게 파인 홈을 통해 모험가를 지그시 바라봤다. 그리고 속삭이는 것 같으면서도 방 전체에 크게 울려 퍼지는 목소리로 말을 건넸다.

에다나의 수호자와 모험가의 대화

드디어 나타난 것인가. 왕의 후손이여. 나는 에다나의 수호자, 과거부터 이 고대의 문을 지키고 있소. 궁금한 것이 많을 것이오. 내가 당신에게 지혜를 드리겠소.

흑정령이 변한 이유는 무엇이지?

고대의 운석과 검은 돌이 발렌시아 땅에 떨어졌을 때, 바로 그 시절부터 흑정령은 존재했다오. 일부 생명체 뇌에 기생하면서, 검은 돌의 힘을 탐하며 완전체가 되길 노려 왔지. 하지만 쉽지 않은 일이었소. 흑정령에 잠식된 생명체는 검은 힘을 제어하지 못하고 스스로 무너지는 게 대부분이었으니까. 하지만 끝까지 싸워 이긴 이가 있소. 바로 위대한 에다나 말이오. 이후 그와 그가 이끄는 카부아 족은 검은 돌의 힘을 제어하고 이용하기 시작했소. 돌에 새겨진 문양을 이용해 문명의 시대를 열었고, 두 번의 삶과 함께 몇 세대를 거치며 꾸준히 번영해왔다오. 당신의 흑정령 역시 그 시절부터 존재했다오. 여기에 당신이 있다는 것은 싸워 이겼다는 증거가 되겠군.

그럼 발렌시아의 건국 전설이라는 것은?

그렇소. 바로 그 카부아 족이 세운, 발렌시아 땅 최초의 왕이 바로 에다나라오. 당신이 가져온 그 유물은 에다나가 검은 힘을 제어하기 위해 사용한 것이오. 나를 비롯한 거대한 이 고대의 생명체, 이 생명체의 심장을 제어하고 무기력하게 만들지. 그 근원이 바로 검은 힘이오. 검은 힘을 검은 힘으로 제어할 수 있었지. 하지만 무능한 인간과 어둠의 무리는 마구잡이로 그 힘을 탐냈소. 에다나는 그 후손을 위해, 인류를 위해, 그 유물을 이용해 고대 생명체를 제어한 것이지. 당신은 현명하고 올곧을 것이라 믿소. 부디 그 물건을 함부로 여기지 마시오.

내 흑정령.. 그럼 이 녀석은 대체 무엇인가?

아직도 눈치를 채지 못했소? 에다나와 함께 했던 흑정령이 바로 그 흑정령이오. 에다나에 패해 형체를 잃고 검은 알갱이가 되었지만, 녀석의 자아가 당신을 알아본 게지.

그럼 대체, 나는 누구지?

그 질문은 당신 스스로 찾아야 할 거요. 그게 당신이 존재하는 이유니까. 하지만 한 가지 사실은 늘 기억하시오. 당신이 바로 에다나의 후손이라는 것을. 우리는 당신을 위해 존재하오. 이것 역시 늘 기억해주길 바라오. 당신은 앞으로 할 일이 많을 것이오. 위대한 에다나가 그랬던 것처럼. 당신도 검은 힘을 제어하고 이용해, 어리석은 자들을 깨우쳐 줄 필요가 있소. 그 방법을 찾아 나간다면, 당신의 존재 이유도 깨닫게 될 것이오. 우린 또 만날 수 있을 것이오. 이 고대의 문을 열 수 있을 그 순간에. 그 전까지 당신이 가진 그 석판은 부디 믿을 수 있는 자에게 맡기는 게 좋겠소.

▲ 고대의 문

▲ 에다나의 수호자

에다나의 수호자는 굉장한 말을 했다. 에다나라는 고대인은 최초로 검은 힘을 제어하는데 성공했고, 그렇게 발렌시아의 첫 왕이 되었다. 모험가는 그런 에다나의 후손이고 모험가에게 붙어있던 흑정령 역시 에다나와 함께 했던 존재였다. 여전히 풀리지 않은 의문점들은 남아있었지만, 적어도 여태까지 모험가의 여정이 왜 이렇게 흘러왔는지는 충분히 설명이 되는 듯했다.

특히 에다나의 수호자가 지키고 있다는 저 문 뒤에는 무엇이 있을지 궁금했다. 하지만 일단 그 문을 열 수 있을 때까지는 이 황금 석판을 '믿을만한 자'에게 맡겨야 했다. 모험가는 적어도 이 석판의 주인이 욕심 많은 사하자드 왕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 양날의 검과 같은 검은 힘이 그에게 넘어가면 어떤 참혹한 결과를 가져올지 뻔했다.

에다나의 수호자는 그런 모험가를 바라보더니 다시 발렌시아로 돌려보내주겠다고 했다. 모험가는 그의 힘에 몸을 맡겼고, 다시 한번 눈 앞이 깜깜해지더니 순식간에 발렌시아 성의 모습이 눈에 펼쳐졌다.


▲ 발렌시아 성에 들어가기 위해 병사와 실랑이를 벌이는 에단

정신을 차려보니 비밀 수호단의 에단이 발렌시아 성에 들어가려고 병사들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모험가는 왜 에다나의 수호자가 자신을 이곳으로 보냈는지 알 것 같았다. 에단이라면, 석판을 믿고 맡겨도 되는 사람이다. 에단 역시 모험가의 소문을 듣고 찾아왔던 차에 모험가를 만난 것이라 아주 기뻐했다.

에단은 자신에게 석판을 맡겨 준 모험가에게 감사를 표하며 이 석판이 악의 손아귀에 들어가지 않은 것을 다행스럽게 여겼다. 그러면서 발렌시아 왕 사하자드에게 가져다 줄 가짜 열쇠를 하나 건네주었다. 이것이라면 사하자드의 눈을 속이고 모험가의 신변도 보장받을 수 있을 것이다.

사하자드 왕은 모험가가 가져온 가짜 열쇠를 보고 너무나 기뻤다. 드디어 오랜 소원이었던 유적 열쇠를 얻다니. 모험가의 말에 따르면 이 열쇠의 힘은 봉인되어있으니 이제부턴 그 봉인을 풀 방법만 궁리하면 되었다. 사하자드는 잔뜩 들뜬 마음에 모험가에게 '붉은 모래 결정 반지'를 하사했다.

그렇게 모험가의 운명같은 여정은 막을 내리는 듯했다. 평화로운 발렌시아 땅에선 특별히 큰 일이 벌어지지 않았고, 모험가도 그 땅의 풍요로움을 만끽하며 지냈다. 하지만 에다나의 후손인 모험가에게 절대 그런 삶이 오래갈 리 없었다.


▲ 사하자드 왕에게 가져다 줄 가짜 유적 열쇠

▲ 사하자드는 드디어 열쇠를 얻었다는 생각에 뛸 듯이 기뻤다.